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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에 어울리는 우리 술 더스틴의 전통주 채집기
전국의 산과 들, 바다로 직접 나가 토종 식재료를 채집하고 즉석에서 조리하는 팝업 레스토랑 ‘야생 식탁’으로 잘 알려진 미국인 셰프 더스틴 웨사Dustin Wessa가 한국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국의 제철 재료를 파인다이닝의 문법으로 조리하는 레스토랑 에빗Evett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며 전통주 페어링 코스를 총괄하는 그가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는 일곱 가지 우리 술.

더스틴 웨사 “벚꽃을 따서 소주를 담그고, 산에서 직접 캔 영지버섯으로 막걸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만들기도 쉽고, 재료와 빚는 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가 엄청난 한국 술에 매료되었죠.” ‘야생 식탁’의 채집 요리사 더스틴이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가 되었다. 그가 말하는 전통주의 매력은 다양한 맛과 향. 쌀과 누룩, 물만으로도 만드는 방식에 따라 그 풍미가 하늘과 땅처럼 다르고, 한국의 산과 들에서 나는 온갖 식재료를 사용하니 음식 맛을 돋우기에도 좋다. 하지만 섬세한 파인다이닝과 함께하기에는 대부분 전통주가 지나치게 달다. 식재료를 채집하러 산과 들, 바다를 헤매던 그가 지금은 파인다이닝과 멋지게 어울리는 드라이한 전통주를 찾아 전국의 양조장을 다닌다.



추사40, 충남 예산
직접 재배한 사과로 와인을 빚고, 증류해 프랑스 오크통에서 3년 숙성한 사과 증류주.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증류주인 칼바도스calvados를 연상시킨다.

“높은 도수에 비해 굉장히 부드러워 메인 요리와 매치하기 좋아요. 달지 않고 산뜻해서 물 한 잔과 함께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 요리와 페어링하죠. 크림을 올린 소르베나 파이 종류와도 잘 어울립니다.” 문의 예산사과와인(041-337-9584)


청명주, 충북 청주
재래종 찹쌀과 통밀을 저온에서 발효, 숙성시켜 만든 청주.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다.

“감칠맛이 무척 뛰어난 술입니다. 드라이하지는 않지만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아주 좋아 코스 앞부분에 배치하는, 부담 없는 술이지요. 육회나 비프 타르타르 등 담백한 쇠고기 요리나 크로켓 등 튀김 요리와 같이 먹으면 좋습니다.” 문의 중원당(043-842-5005)


석로주 순, 대전
석이버섯과 스물다섯 가지 생약초로 담근 약주. 세 번 담금 과정을 거쳐 석이버섯 효소를 첨가한 후 반년간 저온 발효한다.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만찬주.

“비 내릴 때 숲속 젖은 땅에서 나는 냄새랄까요? 은은한 풍미가 있어요. 버섯은 물론이고, 채소 요리와 특히 잘 어울립니다. 산에서 직접 따온 야생 버섯과 초콜릿으로 만든 디저트에 석로주 순을 곁들였는데, 호주에서 온 외교관이 평생 경험해본 가장 특별한 페어링이라고 칭찬하더군요.” 문의 석이원주조(042-485-5520)



모월 연, 강원 원주
지역에서 생산한 쌀과 밀누룩, 물만으로 만드는 청주. 두 번 담근 후 1백 일 이상 발효, 숙성시켜 완성한다. 산미가 특히 뛰어나다.

“굉장히 특이한 청주예요. 단맛이 전혀 없고, 신맛이 무척 강하죠. 풍미가 대체로 비슷한 사케에 비해 폭이 넓은 한국 청주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술입니다. 바닷가 모래에서 나는 산뜻한 흙 향도 느낄 수 있고요. 기름기 많은 생선 요리나 아귀 스테이크, 크림소스 조개 요리에 곁들이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겁니다.” 문의 주담(033-748-8008)


오메기 맑은술, 제주
직접 재배한 잡곡으로 만든 제주 전통 오메기떡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화이트 와인 잔에 마시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요즘 제일 좋아하는 술입니다. 화사한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비슷해요. 봄과 참 잘 어울리는 술이지요. 웰컴 드링크로 샴페인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향긋하고요. 오메기떡으로 만드니 전통주 특유의 누룩 향이 거의 없지요. 가벼운 해산물과 오리, 닭 요리와 페어링합니다. 친구와 테라스에서 한잔하기에도 그만이에요.”문의 제주술익는집(064-787-5046)


녹고의 눈물, 제주
오가피 발효주. 5년 이상 된 제주도의 섬오가피 뿌리로 만든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절벽에서 오가피를 캐다 누이를 잃은 녹고의 전설에서 이름을 땄다.

“숙성을 무척 잘해서 오가피 특유의 톡 쏘는 향을 부드럽게 매만진 술입니다. 독특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향을 지니고 있어, 깻잎, 다슬기 등 향이 강한 재료로 만든 요리와 매치하기 좋습니다. 산에서 캔 채소 뿌리를 직화구이해서 녹고의 눈물에 곁들였는데 향기롭게 어울리더군요.” 문의 토향(064-796-2521)


오희, 경북 문경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만찬주로 선정된 오미자 막걸리. ‘다섯 가지 맛의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다섯 가지 맛이 함께 있는 오미자는 술로 빚으면 음식과 페어링하기 까다롭지요. 맛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한약재에서 느껴지는 쓴맛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오희는 오미자 고유의 상큼한 향을 살리면서도 한약재 같은 쓴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잔을 비우면 절로 다음 잔을 부르는 기분 좋은 막걸리이지요.” 문의 문경주조(054-552-8252)

글 정규영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 스타일링 이윤혜(사이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