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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 新포장마차
찬찬히 옛 영화榮華를 뒤로하고 사라질 준비를 하는 포장마차의 인기 메뉴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다.포장마차는 오랜 시간 서민의 곁을 지켜온 위로의 공간이지만,우리 시대 한 켜를 담당한 당당한 음식 문화이기도 하다. 기억하면 역사가 되지만,행동하면 현재가 되는 법. 잊히지 않고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을 담아 제안한다.

포장마차의 솔 푸드라 할 수 있는 국수. 그 맛을 더욱 살려주는 훌륭한 반찬이던 단무지를 무과 식물인 콜라비를 이용해 현대적 사이드 메뉴로 재해석했다. 천연 단맛을 내는 허브인 스테비아로 절임물을 만들고, 노란 단무지는 말려서 파우더로 만든 뒤 고춧가루, 참기름과 함께 콜라비 단무지 위에 고루 뿌렸다. 콜라비 단무지를 올린 남색 접시와 국수를 담은 검은 볼은 모두 에델바움, 류연희 작가의 동 소재 주전자는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포장마차는 시대의 현장이었다
가까운 후쿠오카에 가면 포장마차가 아주 유명하다. 도시의 명물로 공식 소개될 정도다. 나카스 강변에는 수십 대의 포장마차가 호객을 한다. 물론 관광객용이다. 시민들은 텐진 거리에 저녁이면 나타나는 포장마차, 즉 야타이(屋台)를 주로 간다. 이것도 이제는 사실 시대의 유물이다. 현재의 업주가 그만두면, 임대하거나 전대, 상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즉, 최후의 포장마차인 것이다. 후쿠오카에서 멀지 않은 구마모토역 앞에 가면 작은 금속 조각상이 있다. 최초의 라멘 포장마차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포장마차는 일본 역사에서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우리가 잘 아는 덴푸라, 스시도 처음에는 포장마차에서 팔았으니까. 이런 포장마차 문화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으로 건너왔다. 주로 일본 우동, 어묵, 술을 팔았다. 일본이 패망하고 한국은 전쟁을 겪었다. 이후 포장마차는 한국인에게 매우 중요한 현장으로 변했다. 물자는 모자라고, 번듯한 가게는 별로 없었다. 포장마차가 그 틈을 메웠다. 1970년대부터는 단속을 많이 당했고, 심지어 포장마차째 트럭으로 압수되기도 했다. 포장마차는 한국인 식생활의 한 단면을 차지했다. 떡볶이를 팔았고, 어묵탕과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간이식당이었다. 또 술집이기도 했다. 1차는 물론 주로 ‘딱 한 잔 더’를 담당하는 최후의 거점이었다. 도시의 후미진 곳, 주택가 골목 앞에 카바이드 등을 켜고, 나중에는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한 간이 전구를 켜고 영업했다. 포장마차 안주는 한 시대 음식의 켜를 이루었다. 껍질은 일본으로 수출하거나 핸드백의 재료로 쓰면서 고기는 소용을 못 찾던 곰장어가 부산 일대에서 매운 고추장 세례를 받아 번듯한 안주가 되었다. 수출입국을 상징하는 안주로 곰장어만 한 것이 없었다. 곰장어 요리 자체가 수출로 인해 탄생한 신시대의 요리였다. 속이 헛헛한 서민들을 위한 국물 요리인 어묵탕은 포장마차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메뉴였다. 싸구려 잡어로 만든 어묵에 ‘미원’이 없었다면 그 시대는 더욱 추웠을 것이다. 시대는 새로운 요리를 탄생시켰고, 우리는 그것을 먹으면서 곤란한 노동의 시대를 견뎌냈다. 포장마차는 도시를 위무하는 노란 등불 같았다. 거기에서 사람들은 한잔 술로 위로받고, 어묵과 싸구려 안주를 씹으며 세상과 싸웠다. 여수에서 40년 가까이 포장마차를 하며 지역 최고의 명물이 된 한 가게가 있었다. 41번 포차라는 숫자로 남은 걸작이었다. 여수에서 해산물을 가장 잘 요리한다는 집이었다. 두 해 전, 41번 포차는 그 현장을 떠나 가게를 얻었다. 겨울의 삭풍과 여름의 비와 더위를 더는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노라고 했다. 여수 밤바다 앞의 운치 있는 포장마차는 그렇게 사라졌고, 다른 장소에서 실내 포차로 변신했다. 이제 포장마차는 사실상 옛 역사를 이어가기 어렵게 되었다. 합법적인 가게 자리가 많이 개발되면서 더 이상 불법의 굴레를 쓰고 영업하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차라리 유럽이나 일본처럼 정식 허가를 내주어서 포장마차를 유지할 수는 없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포장마차에서 유행한 메뉴를 ‘실내포차’라는 일종의 이미테이션 공간에서 맛볼 수 있다. 홍합탕(당시에는 물론 공짜였지만), 곰장어구이, 돼지 오돌뼈 같은 전설이 이어지고 있다. 포장마차는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안주 굽는 푸른 연기를 피워 올릴 것이다.

박찬일(로칸다몽로 셰프, 음식 칼럼니스트)
가락국수, 볶음우동으로 거듭나다
흔히 포장마차는 서민의 애환이 서린 곳으로 추억된다. 밤늦은 퇴근길 도시 근로자들이 얄팍한 주머니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술 한잔과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며 일상의 고단함을 견뎌내던 서민 주점이었던 것이다. 이때 우동, 바로 가락국수는 인기 메뉴이자 대표 음식이었다. 지금처럼 튀김이나 어묵 같은 화려한 고명은 없었지만, 그 시절 우동에는 유부와 쑥갓이 듬뿍 들어갔고 김 가루가 가득 올려졌다. 국물과 함께 후루룩 넘어가던 가락국수의 맛과 식감도 그 나름대로 좋지만, 고명으로 올리던 재료들까지 한 입에서 어우러지면 또 다른 별미가 될 것이다. 김 가루, 멸치 육수, 들깻가루, 버터로 만든 소스로 유부와 면을 볶아 볶음우동으로 만들었다. 쑥갓을 곁들여 함께 먹으면 옛 포장마차의 가락국수가 한 음식이 되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김 소스로 버무린 볶음우동을 담은 베이지 옻칠 볼과 그 옆의 레드 옻칠 앞접시는 허명욱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닭발, 편육으로 즐기다
포장마차의 대표 음식을 보면 닭발, 닭똥집(닭근위), 돼지오돌뼈 등 잘 먹지 않는 부산물로 만든 것이 꽤나 많다. 심지어 예나 지금이나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음식들로, 최근에는 식품 브랜드에서 ‘혼술족’을 대상으로 선보인 포장마차 콘셉트의 가정간편식에서도 주요 메뉴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닭발은 호불호가 확실한 식재료인 만큼 포장마차에서 즐기던 구이 형태는 아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편육으로 제안했다. 그 대신 매콤하게 양념해서 불 맛으로 즐기던 닭발구이에 대한 향수를 녹여내고자 삶은 닭발을 직접 나무 장작에 구워 조리했다. 직화로 구운 닭발에 닭곰탕과 닭살을 넣고 같이 조려서 편육을 만든 후 제철인 참외, 참나물, 오이 등을 샐러드로 곁들였다.

빈티지 라디오 양 옆의 오렌지 컬러로 옻칠한 앞접시는 허명욱 작가 작품, 닭발편육과 샐러드를 올린 모던한 블랙 접시는 김정옥 작가 작품으로 모두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홍합탕, 특식 파피요트로 재탄생하다
그 옛날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공짜로 나오는 기본 안주가 홍합탕이었다. 뜨겁고 뽀얀 국물이 하루의 시름을 다 녹이고도 남을 만큼 시원했기에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음식이기도 했다. 늦은 밤 시간, 가벼운 주머니에 소주 반 병을 시키고도 달게 술을 마실 수 있는 이유였다. 홍합탕은 기본 안주였지만 같은 갑각류인 꽃게탕 등은 포장마차에서 즐기던 별미 요리로 인기였다. 홍합과 꽃게를 주재료로 우리의 탕류를 서양식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해산물 본연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담기에는 파피요트papillote만 한 것이 없을 터. 프랑스어로 파피요트는 ‘사탕을 싸는 포장지’란 말로, 요리를 종이로 싼 모양이 이와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만드는 방법은 홍합탕과도 비슷하다. 다진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홍합과 꽃게,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볶고, 마지막에 멸치 육수를 넣어 감칠맛을 더한 후 음식을 내기 전 뜨겁게 데워 방울토마토와 함께 유산지에 담아냈다.

홍합꽃게파피요트를 담은 남색 오벌 접시는 에델바움 판매.

부추전과 연탄불고기, 하나가 되다
포장마차의 음식들은 싸구려 음식으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는 미식美食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즐기던 ‘완벽한’ 음식을 꼽자면 전을 빼놓을 수 없다. 굶주리고 헐벗던 시절 서민들의 출출한 배를 채워주는 요긴한 먹을거리이던 전은 웬만해서는 맛있을 수밖에 없는 음식인 것.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전 위에 연탄석쇠불고기를 올려 먹으면 더욱 푸짐한 안주가 된다. 포장마차는 지역마다 안주가 제각각이기도 했는데, 오늘날 지역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들이 허다하다. 그중 석쇠불고기는 양념한 고기를 연탄불 위에서 구워낸 것으로, 여전히 대구의 대표 먹거리로 인기다. 한국인은 고기를 먹을 때 부추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 부추전 위에 불고기 양념장으로 재운 쇠고기 우둔살을 장작에 구워 올렸다. 완벽한 두 음식이 하나 되어 조화로운 별미로 더할 나위 없다.

오렌지 컬러로 옻칠한 얕은 볼과 젓가락이 놓인 짙은 녹색 옻칠 앞접시는 허명욱 작가 작품, 석쇠 불고기 올린 부추전을 담은 매트한 질감의 블랙 접시는 김정옥 작가 작품으로 모두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어묵탕, 고급스럽게 변모하다
떡볶이를 팔던 간이식당부터 술집까지, 포장마차라면 어디서든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음식이 어묵탕이었다. 생선살을 으깨어 넣고 반죽해 익힌 어묵(일본어로는 가마보코(蒲 )로, 혼용해 쓰는 오뎅은 두부구이에서 기원한다)은 일본 무로마치 시대에 등장한 음식으로, 일본에서도 서민이 즐기는 간편식부터 최고급 요리인 가이세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에 착안해 일본 가이세키 요리 중 맑은국인 스이모노(吸物)방식으로 즐기는 어묵탕을 제안했다. 생선살로 어묵을 직접 만들어 넣고, 작은 볼에 담아 그야말로 ‘작은 사치’를 만끽할 수 있는 음식으로 변모시킨 것. 만드는 데도 손이 이만저만 많이 가는 것이 아니지만, 고급 요리로서 어묵탕은 또 다른 멋과 맛이 있다. 대구살에 제철인 장어살, 밀가루, 달걀을 넣어 어묵을 만들고, 대파 흰 부분을 넣은 소금물에서 천천히 익힌 후, 대구살과 장어뼈를 우린 국물에 무, 다시마, 마늘, 생강, 국간장을 넣어 만든 스이모노 국물에 어묵과 순채를 곁들여 넣으면 완성이다.

어묵 스이모노가 1인 분량으로 담긴 흑유 볼은 이능호 작가 작품, 그 앞의 수제 어묵을 올린 짙은 녹색 옻칠 앞접시는 허명욱 작가 작품으로 모두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달걀말이와 달걀찜, 커스터드로 녹여내다
포장마차의 음식은 투박하지만 하얀 도화지에 빨간 크레용으로 칠한 듯 ‘임팩트’가 있었다. 한데 은근한 매력으로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 있으니, 바로 달걀말이와 달걀찜이다. 재료를 고급화하거나 퓨전으로 안주를 내는 등 오늘날에 맞게 변화하는 실내 포장마차에서처럼 치즈나 날치알 등의 푸짐한 토핑은 없었지만, 대파만 송송 썰어 넣은 달걀말이와 달걀찜은 촉촉한 맛이 그야말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커스터드 댤걀은 달걀말이와 달걀찜, 이 두 요리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으로 프랑스에서는 브런치로도 많이 즐기는 음식인 만큼, 여성들이 즐기기 좋은 현대식 안줏거리로도 제격이다. 최근 1~2인이 즐길 정도로 요리의 양이나 사이즈가 작아지는 외식 트렌드를 반영해달걀 껍데기를 볼로 사용했으며, 제철인 완두콩을 삶아 맨 밑에 깔고, 달걀과 머스터드 등을 에스푸마espuma(거품이나 무스를 뜻하는 스페인어) 기법으로 만든 커스터드를 올린 다음 베이컨구이와 파래 가루를 올렸다.

커스터드 달걀을 담은, 군더더기 없는 모양의 남색 오벌 접시는 에델바움 판매.

꽁치구이, 무국적 에스카베체가 되다
꽁치는 예로부터 국민 생선이라 할 만큼 서민 밥상의 단골 반찬이자 술안주였다.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생선구이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석쇠에 직화로 구워 은은하게 나는 불 향과 바다 향이 일품이었을 터. 하지만 꽁치는 등 푸른 생선과라 비린 맛이 제법 난다. 이 단점을 보완하고자 식초에 절인 지중해식 생선 요리인 에스카베체escabeche로 만들어 구이에서 부족한 산미도 채우고자 했다. 쉽게 말해 구운 꽁치를 볶은 채소와 함께 초절임한 것. 여기에 고수·구운 청피망·토마토·양파·케이퍼 등을 다져 넣고 라임 주스, 라임 제스트, 피시 소스, 올리브유, 설탕, 후춧가루 등과 함께 섞어 만든 태국식 드레싱을 곁들여 여름의 시원하면서 산뜻한 맛을 더했다. 그야말로 다양한 요리와 재료를 더해 장르를 불문해 선보인 무국적 요리로, 최근 ‘맛있는 음식’에만 집중하는 요리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젓가락이 꽂혀 있는, 동으로 만들어 옻칠한 컵은 허명욱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판매.

장어구이, 한국식 타파스로 제안하다
포장마차 음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허기는 허기대로 술은 술대로 풀리는 풍미를 지닌 것이 대부분이다. 그중 애주가의 사랑을 흠뻑 받은 음식이 다름 아닌 곰장어구이다. 소금만 뿌려 담백하게 구워 먹거나 산 채로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었는데, 특히 여름이 제철인 곰장어는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몸과 마음의 보양식이기도 했다. 장어는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대표 보양 재료이다. 제철 장어를 오늘날의 ‘혼밥’ ‘혼술’ 문화에 걸맞게 한국식 타파스로 제안했는데, 바삭한 감자 칩 위에 구운 장어를 올리고, 훈제 장어로 만든 소스와 매실장아찌, 초생강 파우더를 올린 다음, 너트메그 가루로 마무리해 감칠맛을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했다. 시쳇말로 ‘원샷’을 즐기는 한국인의 술 문화에도 잘 어울리는 한 입 안줏거리라 할 수 있다.

장어 스낵을 올린 매트한 질감의 블랙 접시는 김정옥 작가 작품으로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 산뜻한 오렌지 색감의 오벌 접시는 에델바움 판매.

소품 협조
에델바움(02-706-0350),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02-541-8484)

글 신민주 | 사진 이우경 기자 | 요리 김봉수(도마DOMA 셰프,02-6925-4894) | 스타일링 민송이ㆍ민들레( 7doors) | 어시스턴트 성희진ㆍ심민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