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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설탕에서 메이플 시럽까지 단맛 지혜롭게 이용하기
모유만 먹던 아이에게 분유 맛을 보여주면 다시는 엄마 젓 먹이기가 힘들다고 한다.밍밍한 맛에 길들여져 있던 아이에게 분유의 달콤함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 것이다. 단맛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에 깊이 인식되어 있는 ‘원초적 본능’ 아닐까. 그러나 살이 찌거나 건강이 나빠지거나 또는 이가 상하지 않을까 하는 ‘죄의식’ 때문에 우리는 달콤함을 멀리한다. 단맛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방법.
한 잔의 달콤한 보약, 꿀
꿀은 사람이 꽃에서 채취한 꽃꿀과 벌이 채취한 벌꿀, 두 종류가 있다. 이 중 영양소가 많은 쪽은 벌꿀(사진 5)이다. 벌이 꿀 1kg을 모으기 위해 찾아다니는 꽃이 5백60만 송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꿀을 꿀주머니에 저장하는 과정 중에 효소가 나와 프로폴리스 성분이 만들어진다. 항균 효과가 뛰어나서 천연 페니실린이라고 불리는 프로폴리스는 면역력을 강화시켜준다. 따뜻한 물에 꿀을 한 숟가락 듬뿍 타서 하루 한 잔씩 마시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지리산의 청정 지역에 자리 잡은‘한봉영농조합법인’(063-635-3470, 에서는 야생에서 채취한 벌꿀을 판매하고 있다. 꿀은 몸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요리에도 이를 이용하면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특히 벌꿀은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고기 요리에 넣으면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게다가 흡수력이 높아 육질 사이에 양념이 잘 스며드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70℃ 이상 되면 꿀에 들어 있는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파괴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음식에 윤기를 더하는 물엿과 조청
지금은 어느 집 부엌 찬장에나 있는 양념이 설탕이지만, 설탕이 귀하던 30~40년 전, 살림하는 여자들의 필수품은 물엿(사진 2)과 조청(사진 3)이었다. 물엿은 곡물에 엿기름(싹튼 보리를 말린 것으로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효소를 함유한다)을 섞어 뭉근한 불에 졸여서 만드는데, 묽은 상태를 조청, 수분이 날아가서 실처럼 늘어지는 상태를 물엿, 완전히 굳은 것을 엿이라고 한다. 떡볶이나 갈비찜, 조림 반찬을 만들 때 물엿이나 조청을 넣으면 윤기가 흐른다. 특히 멸치조림을 할 때 불 끄기 전에 물엿을 넣고 물을 살짝 더하면 바삭바삭하면서도 먹음직스러운 색감이 나온다.

팬케이크, 와플과 찰떡궁합 이루는 메이플 시럽
우리나라에서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약처럼 애용하듯, 캐나다에서는 과음한 후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피곤할 때 미지근한 물에 메이플 시럽(사진 1)을 타서 마신다. 메이플은 캐나다 퀘백 주와 미국 텍사스 주 등 북아메리아에 분포하는 단풍나무. 특히 캐나다에는 이 나뭇잎이 국가 휘장으로 쓰일 정도로 흔하다. 나무에 상처를 내어 받은 수액을 농축한 것이 메이플 시럽이다. 홍차를 즐기거나 쿠키, 빵 등을 구울 때 설탕 대신 메이플 시럽을 사용하면 진하고 풍부한 맛이 난다. 메이플 시럽은 팬케이크나 와플, 크레페 등과도 맛이 잘 어울린다. 메이플 시럽을 끓였을 때 수분이 날아가고 남는 결정이 메이플 슈거(사진 4)로 제과제빵에 설탕 대신 쓰인다. 피곤할 때 조금씩 먹어도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메이플 시럽과 메이플 슈거,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크림과 사탕 등은 는 ‘메이플 골드’(www.maplegold.co.kr) 또는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구입할 수 있다.

티타임을 위한 센스 넘치는 설탕
티파티에 초대받았을 때 테이블 위에 놓인 설탕 하나에도 집주인의 감각이 드러난다. 흰 가루설탕 외에 티타임을 위한 ‘패션 슈거’로 무엇이 좋을까? 프랑스 설탕 브랜드 ‘까나주’(02-2204-5900)에서 나오는 막대 형태의 스틱 설탕(사진 6). 나무 스틱에 설탕 덩어리가 뭉쳐 있어 이를 차에 넣고 저어 마시면 된다. 당도를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며 모양새가 독특하고 고급스럽다. 설탕에 녹색이나 분홍색, 주황색 등의 식용 색소를 입힌 컬러 설탕(사진 12)도 까나주의 베스트셀러. 티타임을 위한 설탕으로 각설탕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설탕 브랜드 ‘뮤제오’(02-2607-0918)에서 나오는 각설탕은 단맛이 적고 고소한 맛이 강하다. 흰색 각설탕(사진 7)과 갈색 각설탕(사진 8)이 있는데 맛이 깔끔한 흰 설탕은 연한 커피나 홍차 등에, 특유의 사탕수수 맛이 느껴지는 갈색 설탕은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등에 어울린다. 차돌처럼 맨들맨들하고 단단한 커피용 설탕(사진 13)은 뜨거운 차에 넣어 마시기에 좋다. 가루설탕과 달리 단번에 녹지 않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변하는 차맛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당뇨병과 비만 환자를 위한 인공 감미료
일반 설탕보다 단맛이 1.5배에서 20배나 강한 인공 감미료(사진 9)는 설탕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와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이용하면 좋다. 적은 양으로도 ‘단것’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고, 칼로리를 낮출 수 있어 유용하다. 사카린이나 자일리톨, 스테비아 스위트, 아스파탐 등이 인공 감미료에 속하며 각종 요리는 물론 커피와 식혜, 차 등에 단맛을 낼 때 사용한다. 요즘에는 칼로리가 아닌 혈당지수가 낮은 감미료도 소개되고 있다. 식품 브랜드 백설에서 소개한 ‘프리스위트’ 제품이 그것으로 혈당지수 수치가 100인 포도당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설탕이 65, 꿀이 55, 그리고 이 제품은 겨우 19밖에 되지 않는다.

돼지고기 요리를 더욱 맛있게, 흑설탕
우리나라 식품기업에서 생산하는 일반 설탕으로 흰설탕과 황설탕, 흑설탕(사진 11)이 있다. 설탕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 중 하나가 바로 ‘흑설탕이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물론 사탕수수즙을 정제하지 않고 만든 갈색 설탕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지만, 슈퍼마켓에서 흔히 보는 흑설탕은 챙겨 먹어야 할 정도로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다. 단순히 정제한 흰 설탕에 캐러멜 색소와 향료를 덧입혔기 때문에 영양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그러나 흑설탕은 조리할 때, 특히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할 때 넣으면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주고 음식에 윤기를 더한다. 또한 흑설탕은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물에 흑설탕을 넣어 은근한 불에서 조린 흑설탕 에센스를 세수할 때 비누 거품을 잘 낸 뒤 섞어서 세안하면 피부가 촉촉해진다. 특히 잡티를 없애는 데 탁월하다. 입술이 트거나 손이 거칠어졌을 때도 흑설탕 에센스를 바르면 부드러워진다.

천연 비타민 덩어리, 유기농 설탕
영양이 풍부한 설탕을 찾는다면 ‘유기농 제품’(사진 10)을 권한다. 일반 설탕보다 약 5배 비싸지만 섬유질과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등이 풍부한 영양 설탕이다. 일반 설탕은 사탕수수 줄기에서 짜낸 즙에 석회를 넣어 한 번 걸러 농축한 것. 그러나 유기농 설탕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사탕수수를 압착해서 즙을 짜낸 뒤 수분을 증발시켜 얻는다. 사탕수수 특유의 구수한 맛과 향이 살아 있고 음식에 넣었을 때 단맛이 적고 부드럽다.

요리 잘하는 여자는 설탕도 잘 쓴다
충치와 비만, 단맛에 대한 중독 등 설탕의 좋지 않은 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여러 가지 해악에도 불구하고 설탕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1g에 4kcal의 열량을 내는 설탕은 피곤할 때 원기회복에 도움이 되고, 빵이나 과자 등을 구울 때는 설탕 덕분에 먹음직스러운 갈색과 푹신한 부피감이 생긴다. 설탕을 먹은 이스트가 가스를 배출하면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김장을 할 때도 설탕은 유용하다. 김치 양념에 설탕을 넉넉하게 넣으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난다. 이는 김치가 발효되는 동안 설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김치 특유의 톡 쏘는 맛을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설탕은 묵은 김치도 맛있게 변신시킨다. 김치가 지나치게 묵어버리면 신맛이 강해지는데 이때 설탕을 조금 넣으면 맛이 부드러워진다. 설탕을 넣는 양과 순서에 따라 음식 맛에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찜 요리를 할 때는 설탕, 간장, 소금 순으로 넣을 것. 설탕이 주재료에 배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콩자반이나 멸치볶음 등은 설탕을 먼저 넣으면 딱딱해지므로 나중에 첨가하도록 한다. 생선 요리를 할 때는 설탕과 물을 일 대 일 비율로 섞어 넣으면 간이 골고루 밴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