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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법칙! 오늘 점심 메뉴, 시원한 냉면 어떠세요?
오늘 점심 메뉴, 시원한 냉면 어떨까요? 똑같은 집, 똑같은 한 그릇인데도 냉면 먹는 방법은 어쩐지 서로 달라보입니다. 달걀부터 먹는 사람, 달걀은 맨 나중에 먹는 사람, 식초와 겨자 배합을 2:1로 하는 사람, 식초는 넣되 겨자는 절대 사절인 사람…. 어쨌든 통쾌하리만큼 시원한 맛, 먹는 법은 달라도 한결같은 이 맛이 바로 냉면의 핵심 아닐까요? 그런데 당신에게도 냉면의 법칙이 있나요?
골프나 등산, 테니스, 축구 등 땀 흘리며 운동을 하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은 예술 그 자체다. 보리의 차가운 기운이 달궈졌던 체온을 내려주고 수분까지 보충해주니 그 상쾌함을 따라갈 것이 없다. 하지만 운동은커녕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차가운 맥주보다는 서걱서걱한 살얼음이 둥둥 떠 있는 시원한 냉면 생각이 간절하다. 순식간에 땀을 식혀주는 음식이 아닌, 폐부 깊숙한 곳부터 서서히 차가워지게 하는 냉면 말이다. 한두 번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머리속 온도가 1~2℃ 떨어지는 느낌이 들고 없던 식욕도 슬슬 동하곤 한다.

‘인지상정(人之常情: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냉면에 별 관심 없던 사람도 새삼 냉면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서울서 유명세를 탄다는 냉면 전문점은 점심 시간대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전 손님이 먹다 남긴 냉면 그릇을 채 치우기도 전에 자리 잡고서 애타게 ‘여기요’를 외치는 사람, 몇 번째 육수를 달라는데 왜 안 주느냐며 불평하는 사람 등등 그런 아수라장이 없다. 냉면 맛을 진정 즐길 줄 아는 마니아라면 오히려 이렇게 바쁜 때에는 냉면 전문점 앞에서 줄을 서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냉면 맛은 면발 상태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데, 손님이 이토록 몰려드는 전문 식당에서는 면발을 정성껏 손질할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면발은 삶아내는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탱탱함을 위해 얼음물에 다섯 번 이상 씻는 과정이 필수다. 그런데 식당에서는 식탁 회전율을 높인다고 그 과정이 두세 번으로 끝나기 일쑤인 것.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나오는 유명한 냉면 집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식당에는 ‘냉면 개시’라는 커다란 안내 메뉴가 붙어 있다. 종류도 물냉면부터 회냉면, 비빔냉면, 칡냉면, 녹차냉면, 중국냉면 등 다양하다.

사실, 요즘에는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으로 나누어서 고집하는 게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 한국 사람치고 냉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꼭 출신 성분을 그렇게 따질 필요가 있나 싶다. 굳이 냉면 종류를 구분하겠다면 평양 대 함흥보다는 육수 대 양념장으로 나누는 게 자신에게 잘 맞는 진정한 냉면 맛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원한 국물을 좋아해서 양념냉면보다는 물냉면을 선호한다. 물냉면은 무조건 육수가 차야 한다. 차가워서 바짝 긴장하게 되는 냉면이라야 목구멍으로 넘길 때 알싸한 묘미가 있다. 그러나 찬 음식을 잘 씹지도 않고 갑자기 들이켜면 맛을 느끼기 전에 속만 탈나기 십상이다. 일단 따뜻한 면수(또는 육수)를 한 잔 마셔서 위를 보호한다. 주문한 냉면이 나오면 가위를 들고 달려드는(?) 종업원으로부터 냉면을 사수하라. 냉면만큼은 입으로 뚝뚝 끊어 먹어야 제 맛이다.

조선 시대 고종 임금도 이로 냉면을 끊는 감촉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으니 한번 시도해보시길. 자, 슬슬 먹어볼까? 면 위에서 조신하게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삶은 달걀 반쪽을 입에 넣고, 면발에 적당히 식초를 친다. 식초를 넣으면 면발이 두 배 이상 맛있어진다. 게다가 유기산이 풍부해서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고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도움을 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 아닌가? 단, 너무 많이 넣으면 육수 맛을 못 느끼니, 손목을 두어 번 까딱 움직이는 정도가 적당하다. 냉면도 진화를 한다. 전통적인 메밀가루나 전분을 이용한 냉면 외에도 녹차냉면, 카카오냉면, 심지어 토마토냉면까지 등장했다. 아직 무더위가 가시려면 한 달 이상 남았다. 여름이 가기 전에 맛봐야 할 냉면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가슴 설레는 일이다.

냉면,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다
역삼동에 있는 함흥냉면집(02-552-4469)의 비빔냉면이 입맛에 맞는다. 회가 들어간 것보다는 들어가지 않은 게 더 깔끔한데, 꼭 살얼음이 떠 있는 육수 한 잔을 부어서 비빈다. 육수와 양념장, 면발이 골고루 섞여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사진가 강진주

부드러운 면발과 담백한 국물 맛으로 잘 알려진 장충동 평양면옥(02-2267-7784)의 물냉면을 좋아한다. 물냉면을 반쯤 먹은 다음에, 반찬으로 나오는 절임 무를 적당히 넣으면 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절임 무의 상큼한 식초 맛이 육수에 배어 먹는 도중에도 식욕을 돋운다.-<행복> 기자 박은주

술 마신 다음 날은 꼭 필동에 있는 필동면옥(02-2266-2611)의 물냉면을 먹는다. 젓가락으로 면을 풀기 전에 식초나 겨자도 타지 말고 국물을 통째로 마시면 뱃속이 한결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국물을 먼저 마신 후에 면을 먹어야 냉면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매일경제> 기자

공보상 을지로에 있는 우래옥(02-2265-0151)의 물냉면을 좋아하는데 이 집 국물 맛은 그날그날 간이 달라진다. 무턱대고 식초와 겨자부터 넣는 것은 금물. 순간의 선택이 냉면 먹는 10분을 좌우한다. 국물을 먼저 마신 다음에 간을 해야 후회가 없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냉면 집을 가나 국물을 먼저 마셔보는 습관이 생겼다.-사업가 박성권

어딜 가나 회냉면을 먹어보는데 종로에 있는 곰보냉면(02-2267-6922)의 회냉면이 단연 최고다. 꼬들꼬들한 홍어회가 듬뿍 들어 있는 그집 냉면은 간이 완벽해서 양념을 더 넣지 않는 게 낫다. 그런데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아내는 설탕을 넣어서 먹으니까 자기 입맛에 더 맞다고 하더라.-회사원 전제근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