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즈음해 감자에 포슬포슬 분이 오르면 7월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 옥수수가 알알이 영근다. 수확한 감자와 옥수수로 온 동네가 풍성한 강원도의 여름에는 집집마다 소박한 밥상이 차려진다. 강원도 출신이라면 이맘때 꼭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올챙이국수다. 나는 경상도 출신이지만, 춘천이 고향인 남편과 결혼해 남편의 첫 발령지인 홍천에 자리 잡은 1977년부터 30년 넘게 철원, 태백, 춘천 등에서 살다 보니 이젠 내 몸속에는 강원도의 피가 흐른다. 나는 올챙이국수를 춘천 분인 시어머니께 배웠다. 풋옥수수 알맹이를 맷돌에 넣고 물을 한 숟가락씩 넣어가며 갈아서 체에 내려 껍질을 거른 뒤 가라앉힌다. 웃물을 따라내고 앙금만 눌어붙지 않게 저으면서 끓여 걸쭉하게 죽을 쑨 뒤 구멍 뚫린 깡통이나 바가지에 붓고 찬물에 내려 건져놓는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양이 꼭 올챙이 모양과 같아서 올챙이국수라고 부른다. 건져낸 올챙이국수에 풋고추를 넣은 양념간장을 얹어 반드시 열무김치와 곁들여 먹곤 했다.
시어머니께 배운 대로 올챙이국수를 시도해봤지만 처음 몇 번은 실패했다. 반죽의 농도와 뜸 때문이었다. 나는 옥수수 알맹이를 직접 갈아서 만들면 힘드니까 옥수숫가루를 사서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묵 쑤는 재료와 물의 비율이 1:6임을 감안해 응용해봤지만 너무 질었다. 내가 실패를 거듭한 후에 얻어낸 올챙이국수 반죽의 황금 비율은 옥수숫가루와 물이 1:3. 처음에 가루를 물에 개어놓으면 무척 뻑뻑한 느낌이 드는데, 불에 올려 저으면 점차 묽어진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바로 뜸이다. 중간불에서 끓이다가 냄비 가장자리에 누룽지처럼 마른 반죽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 뚜껑을 덮고 10분 정도 충분히 뜸을 들여야 한다. 뜸을 덜 들이면 식감이 꺼끌꺼끌하다.
명색이 국수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올챙이국수는 매끌매끌하고 흐물흐물해서 젓가락으로 집기보다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 시원하고 미끈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올챙이국수는 옛 어머니들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구황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지혜의 음식, 사랑의 음식이었다. 그랬던 음식이 지금은 별미로, 영양식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게 된 것이다. 국수라는 게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는 손이 하도 많이 가기에 나도 요즘에는 자주 만들어 먹지 못하지만 여럿이 모일 때는 넉넉히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는다. 다행히 요즘에는 식당에서도 많이 판다. 한데 집에서 만든 것만큼 노랗지 않고 밀가루 등을 섞어 흰빛이 많이 돈다. 또 반죽을 큰 틀에 부어 대량으로 뽑아내니 올챙이 모양이 아니라 길게 나온다. 그래도 옛 추억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올챙이국수 가게마다 손님이 넘쳐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쌉싸래한 민들레김치 역시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시어머니께서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난 민들레를 뜯어다 겉절이처럼 무쳐주신 별미 김치였다. 양념이래 봤자 집에서 만든 청장이나 조청이 전부였다. 민들레는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5월까지는 전체가 연하기 때문에 잎과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지만, 요즘처럼 꽃대가 올라온 뒤에는 안쪽의 연하고 짤막한 잎만 따서 김치를 담근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담글 때는 찹쌀풀을 넣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민들레김치를 비롯해 열무나 고들빼기, 알타리로 김치를 담글 때는 보리쌀로 풀을 쒀서 넣어야 풋내가 안 난다고 하시며 보리쌀을 끓여 맷돌에 갈아 풀을 만드셨다. 거기에 나만의 노하우를 더해 배재분표 민들레김치 레시피를 완성해냈다. 이 방법은 내가 2005년 춘천의 기능성 김치 연구소에서 실장으로 일하면서 낸 특허를 응용한 것인데, 보리쌀풀을 쑤면서 김치에 필요한 소금을 모두 넣어 끓이는 것이 포인트다. 소금 넣고 끓인 보리쌀을 믹서에 갈아 풀을 만든 뒤 여기에 갖은 양념까지 한데 갈아 마지막에 김치 재료와 버무리는 것. 혹시 간이 약하면 젓국을 보태 간을 맞추면 된다. 그렇게 하면 김치가 무르지 않고 아삭아삭하게 익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최근에는 간에 좋다고 알려져 인기가 높은 민들레김치는 겉절이로 무쳐서 바로 먹어도 좋고, 알맞게 익혀 고슬고슬한 밥 한 그릇과 곁들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름이 어느 해보다 빨리 찾아와서인지 시원하고 개운한 올챙이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열무김치가 환상의 궁합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갓 버무린 쌉싸래한 민들레김치를 얹어 먹어도 좋으리라.
(오른쪽) 강원도 집안으로 시집가 30년 넘게 강원도에 살며 시어머니께 강원도의 손맛을 전수받은 배재분 씨. 여기에 그간 스스로 쌓은 요리 노하우를 더해 맛깔스러운 민들레김치와 시원한 올챙이국수를 소개했다.
이 칼럼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의 추천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 각 지역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속 음식이 잊혀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매달 궁중음식연구원 지미재 회원과 함께 어머니와 고향의 맛을 추억하고 소개할 예정입니다.
올챙이국수와 민들레김치 만들기
올챙이국수
재료 생옥수숫가루 500g, 물 1500ml, 소금 적당량 양념장 청장・고춧가루 2큰술씩, 진간장 1/2컵, 마늘 1쪽, 대파(흰 부분) 1/2대, 청양고추 2개, 통깨 약간
만들기
1 물에 옥수숫가루를 넣고 고루 잘 푼다.
2 ①에 소금을 넣고 중간불에서 끓인다.
3 끓기 시작하면 소금과 물을 약간 넣고 눌어붙지 않도록 잘 젓는다. 10~15분 정도 끓인 후 냄비 가장자리에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면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뜸을 충분히 들이면 가장자리에 물기가 돌고 윗면이 반들반들해진다). 뜸이 들면 불을 끄고 2~3분 동안 둔다.
4 큰 볼에 찬물을 많이 받아놓고 구멍 뚫린 바가지에 ③을 부어 주걱이나 국자로 지그재그로 저어 구멍 아래로 반죽을 떨어뜨린다.
5 찬물에 옥수수반죽이 올챙이 모양으로 떨어지면 주걱으로 엉키지 않게 젓는다.
6 진간장에 청장과 고춧가루, 다진마늘・대파・청양고추, 통깨를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물기 뺀 ⑤의 국수에 곁들여낸다.
민들레김치
재료 보리쌀 50g, 민들레 1kg, 쪽파 200g, 밤 2개, 물 1000ml, 소금 100g, 마늘 50g, 생강 2톨, 양파・배 1/2개씩, 고춧가루 300g, 청장 2큰술, 조청(혹은 물엿) 50g, 멸치젓국 100g
만들기
1 보리쌀은 불린 뒤 물 5컵과 소금 100g을 넣고 끓여 보리쌀풀 500g을 만든다.
2 식힌 보리쌀풀에 마늘, 생강, 양파, 배를 넣고 믹서에 간다.
3 ②에 고춧가루, 청장, 조청, 멸치젓국을 섞는다.
4 민들레는 다듬어 깨끗이 씻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5 밤은 곱게 채 썰고, 쪽파는 깨끗이 씻어서 길이로 3등분한다.
6 큰 볼에 ③을 담고 밤채와 쪽파를 버무린 뒤 민들레를 넣고 살살 무친다. 
시어머니께 배운 대로 올챙이국수를 시도해봤지만 처음 몇 번은 실패했다. 반죽의 농도와 뜸 때문이었다. 나는 옥수수 알맹이를 직접 갈아서 만들면 힘드니까 옥수숫가루를 사서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묵 쑤는 재료와 물의 비율이 1:6임을 감안해 응용해봤지만 너무 질었다. 내가 실패를 거듭한 후에 얻어낸 올챙이국수 반죽의 황금 비율은 옥수숫가루와 물이 1:3. 처음에 가루를 물에 개어놓으면 무척 뻑뻑한 느낌이 드는데, 불에 올려 저으면 점차 묽어진다. 그다음 중요한 것이 바로 뜸이다. 중간불에서 끓이다가 냄비 가장자리에 누룽지처럼 마른 반죽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 뚜껑을 덮고 10분 정도 충분히 뜸을 들여야 한다. 뜸을 덜 들이면 식감이 꺼끌꺼끌하다.
명색이 국수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올챙이국수는 매끌매끌하고 흐물흐물해서 젓가락으로 집기보다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한다. 시원하고 미끈하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올챙이국수는 옛 어머니들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구황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지혜의 음식, 사랑의 음식이었다. 그랬던 음식이 지금은 별미로, 영양식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하게 된 것이다. 국수라는 게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는 손이 하도 많이 가기에 나도 요즘에는 자주 만들어 먹지 못하지만 여럿이 모일 때는 넉넉히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는다. 다행히 요즘에는 식당에서도 많이 판다. 한데 집에서 만든 것만큼 노랗지 않고 밀가루 등을 섞어 흰빛이 많이 돈다. 또 반죽을 큰 틀에 부어 대량으로 뽑아내니 올챙이 모양이 아니라 길게 나온다. 그래도 옛 추억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올챙이국수 가게마다 손님이 넘쳐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쌉싸래한 민들레김치 역시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시어머니께서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난 민들레를 뜯어다 겉절이처럼 무쳐주신 별미 김치였다. 양념이래 봤자 집에서 만든 청장이나 조청이 전부였다. 민들레는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5월까지는 전체가 연하기 때문에 잎과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지만, 요즘처럼 꽃대가 올라온 뒤에는 안쪽의 연하고 짤막한 잎만 따서 김치를 담근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담글 때는 찹쌀풀을 넣는데, 시어머니께서는 민들레김치를 비롯해 열무나 고들빼기, 알타리로 김치를 담글 때는 보리쌀로 풀을 쒀서 넣어야 풋내가 안 난다고 하시며 보리쌀을 끓여 맷돌에 갈아 풀을 만드셨다. 거기에 나만의 노하우를 더해 배재분표 민들레김치 레시피를 완성해냈다. 이 방법은 내가 2005년 춘천의 기능성 김치 연구소에서 실장으로 일하면서 낸 특허를 응용한 것인데, 보리쌀풀을 쑤면서 김치에 필요한 소금을 모두 넣어 끓이는 것이 포인트다. 소금 넣고 끓인 보리쌀을 믹서에 갈아 풀을 만든 뒤 여기에 갖은 양념까지 한데 갈아 마지막에 김치 재료와 버무리는 것. 혹시 간이 약하면 젓국을 보태 간을 맞추면 된다. 그렇게 하면 김치가 무르지 않고 아삭아삭하게 익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최근에는 간에 좋다고 알려져 인기가 높은 민들레김치는 겉절이로 무쳐서 바로 먹어도 좋고, 알맞게 익혀 고슬고슬한 밥 한 그릇과 곁들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름이 어느 해보다 빨리 찾아와서인지 시원하고 개운한 올챙이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열무김치가 환상의 궁합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갓 버무린 쌉싸래한 민들레김치를 얹어 먹어도 좋으리라.
(오른쪽) 강원도 집안으로 시집가 30년 넘게 강원도에 살며 시어머니께 강원도의 손맛을 전수받은 배재분 씨. 여기에 그간 스스로 쌓은 요리 노하우를 더해 맛깔스러운 민들레김치와 시원한 올챙이국수를 소개했다.
이 칼럼은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의 추천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소 우리나라 각 지역의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속 음식이 잊혀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매달 궁중음식연구원 지미재 회원과 함께 어머니와 고향의 맛을 추억하고 소개할 예정입니다.
올챙이국수와 민들레김치 만들기
올챙이국수
재료 생옥수숫가루 500g, 물 1500ml, 소금 적당량 양념장 청장・고춧가루 2큰술씩, 진간장 1/2컵, 마늘 1쪽, 대파(흰 부분) 1/2대, 청양고추 2개, 통깨 약간
만들기
1 물에 옥수숫가루를 넣고 고루 잘 푼다.
2 ①에 소금을 넣고 중간불에서 끓인다.
3 끓기 시작하면 소금과 물을 약간 넣고 눌어붙지 않도록 잘 젓는다. 10~15분 정도 끓인 후 냄비 가장자리에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면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뜸을 충분히 들이면 가장자리에 물기가 돌고 윗면이 반들반들해진다). 뜸이 들면 불을 끄고 2~3분 동안 둔다.
4 큰 볼에 찬물을 많이 받아놓고 구멍 뚫린 바가지에 ③을 부어 주걱이나 국자로 지그재그로 저어 구멍 아래로 반죽을 떨어뜨린다.
5 찬물에 옥수수반죽이 올챙이 모양으로 떨어지면 주걱으로 엉키지 않게 젓는다.
6 진간장에 청장과 고춧가루, 다진마늘・대파・청양고추, 통깨를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물기 뺀 ⑤의 국수에 곁들여낸다.
민들레김치
재료 보리쌀 50g, 민들레 1kg, 쪽파 200g, 밤 2개, 물 1000ml, 소금 100g, 마늘 50g, 생강 2톨, 양파・배 1/2개씩, 고춧가루 300g, 청장 2큰술, 조청(혹은 물엿) 50g, 멸치젓국 100g
만들기
1 보리쌀은 불린 뒤 물 5컵과 소금 100g을 넣고 끓여 보리쌀풀 500g을 만든다.
2 식힌 보리쌀풀에 마늘, 생강, 양파, 배를 넣고 믹서에 간다.
3 ②에 고춧가루, 청장, 조청, 멸치젓국을 섞는다.
4 민들레는 다듬어 깨끗이 씻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5 밤은 곱게 채 썰고, 쪽파는 깨끗이 씻어서 길이로 3등분한다.
6 큰 볼에 ③을 담고 밤채와 쪽파를 버무린 뒤 민들레를 넣고 살살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