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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메 2018이 초청한 셰프 3인 지구를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미식
‘지구를 살리는 미래의 식탁’이라는 주제로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고메 2018이 열린다. 셰프와 생산자, 미식 전문가가 한데 모여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당대를 대표하는 셰프가 창의적 메뉴로 구현하는 미식 축제. 행사에 앞서 서울고메 2018에 참여하는 자연주의 셰프 3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댄 헌터, 농가 레스토랑 브래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과 실험적 파인 다이닝을 결합하다

2017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린 농가 레스토랑 브래의 오너 셰프 댄 헌터.


브래 레스토랑의 안과 밖. 3만 7천 평 부지에 레스토랑과 농장, 숙박 시설이 자리한다.

순무의 일종인 파스닙parsnip과 사과로 만든 디저트.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 높은 메뉴다.
호주를 대표하는 스타 셰프 중 한 명인 댄 헌터Dan Hunter의 ‘브래Brae’는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빅토리아주 멜버른 근교, 강물이 흐르고 초원으로 둘러싸인 3만 7천여 평 규모의 농장을 개조한 그곳에서 그는 레스토랑과 농장, 게스트 하우스를 모두 운영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과 함께 자연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레스토랑과 숙박 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지요.” 그는 브래를 농가 레스토랑(farmhouse restaurant)이라 부른다. 브래의 스태프는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닭·오리 등 가금류를 키워 조리에 활용한다. 화학비료 없이 친환경적 방법으로 작물과 가축을 돌보고 수확하는 경험은 주방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식재료 지식과 새로운 기회, 가능성으로 이들을 이끈다고. “비록 손이 많이 가고 수확량도 줄어들 수 있지만 이러한 방식이 토양에도 좋고 고객과 저희 스태프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한 곳인 스페인 무가리트스Mugaritz의 주방 보조로 시작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불과 1년 만에 주방을 책임지는 헤드 셰프(chef de cuisine)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경력을 지닌 댄 헌터는 미식을 넘어 자연과 함께하는 총체적 경험을 선사하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고향인 호주로 돌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에 드는 농장를 발견하고 브래의 문을 연 것이 2013년 12월.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요리하는 슬로푸드를 지향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빨랐다. 2017년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목록에 올랐고, 페란 아드리아와 레네 레제피 등 최정상급 셰프와 함께 작업하는 예술 전문 출판사 파이돈Phaidon에서 레시피와 요리 철학을 담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댄 헌터의 요리 원칙은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것,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 무엇보다 풍미를 중시하는 것’이다. 자연에 둘러싸인 부담 없는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면 최소한만 조리한 자연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미식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적 메뉴로 잘 알려진 무가리트스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운 그는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새롭고 독특한 메뉴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시그너처 메뉴 중 하나인 얼린 굴(iced oyster)은 굴로 만든 아이스크림에 말린 해초를 가루 내어 뿌린 것. 설명만으로는 쉽게 맛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서울고메 2018에서 브래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니 그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포울 안드리아스 시스카, 레스토랑 콕스
전통 발효 음식으로 세계 미식의 지도에 페로 제도를 새겨 넣다

지난 2017년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 콕스의 헤드 셰프 포울 안드리아스 시스카. 지역 식재료 본연의 성향을 드러내는 단순한 요리를 추구한다.

콕스 레스토랑 외관. 페로제도에선 비와 추위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지붕에 잔디를 깐다.

장기 발효한 양고기를 양파와 링곤베리, 타임잎으로 장식했다.

파슬리 소스를 곁들인 대구와 섭조개찜.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사이에 위치한 열여덟 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페로제도(Faroe Islands). 덴마크 자치령으로, 섬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경주시와 비슷하지만 국토 대부분이 척박한 산악 지대라 인구는 5만여 명에 불과하다. 북해의 이 작은 섬나라에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있다. 29세의 젊은 셰프 포울 안드리아스 시스카Poul Andrias Ziska가 이끄는 ‘콕스Koks’다. 페로제도에서 나고 자라 조국 역사상 최초의 미쉐린 스타 셰프가 된 포울 안드리아스 시스카. 북유럽 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콕스의 음식을 “페로제도의 문화와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단순한 요리”라고 담백하게 소개한다. 페로제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9세기경의 일. 미지의 바다를 개척하던 바이킹의 후손인 이곳 주민들은 춥고 변덕스러운 기후와 척박한 토양,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환경 속에서 독특한 식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초원에서 자라는 양과 바닷새 고기, 새알, 다양한 해산물 등이 이들의 주요 식재료. 잦은 강풍과 호우로 소금을 생산할 수 없어 염장이 불가능한 이곳에선 고기와 생선을 오래 저장하기 위해 독특한 발효 기법을 개발했다. 낚싯줄에 식재료를 매단 후 처마에 걸어놓아 박테리아가 번식하면서 자연 발효하도록 장기간 건조하는 것. 인근 바다에서 잡는 신선한 해산물과 장기 발효로 생성한 진한 풍미는 열여덟 가지에서 스무 가지 음식으로 구성하는 콕스 테이스팅 메뉴의 근간이 된다. 척박한 토양과는 반대로 주변 바다가 지나치게 풍요롭기 때문이었을까? 많은 나라에서 고급 식재료로 쓰는 성게와 바닷가재, 다양한 조개류 등을 이곳에선 생선을 잡기 위한 미끼나 가난한 사람만 먹는 싸구려 먹거리로 여겼다. 포울 안드리아스 시스카가 셰프로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는 페로제도에서 나는 해산물의 진정한 가치를 자신처럼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맛보여주는 것. “지역 주민이 콕스에서 털담 치(horse mussel, 홍합의 일종) 요리를 맛보고 ‘집에서는 어떻게 요리하면 되나요?’라고 물어올 때 가장 기쁩니다. 그이가 다음번에 시장에 가면 수입하거나 가공한 식재료 대신 신선한 털담치를 구입해 직접 요리할 테니까요.” 페로제도 역사상 최초의 미쉐린 스타 셰프라는 칭호보다 고향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그의 생각이 무척 청신하다. 완전히 다른 발효 음식 문화가 있는 한국을 찾는 건 처음이기에 이번 서울고메 2018이 더욱 기대된다는 포울 안드리아스 시스카 셰프는 ‘사냥, 발효, 신선함’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메뉴를 구성할 계획이다. 페로제도의 독특한 식문화를 한국의 미식가들에게 알리는 것도 목표 중 하나.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구를 살리는 미래의 식탁’이라는 이번 행사의 주제가 가슴 깊이 다가왔지요. 단순히 맛있는 식사를 넘어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앞으로 미식의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 레스타우란테 마카 데 카스트로
요리는 농부가 뿌린 씨앗에서 시작한다는 철학으로 식재료의 본질을 강조하다

셰프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 지난 2012년부터 미쉐린 스타 셰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동생 다니와 함께 운영하는 레스타우란테 마카 데 카스트로 내부.

허브를 곁들인 성게와 해삼 요리.

삶은 콩과 염소 치즈에 아몬티야도 셰리주과 올리브유를 곁들였다.
‘스페인의 보석’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섬, 마요르카Mallorca에서 나고 자란 셰프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Macarena de Castro의 가족은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미술학도이던 그는 섬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여름엔 가족을 도와 일했고,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겨울엔 스페인 각지의 세계적 셰프를 찾아가 요리를 배우며 새로운 미식 세계를 경험했다. 요리를 소개하기에 앞서 마요르카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 “나는 마요르카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자연과 높은 수준의 식문화가 함께하는 환경에서 자라왔지요. 제 요리의 본질은 마요르카를 접시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마늘과 올리브유를 기본으로 돼지고기와 생선, 채소 등을 풍부하게 활용하는 마요르카 음식은 지중해 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섬에서 나는 풍요로운 식재료와 오랜 역사로 형성한 전통 레시피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하는 새로운 마요르카 미식의 선두에 셰프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가 서 있다. 여성으로서 마요르카섬 최초의 미쉐린 스타 셰프가 된 지금도 마카레나 데카스트로는 가족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에 ‘레스타우란테 마카 데 카스트로Restaurante Maca de Castro’에서는 메뉴를 한 달에 두 번꼴로 바꾼다. 셰프로서 그는 음식에 최고의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고, 어떠한 왜곡 없이 식재료의 풍미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요리를 목표로 삼는다. 그의 열정은 주방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가 영감의 원천으로 첫손 꼽는 것은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부와의 친밀한 관계. ‘요리는 농부가 뿌린 씨앗에서 시작한다’는 철학을 지닌 그는 제철 식재료의 순수한 맛을 표현하기 위해 인근 농부들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때로는 함께 땅을 일구기도 한다. 뉴욕의 한식당에서 맛본 채소 요리의 맛에 매료된 경험이 있다는 마카레나 데 카스트로는 서울고메 2018을 통해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한식을 경험하고 익히려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식재료의 본질을 강조하는 극도로 단순한 조리법 속에 새로운 조합과 복합적 풍미를 숨겨놓은 그의 요리가 무척 기대된다. “여행을 가면 아주 작은 재래시장에 가서 그 지방에서 나는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해보세요. 자연은 틀림없이 근사한 선물을 되돌려줄 겁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과연 늦가을 서울에서 어떤 식재료를 발견할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미래의 식탁을 구현하다,
서울고메 2018


서울고메는 세계 최정상급 셰프와 미식 전문가가 교류하는 국제 푸드 페스티벌이다. 올해 주제는 ‘지구를 살리는 미래의 식탁(Feeding the Planet)’으로, 환경과 생태를 보존하는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논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메뉴와 조리법을 구현한다. 앞서 소개한 셰프 세 명 외에도 자연 방사 거위 농장을 운영하는 스페인의 농장주 에두아르도 소사, 이탈리아 최고의 쌀 아퀴렐라를 생산하는 농부 움베르토 론돌리노 등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서울고메 2018의 모든 프로그램은 올레TV와 네이버TV를 통해 방영하며, 스페인 공영방송과 함께 동일한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글 정규영 기자 | 자료 협조 서울고메조직위원회(seoulgourmet2018.modoo.at)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