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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조리학교 '츠지쪼그룹교'를 가다 맛있는 일본 뒤에는 치지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22일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도쿄 2008>이 발간돼 3일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미식 국가로 등극한 일본의 밑바탕에는 제대로 된 ‘요리인’을 육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요리학교의 공로가 깔려 있다. 오는 3월 말 ‘포도플라자’를 운영하는 PDP 와인㈜과 함께 ‘츠지원’을 오픈하는 ‘츠지쪼그룹교’가 가장 대표적이다.


1 오사카에 있는 츠지 조리학교 본교의 이론 수업 장면. 최신 설비를 갖춘 쾌적한 시설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2 본관 입구에는 “가르치면서 배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3 프리츠 한센의 빨간색 스완 의자가 놓인 본관 로비는 마치 호텔 라운지 같다.
4 창립자인 츠지 시즈오가 평생을 걸쳐 수집한 프랑스의 요리 고서적. 그는 세계에서 프랑스 요리 관련 서적을 가장 많이 소장했던 사람이다.
5 교장 집무실 내에 마련된 클래식한 다이닝룸.
6 상급 과정 중 하나인 레스토랑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한 학생이 손님에게 낼 베이징오리 요리의 껍질을 저미고 있다.
7 손님 입장에서 평가표를 작성하는 학생들. 8 일본의 프랑스 요리 바이블로 통하는 츠지 시즈오의 <프랑스 요리 역사 연구>.

<미슐랭 가이드>는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1900년부터 매년 발행해온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 전 세계의 유명한 레스토랑과 셰프가 미슐랭의 별 하나에 울고 웃을 정도로 권위와 명성이 높다. 그런 미슐랭이 일본, 정확히 말해 ‘도쿄’를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 반열에 올려놓았다. 도쿄에서 미슐랭의 별점을 받은 식당은 1백50곳(별 3개 식당은 8곳)으로, 64곳이 받은 파리나 42곳이 받은 뉴욕에 비해 “지나치게 후한 점수를 줬다”고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뒷말이 많지만, 중요한 건 별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뉴욕도 파리도 아닌 ‘도쿄’가 미슐랭의 혀를 감동시켰다는 사실 아닐까.

유명 식당 가이드북의 찬사에 덩달아 호들갑을 떨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실제로 도시의 골목을 요리조리 누비며 맛을 탐하는 행복한 미식가들이나 내로라하는 전문 요리사들은 “도쿄는 진정 맛있다”고 주저 없이 이야기한다. 이번에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은 스시 집 2곳, 일본 전통음식점 3곳, 프렌치 식당 3곳 등 모두 8곳이다. 스시와 일본 전통 음식이야 그렇다 쳐도 도쿄에 있는 프렌치 식당이, 그것도 프랑스에서 펴내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일본에 프렌치를 비롯한 동서양의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달한 것은 곧 실력 있는 요리사가 많기 때문이고, 그것은 또 일본에는 제대로 된 요리인을 양성하는 좋은 요리학교가 많다는 의미다.

일본에 프랑스 요리가 전해진 지는 1백 년, 프랑스 요리의 붐을 일으키고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아 뿌리 내리게 한 데는 츠지 시즈오(1933~1993)라는 인물이 있었다. 요미우리 신문기자였던 그는 푸아그라와 캐비아 같은 식재료가 일본에 알려지기도 전인 1960년에 요리학교 ‘츠지쪼그룹교’를 세웠고, 일본의 프랑스 요리 바이블로 통하는 <프랑스 요리 역사 연구>(1964)를 집필했으며, 일본의 요리인들에게는 전설적인 인물로 통한다. 끊임없는 탐구심과 ‘혼모노(제대로 된 것, 진짜)’를 추구하는 열정은 그를, 프랑스 요리 관련 문헌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사람으로, 외국인 최초로 프랑스 최고 요리인상인 MOF(Meilleurs Ouvriers de France)를 받은 명인으로, 최고의 교육 환경과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갖춘 요리학교의 창립자로, 나아가 일본에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의 다양한 식문화를 알린 선구자로 기억하게 한다. 츠지쪼그룹교는 개교 이래 현재까지 일본 요리, 프랑스 요리뿐 아니라 이탈리아 요리, 중국 요리, 제과 제빵을 가르쳐왔으며, 1993년 창립자의 타계 이후 그의 장남인 츠지 요시키가 뒤를 잇고 있다.

먹어보지 않으면 ‘진짜’를 알 수 없다 오사카에 있는 츠지쪼 본교의 수업 시간. 5년 전 최신 현대식 설비로 리뉴얼한 강의실, 조리사 복장을 한 교사가 커다란 조리대에서 생선 손질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30여 명의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교실 앞에 설치된 세 대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선생님의 유연한 손놀림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관찰한다. 한 층 아래 실습실에서는 5~6명씩 조를 이룬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조심스럽게 김초밥을 말고 있다. 스무 살쯤 돼 보이는 동안의 학생과 머리칼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늦깎이 학생이 함께 실습 중인데, 진지한 표정과 눈빛에서 발산되는 열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같은 파장을 일으킨다.

또 다른 건물의 중식 시뮬레이션 수업. 레스토랑처럼 몇 개의 둥근 테이블이 놓인 공간에는 하얀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이 손님으로 앉아 있고, 학생 한 명이 오늘의 메뉴를 설명한다. 학생들을 2개 조로 나눠 반은 실제 레스토랑에서처럼 음식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나머지 반은 손님이 되어 음식 맛과 서비스를 평가하는 수업이다. 코스로 음식이 서브되기 시작하면, 손님 역할을 하는 학생들은 진지하고 신랄하게 평가표의 항목을 하나하나 작성해나간다. 잠시 후 메인 요리인 베이징오리 한 마리가 반들반들 윤기 나게 구워져 레스토랑 한가운데 놓이고, 한 학생이 네모난 칼로 껍질과 살을 조심스럽게 저미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선생님, 게다가 한국에서 온 기자들의 시선 집중 탓인지 고기 손질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금세 땀이 맺히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된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이 손질법을 다시 한 번 알려주고 동료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준 후에야 비로소 칼질에 자신감이 붙어 보인다. 상급 과정 중 하나인 레스토랑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레스토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조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실습해보기 때문에 학생들이 졸업 후 곧바로 레스토랑에 투입돼도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니 레스토랑마다 츠지쪼그룹교 출신을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미래의 스타 셰프를 꿈꾸는 수많은 학생들이 츠지쪼그룹교를 찾아와 열심히 요리 기술을 연마하고 더불어 마음을 닦는다.

창립자인 츠지 시즈오가 강조했던 ‘먹어보지 않으면 진짜를 알 수 없다’는 철학으로 최고의 실습 재료를 고집하고, 제대로 된 ‘진짜’를, 될 때까지 끊임없이 추구하는 ‘혼모노 정신’이 결합된 츠지쪼그룹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개교 이래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모두 12만 명. 졸업 후 일본 각지와 해외에서 오너 셰프로 일하는 사람이 2천 명 정도라니 일본의 조리사 양성사관학교라 불릴 만하다. 아무리 유명한 요리사라도 해외에 좀처럼 나갈 수 없었던 시절, 츠지 시즈오는 폴 보퀴즈Paul Bocuse, 조엘 로뷔숑Joel Robuchon,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등 기라성 같은 프랑스 셰프들을 객원교수로 강단에 세워 현지의 식문화를 접하게 하고 일본 요리사들에게 자극이 되게 했다.

현재 츠지쪼그룹교는 전공 없이 전반적인 요리를 배우는 ‘츠지 기초’(1년제)’와 전공 요리의 기술을 주로 배우는 ‘에콜 츠지’(1년제) 등 두 종류의 기초 과정이 있다. 또한 기초 과정을 수료하면 1980년대에 프랑스 리옹에 있는 샤토 드 레클레르Chateau de l’Eclair와 샤토 에스코피에Chateau Escoffier를 구입해 세운 츠지 프랑스교로 유학할 수 있다. 한 해에 2백 명씩 프랑스 현지 과정을 이수한다. 또 하나의 자부심인 ‘츠지그룹연구소’는 교원들의 요리 연구를 지원하거나 연구 결과를 서적으로 출간하는 일을 한다. 현재까지 6백여 권에 이르는 요리 전문 서적, 요리 사전 및 일반인을 위한 책을 출간함으로써 요리 교육뿐 아니라 음식 문화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입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서울 포도플라자에 ‘츠지원’ 오픈 이제 반갑게도 우리나라에서 츠지쪼그룹교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와인 테마 공간 ‘포도플라자’에 3월 29일 ‘츠지원(tsuji+Ⅰ)’이 개원한다. ‘포도플라자’는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와인’이라는 공통된 연결고리를 가지고 탄생한 문화 공간. 와인 바 ‘뱅가’, 와인 숍 ‘와인타임’, 영국에 본원을 둔 와인 전문 교육기관 WSET 등이 이미 들어서 있고, 여기에 ‘츠지원’이 개원함으로써 와인과 식문화를 아우르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다. ‘츠지원’이라는 이름은 츠지쪼그룹의 ‘츠지’와 ‘하나의’ ‘나만의’ 그리고 여러 사람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원circle’을 뜻하는 복합적 의미의 ‘Ⅰ’이 합쳐진 것.

일본에서 강의하는 교수진이 파견돼 일본 요리, 프랑스 요리, 제과&디저트의 세 가지 과정을 각각 12회로 진행한다. 각 회당 3시간 동안 3~4종의 요리를 만들고 맛본다.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키친에서 여덟 명 이내의 소수 인원이 일본인 셰프와 자유롭게 대화하며 표면적인 요리 기술이 아닌 ‘진정한’ 요리의 매력과 미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 츠지쪼그룹교의 강점은 학생의 요구needs에 맞춰 커리큘럼을 유연성 있게 디자인할 수 있는 훌륭한 교수진이 있다는 것. 매 수업마다 통역과 조리 보조원이 매끄러운 진행을 돕는다. 세계의 어떤 요리학교보다 ‘기본’을 중요시하는 만큼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요리 수업, 선진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츠지쪼그룹교’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창립자 츠지 시즈오의 요리 철학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접시 속에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인격이 반영된다는 것을 믿고 요리 기술은 물론 더불어 마음을 닦는 자세를 익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츠지 요시키(현 츠지쪼그룹교 교장)
“혼모노 정신과 우수한 교원이 최대 경쟁력”

창립자 츠지 시즈오의 장남. 12세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유학 가 고고미술사를 전공하고, 뉴욕의 증권사 PR로 일했다. 1993년 부친의 뒤를 이어 츠지쪼그룹교 교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15년간 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다. 저서로 기무라와 공동작인 <미식진화론>이 있고, 편저로 <요리를 직업으로 하고 싶다> 등 다수가 있다.

츠지쪼그룹교의 교육철학과 이념은? 첫째, 혼모노(제대로 된 것, 진짜) 정신이다. 기본에 충실한 ‘진짜’를 가르치는 것이다. 정신이나 체력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큰 ‘요리인’으로서 뒤처지지 않도록 교육한다. 둘째, 학생의 재능이나 개인기의 차이를 인정해 각자의 수준에서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수진이 노력을 많이 한다. 셋째, 뛰어난 요리 기술을 후대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내는 우수한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조리학교와 차별화되는 점은? 끊임없이 시설에 투자해 쾌적한 환경에서 최신 설비를 사용하는 교육 환경을 만든다. 그보다 더 자부심을 갖는 것은 교원의 자질과 자세다. 교원의 90% 이상이 본교 출신으로, 입사해서 약 10년은 조수로서 경험을 쌓고 반드시 전공 분야 요리의 본국에서 현지 연수를 받아야 교단에 설 수 있다. 또한 프랑스 리옹의 에콜은 프랑스와 유럽의 최신 정보와 흐름을 누구보다 신속하게 파악하고 습득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다. 이것은 일본의 어떤 조리학교에서도 모방할 수 없는 유일한 시스템이고, 우리는 그만큼 인재 양성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다.

아버지로서 그리고 요리 연구가로서 츠지 시즈오는 어떤 사람인가? 선친은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기자로서의 마인드와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연구기술을 지닌 학교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스물일곱 살 때까지 해외에서 지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일본에 들어왔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고작 1년 정도뿐이다. 아버지는 너무나 열정적이고 늘 학교 이야기, 연구에 대한 이야기만 하셨다. 내겐 에베레스트 산처럼 크고 위대한 분이셨다. 아버지에게 받은 것은 ‘츠지쪼그룹교’ 자체다. 학교를 후대에 잘 물려주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미식진화론>이란 책을 썼는데, ‘맛있는 요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상황에 따라 맛있는 요리가 있고, 기술적으로 맛있는 요리가 있는 것 같다. 굳이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상대방과 대화가 끊기는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오감이 정지되는 상태’로, 표현을 하려는 의지도 없어지고 오직 요리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요리가 아닐까.

포도플라자와 츠지원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포도플라자가 여러 교육기관을 조사한 끝에 츠지쪼그룹교의 교육철학이 포도플라자가 지향하는 것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후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약 2년 동안 양사의 실무진이 한국의 사람과 문화, 요리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츠지쪼그룹교의 기술적인 노하우와 포도플라자의 문화적 콘텐츠를 결합하여 츠지원을 준비해왔다. 앞으로 츠지원을 통해 한국의 식문화가 더욱더 풍요로워지고, 츠지원이 세계의 음식 문화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찾아가고 있는 아시아에서 값진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와타나베 유이치로(레스토랑 ‘조엘 로뷔숑’ 수석조리장)
“요리인의 기본과 필수 자세는 츠지에서 배웠다”

<미슐랭 가이드 도쿄 2008>에서 별 셋을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조엘 로뷔숑’에서 프랑스인 총주방장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자리인 수석조리장으로, 일본 셰프의 자존심을 세우는 존재로 유명하다. 오사카 츠지조리학교와 츠지 프랑스교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원 스타 레스토랑인 ‘폴 보퀴즈 도쿄’를 거쳐 1994년부터 ‘조엘 로뷔숑’에사 일한다. 아쉽게도 ‘조엘 로뷔숑’의 요리는 맛볼 수 없었고, 클로징 타임에 인터뷰만 한 뒤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주방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했는데, 어디서 배웠나? 아시아 각국에서 오는 손님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인사말과 ‘감사합니다’ 정도는 배우고 있다. 서비스 스태프들에게도 아시아 각 나라의 말을 배우라고 주문한다. 몇 마디 말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게 된 비결은? 조엘 로뷔숑이라는 천재 요리가가 있었고, 모든 스태프들은 그의 요리를 재현하고 있다. 그의 완벽한 요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름을 걸고 요리한다는 것과, 이제 별 세 개를 지켜야 한다는 많은 부담이 있지만, 후에 그와 함께 일한 것을 귀한 경험이라 느낄 것은 분명하다.

로뷔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오사카의 츠지 조리학교에서 1년을 공부한 후 츠지 프랑스교에서 유학했다. 그때 용돈을 모아 조엘 로뷔숑의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먹었던 모든 요리의 맛과 모양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후 그 요리의 비결을 너무 궁금해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폴 보퀴즈의 레스토랑 스태프로 있다가 1994년에 조엘 로뷔숑에 지원했다.


츠지쪼그룹교를 다니게 된 이유는? 츠지쪼그룹교 선생님들이 진행했던 <요리천국>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혼모노’를 배웠다. 토요일에 방송됐는데 매주 빼놓지 않고 봤다. 츠지쪼그룹교는 요리학교계의 ‘도쿄대’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요리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츠지쪼그룹교에서 배운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선생님들의 열정이다. 요리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필수 자세도 잘 배웠다. 요리 과정 중 ‘반드시 해야 할 것(must-do)’에 대해 배운 것은 지금도 모두 기억난다. 학생 때는 ‘셰프가 되겠다’ ‘오너 셰프가 되겠다’ 그리고 ‘학교에 다시 오겠다’는 목표로 지냈다. 그리고 2000년에 도쿄 캠퍼스에서 강의를 했으니 목표를 다 달성한 셈이다.

다카기 야수마사(르 파티시에 다카기 대표)
“기술보다 중요한 덕목은 마음의 자세”

츠지 프랑스교에서 제과를 전공하고 각종 제과 대회에서 수상했다. 현재 도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초콜릿 매장을 운영한다. NHK, TBS 등의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해졌는데, 네슬레에서 나오는 인기 초콜릿 브랜드 ‘킷캣KitKat’에서 셰프의 이름을 딴 ‘다카기 킷캣’을 시판 중이다. 도쿄역 매점과 시내 슈퍼마켓에서는 셰프의 얼굴이 그려진 핫케이크용 프리믹스가 눈에 띈다. 사단법인 도쿄도 양과자 협회 이사.

일본에서 디저트 카페가 성행하고 있는데 최근의 트렌드는? 디저트 시장이 매우 발달한 일본에서는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리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다마스칸 로즈’라는 작은 장미를 이용해 내가 만든 초콜릿은 밸런타인데이 히트 상품이다. 밤은 스페인에서 들여오고, 마카다미아는 호주의 농가와 직접 계약해 내 이름을 건 초콜릿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원두를 사서 화이트, 다크, 밀크 초콜릿 등 여덟 가지의 초콜릿 블렌딩도 직접 한다. 이는 원료부터 내 스타일에 맞게 생산함으로써 남과 다른 초콜릿으로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다.

디저트 아이디어를 어디서 구하는가? 다른 과자점의 제품은 절대 보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자연, 미술 등을 만끽하며생활에서 얻는다. 츠지쪼그룹교에서 자연을 벗 삼아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을 훈련받았는데 지금도 활용하고 있다.


츠지 프랑스교 재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설립자이신 츠지 시즈오의 고집이다. 가장 좋은 재료로 음식 만드는 것을 배워야 가장 좋은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설립자의 사모님은 좋은 접시를 수집하셨는데,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직접 음식을 만들어 여는 파티에 그 접시를 사용하도록 하셨다.

스태프에게 강조하는 점은?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 오래 일하면 느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프로 요리사로서 완성도를 높이고 발전하려면 ‘마음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스태프에게 당신의 비법을 알려주는가? 기술은 전수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모든 비법을 알려준다. 김계석이라는 한국인 직원이 있는데 아주 잘 따라오고 있어 기특하다. 확실히 가르쳐서 보낼 계획이다.

구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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