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나의 쿠킹 스타일]손님 초대의 달인 박찬희 씨 그 집 남편, 장가 잘 갔다
아침 먹으러, 저녁 먹으러, 와인 마시러, 매일같이 조석으로 손님이 드나드는 집이 있다. 식당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데 문전이 닳도록 손님이 오는 것은 모두 남편의 극성스러운 초대 때문이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손님 덕에 이 집 냉장고는 ‘24시간 대기 중’이다. 갑작스레 십여 명이 찾아와도 한 끼 정도는 거뜬히 대접할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는 사람, 서른셋의 젊은 주부 박찬희 씨를 만났다.


1 그렇게 쑥스러울까. 촬영 내내 자신감 넘치던 조우형 씨가 아내가 입에 넣어주는 카나페를 먹으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2 거실 한쪽엔 손님들이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주스, 체리, 찰떡 등이 예쁜 꽃 아래 준비되어 있었다.


옛말에 아이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는 집,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집, 집에 온 사람을 배불리 먹여 돌려보내는 집은 크게 번성한다고 했다. 그 기준으로 볼 때 박찬희 씨 댁은 번성하지 않고는 못 배길 조건을 두루 갖췄다. 이제 곧 첫돌을 맞이하는 딸아이 윤서와 박찬희 씨 그리고 남편인 조우형 씨는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에게 식사 대접하는 일이 말 그대로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다.

“우리 집만큼 문지방이 낮은 집도 드물 거예요. 그래도 발트하우스에서 이곳 용산으로 이사 온 후로는 조금 한가해졌어요. 그렇다고 이 집에 손님이 드물게 오는 것은 아니고, 오시는 손님 수가 줄었다고나 할까. 저희 집은 그냥 문 열린 집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저희 가족만 있는 날이 거의 없으니까요.”

올해로 서른셋, 결혼한 지 5년 된 앳된 얼굴의 박찬희 씨가 무심한 듯, 당연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이 집의 가장은 용인에 있는 타운하우스인 ‘발트하우스’의 시행사 ‘더 뮤지엄’ 대표 조우형 씨다. 사람을 좋아하고, 집에서 함께 밥 먹는 걸 더 좋아하는 남편은 결혼 초부터 매일같이 친구와 직원들을 집으로 불러들였다. 우리 어머니 세대야 집들이는 물론이고 아버지 생신이나 승진 잔치 등을 집에서 치렀지만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 손님 초대는커녕 가족 식사도 외식을 선호하는데…. “많이 번거롭진 않아요. 남편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제가 그런 남편을 잘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업주부지만 남편의 일을 함께한다는 자부심도 느껴지고요. 손님 대부분이 남편 회사 직원들이거든요.”


3 술을 잘 못 마시는 조우형 씨의 주량은 와인 한 잔밖에 안 되지만 와인에 대한 애정은 애주가 못지않다. 그래서 와인 한 병을 오픈하면 다 마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친구를 초대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4 웃으면 반달로 변하는 부부의 눈매가 꼭 닮았다.
5 박찬희 씨가 남편과 딸아이 윤서를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남편 조우형 씨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총각이었다. 그래서 퇴근 후엔 ‘사장님 댁’인 이 집에 와서 함께 저녁 먹고, 회의하고, 와인을 마신 뒤에 잠까지 잤다. 그러면 박찬희 씨는 자연스럽게 그다음 날 아침에도 남편과 직원들의 아침 식사를 챙겨야 했다. 이 집에 손님용 양말과 칫솔이 박스로 있는 것은 모두 그 때문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결혼한 다음에는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함께 손잡고 박찬희 씨 집에 놀러온다.

“직원들은 물론이고 친구들도 많이 오는 편이에요. 저도 처음부터 전업주부는 아니었고 결혼 초기엔 직장에 다녔어요. 그 즈음인가 남편이 생일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다고 하더군요. 일곱 명쯤 온다고 해서 그만큼 식사 준비를 해놓고 출근했다가 집에 오니 스무 명도 넘는 손님이 와 계셨어요. 사실 그땐 좀 당황스러웠어요. 남편이 손님을 부를 때 초대 인원 약속을 늘 어긴다는 걸 그때 알았죠.” 항상 음식을 여유 있게 준비하는 버릇은 그때부터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 접대에 대비한 순발력이 늘면서 그는 점점 손님 접대의 달인이 되어갔다.


1, 5 마치 내 집처럼 도착하자마자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세팅하고, 필요한 물건을 꺼내 오고, 자리에 앉은 손님들. 박찬희 씨 댁의 단골손님인 ‘더 뮤지엄’ 직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누구나, 무조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찬희 씨는 원래 결혼 전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고, 요리 선생님에게 2년간 수업을 받은 경험도 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직접 그릇을 빚고 싶어져서 도예가에게 1년간 도예 수업도 받았다. 그런 그의 이력이 남편 조우형 씨와 만나 가정을 이룬 뒤에 꼭 ‘대단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맛있게 만들어 편하게 대접할 수 있는 스피드와 내공으로 쌓이게 된 것이다.

“손님이 자주, 그리고 많이 오다 보니 항상 초대용 요리를 만들어내지는 못해요. 남편이 밖에서 식사하는 걸 안 좋아하거든요. 음식도 집에서 만든 한식을 가장 좋아하고요. 그래서 남들은 호텔에서 하는 조찬 회의를 남편은 집에서 하죠. 그럴 땐 떡국을 끓일 때가 가장 많아요. 떡국 한 그릇에 김치만 내놓아도 식사가 되니까요. 저녁에 갑자기 손님이 많이 오시면 메인 요리 하나만 준비하고 국수를 삶아서 내놓을 때도 있고, 아니면 김치찌개에 밥만 놓고 먹을 때도 있어요. 뭐 어때요, 매일 오는 식구 같은데. 상황 봐서 후다닥 준비하는 요령이 많이 생겼어요.”


2 가장 먼저 도착해 촬영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던 더 뮤지엄의 박영욱 이사와 그의 딸 박서현·
박다현.
3 “사모님 음식 솜씨 짱!”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상석 과장과 장태정 커플.


남편의 사업장이었던 동시에 얼마 전까지 거주했던 발트하우스에서는 매주 일요일 아침 입주자 전원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식사 준비는 가구마다 돌아가면서 하는데 1년에 두어 번 정도 차례가 돌아온다. 그럴 때 박찬희 씨가 내놓았던 음식이 바로 떡국이다. 보통 60인분 정도 준비했는데 멸치 국물로 개운하게 끓인 떡국은 꽤나 인기가 좋았다. 발트하우스는 이렇게 사람 사는 맛을 즐기며 주민들끼리 함께 식사도 하고 모임도 자주 갖는다. 남편 생일날도 발트하우스 전 주민과 함께 파티를 열었다. 첫아이인 윤서를 낳고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엔 옆집 어르신이 대문에 금줄도 걸어주셨다. “금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났는데, 사람 좋아하고 손님 초대를 즐기는 남편이 야속했던 적이 한 번 있어요. 윤서 낳고 병원에서 퇴원한 날 집에 오니 손님이 서른 명쯤 계신 거예요. 아이가 태어난 걸 축하해주러 오신 분들이었는데, 대문에 걸린 금줄이 무색했죠. 거기까지도 좋았는데 남편이 저더러 손님들 식사를 준비해달라는 거예요. 그날은 산후 도우미도 아직 안 오셨을 땐데…. 집에는 음식 재료도 없었고요. 하는 수 없이 속상해하면서 자장라면을 끓여 냈어요. 그런데 그렇게 몸조리를 해도 아무 이상 없어요. 체질이 너무 건강한가 봐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박찬희 씨가 신기했고, 남편인 조우형 씨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하하. 전 몰라요. 알아도 모른 척해요. 알면 제가 불리하거든요. 제 아내는 정말 현명한 여자예요. 전 그것만 알고 다른 건 몰라요. 알아도 모르는 것으로 하겠어요.(웃음)” 모르쇠로 일관하는 조우형 씨가 아내에게 고맙다는 시선을 보내고,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밉지 않을 만큼 눈살을 찌푸린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직원들에게 줄 혜택도, 제시할 비전도 확실한 게 없었어요. 그런데도 내 회사처럼 열심히 일해주는 직원들이 고마웠고, 제 방식대로 직원들에게 정을 베푼다고 집으로 초대를 했는데 아내가 많이 애썼죠. 사실은 아내의 수고를 알고 있어요.” 박찬희 씨가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조우형 씨는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 듯 작은 소리로 말한다.


4 “음식 좀 더 낼까요?” 쉬지 않고 움직이며 노련한 솜씨로 손님을 접대하는 박찬희 씨. 젊은 주부답지 않게 손이 큰 걸 보니 확실히 ‘손님 접대의 달인’이라 불릴 만하다.

“형수님 음식 솜씨 짱이에요.” “거의 매주 오는데 올 때마다 잘 먹고 잘 놀다 갑니다.” “결혼 전부터 놀러 왔었는데 언니가 음식을 참 쉽게, 빨리 준비하세요. 저도 많이 배웠답니다.” 조우형 씨의 직원들과 그들의 아내까지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박찬희 씨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박찬희 씨는 그들이 그간 가장 자주, 맛있게 먹었다는 손님 초대 베스트 메뉴 네 가지를 만들어 선보였다.

“원래 눈 처진 여자를 좋아했는데, 이 사람처럼 불쌍할 정도로 눈이 처진 여자는 처음 봤어요. 그래서 청혼했죠.” 아내가 만들어온 음식을 먹으며 남편이 재미있다는 듯 아내를 놀리기 시작했다. “이 남자 정말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요. 함께 있으면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남편의 장난스러운 이야기를 점잖은 칭찬으로 받아치는 박찬희 씨에게 남편이 했던 말 ‘현명하다’는 수식어가 이해됐다.

<행복> 취재진이 찾아간 그날도 그의 집엔 드문드문 십여 명의 손님이 찾아들었고, 박찬희 씨는 뚝딱뚝딱 음식을 만들어 내놓았다. 손님들은 마치 제 집처럼 그릇과 음료를 꺼내 세팅하고, 남편 조우형 씨는 오디오 스위치를 켜고 와인을 따른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빙고 게임기를 꺼내고, 큰 웃음으로 나누는 대화가 즐겁게 이어졌다. 바라보고 있자니 어른들 말씀이 떠오른다. 아내의 예쁜 얼굴은 열흘, 착한 마음은 십 년, 좋은 음식 솜씨는 평생 간다고 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조우형 씨, 정말 장가 잘 갔다.

당면 냉채
재료 시금치 1/2단, 숙주 1/2봉지, 당근 1/3개, 오이·양파·비트 각 1/2개씩, 배추 줄기 4~5장, 쇠고기 300g,
당면 60g, 참기름 약간
고기 양념 _ 간장·후춧가루·참기름 약간씩
소스 _ 간장 3큰술, 고춧가루 1/2큰술, 레몬즙·다진 파·다진 마늘·식용유 1큰술씩, 식초 2큰술, 설탕 21/2큰술, 통깨 3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시금치, 숙주는 다듬고 당근은 5cm 채 썰어서 각각 끓는 물에 데쳐낸다. 오이와 배추 줄기도 채 썰고 양파와 비트는 채 썬 후 찬물에 담근다.
2 쇠고기는 분량의 고기 양념에 10분간 재웠다가 팬에 볶아 익힌다.
3 당면은 찬물에 15분 정도 불려서 삶은 후 찬물에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참기름에 무쳐놓는다.
4 접시에 당면, 고기, 비트를 뺀 모든 재료를 돌려 담고 접시 중앙에 당면, 고기, 비트 순으로 올려놓는다.
5 팬을 달궈 식용유,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볶다가 나머지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고 끓어오르면 불을 끈다.
6 ④의 접시에 ⑤의 소스를 끼얹어 낸다.

돼지립강정
재료 돼지갈비 600g, 정종·중국 녹말·버터·소금·참기름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미니 아스파라거스 1묶음, 쪽파 6뿌리, 마늘 3쪽, 생강 2톨, 매운 건고추 2개
돼지갈비 양념장 _ 식용유·간장 2큰술씩, 정종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소스 간장 2큰술, 정종·물·맛술·설탕·물엿·꿀 1큰술씩

만들기
1 돼지갈비를 LA 갈비 모양으로 잘라 준비한다.
2 커다란 냄비에 준비한 돼지갈비를 담고 갈비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뒤 정종과 생강 1톨을 넣고 70~80% 정도 익을 때까지만 삶아서 물로 헹궈낸다.
3 분량의 돼지갈비 양념장을 섞은 뒤 ②의 돼지갈비를 버무려 20분 정도 재운다.
4 재운 돼지갈비의 국물을 따라 버리고 중국 녹말에 버무린다.
5 미니 아스파라거스를 반으로 잘라 버터와 소금에 살짝 볶는다.
6 홍고추는 채 썰고,쪽파는 6cm 길이로 썰고, 마늘과 생강은 저민다.
7 재워두었던 돼지갈비를 기름에 튀겨낸다.
8 다른 팬에 식용유 2큰술을 넣고 마늘, 생강, 매운 건고추를 볶아 향을 낸 다음 나머지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어 끓인다.
9 소스가 끓어오르면 참기름과 ⑦의 돼지갈비를 넣고 버무려 낸다

미니 카프레제
재료 방울토마토, 방울 모양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또는 조각 치즈), 베이비 채소 드레싱 올리브오일 4큰술, 발사믹오일 2큰술, 건바질·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드레싱 재료를 섞어둔다(한 번 끓이면 더 진한 드레싱이 된다).
2 방울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반으로 자른다.
3 긴 꼬치에 방울토마토·치즈·방울토마토 순으로 꽂는다.
4 그릇에 ③을 담고 베이비 채소를 얹은 뒤 ①의 드레싱을 끼얹어 낸다.








초간단 멸치떡국
재료 떡국떡 1kg, 물 2ℓ, 멸치 30g, 다시마 15g, 달걀 2개, 식용유 1큰술, 김 3장, 쇠고기 다진 것 300g, 국간장·소금 약간씩
고기 양념 _ 참기름·간장·설탕 약간씩

만들기
1
떡국떡은 찬물에 불린다.
2 냄비에 물, 멸치, 다시마를 넣어 10분간 끓여 국물을 만든다.
3 볼에 달걀을 풀고 소금으로 간한 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지단을 부쳐 채 썬다.
4 김은 손으로 부순다.
5 소고기는 분량의 양념에 재웠다가 팬에 볶는다.
6 ②의 국물을 끓이다가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하고 한소끔 더 끓인 뒤 떡을 넣는다.
7 대접에 떡국을 담고 고명을 올려 낸다.


※ 박찬희 씨가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은 재료 구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손님 접대를 위해 집에 항상 준비해두는 재료 중 특별히 더 신경써서 마련하는 멸치와 커피 구입처를 소개한다.

멸치 통영에 있는 건어물 가게(대진건어물 055-646-0686)에 전화로 주문해 택배로 받아서 사용한다. 멸치가 신선하지 않으면 국물에서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반드시 이곳의 싱싱한 멸치만 이용한다.
커피 전화로 주문하고 찾아가면 이곳의 주인 할아버지가 즉석에서 볶아낸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용인시 원삼면의 ‘파파스 커피’(031-334-6317)에서 주로 사 먹는다. 너무 시지도 쓰지도 않은 커피로, 전원주택에서 할아버지가 직접 볶으시는데 자주 들러 조금씩 사다가 되도록 빨리 먹는다. 가끔 용인에 가지 못할 때는 서울의 ‘이진성 커피’(02-383-2300)에서 구입한다. 최근 커피에 관심이 많아져 열심히 만들고, 마시는 중이다. 드립 포트로 물을 내릴 때 커피가 부풀어 오르면 신선한 커피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