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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차는 왜 특별한가’에 대한 일곱 가지 증명. 하동 다행 河東 茶行 - 천년 명차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에서 이야기합니다. “시는 인공의 낙원이고, 숲은 자연의 낙원이고, 청학동은 관념의 낙원이지만, 한 모금의 차는 그 모든 낙원을 다 합친 낙원이다.” 그 셋을 모두 아우른 낙원, 하동이 아닐까 합니다. 지리산 산비탈에서 인간의 손을 덜 타며 자란 하동 야생차 앞에서 수많은 차인이 ‘다송茶頌’을 올리는 까닭이 그것이겠지요. “여섯 잔 마시니 해와 달이 내 마음속에 있고 만물이 대자리만 하게 보인다”는 그 5공功 6덕德의 차 한잔 드시러 하동으로 떠나보십시오. 2022년 4월 ‘하동세계차엑스포’라는 지구적 행사를 앞둔 경남 하동으로 떠나는 차 마실, <행복>이 길잡이가 되어드립니다.

© 한상무

차 시배지
“신라 흥덕왕 3년(828)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이 차의 종자를 가져옴에 왕이 그것을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삼국사기>) 1천2백 년 전 지리산 줄기 끝 쌍계사 주변에 차 씨앗을 심은 것이 우리 차 문화의 시작이다. 2008년 한국기록원이 하동을 한반도 최초의 차 시배지始培地로 공식 인증했다. 지금도 하동 화개면 차 시배지 일대에는 1천 년 고차수古茶樹의 후손들이 남아 있고, 2백~3백 년 이상 나이 먹은 차나무가 즐비하다.



야생차의 본령
타래실처럼 가지런한 제주나 보성 차밭과 달리 하동 차밭은 구름처럼 뭉실뭉실 피어 있다. 해발 1200m가 넘는 지리산에 둘러싸인 지형인지라 경작지가 부족하던 하동 사람들은 바위틈에 차나무를 심었다. 지리산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찬 바람을 막아주고, 산줄기를 따라 흘러내린 섬진강과 화개천이 안개를 피우며, 바위 사이 사력질 토양이 수분을 조절하니 맛이 으뜸인 야생차가 자라기에 최적의 요건이다. 밤나무·감나무·매화나무 같은 유실수, 고사리 같은 임산물과 함께 자라는 하동 야생차는 어떤 나무 옆에서 사느냐에 따라 차 향이 각각 다르다. 일제강점기에 개량종이 퍼져 나갈 때도 야생차를 보존한 하동 사람들 덕분에 하동은 야생차의 본령으로 불리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이 된 차
산비탈이라는 험준한 땅에 차나무가 자생하다 보니 하동 사람은 차밭을 관리할 때 기계의 도움 없이, 일일이 손으로 찻잎을 따서 모으는 전통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른 차 재배 지역과 달리 가족 단위로 차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화개천을 끼고 주거지와 차밭, 지리산 산림이 공존하는 순환 체계 역시 이 때문. 사람이 손수 찻잎을 따야 하다 보니 ‘품앗이단’ 같은 협력 공동체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공 비료 대신 풀비배법(풀을 뽑아 거름을 대신하는 전통 방식), 차 부산물을 밭에 뿌려 땅의 산성화와 유기물 유실을 막는 전통차 농법을 따르고 있다. 또 화개면 일대에 가축을 기르지 않거나, 다른 작물에도 농약을 치지 않는 등 식재부터 재배까지 친환경 농법을 고집한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하동 차는 2015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되었고, 2017년 세계중요농업유산(한국에서는 세 번째)으로 등재되었다.



다성과 승려들이 사랑한 땅
우리 다도 문화를 부흥시켜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초의선사(1786~1866). 1828년 지리산 칠불암에 머물면서 지은 책 <다신전茶神傳>은 국내 문헌 중 차에 대한 최초 기록이다. 다도를 시로 설명한 책 <동다송東茶頌>에서 초의선사는 “화개동의 차밭은 골짜기와 난석을 모두 갖추고 있어 여기에서 생산되는 화개 차의 품질은 당연히 좋은 것이다”라고 칭송했다. 조선 후기 서화가 김정희는 <완당전집>에서 “쌍계사 봄빛에 차 인연이 오래니 제일가는 두강차는 옛 탑에 빛나네”라고 노래했다. ‘지리산 불교’라 일컬을 정도로 사찰과 승려가 많았던 사하촌 하동은 사찰에서 관리하는 차밭도 즐비했으며, 스님들을 통해 하동 차가 전국적으로 전파되었다.



풍다제와 헌다례로 남은 차 풍속
바닷가 마을에서 풍어제를 치르듯 하동의 차 재배 농가들은 매년 4월 차 시배지에서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다제를 치른다. 곡우 전에 새싹이 돋은 햇차를 부처님께 올리는 헌다례 문화도 여전한데, 매년 차 시배지에서 헌다례를 지내고 있다. 2020년에는 박경리 선생의 12주기를 맞아 하동 악양면 평사리에서 추모 헌다례를 지냈다.


구전민요 속에도 차
지은이가 따로 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적으로 발생한 민요는 그 지역 풍습과 풍토의 응집체다. 하동에는 특히 차와 관련한 구전민요가 많다. “초엽 따서 상전께 주고, 중엽 따서 부모께 주고, 말엽 따서 남편께 주고, 늙은 잎은 차약 지어 봉지 봉지 담아두고, 우리 아이 배 아플 때 차약 먹여 병 고치고, 무럭무럭 자라나서 경상 감사 되어주어.”(하동 민요) “칠불 밑에 자란 작설 아침마다 군불 숯불 이리저리 긁어 모아 무쇠솥을 올려놓고 곡우 작설 숨을 죽여 세 번째로 기를 죽여 네 번째로 진을 죽여 다섯째로 색을 올려 여섯째로 맛을 내어 일곱째로 손질하여 여덟째로 분을 내어 아홉째로 향을 익어 조목조목 나누어서 봉지 봉지 담아놓고 아자방에 스님네요 한잔 먹고 깨치소서.”(칠불사 차 노래)



스타벅스가 사랑한 하동 녹차
야생에서 자라는 고급 수제 차가 하동 차의 핵심이지만, 최근 나라 안팎에서 인기가 많은 가루 녹차를 재배하는 면적도 늘고 있다. 특히 하동에서 생산하는 가루 녹차를 2017년부터 세계 최대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에 납품하면서 전 세계 사람이 스타벅스 매장에서 하동 녹차를 마시고 있다.

구성과 글 최혜경, 이승민, 박근영 기자 | 사진 디자인하우스 사진팀, 하동군 | 디자인 심혜진 기자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취재 협조 하동군청(055-880-2114)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