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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만드는 손두부 양념 없이 뜨끈뜨끈하게 먹는 것이 최고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자리에서 시원한 맥주와 함께 두부 네 모를 먹을 정도로 두부를 좋아한다고 한다. 에세이집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그는 두부를 맛있게 먹기 위한 세 가지 요령을 공개했다. 첫째, 제대로 된 두부 가게에서 두부를 살 것, 또 하나는 집에 돌아오면 즉시 물을 담은 그릇에 옮겨 냉장고에 넣을 것, 마지막으로 사온 당일 내에 먹을 것. 이어지는 그의 두부 예찬을 듣고 있노라면 당장 그날 저녁 반찬으로 뜨끈뜨끈한 손두부가 먹고 싶어 진다.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해가 어스름하게 지는 저녁 시간 즈음 동네에‘딸랑 딸랑’종소리가 나면 부리나케 두부 장수를 불러 세우곤 했다. 요새는 두부 전문점이나 백화점 손두부 코너가 따로 있어 언제든 살 수 있지만 왠지 옛날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두부라는 음식은 금방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먹어야 맛있는 음식인데 아무래도 한 김 식은 그것에는 진짜배기 맛이 없다. 그 옛날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두부를 만들어본다면 하루키 부럽지 않은 만찬을 즐길 수 있겠다.

직접 만들어 먹는 손두부의 관건은 백태와 간수다. 된장 만들 때 쓴다 하여 메주콩이라고도 불리는 백태는 맛이 고소하고 진한 국내산을 사용할 것. 최근에는 서리태로 만든 흑두부나 당근즙, 비트즙을 넣은 무지개 두부 등도 있지만 두부 본연의 구수함과 질감은 아무래도 백태로 만든 하얀 두부가 제일이다. 간수는 습기가 찬 소금에서 저절로 녹아 흐르는 짜고 쓴맛이 나는 물인데 콩물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기능을 한다. 동네에 있는 소금 가게나 동해안 특산물을 판매하는 주문진몰(www.jmjmall.com), 대현농산(http://daehyunnongsan.co.kr)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두부 만드는 일에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잘 끓인 콩물에 간수를 알맞게 넣어 모양을 잡는 것이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비결이다.

이렇게 큰맘먹고 완성한 두부는 특별한 양념 없이 그 자체로도 별미다. 먹다 남은 손두부를 ‘맛있게’ 보관하는 방법이란 사실 없다. 손두부는 만들자마자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 최고다. 간혹 냉동실에 남은 손두부를 넣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질감이 퍼석퍼석해서 그 맛이 현격히 떨어진다. 그래도 남은 것이 정 아깝다면 물과 함께 밀폐용기에 담아(그냥 넣어두면 냉장고 탈취제 역할을 할 뿐이다)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두면 일주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집에서 두부를 만드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콩물을 짜고 있으면 차라리 백화점에서 갓 만든 것으로 하나 사올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베 보자기에 싸여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를 보면, 그것을 툭툭 잘라 입 안에 넣으면, 손두부에 간장이 스며들 듯 그간의 수고로움도 어느덧 녹아들 것이 분명하다.

두부 만들기
재료
백태 1kg, 간수 400cc
만들기
1
백태는 하룻밤 동안 물에 담가 불린다(여름에는 8시간).
2 불린 콩은 물을 조금씩 섞으면서 믹서에 곱게 간 다음 베 보자기에 콩 간 것을 부어 꼼꼼하게 짜서 콩물을 받는다.
3 냄비에 콩물을 부어 한소끔 끓인다. 불을 끄고 10분 후에 간수를 넣는다.
4 목화처럼 뭉클뭉클하게 단백질이 응고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때 가라앉은 것이 순두부다.
5 틀에 베보자기를 깔고 ④의 순두부를 부어 손이나 도마 등으로 눌러 모양을 잡는다.
*베보자기에서 콩물을 짜고 남은 콩비지는 김치찌개 등에 넣어 함께 끓이면 구수하다.
*두부 모양을 잡을 때 너무 세게 누르면 비누처럼 딱딱해지므로 힘 조절이 필요하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