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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여섯 가지 차 분류법
차의 세계는 바다처럼 넓고 깊어서, 힘을 빼야 흥미를 잃지 않고 오래 즐길 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는 찻잎의 가공 방법과 발효 정도에 따라 여섯 가지로 나눈다. 차라면 녹차와 홍차 정도만 알고 있던 초보자를 위해 간단하게 특징을 정리했다.

같고 또 다른 한·중·일 차문화
5세기에 민간 음다 풍속이 생겨날 정도로 차가 일찍 발달한 중국은 넓은 땅만큼 토양과 기후가 다양해 여섯 가지 차를 자연 재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차를 재배하고 만드는 과정을 중시해 지역마다 고유한 맛이 있어, 차를 즐기는 이들끼리 차를 마시고 산지와 공장을 맞히는 문화가 있다. 일본은 손동작부터 건축물까지 차의 철학을 반영한 법칙과 문화를 견고하게 쌓아왔다. 우리 조상 역시 차를 벗하며 풍류를 즐겼으나 그 문화가 점점 잊히다가 ‘힐링’ ‘휴식’을 중요시하는 시류를 타고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세 나라가 중시하는 차 문화는 언뜻보면 다른 듯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즐기는 차의 본질을 따라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달해 공통점이 많다.


봄을 닮은 차 녹차
어린 찻잎을 채취해 발효가 일어나지 않도록 돌솥에 넣고 바로 덖거나 찐 뒤 비벼서 모양을 만든 후 건조한다. 차를 우렸을 때 색깔이 연한 녹색을 띠면 비발효차다. 산뜻한 향과 어린 찻잎의 씁쓸한 맛이 특징인 녹차는 날씨가 추웠다가 따뜻해지는 3~4월쯤 마시기에 좋다. 또 소화를 돕고 기름기를 제거해주어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선한 맛이 떨어지므로 소량 포장된 제품을 자주 구입하기를 추천하며, 구매량이 많을 경우엔 잘 밀봉해서 냄새나지 않는 냉동고에 보관하면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녹차 고유의 신선

열을 잡는 차 백차
차 우린 물이 거의 투명하며, 약발효차라고 한다. 차의 어린 싹에 붙어 있는 솜털이 차 만드는 과정에서 흰 털로 보이는데 이를 백호白毫라고 한다. 차나무의 어린 싹을 따서 넓은 망이나 선반 위에 시들도록 둔 채 그대로 건조해 만든다. 인위적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맛과 향이 순한 편이다. 또한 차를 만드는 과정에 불을 사용하지 않기에 성질이 차가우며, 몸에 불필요한 열을 식힌다. 피부 염증을 예방하는 효능도 있어 명품 브랜드 샤넬에서 중국 푸딩(복정) 지역의 백차 추출물로 진정 크림을 출시했다. 숙성될수록 찬 성분이 강해지며, 생산한 지 얼마 안 된 백차는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

향긋하고 산뜻하게 청차
부분발효차로 발효 정도에 따라 찻물이 옅은 녹색부터 금색, 주황색, 담홍색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흔히 알고 있는 우롱차도 여기에 속한다. 선선하게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말린 찻잎을 바구니에 담아 가볍게 흔드는데, 이때 생기는 찻잎 간의 마찰열이 세포막을 파괴하고 미세한 발효를 유도한다. 보통 꽃향기와 과일 향이 나고 향의 강도는 백차와 홍차의 중간쯤이다. 우롱차 중 하나인 안개철관음은 산화도가 낮은 쪽에 속하며, 밝고 화사한 꽃 향과 부드러운 우유 향이 나서 여름에 마시면 잘 어울린다. 무이암차는 우롱차 중 산화도가 높고 열을 가하는 홍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구수하고 달큼한 맛이 난다.



따뜻한 겨울 내음 홍차
발효 정도는 85% 이상으로 강산화발효차라고 구분하며, 차를 우려낸 물의 색깔이 붉다. 찻잎이 함유한 폴리페놀 성분을 산화한 뒤 건조 보관해 만든다. 차를 우리기 전에는 홍차 잎이 검은빛을 띠어 서양에서는 블랙티라고 부른다. 청차처럼 잘 익은 과일의 단맛, 화려한 꽃 향이 나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치먼(기문) 지역에서 나는 기문 홍차는 단맛이 별로 없고 중후한 맛이 난다. 윈난(운남) 홍차는 군고구마처럼 구수한 단맛이 특징. 홍차는 대체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몸이 찬 사람도 즐겨 마실 수 있다. 추운 겨울,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먹을 차를 고른다면 홍차가 제격이다.

쌉쌀함을 덜어내다 황차
찻잎과 찻물이 모두 황색인 경산화발효차. 녹차를 만들 때처럼 채엽하자마자 솥에 덖거나 쪄서 효소를 파괴한 뒤, 종이나 천으로 찻잎을 싸 습도와 온도에 의해 미생물 번식을 유도해 약하게 발효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녹차의 쓰고 떫은맛이 줄고, 부드러우면서 구수한 맛이 난다. 하지만 그 맛 차이가 미묘해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녹차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생산자가 적고, 가격이 높은 편이다. 마오쩌둥이 생전에 즐겨 마셨다고 알려진 군산은침차가 황차의 대표적 차다.

숙성한 차의 깊이감 흑차
미생물발효차로 흑갈색을 띠는 흑차는 차를 우렸을 때 여섯 가지 차 중 가장 색이 짙다. 보이차가 여기에 속한다. 찻잎이 완전히 건조되기 전에 쌓아놓고 물을 뿌려 미생물이 자연스럽게 번식해 후발효가 일어나도록 만든다. 깊고 풍부한 향미가 특색인데, 숨구멍이 있는 다기를 활용해 마시면 더욱 부드럽다. 저장 기간이 길수록 고급 차이며 잎 차보다는 덩어리로 만든 고형 차 형태로 저장한다. 특히 보이차 생차는 체내 기름기를 제거하고 소화를 도우므로 과식했을 때 개운하게 마실 수 있다. 오랜 시간 발효를 한 보이차 숙차와 육보차의 경우 몸을 따뜻하게 해주니 추운 날 마시면 좋다.

이세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