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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듣는다 가정 요리 전문가 최경숙 씨의 인생 레시피
가정 요리를 가르친 지 30여 년. 어느덧 제자들의 어머니 나이가 되었다. ‘엄마의 마음으로 가르치려니 새로운 것이 보인다’는 최경숙 씨. 엄마가 딸에게 당부하듯, 경험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우리 식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원래 ‘가정 요리’는 엄마한테 배우는 거예요. 시집가면 시어머니한테 배우고. 그런데 요즘 여자들은 공부하느라, 직장 다니느라 밥 짓기도 제대로 못 배우고 결혼을 해요. 결혼 후에도 직장 다니느라 바쁘고, 전업 주부들도 외식을 많이 하죠. 학생들이 말해요. 사 먹는 게 더 싸다고. 제가 봐도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돈’만 중요한가요? 재료나 조미료 이야기를 떠나 ‘팔기 위해서’ 만든 음식은 ‘가족을 위해서’ 만든 음식과 같을 수 없어요. 음식에도 ‘기’가 있는 법이에요. 가족이라면 함께 모여 직접 지은 밥을 먹어야죠.”

‘방배동 선생님’으로 유명한 가정 요리 전문가 최경숙 씨. 요즘 여자들 밥 안 해서 큰일이라는 ‘야단’은 없었다. 대신 능력 있는 사람은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가끔은 자장면이나 피자도 먹을 수 있다고, 바쁘면 아침에 시리얼을 먹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바쁜 사람일수록 더 잘 먹어야 한다고, 되도록 시간을 내서 가끔이라도 ‘엄마’가 ‘아내’가 한 밥을 먹게 하라고만 당부했다. 딸을 염려하는 친정 엄마처럼.

“가정의 식탁이 행복하려면 첫째로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해요. 싱싱한 채소를 만지고 먹는 것은 자연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귀찮다, 번거롭다 생각하지 말고 자연을 즐긴다고 생각하세요. 둘째로 우리나라 밥상 문화는 효孝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효’는 곧 자신의 근본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거죠. 재료를 준 자연에게, 그리고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배려’예요. 주부는 남편과 자녀를 위한 음식을 만들고 남편과 자녀는 주부의 노고를 알고 맛있게 먹는 것, 음식 만드는 일을 돕거나 다 먹은 그릇을 개수대에 넣는 것이 모두 배려하는 일이죠.”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재료의 중요성을 깨닫는 최경숙 씨는 일부러 5일장을 찾아 다닌다. 지방 어디건 장이 서는 날이면 새벽부터 고속도로에 몸을 싣는데, 오전 중에 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다. 장에 가면 행상의 바구니엔 그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을 그 시간 언저리에 텃밭에서 막 뽑아 가지고 나왔을, 아직 채 마르지 않아 축축한 흙이 묻어 있는 싱싱한 밭 작물이 수북하다. 그곳에서 생명력 강한 식재료를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제가 30년간 가정 요리 선생을 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참 많아요. 기술이나 기교보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재료가, 만드는 사람의 마음결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엄마처럼 진심을 다해 말을 이어가던 최경숙 씨가 앞서 말한 이야기 중 ‘배려’에 해당하는 팁을 알려주었다. 주부는 항상 가족의 건강을 위한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날 과음한 출근길의 남편에게는 ‘꿀물’이 아닌 ‘조청물’을 주라고 권했다. 뇌의 활동을 돕는 데엔 꿀보다 조청이 낫다고 한다. 또 월경 중인 딸에게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오징어 요리가 좋다며, 딸들이 좋아할 이탈리아 스타일의 ‘오징어 버섯 냉채’ 레시피를 챙겨주었다 .

오징어 버섯 냉채
재료 오징어 2마리, 애느타리버섯 200g, 치킨스톡 1/2개, 화이트 와인 2큰술, 샐러드용 채소 적당량 냉채 소스 씨겨자 1/2큰술, 발사믹 식초·레몬즙 1과 1/2큰술씩, 간장·꿀·올리브 오일 1큰술씩, 생강즙 2작은술, 포도씨유 2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볼에 냉채 소스 재료를 넣고 섞는다.
2 오징어는 껍질째 7~8mm 두께로 썬다.
3 애느타리버섯은 가닥가닥 떼어 달군 프라이팬에 놓는다.
4 ②의 오징어를 애느타리버섯 위에 올린다.
5 치킨스톡은 손으로 부수어 넣고 화이트 와인을 뿌린 후 뚜껑을 닫고 3~4분 정도 익힌다.
6 팬에 물이 배어 나오고 오징어가 익으면 불을 끈다.
7 샐러드용 채소를 접시에 담고 차갑게 식힌 ⑥의 오징어 버섯 냉채를 접시에 푸짐하게 담는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