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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닮은 향기로운 가양주
집에서 담그는 술이라는 뜻의 가양주. 집집마다 장맛, 김치 맛이 다르듯 같은 재료로 담근 술이라도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쌀과 누룩, 물을 버무려 옹기 안에 두면 그릇 틈새를 넘나드는 공기와 함께 술이 익어간다. 뚜껑을 열면 달큼한 술 향기가 풍기는데 과일이나 꽃에서 맡았던 그것이다.
용수(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얽어서 만든 것으로 술독 안에 박아 술을 걸러내는 도구)로 받은 한 잔의 맑은 술(청주)은 하나의 작은 우주와 다름없다. “가양주를 품은 술독 하나가 자연 그 자체예요. 자연에서 난 재료와 시간, 미생물이 완성하는 전형적인 슬로 푸드지요. 화장기 없이 말간 피부를 지닌 미녀를 보는 기분이라서 가양주를 좋아해요.” 북촌문화센터에서 우리 술 빚기를 가르치는 남선희 씨가 전하는 매력이다. 가양주는 와인과 닮았다. 동일한 재료라도 담는 이에 따라 향기가 다르다는 점, 도수도 14~16도로 비슷하다는 점,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고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이라는 점, 하루에 마시는 한두 잔은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편 한 독 안에서 다양한 가양주 맛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청주며 증류 과정을 거치면 소주가 된다. 남은 술지게미는 체에 거칠게 걸러 물을 섞으면 말 그대로 막걸리다. 국화나 아카시아꽃, 한약재, 솔잎 등을 넣으면 재료의 향기가 술에 스미는데 전체 양의 8% 정도가 알맞다. 집에서 술 빚는 것이 불법이라 여기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1993년 이후 자신이 마시는 술을 담는 경우에는 처벌을 면하는 조세법 예외 조항이 생겼으니 염려하지 말 것. 단, 아무리 몸에 좋고 낭만적인 가양주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는 말자. ‘술은 들어가고, 망신은 나온다’ ‘말실수는 술 실수다’ 등 술을 필요 이상 마셨을 때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속담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닐 터다. 가양주 한잔을 통해 절제의 미학도 한 번쯤 생각하길.

우리집표 술 만들기
재료 찹쌀 4kg, 누룩 500g, 물 5~7L, 국화 약간

만들기
1 찹쌀을 깨끗이 씻어 하룻밤 불린다. 시루에 쪄서 고두밥을 만든 다음 고루 펼쳐서 차게 식힌다(사진 1).
2 고두밥과 누룩, 물, 국화(사진 2)를 섞은 술덧을 30분~1시간 동안 버무린다. 기쁜 마음으로 해야 술맛도 좋다.
3 솥에 물을 붓고 독을 뒤집어 올려 끓인다. 항아리가 뜨거워지면 5분 정도 그대로 두어 소독한다.
4 독에 ②의 술덧을 담아 20~23℃에서 5~7일 동안 둔다.
5 술이 익어서 쌀알이 둥둥 뜨면 용수를 박는다. 이틀 후에 용수 안에 고인 청주를 뜬다.

누룩은 콩알 크기로 잘게 부숴 2~3일 동안 햇볕에 두어야 잡냄새가 없어지고 술 빛깔이 깨끗하다. 멥쌀로 빚으면 깔끔한 맛이 나고 찹쌀은 달큼한 맛이 난다. 곰팡이를 곡류에 번식시킨 누룩은 산성누룩(www.noolook.co.kr)에서, 길이가 긴 대나무 체처럼 생긴 용수는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계동에 있는 북촌문화센터에서는 10월 26일, 27일 <네 번째 향기로운 술 이야기>전시회를 엽니다. 송화주, 칠선주 등 30여 가지의 다양한 우리 술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