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혼자여서 더 즐겁다 오후 2시, 카페나 갈까?
이 좋은 날씨에 집에만 있기엔 볕이 너무 아깝다. 슬슬 좀이 쑤신다. 봄의 나른함은 휴식으로는 오히려 병이 될 듯하다. 두터운 봄햇살의 유혹도 크다.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외출을 준비해보자. 온전히 혼자라면 더 좋겠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카페 다섯 곳을 소개한다.
드보브 에 갈레 초콜릿 향 속에서 누리는 달콤한 호사
청담동 주택가 골목길, 초콜릿 숍 ‘드보브 에 갈레’(Debauve & Gallais)가 있다. 드보브 에 갈레는 프랑스의 유명 수제 초콜릿 회사로, 마리 앙투아네트도 즐겨 먹었던 유서 깊은 초콜릿이다.

문을 연 지 5년쯤 되었지만 이곳이 카페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적은 듯하다. 입구 왼쪽으로 테이블이 겨우 두 개 놓여있는 아담한 방이 하나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드보브 에 갈레를 카페로 기능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이곳에 앉아서 핫초콜릿 한잔을 마시는 기분이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샹송과 프랑스를 물씬 느끼게 하는 인테리어, 그리고 최음제 같은 진한 핫초콜릿은 마치 1백 년 전 프랑스는 바로 이랬을 거라는 야릇한 믿음을 준다. 운이 좋다면 테이블이 두 개인 그 방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을 수 있으니 한번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이곳의 핫초콜릿은 카카오 함량 72%의 초콜릿 칩으로 만든다. 산소수에 초콜릿 칩을 녹인 다음 제주 청정 우유를 더하고 유기농 설탕을 넣어 단맛을 낸다. 이렇게 끓인 핫초콜릿은 쌉싸래하고 진하다. 따뜻한 서울의 봄바람과 프랑스적 분위기로 오후의 호사를 누려볼 만한 곳이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주말은 오후 6시까지) 주차 가능 메뉴 핫초콜릿 1만 원, 티 9천 원, 핫초콜릿용 초콜릿칩(1통) 8만5천 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6-3 문의 02-3446-3726, www.debauve-et-gallais.co.kr


1 프랑스 명품 수제 초콜릿 ‘드보브 에 갈레’의 쇼윈도. 마리 앙투아네트가 즐겨 먹었다던 명성에 걸맞게 고급스러운 유러피언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2 카카오 함량 72%의 초콜릿 칩을 녹여서 끓인 핫초콜릿. 진하고 고급스러운 초콜릿 맛을 느낄 수 있는 한 잔이다.
3 초콜릿 매장 한쪽으로 숨어 있는 차를 마시는 공간. 이곳에 앉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샹송을 듣는 즐거움도 크다.


하루고양이 티타임이 곧 그림 감상 시간이다
삼청동에 위치한 ‘하루고양이’는 갤러리로 먼저 알려졌다. 그래서 ‘고양이’라는 단어는 그저 상징적인 것인 줄 알았으나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냥 쓰인 이름은 아니다. 수년간 이곳의 사장님이 모아온 고양이 캐릭터 인형과 고양이가 그려진 인테리어 소품, 가방, 액세서리 등이 즐비하다. 가장 주목할 것은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전시회다. 굳이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만 전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신한 고양이 그림과 작품은 이곳의 상징이다.

하루고양이는 전직 편집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영원 씨가 운영하는 곳으로, 후배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루고양이는 크게 아트숍 겸 카페로 쓰이는 공간과 작업실, 전시실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카페는 4인이 앉을 수 있는 두 개의 테이블이 고작이지만, 자리가 없다면 전시실 안에 놓인 의자나 작업 테이블에서도 자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다. 작품 전시실 안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특권을 한번 누려보는 것도 해볼 만하겠다. 차를 마시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전시실 한쪽에서 빔프로젝트로 상영되는 영화를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곳의 관람료는 따로 없다. 산책하기 좋은 날, 운 좋게 삼청동길을 지나게 된다면 꼭 한 번 들러 편안하게 작품을 둘러보고 차 한잔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3월에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묘하네, 묘하군> 전시가 열렸다. 한 달 정도 간격을 두고 전시의 내용이 바뀌는 이곳의 전시 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1 ’하루고양이’에는 눈에 띄는 고양이 관련 소품들이 즐비하다. 작은 장식품, 열쇠고리, 컵, 주방소품, 가방 등에 모두 고양이가 들어가 있다. 여러 곳에서 컬렉션한 것으로 구입도 가능하다.
2 고양이 캐릭터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숍의 내부. 커피와 허브티 등 간단한 차를 주문할 수 있다.
3 고양이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품들이 전시된 갤러리 내부. 한 달 정도를 주기로 전시 내용이 달라지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7시 30분(월요일 휴무) 주차 불가능(인근 유료 주차장 이용) 메뉴 아메리카노 4천 원, 에스프레소 4천 원, 얼그레이 5천 원, 페퍼민트 5천 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27-2 지하1층 문의 02-734-7753, www.haroocat.com


아티스트 바이 아티스트 커피 한 잔 값으로 그림을 산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헤이리. 주말에는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북적거리지만 헤이리의 평일은 사뭇 다르다. 호젓하게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아이들을 위한 테마파크로 꾸며진 ‘딸기가 좋아’에 가볼 만한 카페, ‘아티스트 바이 아티스트’(artist by artist)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는 ‘Art for Sale’. 백화점에서 ‘세일’이라는 말을 봤다면 득달같이 달려가 뭐라도 집어올 생각이 들겠지만 이곳에서는 느낌이 왠지 다르다. 우아하게 차려입고 가야 할 시내 미술관의 고가 작품이 아니라, 나도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작품을 판다는 뜻으로 와닿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넓은 카페의 벽면에는 가격표가 있는 그림 액자가 가득하다. 신진 또는 기성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곳에서 4개월간 위탁판매를 하는 것이라고. 생활 속 미술을 표방하는 곳이기에 그림의 가격도 7천 원, 때로는 그 이하에서부터 시작한다.

차를 한 잔 시켜놓고 카페를 한 바퀴 돌며 미술품을 구경해보자.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역할을 하고자 만든 곳이라서 일러스트 작품이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살펴본다면 그 중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과 운명 같은 만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 이외에도 빈티지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들, 미술품을 둘러보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날 학교에서 쓰던 책상과 걸상에도 앉아볼 수 있다.

카페 중심에 있는 바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숨겨진 공간 없이 개방되어 있다. 바에 앉으면 심심치 않게 커피를 핸드 드립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자신의 캐리커처를 그리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다. 혼자의 시간이 조금 지루해진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으며 몇 가지 보드게임도 빌려 쓸 수 있다. 인생이 지루하다면 이곳에 와서 유쾌한 딸기 캐릭터도 구경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아티스트 바이 아티스트’를 통해 심미적 욕구도 채워보는 것이 좋겠다.


1 카페 입구에 있는 앤티크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에만 익숙한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물건이다. 이곳의 취지를 잘 설명해주는 ‘Art for Sale’이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2 판매용 그림을 옷걸이에 걸어 보기 쉽도록 만든 재미있는 아이디어.
3 젊은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일러스트 작품이 많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작품들은 4개월을 주기로 바뀐다.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7시(주말은 오후 8시까지, 월요일 휴무) 주차 가능 메뉴 아메리카노 4천 원, 유기농 주스 5천 원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 헤이리 아트밸리 딸기가 좋아 문의 031-957-0754, www.dalki.com


가배두림 맛있는 커피가 선물하는 오후의 평화
곧 벚꽃이 흐드러질 여의도에 봄소식보다 일찍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꿈의 커피’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가배두림’이 지난 3월에 오픈한 것이다. 바리스타 전문 양성기관인 커피MBA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커피 자문을 맡았던 기관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 생긴 곳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에 위치한다. 때때로 취재진으로 시끄러울 때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한번 구경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국회의정관 6층에 위치한 가배두림은 넓은 창을 통해 탁 트인 한강이 보이고, 멀리 남산과 양화대교까지 눈에 들어온다. 여의도를 상징하는 벚꽃나무가 창 앞으로 줄지어 있으니 봄이면 이곳이 얼마나 화려해질지 벌써 기대를 하게 된다.

커피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에서 하는 만큼 이곳의 커피맛은 까다롭게 관리된다. 원두는 볶은 지 15일이 지나면 모두 폐기처분하고 항상 다섯 명의 바리스타가 상주한다. 커피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혼자 온 손님들도 어색하지 않도록 낮은 바(bar)를 만들어둔 것도 특징. 바에 앉으면 커피 만드는 과정도 구경할 수 있고, 바리스타와 손님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배두림의 커피점은 모두 이렇게 낮은 바가 설치되어 있다고. 핸드 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신선한 원두가 물을 머금고 호빵처럼 봉긋 올라오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원두기둥도 눈여겨볼 거리다. 생두에서부터 로스팅을 거쳐 단계별로 색이 변하는 원두가 층층이 들어 있다. 바리스타의 설명으로는 색이 옅은 약배전의 커피를 쓰면 맛이 부드럽고, 진할수록 쌉싸래한 맛이 난다고 한다. 우유를 넣는 메뉴는 커피 본연의 맛이 우유에 묻히지 않도록 강하게 볶은 원두를 쓴다고. 전문가적 지식과 배려로 만든 한잔의 ‘꿈의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여의도로 가보자.


1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국회의정관 6층에 자리한 가배두림의 내부. 넓은 창을 통해 한강은 물론 멀리 남산타워까지 보인다. 벽면의 사진은 커피 원두가 로스팅의 과정을 거쳐 색이 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 이곳의 모든 커피는 전문 바리스타가 만든다. 사용하는 원두는 볶은 지 15일이 지난 것은 사용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관리한다.
3 바리스타들이 보여준 라테아트. 바에 앉으면 라테아트가 완성되는 신기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메뉴 오늘의 커피 2천5백 원, 메이플라테 3천5백 원 주차 가능(5부제를 실시하므로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것)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의사당로1 국회의정관 6층 문의 02-788-4246, www.coffeemba.co.kr


’s good taste 스칸디나비아 가구에 앉아 경복궁 감상하기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은 근처에 연고지가 없다면 쉽게 가지 않는 역이다. 광화문과 가깝지만 시내라고 할 수는 없고, 누군가와 약속을 잡더라도 경복궁역 어디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아직 어색하다. 그러나 삼청동길이나 가로수길이 요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곳도 새로이 ‘뜰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경복궁역에서 나와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거닐어보면 한적하면서도 운치가 있다. 이곳에 맛좋은 커피 한잔을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어퍼스트로피 에스’(’s). 정식 명칭은 ‘어퍼스트로피 에스 굿 테이스트’(’s good taste)다. 가구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혜정 씨가 자신의 회사 ‘어퍼스트로피 에스 퍼니처 워크’와 함께 운영하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름의 유래를 알았으니 이곳의 인테리어에 어느 정도 기대가 생겼을 것이다. 모던하면서도 내추럴한 스타일이 느껴지는 카페의 가구는 대부분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가구를 수입한 것. 몇 가지 제품은 실험적으로 자체 제작한 것도 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자리를 잡고 안기보다는 공을 들여 의자를 천천히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의자를 골라 앉아보도록 하자. 창밖으로는 경복궁의 담이 고즈넉하게 보이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포근한 봄기운이 몸으로 들어온다. 이곳에 한번 앉으면 손에 든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행여 하루가 모자란다면 나머지 부분을 아껴두었다가 다시 이곳에 와서 읽겠다는 장담하기 힘든 결심도 혼자 해본다.

이곳은 커피 맛도 일품이다. 바리스타가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커피가 항상 신선하다. 강배전으로 볶아 진한 맛이 살아있으니, 고급 커피의 쓴맛을 추종하는 마니아라면 한번 와볼 만하다. 여름철에는 12시간을 찬물로 우려낸 더치 커피를 차가운 아이스커피로 주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뱃속에 허기를 느낀다면 샌드위치도 주문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기 때문에 맛이 신선하다. 저녁 시간에는 와인도 가능하다.


1 벽면의 페인팅과 스탠드, 북유럽의 가구가 어우러진 어퍼스트로피 에스의 실내. 신선한 재료로 만든 프로슈토&주키니 샌드위치는 아이스커피와 잘 어울린다.
2 진하지만 적절한 쓴맛이 나는 커피는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여 만든 것. 도트 무늬의 커피잔은 스칸디나비아 앤티크 제품이다.
3 경복궁의 돌담과 나란히 있는 카페. 모던하고 실용적인 북유럽의 가구가 놓여 있다. 모두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수입하는 제품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새벽 1시(연중무휴) 주차 가능 메뉴 아메리카노 7천 원, 더치 아이스 커피 1만 원, 허브티 7천 원, 와플 1만2천 원, 프로슈토 & 주키니 샌드위치 1만2천 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7-37 문의 02-735-9888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