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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쿠킹 스타일_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인치호 교수 캠핑장에서 더욱 빛나는 '밥하는 아빠'
음식 이야기만 나오면 절로 흥이 나는 인치호 교수. 여행과 음식은 마음의 끈이 됨을 잘 아는 그가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고 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은 ‘교수님’ 아빠보다 ‘밥하는 아빠’가 자랑스럽고, 아내는 그런 남편이 든든하다. 자연의 식탁이 만들어준 인치호 씨의 행복을 부르는 캠핑 경험담.


캠핑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인치호 씨는 기회만 되면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그의 가족들은 이렇게 자상한 아빠가 항상 든든하다.

수입이 반토막 나는 것을 감수하면서 일주일에 닷새씩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손수 요리에까지 도전했던 한 변호사의 생활을 기록한 책 <아빠와 함께 저녁 프로젝트>(카메론 스트래처 지음, 로그인)가 화제로 떠오르는 시대다. 가족이 함께 저녁 먹는 일에 ‘프로젝트’라는 단어까지 쓰는 현실 앞에서 인치호 씨 가족의 ‘캠핑기’는 사뭇 흥미롭다. 아빠는 밥을 짓고, 아들은 테이블을 펴고, 딸과 아내는 그릇을 정돈하는 인치호 씨네 캠핑 현장은 가족이 함께 준비한 가든 파티 타임이다.



흑백사진은 미국에서 캠핑을 즐길 때 촬영한 것. 음식과 그릇이 어우러져 ‘멋’이 되고 영양·맛·정성 등 음식 안에 담긴 것을 ‘실용’이라 여겨 디자인과 요리는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치호 씨는 캠핑 중에도 ‘공공 디자인을 연구하는 산업디자인과 교수’라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가 미국 캠핑장을 다니며 캠핑 시설을 촬영· 기록· 연구한 소중한 자료는 다음 달 경기도 가평에서 열리는 FICC 가평세계캠핑대회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10월에 열리는 세계디자인올림픽에서는 ‘디자인을 맛보다’라는 콘셉트의 전시도 주관할 예정이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디자인과 교수 인치호 씨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영어 공부 포기하고 캠핑 선택한 가족
이야기는 미국에서 시작한다. 2년 전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인 인치호 씨는 1년간 미국 LA에 있는 대학의 교환교수로 발령이 났고, 아이들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시키며 ‘글로벌한 인재’가 되어주기를 기대했던 인치호 씨 부부. 첫 하교 후 아들 호진이의 입에서 “우리 반에 한국 아이가 여덟 명이에요. 분당 살다 온 아이도 있고, 일산에서 온 아이도 있어요. 우리 집 가까이에 사는 친구가 있어서 오후에 같이 놀기로 약속했어요”라는 말을 듣고 밤잠을 설쳤다.
“바로 짐 싸서 돌아오고 싶었어요. LA까지 가서 한국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다 올 거였으면 안 갔죠.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그래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캠핑이었습니다.”

그는 1985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에서 유학했다. 워낙 활동적인 성격으로 스쿠버 다이빙과 낚시를 좋아해 LA 근교의 여러 여행지를 알고 있었지만 공부와 일 때문에 자주 가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었다. “처음엔 피크닉으로 시작했는데 일이 점차 커졌습니다. 캠핑 관련 책자를 사서 공부하고 캠핑카를 빌렸죠. 그러곤 무조건 떠났습니다. 산과 바다, 심지어 사막까지 갔어요.”정처 없는 나그네처럼 ‘무작정’은 아니었다. 캠핑 문화가 발달한 미국은 방방곡곡 오토 캠핑장 천지이기 때문에 지도를 펴 들고 결정만 내리면 됐다. 그리고 캠핑카와 먹을 것을 챙겨 떠나면 아름다운 자연이 그들을 반겼다.

“처음엔 아이들이 싫어했어요. ‘사서 고생’이니까. 미국 캠핑장은 시설이 잘되어 있어요. 물과 전기, 테이블, 바비큐 그릴까지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지만, 그래도 집보다는 못하잖아요. 아이들은 집에서 컴퓨터 오락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고 싶었나 봐요. 그런데 캠핑 경험이 늘어갈수록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변하더군요.”
오토 캠핑은 ‘잘 곳’과 ‘먹을 것’을 모두 챙겨가야 한다. 그리고 캠핑장에 도착하면 주차를 하고, 텐트나 그늘막을 치고, 밥을 지어 먹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함께’여야 가능하다. “먼저 텐트나 그늘막은 온 가족이 함께 설치합니다. 그러곤 제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놀고 아내는 책을 읽었어요. 식사가 준비되면 둘러앉아 먹는데, 나들이 나와 먹는 밥은 맛있잖아요. 간단하게 준비해도 모두 맛있게 먹어서 얼마나 즐겁던지.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는 아들이, 디저트는 딸이 준비하고 아내는 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처음엔 캠핑카 운전은커녕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떠나야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베테랑이 되었고, 서핑으로 유명한 할라마 비치, 사막의 기이한 형태가 아름다운 조슈아 트리, 샌디에이고 근처의 팔로마 산 등 캠핑으로 방문했던 곳은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캠핑을 하면 협동작업이 많기 때문에 산 교육도 되고,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없이 오롯이 가족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들의 숨어 있던 능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도 되고요. 큰아들 호진이가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가족들을 즐겁게 해줬어요. 어느 날 아내와 제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와인을 마시고 있었는데, 호진이가 플라스틱 컵 아래에 페트병의 윗부분을 잘라 붙여서 와인 잔을 만들어주더군요. 또 한번은 깜박 잊고 면도기 없이 면도날만 가져갔더니 면도날을 일회용 포크 손잡이 끝에 붙여 1회용 면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집 밖으로 나가니까 아이들의 사고가 자유로워지고, 아이디어가 샘솟았던 것 같아요. 또 캠핑을 가면 아무래도 아빠가 할 일이 가장 많은데 전 요리까지 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제가 원래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집에서는 아무래도 아내에게 의지하고 게으름 피우게 되거든요. 간단한 요리였지만 가족들과 기쁜 시간을 보내는 데 중요한 ‘음식’을 제가 담당했고 그 음식이 가족에게 추억으로 남았다는 점이 매우 기쁩니다.”


(오른쪽) 캠핑과 피크닉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캠핑용품. 피크닉 바구니 세트는 옵티마 제품으로 <행복> 홈쇼핑(본지 308쪽)에서 구입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코펠, 냄비, 컵은 모두 캠핑용품 전문점 콜맨(080-567-1044) 제품.


고등학교 때부터 갈고 닦은 요리 실력
‘간단한 요리’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인치호 씨의 요리 실력은 주변 사람 모두 인정할 정도로 유명하다. ‘사내아이가 부엌에 들어가면 뭐 떨어진다’던 30년 전 중학교 시절부터 부엌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특히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리듬이 매력적이었는데 어머니를 돕는다는 명목하에 무채를 썰어보니 적성에 맞는지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과외 수업을 받을 때 야식 담당으로 활약했는데, 자장면, 카레, 비빔국수 등 메뉴는 평범했지만 그가 만든 음식은 모두 맛있었고, 그의 음식을 먹기 위해 과외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유학생 시절엔 멕시코인인 하숙집 주인에게 멕시코 요리를 원없이 배웠고, 주인에게 우리나라 요리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국의 색다른 식재료는 그를 더욱 신나게 만들었는데, 잠시 전공을 변경해 요리학교로의 진학을 고려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10년 뒤, 그의 요리 실력은 가족들과 캠핑을 다니면서 다시 빛을 발했다. 한식부터 멕시코 요리까지 다양한 레시피를 보유한 그가 캠핑장에서 가장 자주 만든 요리는 스트로가노프다. “미국의 캠핑 전문점에서 인스턴트 스트로가노프를 판매할 정도로 스트로가노프는 캠핑용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고단백이어서 조금만 먹어도 든든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어서 캠핑할 때 제격이죠.” 스트로가노프는 겉보기엔 크림소스 파스타 같지만 코냑과 사워크림이 들어가 맛이 개운하다. 이 외에 그리스식 치킨 케밥, 살사, 과콰몰리, 가지 브루스케타, 러시안 수프가 그의 단골 캠핑 메뉴다. 특히 브루스케타나 살사, 과콰몰리를 바게트나 나초에 얹어 먹으면 간단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제가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좋아해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 만들어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제가 밥상머리에서 불호령이나 내리는 아빠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줄 수 있고, 식탁에 둘러앉아 눈 맞추며 대화하는 아빠라는 사실이 뿌듯하고 감사하죠.”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교환교수를 마치고 여건이 마련되었는데, 왜 ‘기러기 아빠’를 하지 않았냐고. 가족들은 미국에 두고 혼자 오지, 왜 같이 왔냐고. 하지만 그는 정색하고 반문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차갑고 쓸쓸한 시간을 보낼 만큼 영어 교육이 중요하냐고.

그가 캠핑을 통해 배운 것은 함께하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다. 또 가장 자부심을 갖는 것은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가장’이라는 자부심이다. 바빠서 어쩔 수 없는 ‘능력 있는 아빠’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좋아하고 음식도 맛있게 만드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는 소망. 인치호 씨가 보여준, 그에게서 배운 즐거운 이치다.

살사Salsa & 과콰몰리Guacamole
살사 재료
토마토 중간 크기 3~4개, 양파 중간 크기 1개, 파 1/2단, 칠리고추 또는 청양고추 작은 것 2개, 고수·라임즙 약간씩
과콰몰리 재료 아보카도(반쯤 무른 것) 2개, 양파 작은 것 1개, 파 1/2단, 칠리고추 또는 청양고추 작은 것 2개, 고수·라임즙 약간씩

만들기
모든 채소를 잘게 썬 뒤에 고수와 라임즙을 넣어 3시간 정도 절인다.

가지 브루스케타Bruschetta
재료
바게트 2개, 가지 2개, 양파 1/2개, 셀러리 1대, 건포도·발사믹 식초 2큰술, 닭육수 1/2컵, 올리브오일 11/2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가지는 사방 1cm 크기로 썰어 소금에 10분 정도 절인 후 물기를 꼭 짠다.
2 양파와 셀러리는 사방 5mm 크기로 썬다.
3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②를 볶다가 ①의 가지를 넣어 볶는다.
4 가지가 익으면 건포도와 닭육수를 넣고 끓이다가 국물이 거의 졸면 소금으로 간하고 발사믹 식초·후춧가루를 넣는다. 끓어오르면 소스가 완성된다.
5 바게트 위에 완성한 소스를 올린다.

그리스식 치킨 케밥Kebab
재료
뼈를 제거한 닭다리살 1kg, 레몬 주스 1/2컵, 올리브오일 1/3컵, 방울토마토 20개, 파프리카(빨강·노랑) 각 3개씩, 오레가노·타임·다진 마늘·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닭고기는 사방 5cm 크기로 자른다.
2 레몬 주스·올리브오일·오레가노·타임·다진 마늘을 섞어 소금으로 간한다.
3 ②의 소스에 ①의 닭고기를 넣어 3시간가량 재운다.
4 꼬치에 닭고기, 방울토마토,파프리카를 번갈아 꽂아 굽는다.









스트로가노프Stroganoff

재료 쇠고기 안심 또는 등심 450g, 버터 2큰술, 양파 큰 것 1/2개, 양송이버섯 250g, 육수 3/4컵, 코냑 2큰술, 사워크림 1컵, 디종 머스터드 1큰술, 파슬리 가루 1작은술, 넓은 에그누들 또는 페투치니 150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팬에 버터를 두르고 한 입 크기로 썬 쇠고기를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리며 갈색이 나도록 굽는다. 2 양파는 사방 1cm 크기로 썰고 버섯은 얇게 저민다.
3 썰어둔 양파를 버터에 볶다가 수분이 줄어들면 버섯을 넣어 볶는다.
4 냄비에 육수를 넣고 끓으면 코냑과 ①의 쇠고기, ③의 볶은 야채, 사워크림, 디종 머스터드를 넣고 약한 에 조린다. 농도가 알맞으면 파슬리 가루를 뿌린다.
5 파스타는 삶아 건진 후 올리브오일이나 버터에 버무린다.
6 파스타에 ④의 소스를 얹는다


러시안 수프
재료 쇠고기 300g, 앙파 큰 것 2개, 당근 1개, 셀러리 2대, 양송이버섯·데미글라스소스 200g씩, 물 5컵, 치킨스톡 2개, 건포도 100g, 홀토마토 캔 800g, 토마토 페이스트 2큰술, 토마토케첩 3큰술, 올리브오일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깍둑썰기 한 쇠고기를 볶아 익으면 꺼내놓는다.
2 ①의 냄비에 깍둑썰기 한 양파, 당근, 셀러리, 버섯을 넣어 볶는다.
3 야채가 거의 익으면 물과 치킨스톡, 건포도를 넣고 끓이다가 홀토마토를 다져 넣는다.
4 끓어 오르면 데미글라스소스와 토마토 페이스트, 토마토케첩을 넣는다.
5 은근한 불에 저어가며 30분 이상 끓인다.

이화선 어시스턴트 서지선 객원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