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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 필요 없는 아침밥 한 그릇 행복은 아침밥으로 키운데

동준이(5세)네 집은 아침이 여유롭다. 동준이 엄마 이혜선(39세) 씨는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세 식구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신혼 때는 빵이나 선식 같은 걸 내놓기도 했었는데, 남편 반응이 시원찮아 지어 먹기 시작한 아침밥이 지금은 습관이 되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아침뿐만 아니라 웬만하면 삼시 세 끼 밥을 새로 짓는다. 백미에 수수, 조, 서리태 등의 잡곡을 섞어 작은 주물냄비에 생수를 부어 밥을 하는데, 세 식구 먹기 딱 좋은 크기의 코팅 주물냄비는 밥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바삭한 누룽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애용한다.

“서너 살 아래 주부들만 봐도 아침을 거의 안 먹고, 대충 ‘아점’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한데 저희집은 아침뿐 아니라 점심, 저녁에도 밥, 국, 김치를 빼놓지 않고 먹지요. 동준이는 돌 지나서부터 밥을 먹기 시작해서 워낙에 밥을 잘 먹는 편이에요. 유치원 가기 2시간 전에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 없어 밥 못 먹는 일은 없어요. 여러 가지 잡곡이 섞여 있는 ‘혼합13곡’은 곡물 알갱이가 잘게 잘려 있어서 아이들 먹기에 좋은 것 같아요. 특히 동준이는 밥에 섞여 있는 서리태만 먼저 쏙쏙 빼먹을 정도로 콩을 좋아해요.”

아침밥은 건강 밑천이라더니 동준이는 물론 엄마 아빠 모두 잔병치레가 없단다. 가족이 모여 함께하니 좋고, 건강을 지키는 원동력이어서 더 좋은 아침 밥, 동준이네 집이 행복한 첫 번째 이유다.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는 김호남(31세) 씨와 소니코리아에 근무하는 강연구(28세) 씨는 결혼 4개월차의 따끈따끈한 신혼부부다. 둘 다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침엔 분주하기 짝이 없지만 아침마다 따뜻한 밥을 앞에 놓고 마주 앉는다. 밥 짓기는 아내가, 차리기와 치우기는 남편이 맡는다. 아직까지 밥 물 맞추기가 손에 익지 않은 신부는 김이 빠져나간 압력솥 뚜껑을 열 때마다 시험 치르는 기분이다. 반찬은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니께 공수받는다. 아침밥에 대한 남다른 집착(?)은 아내 강씨의 결혼전 습관 때문. 친정어머니 역시 일을 하셨는데도 아침마다 진수성찬으로 밥을 차려주셨다.

“저희 집은 아침을 가장 푸짐하게 먹었던 것 같아요. 저녁에는 식구들 모이기가 힘드니까 아침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게 하셨어요. 새로 지은 밥과 푸짐한 반찬들을 먹으며 서로 재미나게 얘기하느라 지각하는 것도 몰랐을 정도였죠. 아침식사는 하루 중 가족이 모두 모여 대화할 수 있는 짧으면서도 중요한 시간이었어요. 요즘 매일 아침밥을 차려보니, 몇십 년 동안 혼자 아침을 준비하셨던 엄마께 미안하고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강씨가 아침밥에 유별나게 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출근길에 자주 볼 수 있는, 양복에 넥타이 매고 편의점에 서서 김밥 먹는 남자들 모습이 너무 안 좋아 보여서다. 덕분에 매일 아침 호강하는 건 남편 김호남 씨. “사실 저는 아침에 입맛이 별로 없지만, 아내와 함께 먹는다는 즐거움 때문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부모님이나 회사 동료들도 제가 매일 아침밥 먹고 다닌다고 하면 다들 놀라더라고요. 해줄 때 잘 먹고 다녀야죠.” 이들은 가족을 가까이 만들어주는 아침 식탁을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나갈 계획이다.
아침밥 먹으면 공부도 더 잘한다
침밥 먹고 다니라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지만, 아침 잠 ‘5분만 더’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학교와 직장으로 향하는 일상의 아침은 100미터 달리기 스타트 라인에 선 것처럼 여유를 잊은 지 오래. 설령 아침밥을 먹는다 해도 느긋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단지 ‘먹을거리’를 입 안에 밀어 넣을 뿐인 경우도 많다. 2002년 농촌진흥청은 아침식사가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학 1, 2년생 3천6백12명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2~3학년 때 아침식사를 했는지와 대학에 들어갈 때 수능 성적을 조사한 결과, 수험생 시절 아침밥을 매일 먹은 학생은 아침을 거른 학생보다 수능 성적이 평균 20점 가까이 높았다. 실제로 아침식사가 두뇌 활동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 밤 사이 우리 몸은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 시간에 포도당이 가장 떨어지는데, 이때 아침밥을 먹으면 두뇌 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이 공급되면서 학업 능력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밥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 패턴이 영양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육체적, 정신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게다가 아침밥 안 먹고 점심을 먹으면 포만감이 더 크게 느껴져 오후에 시름시름 졸았던 경험,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거다.

우리나라 엄마들, 수능 성적 높이기 위해서라면 달러 빚이라도 낼 정도로 불타는 교육열을 지녔건만 아침밥 차리기에는 영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서울대학 많이 들어가는 강남 8학군의 집값과 사교육비는 하늘을 찌르는데, 수능 성적과 직결된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뿐 아니라 그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kg, 1980년 132.7kg, 1990년 119.6kg, 2000년 93.6kg, 2005년 80.7kg으로 급격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04년 농림업주요 통계). 아침밥을 먹는다는 건 단지 건강이나 성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영양소’만으로는 결코 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위안’ 같은 것도 있다. 한 자료에 의하면 ‘아침식사를 누구와 하는가?’라는 질문에, 온 가족이 함께 28%, 나머지 72%가 혼자나 형제끼리 또는 부모님 중 한 분으로 답했다. 혼자만의 쓸쓸하고 외로운 식탁이 아닌, 사랑과 격려가 가득한 식탁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밥 맛있게 짓는 법 화려한 주부 경력을 자랑하면서도 늘 어려운 게 매일 짓는 밥이란다. 그러니 초보 주부들이야 신경 써서 밥을 지어도 진밥, 고두밥, 된밥, 설익은 밥, 심하면 탄밥까지 매일매일 다른 밥의 결과들을 만나기 일쑤다. 쌀, 물, 불, 솥…. 밥을 지어내는 이 요소들의 조합이 조금씩만 바뀌어도 결과가 달라질 만큼 예민하고 민감하기 이를 데 없다. 결론은, 밥 맛있게 짓는 데도 레시피는 필요하다는 사실! 가장 기본적인 쌀밥 맛있게 짓는 법을 알아보자. 밥이 맛있어야 아침식사 시간이 더 기다려지는 법.

첫째, 첫물은 재빨리 버리기 품질 좋은 쌀을 물이 빠지는 스테인리스 체 바구니(체의 눈이 작은 것으로)에 담아 흐르는 수돗물로 재빨리 씻는다. 쌀은 씻어낸 첫물에 영양분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바가지에 담아 씻는 것보다는 체와 흐르는 물을 이용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영양분 손실도 적고 쌀겨 냄새도 배지 않아 밥맛이 좋아진다. 둘째, 살살 휘젓듯 가볍게 씻기 첫물을 뺀 쌀을 손으로 가볍게 휘젓듯이 씻는다. 힘을 주지 말고 살살 문질러야 밥알 모양이 뭉개지지 않는다. 셋째, 두세 번 헹구기 체를 물 속에 반쯤 담가 살살 흔들어 헹구는데, 밑물이 너무 맑아지지 않도록 두세 번이면 충분하다. 체에 밭쳐 물기를 빼는 동안 쌀알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수분이 흡수돼 충분히 불려진다. 넷째, 미네랄워터로 밥물 잡기 물기 뺀 쌀을 솥에 담고 물을 넣는다. 미네랄워터가 제일 좋은데, 만약 미네랄워터가 없다면 정수한 수돗물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물 양은 쌀 부피의 1.2배(중량의 1.5배)가 적당하다. 쌀의 양이 많아질수록 물 양의 비율은 줄어들어야 하는데, 전기밥솥의 경우 1~2인분은 물의 비율이 쌀의 1.2배, 4인분일 때는 1.1배, 8인분일 때는 0.9배 정도가 적당하다. 압력솥에 불리지 않은 쌀로 밥을 할 때는 1:1, 잡곡밥일 경우 1.7배 정도의 물이면 된다. 다섯째, 끓여서 뜸 들이기 처음에는 강한 불로 빨리 끓게 한 뒤 밥물이 넘치기 전에 중간 불로 줄여 밥물이 잦아들게 한다. 5분 정도 더 가열한 뒤 아주 약한 불로 줄여 1분 정도 뜸을 들인다. 밥물의 종류를 바꾸거나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하면 보다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 밥을 할 때 다시마를 두세 조각 넣거나 아예 생수 대신 다시마 국물로 밥을 지으면 감칠맛이 돈다. 육수를 부어 밥을 하면 진하고 담백한 맛이 좋고, 밥물의 4분의 1가량을 우유로 하면 리신과 칼슘, 철분, 트레오닌 등의 성분이 보강되어 한결 고소한 밥이 된다. 청주나 식용유를 3~4방울 떨어뜨려 밥을 지으면 윤기가 자르르 돌고 밥 냄새도 좋아진다. 묵은쌀로 밥을 지을 때 소금을 약간 넣고 샐러드 오일을 넣으면 밥이 훨씬 잘 퍼지고 윤기가 돈다.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린 물에 묵은쌀을 담갔다가 씻어 건져 밥을 하면 묵은내가 나지 않는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