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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통조림1] 완두콩부터 병아리콩까지 맛과 영양이 그대로 담긴 콩 통조림
‘밭에서 나는 쇠고기’ ‘가난한 자의 고기’라는 별명이 붙은 콩. 단백질이 풍부한 이 완전식품을 한번 삶아 캔에 넣어 밀봉시킨 콩 통조림은 영양분과 맛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바쁜 현대인에게 특히 편리한 음식이다. 요즘에는 슈퍼마켓 진열대 한 코너를 버젓이 차지하고 있을 만큼 다양한 브랜드와 종류를 자랑하는 콩 통조림을 볼 수 있다.

통조림. 식품을 가열·살균한 뒤 금속제 깡통에 넣고 밀봉하여 장기간 보존할 수 있도록 가공한 식품. 지금은 은퇴한 한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종의 ‘가공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통조림을 두고 ‘인류의 식문화를 눈부시게 도약시킨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참치 캔과 콩 통조림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비단 이 두 가지뿐만 아니라 ‘육해공’에서 나는 모든 것을 통조림으로 보관할 수 있으리라.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것처럼, 밭에서 막 수확한 것처럼 신선함이 넘치진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고유의 맛과 영양, 질감을 즐길 수 있는 통조림은 훌륭한 발명품임에는 틀림없다. 통조림 식품 코너에 일렬로 늘어선 다양한 제품 덕분에 오늘도 미식을 충족시킬 수많은 음식을 손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중에서도 위의 교수가 ‘캔 중의 왕’이라고 칭송했던 콩 통조림은 종류가 다양해서 각기 무슨 맛일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완두콩이나 팥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콩도 있지만, ‘렌틸’ ‘병아리콩’ ‘카넬리니’ 등 이국적인 콩 제품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밥에 서리태를 넣고 메주콩으로 메주를 쑤는 우리나라처럼 세계적으로도 콩을 이용한 음식은 다양하다. 값비싼 고기를 쉽게 먹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영양을 보충해주고 살아갈 힘을 더해주는 콩 요리, 어떤 것이 있을까? 인도나 유럽, 중동 지방에서는 렌틸을 고기 요리나 채소에 섞어 사이드 디시로 먹거나, 감자와 밤 등과 함께 수프로 끓여 먹는다. 특히 중동 지방에서는 병아리콩(이집트콩 또는 칙피라고도 한다)을 갈아 만든 호무스를 김치처럼 즐긴다. 브라질에서는 콩과 돼지고기를 푹 끓인 수프인 페이종으로 보신을 하며, 멕시코의 대중적인 음식으로는 토르티야에 콩과 여러 가지 고기를 올려 돌돌 만 부리토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입 식품 매장에서도 다양한 콩 통조림을 판매하여 이국적인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통조림용 콩은 이미 한번 익힌 것이라 따로 조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완두콩과 강낭콩, 병아리콩은 조금 단단한 편이므로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것이 좋다. 뚜껑을 연 통조림은 체에 밭쳐 물기를 없앤 다음 요리에 써야 음식이 질퍽해지지 않고 간이 알맞게 된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포크빈. 곱게 간 돼지고기와 토마토 퓌레로 만든 양념에 강낭콩을 넣어 만든 것으로 양념째 먹는 제품이다. 색소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수용성이라서 체에 밭쳐 물에 씻으면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요리에 쓰고 남은 콩은 반드시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에 옮겨서 보관하도록. 깡통에 그대로 두면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녹이 슬어 음식물에까지 침범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인체에 들어가면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니 주의한다. 자, 이제 시중에 판매하는 콩 통조림으로 맛있는 콩 요리를 시작해보자.

렌틸 렌즈콩 또는 렌티치라고도 하는 렌틸. 녹두와 비슷하게 생긴 렌틸은 색깔이 진한 갈색으로 삶았을 때 씹는 맛이 메주콩 삶은 것과 비슷하다. 통조림용 렌틸은 물을 제거하여 샐러드에 넣으면 제법 든든한 식사가 된다. 이때 프라이팬에 렌틸을 튀기듯 달달 볶아 이용하면 맛이 한결 좋아진다. 렌틸은 수프에 주로 넣는데 닭 육수에 감자나 밤을 넣고 끓인 수프와 잘 어울린다. 이때 렌틸을 믹서에 갈면 수프의 질감이 뻑뻑해질 수 있으니 양을 잘 조절하도록 한다.

포크빈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토마토 맛이 나는 콩 통조림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토마토 퓨레와 돼지고기 간 것, 파프리카 가루 등이 들어 있는 포크빈은 체에 밭쳐 수분을 제거하지 않고 양념째 먹는다. 부대찌개뿐 아니라 김치찌개에도 넉넉하게 넣으면 국물 맛이 한결 진하고 고소해진다. 모든 재료가 다 익고 거의 마지막에 포크빈을 넣어 한번 부르르 끓이면 된다. 스크램블드에그에 곁들이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이 골고루 포함된 영양식이 된다.

그린빈스 껍질콩이라고도 하는 그린빈스는 완두가 풋콩 상태에서 꼬투리 속에 들어 있는 것을 말한다. 신선한 그린빈스는 꼬투리 끝에 붙어 있는 가시를 제거하고 한번 데쳐 사용해야 하는데 통조림용 그린빈스는 손질된 것은 물론 데쳐서 반으로 잘려져 나오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하다. 그러나 그린빈스의 선명한 녹색이나 특유의 탄력 있는 질감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통조림용 그린빈스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카넬리니빈 우리나라에 최근 소개되기 시작한 카넬리니빈은 흰 강낭콩과 비슷한 담백한 맛이 난다. 맛 자체가 은은하고 튀지 않아 어떠한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토마토 페이스트에 통조림용 카넬리니빈과 시금치, 버섯, 양파 등을 넣어 파스타소스를 만들면 맛이 잘 어울린다.

병아리콩 동글동글한 몸체에 새 주둥이처럼 뾰족하게 살짝 튀어나온 모양이 마치 병아리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집트콩 또는 칙피라고도 한다. 여기 소개하는 여덟 가지 콩 통조림 중 가장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캐슈너트처럼 볶음 요리에 넣으면 아삭아삭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플레인 요구르트만 섞어 믹서에 갈아 딥으로 만들어 바게트 빵에 발라 먹으면 든든하다. 이스라엘에서는 병아리콩과 올리브오일을 함께 갈아 샐러리나 오이 등 여러 가지 채소에 곁들여 먹는다.

완두콩 중국집 볶음밥이나 떡집에서 파는 백설기에서 이따금 보이는 완두콩이 대부분 통조림용이다. 유난히 선명한 통조림용 완두콩은 사실 식용색소를 더한 것. 요리에 쓰기 전에 한번 물에 씻으면 색소를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리소토 등을 만들 경우 쌀이 거의 익었을 때 완두콩을 섞어 마저 익혀야 색깔이 먹음직스럽다. 통조림용 완두콩은 살짝 설익은 것처럼 단단하므로 데쳐서 사용하도록.

붉은 강낭콩 모양이 신장과 비슷하다고 하여 영어로는 키드니빈kidney bean이라고 하며 단맛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도 잘 맞는 붉은 강낭콩은 콩 통조림 중 가장 다양한 브랜드가 출시된다. 그냥 먹기에도 가장 맛있는 통조림용 콩으로도 단연 붉은 강낭콩을 꼽을 수 있다. 쇠고기와 궁합이 잘 맞아 스튜 등을 끓일 때 넣으면 좋은데 처음부터 붉은 강낭콩을 넣고 끓이면 입에서 사르르 부서지는 질감이 일품이다. 쇠고기와 올리브오일, 칠리 가루 등과 함께 조린 칠리 콘카르네와 같은 멕시코 음식도 붉은 강낭콩을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

버터빈 이름만 들으면 왠지 버터의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질 것 같은 버터콩은 생각만큼 맛이 진하거나 기름지지 않다. 오히려 담백한 편. 카넬리니빈, 병아리콩과 함께 갈아서 딥으로 사용하거나 쌀에 넣어 밥을 지으면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길이 2.5cm의 버터빈은 우리나라의 작두콩만큼이나 크기가 큰 것이 특징.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