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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위의 푸른 들판 쑥버무리 따뜻한 봄날에 만드는 핸드메이드 간식
따사로운 봄기운을 품은 바람이 불어오는 3월. 온몸으로 ‘나 왔노라’ 하고 외치는 봄과 함께 온 천지가 푸릇푸릇해진다. 회색빛 아스팔트에서도 여린 잎사귀들이 빼곡하게 고개를 내민다.
푸른 기운이 손바닥만큼이라도 남아 있는 곳에서는 밥상에 놓을 나물을 뜯는 사람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맘때 가장 많이 나는 식물이 바로 쑥이다. 쑥은 날이 갈수록 쑥쑥 자라 잎도 줄기도 질겨지기에 잎이 막 돋기 시작하는 3월에 즐겨야 가장 향이 부드럽고 씹는 맛도 적당하다. 흙의 건강한 기운을 머금은 쑥을 국이나 된장찌개에 넣으면 향긋함을 더하고, 떡으로 해 먹으면 봄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다. 쑥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음식이 쑥버무리. 쑥설기라고도 하는 이 음식은 쑥과 멥쌀가루를 이용한다. 으레 떡이라 하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쑥버무리는 오히려 만들기가 간단하다. 쑥버무리는 특히 쑥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으로, 쑥에 멥쌀가루를 살살 뿌려 찌기만 하면 완성. 그런데 재미있게도 집집마다 김치찌개의 노하우가 다르듯 쑥버무리도 모양이나 맛이 천차만별이다.

양반가에서 먹던 소위 ‘점잖은’ 쑥버무리를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다음은 한식 요리 연구가 박종숙 씨가 알려주는 쑥버무리의 기본 원칙. “쑥의 여린 잎 부분만 이용해야 부드러워요. 줄기가 들어가면 질겨집니다.” 또한 ‘멥쌀가루는 쑥에 코팅하는 정도’로 적게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멥쌀가루 양이 너무 많으면 쑥 향기를 즐길 수 없기 때문. 즉 멥쌀가루는 쑥이 뭉쳐지게 하는 접착제 역할만 할 뿐이다. 따라서 멥쌀가루를 뿌릴 때는 체에 올려서 톡톡 치듯 골고루 넓게 흩뿌려야 한다. 손으로 뒤섞으면 쌀가루 덩어리가 굵어지므로 젓가락을 이용하도록. 멥쌀가루가 고루 묻은 쑥은 김이 올라오는 찜통에 올려 익힌다. 지나치게 오래 익히면 산뜻한 초록색이 사라지고 씹는 맛도 질겨지므로 주의한다. 열기만 살짝 주어도 된다. 쑥이 한창 제철인 요즘 냉동실에 잘 보관해두면 일 년 내내 쑥버무리를 먹을 수 있다. 물론 캐자마자 만든 쑥버무리의 신선함은 따라올 수 없지만.

쑥은 삶아서 보관하도록 한다. 신선함을 유지하겠다고 살짝 데치면 오히려 색깔이 시커멓게 된다. 대신 물에 소금이나 식초를 넣고 삶으면 그나마 색깔이 푸르게 유지된다. 삶은 쑥은 물기를 완전히 짜지 말 것. 물기가 어느 정도 있어야 보관을 해도 질겨지지 않지, 수분이 다 빠지면 섬유소만 남아 더 질겨진다. 삶은 쑥은 덩어리째 뭉쳐 공기가 통하지 않게 비닐로 꽁꽁 싸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쑥버무리 한 접시면 봄을 느낄 수 있을 듯. 느긋하게 앉아 녹차 한 잔 곁들이면 입 안은, 아니 세상은 온통 향긋한 봄맛이다.


쑥버무리 만들기

재료
잎만 다듬어놓은 쑥 100g, 멥쌀가루 1/2컵, 소금 1/4작은술, 슈거파우더 약간

만들기
1 쑥은 깨끗이 씻은 뒤 체에 밭쳐 툭툭 털어 물기를 뺀다(사진 1).
2 멥쌀가루에 소금을 섞어 체에 내린다.
3 쑥을 넓게 펼치고 ②의 멥쌀가루를 체로 내려 골고루 뿌린다(사진 2). 멥쌀가루가 쑥에 잘 안 묻으면 스프레이로 물기를 뿌린다.
4 김이 오른 찜통에 젖은 면보자기를 깔고 멥쌀가루를 묻힌 쑥을 얹는다. 뚜껑을 닫고 센 불에서 5분 동안 찐다.
5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꺼내어(사진 3) 그릇에 담은 뒤 슈거파우더를 뿌린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