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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그리다 이야기를 그리다
그림책 속에서 고소한 냄새가 납니다. 가족과 친구를 위해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인지, 빵 하나에 얼마나 유쾌한 상상이 담겨 있는지, 평범한 쿠키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아시나요? 먹음직스러운 사진으로 꾸민 요리책보다 더 달콤한 일러스트 그림책 네 권과그 속에 담긴 맛있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시간을 담은 따뜻한 요리 <타샤의 식탁>
나는 미국 버몬트 주 시골에 살고 있는 92세의 타샤 튜더입니다.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베틀에 앉아 손수 천을 짜서 옷을 짓고, 직접 키운 염소젖으로 버터를 만들지요. 특히 요리를 좋아해서 텃밭에서 자란 푸성귀와 갓 낳은 신선한 달걀, 아침에 짜낸 염소젖을 이용해 음식을 만듭니다. 맛을 아는 식구들과 친구들이 가까이 살면서 노력을 치하해주니 특히 그렇습니다. 나는 수프 만들기를 좋아하며, 수프 끓이는 솜씨는 유명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장작 난로나 겨울 내내 때는 벽난로 불로 큰 냄비 가득 수프를 끓입니다. 요리를 잘하려면 먼저 최대한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수프나 스튜를 만들 때는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여러 번 간을 봐야 한답니다. 밍밍한 수프는 말 그대로 실망스러움 그 자체니까요. 또 지름길을 모색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훌륭하고 가치 있는 것은 모두 시간과 공이 들게 마련입니다.

수프 만들기
‘양송이 크림수프’는 코네티컷 주 레딩에서 보낸 따뜻한 가을날을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어머니와 나는 너른 초원을 돌아다니면서 주름버섯, 말불버섯, 두엄먹물버섯, 그물버섯을 따곤 했지요. 또 햄을 주요리로 먹을 때면 늘 맛 좋은 ‘완두콩 수프’를 곁들였습니다. ‘감자와 양파 수프’는 옥수수빵과 샐러드에 곁들여 점심식사로 내기에 좋은 수프랍니다. 언제나 손님들의 찬사를 몰고 오는 요리로,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데우기만 해서 상에 내면 간편하지요. ‘시금치 크림수프’를 끓일 때는 삶은 시금치 남은 것을 씁니다. 냉동 시금치를 사다가 살짝 익혀서 써도 돼요. 수프에 얹는 크루통(샐러드나 수프 장식용으로 쓰는 말린 식빵 조각)을 오븐에 구워 만드는 사람도 있지만,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구워 만든 크루통과는 맛이 비교가 안 된답니다.

시금치 크림수프

재료
(4인분) 삶은 시금치 1 1/2컵, 우유 3컵, 무염 버터·무표백 밀가루 2큰술씩, 다진 양파 1개, 다진 마늘 1쪽, 쇠고기 육수 스톡 1/2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육두구 1/8작은술, 장식용 크루통 약간

1 삶은 시금치와 우유를 블렌더로 갈아 냄비에 담고 미지근하게 끓인다.
2 주물 냄비에 버터를 녹여 양파와 마늘을 볶다가 밀가루를 넣고 저은 뒤 ①을 부어 계속 젓는다.
3 쇠고기 육수 스톡을 부수어 넣고 잘 저어 녹인 뒤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와 육두구를 넣는다(스톡이 짜기 때문에 소금은
조금만 넣어도 충분하다).
4 수프를 팔팔 끓이지 않는다. 뜨거울 때 크루통을 얹어 낸다.
* 레시피는 <타샤의 식탁> 46쪽에서 발췌.

쇠고기 스튜 & 베이킹파우더 비스킷
덜 비싼 부위의 쇠고기를 이용해서 만들기 좋은 요리입니다. 대부분의 요리책에 기본적인 조리법이 나오지만 상상력을 발휘해서 양파, 마늘, 신선한 허브를 듬뿍 넣어보세요.

감자는 마지막에 넣어야 합니다. 다른 야채보다 익는 시간이 덜 걸리기 때문이에요.
이 스튜에 아삭아삭한 그린 샐러드와 베이킹파우더 비스킷 그리고 버터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합니다. 나는 베이킹파우더 비스킷을 뜨거운 상태일 때 부드러운 버터와 집에서 직접 키운 라즈베리로 만들어 병조림해둔 잼과 함께 냅니다. 체다 치즈 같은 강한 맛을 내는 치즈를 갈아서 반죽에 넣기도 한답니다.


쇠고기 스튜
재료(8인분) 쇠고기(허벅지 안쪽 살을 5cm 크기로 잘라서) 1kg, 무표백 밀가루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버터 1큰술, 끓는 물 5컵, 저민 마늘 4쪽 분량, 다진 양파 1/2컵, 깍둑썰기 한 피망 작은 것 1개 분량, 저민 셀러리 1컵 분량, 깍둑썰기 한 감자·당근 2컵씩, 깍둑썰기 한 순무 1컵, 쇠고기 육수 스톡 2개, 다진 생타임과 생파슬리 1/2작은술, 월계수 잎 1~2장, 그레이비소스 1큰술

1 쇠고기 덩어리를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은 밀가루에 굴려서 버터를 녹인 뚜꺼운 냄비에 넣어 표면을 익힌다.
2 고기에 끓는 물 5컵을 붓고 마늘을 넣어 뚜껑을 덮고 2시간 동안 뭉근히 끓인다. 필요하면 물을 더 넣는다.
3 ②에 각종 채소와 쇠고기 육수 스톡, 허브를 넣은 뒤 30분~1시간쯤 익힌다. 필요하면 물을 더 붓는다.
4 그레이비소스를 넣어서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어 몇 분 더 부글부글 끓이다가 상에 낸다.
* 그레이비소스는 고기 구울 때 나오는 육즙에 소금, 후춧가루, 캐러멜, 밀가루 등을 넣어 끓인 소스다.

베이킹파우더 비스킷
재료(작은 비스킷 18개 분량) 신선한 달걀(상온에 둔 것) 1개, 우유 1/2~3/4컵, 무표백 밀가루 2컵, 베이킹파우더 4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올리브오일(혹은 상온에 둔 버터) 1/3컵(원서에는 쇼트닝으로 적혀 있지만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기 위해 버터나 올리브오일로 대신한다)

1 오븐을 250℃로 예열하고 쿠키 판에 기름을 바른다.
2 240cc들이 유리 계량컵에 달걀을 넣고 포크로 잘 젓는다. 여기에 3/4컵 눈금까지 우유를 붓고 잘 섞는다.
3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체에 내린 뒤 올리브오일이나 상온에 둔 버터를 넣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섞는다. 여기에 ②를 넣고 저어서 반죽을 만든다. 반죽은 너무 치대지 않는 것이 좋다.
4 밀가루를 솔솔 뿌린 판 위에서 반죽을 1cm 남짓한 두께로 밀거나 두드려 편다. 지름 5~6cm짜리 비스킷 커터에 밀가루를 묻혀서 반죽을 자른다.
5 동그란 반죽을 쿠키 판에 3cm 간격으로 놓고, 예열한 오븐에 넣어 비스킷이 보기 좋은 갈색이 될 때까지
10~12분가량 굽는다.

* 레시피는 <타샤의 식탁> 101쪽(쇠고기 스튜)과 74쪽(베이킹파우더 비스킷)에서 발췌.

꿈과 사랑이 날아오르는 <구름빵>
“어, 이게 뭐지?”
작은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어요.
작은 구름은 너무너무 가벼웠어요.
우리는 구름이 안 날아가게 조심조심 안고서 엄마한테 가져다주었어요.
엄마는 큰 그릇에 구름을 담아 따뜻한 우유와 물을 붓고 반죽해
작고 동그랗게 빚은 다음 오븐에 넣었지요.
“이제 45분만 기다리면 맛있게 익을 거야. 그럼 아침으로 먹자꾸나.”
45분이 지나고, 부엌 가득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랐어요.
엄마는 살며시 오븐을 열었지요.
맛있게 잘 익은 구름빵이 두.둥.실. 떠올랐어요.
“우아,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구름빵을 먹은 우리도 두.둥.실. 떠올랐어요.


구름빵
재료(지름 12cm 정도 2개 분량)강력분 190g, 따뜻한 물 130cc, 설탕·소금 1작은술씩, 드라이이스트 1/2작은술, 버터 1/2큰술

만들기
1 버터는 실온에 두어 부드럽게 만든다.
2 큰 볼에 따뜻한 물을 담고 설탕을 넣어 녹인다. 강력분 양의 반을 체에 쳐서 넣고 드라이이스트도 넣어 거품기로 섞는다.
3 ②에 강력분 남은 것을 체에 쳐서 넣고 소금과 버터를 넣어 손으로 반죽한다. 반죽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10분 정도 치댄다.
4 비닐주머니를 두 겹으로 해서 반죽을 매끈하게 만들어 넣고 입구를 끈으로 묶어 25~30℃ 정도 되는 곳에 1시간쯤 두어 발효시킨다.
5 두 배로 부풀면 끈을 풀고 비닐주머니째로 주물러서 가스를 뺀다.
6 다시 반죽을 꺼내서 치대 매끈하게 만든 다음 2등분해서 다시 매끈하게 만든다.
7 두툼한 천(캔버스천) 위에 반죽을 놓고 젖은 면보와 비닐로 덮어 12분 정도 휴지시킨다.
8 다시 주물러서 둥글게 모양을 만들어 버터를 바른 틀에 담아 캔버스천, 젖은 면보. 비닐을 차례로 덮어서25~30℃ 정도 되는 곳에서 30분 정도 2차 발효를 시킨다.
9 캔버스천과 면보, 비닐을 벗긴 뒤 200℃로 예열한 오븐의 중간 단에 넣어서 20분 정도 굽는다.

* 레시피는 노영희 씨가 잉글리시 머핀을 변형해 제안.


할머니에게 배운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내 이름은 엘리엇이에요. 열쇠를 잃어버린 어느 날이었습니다. 누군가 집에 오기를 기다리며 계단에 앉아 있는데, 위층에 사시는 스텔라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네 집에 갔어요. “엘리엇, 배고프지? 부엌 곁방에 뭐가 있는지 가서 보렴.” 할머니는 감자 몇 개와 버터, ‘바질’이라는 허브 잎으로 감자 팬케이크를 구워주셨습니다. 맛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였답니다. 스텔라 할머니는 음식에 대해 많이 아십니다. 할머니는 감자에 관해 다른 것들도 가르쳐주셨지요. 가끔 내 친구 아서가 나랑 같이 스텔라 할머니 댁에 갑니다. 아서는 입맛이 꽤 까다롭습니다. 맵거나 신 것, 딱딱해서 씹기 힘들거나 가시가 있는 건 먹지 않아요. 그래도 스텔라 할머니가 만드신 건 좋아합니다. 나와 아서는 할머니께 빵 만드는 법부터 시작해 파리식 햄버거, 캐서롤, 크랜베리 설탕절임 등등 다양한 요리를 배웠습니다. 작은 흰 빵, 통밀빵, 계피롤빵, 호밀빵과 귀리과자….
나는 할머니 생신날 아침, 커스터드 소스를 얹은 사과 타르트를 쟁반에 담고 스텔라 할머니네 집에 올라갔습니다. 물론 노래도 불러드렸죠. 타르트와 소스, 노래 모두 전날 밤에 제가 직접 만든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얼마나 놀라셨는지 아세요?

사과 타르트
통밀가루·흰 밀가루 1/2컵씩, 버터 6큰술, 사과 2개, 설탕 1큰술, 계핏가루 1작은술

1 오븐을 225℃로 예열한다.
2 반죽 그릇에 두 종류의 밀가루를 넣는다. 차갑고 단단한 버터를 얇게 썰어서 밀가루에 넣는다.
3 손가락 끝으로 재빨리 버터와 밀가루를 비비면 작은 부스러기가 생긴다. 작은 파이 틀(지름 15cm)에 밀가루 부스러기를 평평하게 펴서 꾹꾹 누른다.
4 사과를 4등분하고 속을 도려낸 뒤 4등분한 사과를 다시 얇게 썰어서 반죽 위에 둥글게 돌려 담는다.
5 설탕과 계핏가루를 섞어 사과 위에 뿌린 뒤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는다.

커스터드소스
달걀 1개, 밀가루 2큰술, 설탕 1/4컵, 우유 1 1/4컵, 바닐라에센스(혹은 바닐라빈) 1/2작은술, 휘핑크림 1/2컵

1 냄비에 달걀, 밀가루, 설탕, 우유를 넣고 재료가 잘 섞이게 거품기로 휘젓는다(알루미늄 냄비를 사용할 때는 나무 숟가락이나 포크로 저어야 한다. 금속으로 된 거품기를 쓰면 소스가 회색으로 변해 버린다).
2 색깔이 진해지기 시작할 때까지 조심스럽게 소스를 데운다. 소스가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야 한다. 소스가 끓으면 갑자기 엉겨버리므로 끓지 않도록 주의한다.
3 소스가 식으면 바닐라에센스를 넣고 젓는다.
4 휘핑크림을 거품기로 저어 단단한 크림처럼 만든 뒤 ③과 고루 섞는다.

* 레시피는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34쪽에서 발췌.
* 노영희 씨는 제철재료인 딸기를 얹은 파이를 제안한다. 위의 레시피에서 파이 베이스만 구운 뒤 딸기를 얹고 슈거파우더를 뿌려낸다.


유머와 위트로 반죽한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서로 돕는다는 건 이런 거야. “내가 반죽을 저을게, 너는 초콜릿 조각을 넣을래?”
참는다는 건, 쿠키가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거야.
당당하다는 건, 고개를 들고 “내가 만든 쿠키는 정말 맛있어” 하고 말하는 거야.
겸손하다는 건, 쿠키를 진짜 잘 구웠어도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지 않는 거야.
정말 그렇더라도 말이야.

어른을 공경한다는 건, 갓 구운 쿠키를 맨 먼저 할머니께 드리는 거야.
욕심이 많다는 건, 쿠키를 혼자서 다 먹어치우는 거야. “히히히, 냠냠냠.”
부러워한다는 건, ‘자꾸만 저 애 쿠키에 눈이 가. 내 쿠키보다 훨씬 맛있어 보여.
아, 저 쿠키가 내 거였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거야.
만족스럽다는 건, 너랑 나랑 둘이서 쿠키 하나씩 들고 계단에 앉아만 있어도 좋은 거야.

초콜릿칩쿠키
재료 버터 150g, 황설탕 200g, 소금 1/4작은술, 달걀 11/2개, 박력분 220g, 베이킹파우더 5g, 호두 80g, 초콜릿칩 250g

1 버터는 실온에 두었다가 부드러워지면 볼에 담고 거품기로 저어 크림처럼 만든다. 여기에 황설탕과 소금을 넣고 거품기로 섞은 뒤 달걀 푼 것을 조금씩 나눠 넣고 힘차게 섞는다.
2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섞어 체에 내린 뒤 굵게 다진 호두와 초콜릿칩을 넣어 섞는다.
3 ①에 ②를 넣고 주걱으로 자르듯이 섞어 손으로 뭉친 뒤 밀대 모양의 원통형으로 만든다. 이것을 유산지나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1~2시간 정도 굳혔다가 거낸다.
4 반죽을 2cm 두께로 썰어 오븐 팬에 띄엄띄엄 놓는다. 160℃로 예열한 오븐의 중간 단에 넣어서 15분 정도 굽는다.

이 기사의 본문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타샤의 식탁> <구름빵>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의 원작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상이 따뜻해지는 일러스트 요리책
타샤의 식탁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로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타샤 튜더가 그동안 정성껏 만들어 가족과 지인들을 기쁘게 했던 요리법을 모아놓은 이 책에서 그는 “1700년대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방법들로 오래전에 백지 ‘묶음’에 손으로 베껴둔 내용이다. 2남2녀인 내 자식들은 이 책을 보면서 요리하는 법을 익혔다. 이제는 하도 많이 써서 해지고 얼룩졌다. 이 책을 끈으로 다시 곱게 묶어 버터와 밀가루 범벅이 된 손주들이 사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미국 가정식 백반 같은 소박한 요리에는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양념이 더해져 더욱 정감 있다. 텃밭에서 딴 신선한 채소와 마당에 풀어 키우는 닭이 갓 낳은 달걀, 아침에 짜낸 염소젖을 이용해 애피타이저부터 수프, 주요리, 디저트까지 ‘시간을 담은 따뜻한 요리’를 소개한다. 타샤가 직접 그린 동화 같은 일러스트와 에세이에 취하다 보면 한번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타샤 튜더 글·그림 / 윌북 펴냄 / 1만 2천 원


구름빵
비 오는 날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구름으로 빵을 굽는다면? 노란 비옷 입은 고양이 형제 두 마리의 귀엽고도 기특한 행각이 읽는 내내 웃음을 선사한다. 더불어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기분 좋은 상상(하늘을 날며 솜사탕처럼 달콤한 구름을 뜯어 먹는)이 다시 퐁퐁 솟아오른다. 고소한 구름빵을 먹고 두둥실 떠오른 고양이 형제들은 어디로 날아갈까? 아침밥도 거른 채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로 출근하는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주고, 구름빵을 먹은 아빠도 두둥실 하늘을 날아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모습에서는 요즘의 씁쓸한 세태를 따뜻한 가족애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스토리와 일러스트의 신선한 시도를 접하고는 ‘당연히’ 번역서인 줄 알았다.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이미 스테디셀러인데, 백희나 작가가 2005 볼로냐 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받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작가의 앙증맞고 섬세한 솜씨에 눈이 팔려 엄마가 더 좋아한다. 우울한 어른에게 처방전으로 선물하고 싶은 책.
백희나 글·그림 / 김향수 사진 / 한솔수북 펴냄 / 8천5백 원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엘리엇이라는 남자 아이가 말하듯이 써 내려간 요리 일기장 같은 책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엘리엇이 위층에 사는 스텔라 할머니(요리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에게서 감자팬케이크를 배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감자로 만드는 샌드위치나 샐러드, 크림과 수프는 물론, 밀가루와 이스트로 굽는 여러 가지 빵, 화이트소스와 그린소스, 재미난 과일 요리와 스파게티 등 70여 가지의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가 가득하다. 엘리엇은 단순히 요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자와 암탉의 역사, 우리 몸을 이루는 영양소, 소화기관의 기능, 암소 한마가 할 수 있는 일, 유리병에 숙주와 알팔파 키우는 방법 등을 재미있게 공부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읽기에 적합한 이 책은 어른들에게도 상당한 지식을 전하고 먹는 즐거움과 요리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치를 버무려보겠다고, 호박을 썰어보겠다고 부엌으로 달려드는 아이를 귀찮다고 내쫓았던 적이 있다면 아이와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요리의 즐거움을 공유해보자. 엘리엇처럼 할머니나 엄마의 요리법을 배워 이렇게 특별한 그림 레시피북으로 만들어도 좋을 듯. 독일아동도서상을 수상한 책이다.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 레나 안데르손 그림 / 미래사 펴냄 / 8천5백 원


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
‘인내’는 쿠키가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이라며 조리대 위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어디 쿠키만 그럴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걸 이 아이는 배우는 중이다. 배려, 예의, 정직, 용감, 우정, 열린 마음, 후회, 긍정과 부정, 만족 그리고 지혜…. 이렇게 많은 인생의 가치를 쿠키 하나로 배운다. 하지만 도덕책처럼 딱딱하거나 교훈적이지도 않고,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 유머가 살아 있어 방긋 웃음 짓게 만든다. 특히 그림책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할머니에게 쿠키를 건네는 흑인 아이, 친구가 맡기고 간 쿠키를 지켜주는 동양 아이, 부모님께 거짓말했음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양과 책 속에서 지혜를 얻는 강아지까지, 캐릭터 하나하나의 동작과 표정이 기막히게 살아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분명 쿠키를 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2006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다.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 제인 다이어 그림 / 책읽는 곰 / 9천 원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