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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잡히는 김밥! [김밥레서피 1] 밥 한 공기보다 든든한 김밥 한 줄
집집마다 김치 맛, 장맛 다르듯 김밥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양하다. 재료끼리 어우러지는 오묘한 맛, 한 개 ‘날름’ 집어 먹을 수 있는 간편함, 밥 한 공기보다 더 풍부한 영양이 김밥만의 매력일 것이다. 취향을 살려 내 입맛에 꼭 맞는 김밥 만들기, 몇 가지 노하우만 익히면 이젠 시간문제다.

왼쪽 김밥은 식재료를 ‘골라 쓰는 재미’가 있는 음식이다. 당근이나 오이, 햄 등 기본적인 재료부터 스테이크와 아스파라거스, 게살 등 특별한 재료까지 이용해보자. 김밥 마는 법은 다음 장에 소개된다.
오른쪽 김밥을 말 때 한 손으로 김발을 항상 들고 있어야 김밥이 깨끗하게 말린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달리기를 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김밥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소풍 때도 김밥은 주인공이었다. 살짝 흘러내린 김칫국으로 김밥이 발그스름하게 물든 적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친구들과 뛰어놀다 먹는 김밥 하나로 온 세상이 내 것 같았으니까. 요즘, 아이들 소풍이나 운동회 날, 김밥을 일일이 싸는 엄마가 몇이나 될까. 김밥은 이제 전문점에서 단체로 주문하거나 지하철, 버스 정류장에서 천 원짜리 한두 장이면 쉽게 살 수 있는 테이크아웃 음식이 되어버렸다.

먹기에는 간편해도 사실 보통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게 김밥이다. 갓 지은 밥을 한 김 식히고, 재료는 일일이 같은 길이로 썰고 볶아야 한다. 밥이 양념된 정도나 재료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마치 집집마다 된장찌개 맛이 다르듯 김밥 맛도 죄 달랐다.

김밥이 아직 테이크아웃 음식이 되기 전만 해도 도시락마다 담긴 각기 다른 맛의 김밥을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재료의 색깔 배합이나 모양도 중요해서 누구네 김밥이 예쁠까 옆자리 친구의 도시락을 슬쩍 훔쳐본 기억도 있을 것이다. 단무지를 싫어하는지, 진밥을 좋아하는지 등등 김밥을 보면 그 집 식구들의 입맛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제는 어디서든 쉽게 살 수 있는 음식이지만
내 입맛에 꼭 맞는 김밥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시중에서 파는 김밥을 먹을 때 햄이나 단무지를 골라내고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김밥은 한입에 쏙 넣는 맛인데, 재료가 빠져 헐렁하면 제 맛이 안 난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넣은, 나만의 맞춤식 김밥을 준비해보자. 몇 가지 요령만 익히면 김밥 만드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우선 김밥에 쓸 밥부터 짓는다. 김밥용 밥은 고슬고슬하게 지어야 김이 눅눅해지지 않고, 밥알이 하나하나 떨어져 입에 넣었을 때 맛이 깔끔하다. 떡처럼 진밥으로 김밥을 싸면 김이 눅눅해져 식감이 떨어진다. 평소 밥을 할 때는 쌀을 씻어 물에 담가 불리지만 김밥을 만들기 위해 밥을 지을 때는 씻은 쌀을 체에 밭쳐 30분 정도 두었다가 한다. 쌀에 있는 수분이 적당히 스며들어 되지도 질지도 않은 고슬고슬한 밥이 된다. 물의 양도 적게 잡는다. 일반적으로 쌀 180cc에 물 200cc이지만 김밥용 밥은 물을 190cc만 넣을 것. 10cc 차이라도 김밥을 만들었을 때 씹는 느낌이 달라진다.

참고로 김밥 네 줄을 만들려면 쌀 3컵(540cc) 정도가 알맞다. 찰밥처럼 쫄깃쫄깃한 느낌을 좋아하는 이라면 다시마 우린 물로 밥을 하면 된다. 다시마 특유의 감칠맛이 스며들어 더욱 고소하다. 밥을 다 지었다면 밥에 기본 양념을 할 순서다. 양념을 할 때는 소금과 참기름만 넣는 방법 그리고 소금과 식초, 설탕을 섞은 배합초를 넣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배합초는 원래 일식집에서 초밥 만들 때 쓰는 것이다. 생선을 올리느냐 올리지 않느냐에 따라 식초와 설탕, 소금의 비율이 달라진다. 생선을 올린다면 5:5:1, 그렇지 않으면 4:4:1 비율로 섞는다. 양념장 재료를 고루 섞은 후 밥에 부어 주걱을 세워서 자르듯 섞도록. 비빔밥 비비듯 하면 밥이 질어진다. 양념한 밥은 반드시 한 김 식힌 다음에 이용한다. 뜨거운 채로 김밥을 말면 수분 때문에 김이 눅눅해지고, 너무 차가우면 김이 붙지 않고 밥알이 딱딱해진다. 김밥용 김은 새카맣다 싶을 정도로 밀도가 촘촘한 것으로 쓴다. 김도 앞뒤가 있어서 거친 면과 부드러운 면이 있다.

김발에 김을 올릴 때는 부드러운 면이 바닥에 닿도록 한다. 김에 밥을 올릴 때는 두께가 일정하게 골고루 펴서 올린다. 그래야 나중에 잘랐을 때 단면이 깨끗하고 김밥이 터지지 않는다. 자, 드디어 입맛에 맞는 재료를 올릴 차례. 단무지와 맛살, 깻잎, 햄, 어묵, 오이, 시금치, 당근, 우엉, 달걀, 묵은 김치…. 재료는 수도 없이 다양하다. 그러나 어떤 재료를 다듬건 길이는 일정하게, 물기는 최대한 없애도록 한다. 식용유에 볶은 재료는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없애야 나중에 김밥이 눅눅해지지 않는다. 오이처럼 물기가 많은 채소는 소금에 한 번 절여 쓰면 좋다. 햄과 어묵 등은 양념장에 살짝 졸이면 김밥에 간이 적당히 배고 씹는 맛이 좋아진다. 푸른색을 내기 위해 시금치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시금치는 김밥을 쉽게 쉬게한다. 여름에는 오이를, 겨울에는 시금치를 넣도록 한다. 김밥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재료인 달걀지단을 만들 때는 달걀 푼 물에 설탕을 살짝 넣으면 부드러워진다. 김밥을 썰기 전 칼을 잘 갈아놓는 것은 상식이다. 잘 간 칼을 김밥에 대고 단칼에 자른다.

밥이 질 때는 옆에 젖은 행주를 놓고 자를 때마다 칼날을 닦는다. 식촛물에 담갔다가 젖은 행주로 닦으면 더욱 깨끗하게 썰어진다. 다 쓴 김발은 물에 잠시 담가 밥알을 불린다. 이를 깨끗이 씻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야 썩지 않으며(대나무 재질이라서 쉽게 썩는다) 다음 번에 김밥을 말 때 김이 눅눅해지지 않는다. 김밥에 잘 어울리는 곁들임 국물로는 심심한 된장국이 제격이다. 10분 만에 된장국 끓이는 방법 하나. 냄비에 물을 붓고 양파와 대파, 고추 등을 넣어 우르르 끓인 다음 된장을 풀어 넣는다. 채소에서 우러 나오는 맛 때문에 국물 맛이 시원하다. 김밥과 함께 후루룩 마시기 편하게 채소는 모두 건져내고 실파를 송송 썰어 올리면 완성. 야유회나 소풍 날, 운동회 때처럼 김밥을 싸야 하는 날이면 엄마는 전날 밤에 모든 재료를 손질해놓고 잠자리에 들곤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어 한 줄 한 줄 꽉꽉 눌러가며 만든 김밥 맛이 문득 그리워진다. 이번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우리 아이들과 나의 즐거운 추억을 위해서 ‘우리집 표’ 김밥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고소한 김과 윤기 나는 밥이 관건
‘김밥마리’네 한주연 사장서대문에 있는 김밥마리의 한주연 사장은 김밥을 무척 좋아해서 5년 전 김밥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샐러드드레싱을 넣은 피망 김밥, 사과를 듬뿍 넣은 샐러드김밥, 청양고추를 넣은 매콤한 고추김밥 등 깔끔하고 영양 풍부한 열두 종류의 김밥은 주변 직장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김밥 만들기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식재료를 어떤 것을 쓰느냐가 맛있는 김밥을 만드는 관건이다. “먹기에 간편하고 생김새가 단순하지만 김밥 역시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제 맛이죠.” 한주연 씨네 가게에서는 김으로 유명한 광천에서 김을 주문한다. 김에 잡풀이 없고 촘촘하며 고소한 맛이 강하고 비린 맛이 없다고. 일반 김을 이용할 때는 한 번 구워 사용하면 비린 맛이 한결 덜하다고. 쌀의 경우 특정 지역에서 나는 것을 고집하진 않지만 갓 도정한 쌀을 사용한다. “도정 시기에 따라 밥을 했을 때 윤기가 다릅니다. 집에서도 지나치게 큰 포장보다는 3kg 단위로 포장된 쌀을 구입하시면 더 신선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김밥마리의 인기 비결은 좋은 재료를 쓴다는 주인장의 단순하지만 확실한 철학에 있었다.

한주연 씨가 알려주는 탄탄하게 김밥 마는 법
1 김발에 김의 부드러운 면이 아래로 가도록 놓고 김의 3/4 지점까지 밥을 펴서 일정한 두께로 올린다(사진 1). 이때 김 가장자리까지 밥을 골고루 펼쳐야 말았을 때 김밥 양쪽이 비어 보이지 않는다.
2 준비한 재료는 수분을 최대한 없애고 길이를 맞춰 밥의 한가운데 올린다(사진 2). 우엉이나 당근처럼 채 썬 재료도 일정한 두께로 올린다.
3
김과 김발을 동시에 당기면서 김발을 말아(사진 3) 꾹꾹 눌러 모양을 잡는다(사진 4). 한 손으로 김발을 든 상태에서 말아야 김발에 밥알에 붙지 않고 깨끗하게 말아진다.

특별한 나의 김밥집
홍보 담당자 김유선 씨의 서울깁밥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있는 서울김밥. 내용물이 많이 들어가고 무척 두꺼운 김밥으로 유명하다. 다른 김밥집에서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 문의 02-723-3391
요리연구가 노승혁 씨의 봉천동 김밥집 고등학교 시절 단골 당구장 옆에 있어 늘 갔다는 김밥집. 부추와 분홍 소시지, 단무지 세 가지만 들어가는 달걀말이김밥이 유명하다. 함께 나오는 짠지와 먹으면 그 맛이 예술이라고. 문의 02-883-1824
심현정 씨의 노란 김밥집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음식을 고를 때 여간 깐깐한 게 아니다. 부암동에 사는 심현정 씨도 마찬가지. 그러나 쌀을 비롯한 대부분의 재료를 친환경만을 고집하는 노란 김밥집은 믿을 수 있다고. 상호명과 전화번호가 없는 이 집은 부암동사무소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노란 간판 집이다.
여대생 김은정 씨의 보통사람 빡빡하게 짜인 수업 시간표 때문에 밥 거르기가 일쑤인 김은정 씨가 애용하는 보통사람은 이화여대 근처에 있다. 고기와 채소, 김 가루를 넣고 버무린 밥에 달걀을 입힌 달걀말이김밥은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문의 02-365-7889
증권맨 이재현 씨의 민지네 집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 있는 민지네 집의 김밥은 이재현 씨가 어릴 적부터 먹던 김밥이다. 정성껏 준비한 재료로 싼 김밥이 집에서 만든 것 같아 가족 모두 단골이다. 증권맨이 된 그가 아침을 거르고 나가는 날은 상가에 들러 김밥 한 줄을 챙긴다. 문의 02-555-4657
워킹맘 최원실 씨의 사랑김밥 평촌에서 사업을 하는 최원실 씨가 아이들 끼니를 제대로 못 챙길 때 애용하는 사랑김밥. 들어가는 속재료가 굵고 풍성하다. 쇠고기와 신선한 채소를 아끼지 않아서 늘 애용하게 된다고. 문의 031-421-1205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