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음력 1월 1일, 가장 큰 민족 행사인 설이 돼서야 나이 한 살 더 먹은 것을 실감한다. 사업이든 공부든 연애든 새로운 마음으로 잘해보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맘때다. 이 중요한 순간에, 나이와 함께 꼭 먹게 되는 것이 바로 떡국이다. 동전처럼 둥글게 썬 떡이 그득하게 담겨 있는 그릇을 보면 부자가 된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진다. 우리 조상들이 눈처럼 희고 엽전을 닮은 떡국을 설날 아침에 먹은 것 역시 한 해를 무사히 보내고 돈 많이 벌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았기 때문이다.
쌀이 귀하던 예전에는 설날처럼 특별한 날에나 떡국을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분식집에서도 떡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 밥 먹기에 입맛이 깔깔할 때도 한 끼 식사로 떡국은 손쉽게 준비할 수 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처럼 늘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음식도 저마다의 레시피가 있는데 떡국은 어떨까. 한식과 일식, 건강 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요리 연구가들과 한국 음식점의 요리사들이 집에서 늘 하는 자신들의 떡국 레시피를 알려준다. 내 입맛에 맞는 떡국 레시피를 골라보자.
1 “다시마 우린 물로 끓인 담백한 떡국” 건강 요리 연구가 이양지 씨
이양지 씨의 냉장고 한쪽에는 일 년 365일 자리 잡고 있는 페트병이 있다. 다시마 한 조각이 들어 있는 찬물이다. 수프, 국, 조림 등 국물이 필요한 요리에는 무조건 이 다시마 우린 물을 사용한다. 다시마는 세 번 정도 우려서 사용하는데 끓이지 않기 때문에 비린 맛이 없고 다시마 특유의 감칠맛만 남아 있다고. 떡국도 마찬가지로 이 육수를 이용하는데 시원한 맛을 더하기 위해 무와 멸치를 더한다. 한소끔 끓으면 멸치는 빼고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인다. “목포가 고향인 어머니는 떡국을 끓일 때 매생이를 많이 썼어요. 떡국떡을 먼저 익힌 다음 매생이를 넣어 파랗게 색이 변하면 불을 끕니다. 너무 많이 끓이면 향이 날아가거든요. 참, 매생이는 멸치 육수와 특히 잘 어울려요.” 이양지 씨는 매생이는 굉장히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으니 먹을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2 “미소를 넣어 감칠맛 강한 떡국” 일본 요리 연구가 김정은 씨
일본에서 오랫동안 요리 공부를 한 김정은 씨는 다포리산 멸치와 다시마, 말린 새우를 넣고 끓인 육수를 주로 사용한다. “설날 끓이는 떡국은 늘 양을 많이 하게 돼요. 아침에 먹고도 떡국이 남을 때는 국물에 일본 된장인 미소를 풀어 점심때 즐깁니다. 육수의 기본 재료인 멸치와도 맛이 잘 어울려요. 미소의 감칠맛과 단맛 때문에 아이들도 잘 먹고요.” 김정은 씨는 이어서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정월에 떡을 먹는 풍습이 있어요. ‘오조니’라는 일본식 떡국이지요. 우리는 보통 멥쌀로 만든 떡을 넣지만 오조니에는 찹쌀떡이 들어갑니다. 찹쌀떡을 미소 푼 육수에 넣어 먹는데, 교토에서는 하얀 미소를, 또 어떤 지역에서는 붉은색 미소를 씁니다”라고 덧붙인다. 미역이나 유부, 구운 찹쌀떡, 두부 등을 넣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특히 국물이 팔팔 끓을 때,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운 찹쌀떡을 넣으면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고소한 찹쌀떡 맛이 나는 별미가 완성된다.
3 “표고버섯 육수를 쓴 채식주의자를 위한 떡국” 소심의 민원자 사장
인사동에 있는 채식 전문 식당 소심의 민원자 사장은 어릴 때부터 고기가 입맛에 맞지 않아 채식을 고집한다. 그런 그가 만드는 떡국 역시 고기나 해산물 등을 전혀 넣지 않고 오로지 채소만 이용한 채식주의자용 떡국이다. “사찰에서는 국물이 있는 음식을 만들 때 말린 표고버섯을 우려서 쓰지요. 저는 표고버섯을 바짝 말려 밀가루처럼 곱게 가루 낸 것을 씁니다. 마른 표고버섯에는 레티난이라는 항암 성분이 들어 있고, 피를 잘 통하게 하여 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도 해요. 이때 다시마와 양파, 대파 뿌리, 통마늘도 함께 넣어 끓입니다. 체에 한 번 밭친 다음에 떡을 넣고 끓이면 됩니다.” 고명으로는 느타리를 곱게 찢어 참기름과 소금을 넣어 볶고, 목이버섯,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등도 같은 식으로 볶아서 올린다고. 색깔을 더하고 싶을 때는 채 썬 당근을 볶아 올리면 좀 더 알록달록하다.
산적을 올린 양지머리 떡국
재료 가래떡 600g, 우둔살 100g, 실파 5대, 식용유 약간 육수 양지머리 300g, 대파 뿌리 1대 분량, 통마늘 10g, 통후추 약간 국간장·소금·후춧가루 약간씩 고기 양념 다진 파·참기름 2작은술씩, 간장·다진 마늘·깨소금 1작은술씩, 소금 1/2작은술, 설탕 1/3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찬물에 양지머리를 담가 핏물을 뺀 다음 양지머리에 다시 찬물을 부어 끓인다. 이때 중간에 생기는 거품은 걷어낸다.
2 대파 뿌리와 통마늘, 통후추를 넣어 끓인다. 국간장과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다.
3 어슷하게 썬 가래떡은 찬물에 씻어 건진다.
4 가래떡을 육수에 넣어 한소끔 끓인다.
5 우둔살은 여러 군데 잘게 칼집을 넣어 길이 5cm, 폭 6cm로 자른 다음 고기 양념 재료에 무친다.
6 실파는 4cm 길이로 자른다.
7 꼬치에 우둔살과 실파를 번갈아 끼워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지진다.
8 떡국에 ⑦의 산적을 올린다.
입맛 돋우는 고명
음식에 장식을 더하는 고명은 식욕을 돋우는 것은 물론, 음식을 한결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한다. 떡국도 마찬가지. 고명은 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파와 고기를 꼬치에 꿴 산적이나 섭산적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올리면 안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육수에 썼던 고기를 가늘게 찢어 국간장과 마늘, 참기름 등에 조물조물 무쳐 올리면 국간장의 향긋함이 떡국 맛을 돋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달걀이다.
노른자와 흰자로 나누어 얇게 지단을 부쳐 길이를 맞추어 채 썰거나 마름모로 자르면 된다. 이때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불을 아주 약하게 하여 익히도록 한다. 달걀을 잘 풀어 이를 끓는 육수에 부어 줄알을 치기도 하지만 채 썬 지단이 한결 깔끔해 보인다. 김가루나 실고추, 다진 대파 등을 올리기도 한다.
4 “산삼 뿌리와 후춧가루가 포인트” 요리 연구가 노영희 씨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 연구가인 노영희 씨는 치마양지 우린 물을 육수로 쓴다. 이때 대파 잎과 양파, 통마늘, 통후추, 수삼 한두 뿌리를 넣고 끓인다. 국물에 수삼 뿌리를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크다.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국물에 은은한 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육수를 만드는 중간에 찬물을 한 번 부으면 고기에서 맛 성분이 빠져나와요. 다 끓여서 체에 밭친 뒤에는 국물에 설탕을 조금 넣으면 육수에 남아 있던 씁쓰름한 맛이 없어집니다.” 고명으로는 산적을 앙증맞은 크기로 만들어 올리거나 잘게 찢은 고기를 국간장과 참기름에 무쳐 올린다. 국간장은 떡국에 발효 음식 특유의 숙성된 향을 입힌다. 마지막으로 꼭 넣는 것이 후춧가루다. 고기에서 나온 기름기와 떡에서 나온 전분 때문에 자칫 느끼한 맛이 날 수 있는데, 후춧가루가 맛을 한결 개운하게 해준다. 떡국을 끓이는 도중에 뿌리면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 고명에 뿌린다.
5 “바다 향기 진한 굴떡국” 요리 연구가 김영빈 씨
김영빈 씨는 조랭이떡국을 좋아한다. 납작한 떡국보다 씹는 맛이 더 쫄깃쫄깃하고 잘 퍼지지 않는 데다 그릇에 담았을 때 정갈해 보이기 때문이다. “바다 향이 나면서도 감칠맛이 있어요. 조개나 홍합으로 육수를 내면 살짝 쌉싸름한 맛이 나는데 굴은 단맛이 더 강하지요.” 굴떡국의 기본 육수는 다시마가 들어가지만 한결 진한 맛을 낼 때는 멸치도 쓴다. 굴은 너무 오래 끓이면 퍼지기 때문에 떡이 다 익을 즈음에 넣어 우르르 잠깐 동안 끓인다. 굴의 육질을 살리려면 다시마 육수를 끓일 때 굴을 넣고 표면이 탱글탱글해지면 건진다.
6 “닭 농축 육수를 이용해 국물 맛이 깊은 떡국” 궁중음식연구원 박준희 씨
궁중음식연구원에서 한국 음식을 가르치는 연구원 박준희 씨의 고향은 전라남도 해남이다. 해남에서는 주로 닭으로 육수를 낸다고. “일반적으로 닭 육수라 하면 닭 삶은 물을 말하지만, 저희 할머니나 어머니, 저는 다른 방법을 씁니다. 토막 낸 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푹 끓이세요. 수분이 거의 날아가고 젤라틴이 생겨서 엉길 정도가 되면 불을 끕니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만 따로 냄비에 덜어내어 거기에 물을 붓고 떡국을 끓이면 됩니다. 닭 농축 육수를 쓰면 맛이 한결 깊고 깔끔해요.” 이어서 그는 ‘닭 농축 육수는 200ml 우유팩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해동해 사용하면 편하다’고 덧붙였다.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떡국떡
1 가래떡 냉동 상태에서 곧바로 끓는 물에 넣으면 가장자리가 갈라질 수 있으니 30분 정도 물에 불려 넣는다. 요즘에는 쑥, 단호박, 검정쌀 등을 이용한 컬러 가래떡도 시중에 나와 있다. ‘행복이 가득한 홈쇼핑’(본지 282쪽)에서 구입할 수 있다.
2 조랭이떡 누에고치 모양의 이 떡은 떡 반죽을 젓가락 등으로 잘게 잘라 가운데를 눌러 아령 모양으로 만든다.
3 생반죽떡 가래떡이 없을 때 즉석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떡으로 충청도 지방의 겨울철 별미다.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동량으로 익반죽한 뒤 동글게 빚어 납작하게 만든다. 생반죽떡은 가루가 고와서 오랫동안 반죽을 치대야 잘 풀어지지 않는다.
쌀이 귀하던 예전에는 설날처럼 특별한 날에나 떡국을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분식집에서도 떡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침 밥 먹기에 입맛이 깔깔할 때도 한 끼 식사로 떡국은 손쉽게 준비할 수 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처럼 늘 우리 밥상에 오르는 음식도 저마다의 레시피가 있는데 떡국은 어떨까. 한식과 일식, 건강 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요리 연구가들과 한국 음식점의 요리사들이 집에서 늘 하는 자신들의 떡국 레시피를 알려준다. 내 입맛에 맞는 떡국 레시피를 골라보자.
1 “다시마 우린 물로 끓인 담백한 떡국” 건강 요리 연구가 이양지 씨
이양지 씨의 냉장고 한쪽에는 일 년 365일 자리 잡고 있는 페트병이 있다. 다시마 한 조각이 들어 있는 찬물이다. 수프, 국, 조림 등 국물이 필요한 요리에는 무조건 이 다시마 우린 물을 사용한다. 다시마는 세 번 정도 우려서 사용하는데 끓이지 않기 때문에 비린 맛이 없고 다시마 특유의 감칠맛만 남아 있다고. 떡국도 마찬가지로 이 육수를 이용하는데 시원한 맛을 더하기 위해 무와 멸치를 더한다. 한소끔 끓으면 멸치는 빼고 무가 투명해질 때까지 끓인다. “목포가 고향인 어머니는 떡국을 끓일 때 매생이를 많이 썼어요. 떡국떡을 먼저 익힌 다음 매생이를 넣어 파랗게 색이 변하면 불을 끕니다. 너무 많이 끓이면 향이 날아가거든요. 참, 매생이는 멸치 육수와 특히 잘 어울려요.” 이양지 씨는 매생이는 굉장히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으니 먹을 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2 “미소를 넣어 감칠맛 강한 떡국” 일본 요리 연구가 김정은 씨
일본에서 오랫동안 요리 공부를 한 김정은 씨는 다포리산 멸치와 다시마, 말린 새우를 넣고 끓인 육수를 주로 사용한다. “설날 끓이는 떡국은 늘 양을 많이 하게 돼요. 아침에 먹고도 떡국이 남을 때는 국물에 일본 된장인 미소를 풀어 점심때 즐깁니다. 육수의 기본 재료인 멸치와도 맛이 잘 어울려요. 미소의 감칠맛과 단맛 때문에 아이들도 잘 먹고요.” 김정은 씨는 이어서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정월에 떡을 먹는 풍습이 있어요. ‘오조니’라는 일본식 떡국이지요. 우리는 보통 멥쌀로 만든 떡을 넣지만 오조니에는 찹쌀떡이 들어갑니다. 찹쌀떡을 미소 푼 육수에 넣어 먹는데, 교토에서는 하얀 미소를, 또 어떤 지역에서는 붉은색 미소를 씁니다”라고 덧붙인다. 미역이나 유부, 구운 찹쌀떡, 두부 등을 넣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특히 국물이 팔팔 끓을 때,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운 찹쌀떡을 넣으면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고소한 찹쌀떡 맛이 나는 별미가 완성된다.
3 “표고버섯 육수를 쓴 채식주의자를 위한 떡국” 소심의 민원자 사장
인사동에 있는 채식 전문 식당 소심의 민원자 사장은 어릴 때부터 고기가 입맛에 맞지 않아 채식을 고집한다. 그런 그가 만드는 떡국 역시 고기나 해산물 등을 전혀 넣지 않고 오로지 채소만 이용한 채식주의자용 떡국이다. “사찰에서는 국물이 있는 음식을 만들 때 말린 표고버섯을 우려서 쓰지요. 저는 표고버섯을 바짝 말려 밀가루처럼 곱게 가루 낸 것을 씁니다. 마른 표고버섯에는 레티난이라는 항암 성분이 들어 있고, 피를 잘 통하게 하여 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도 해요. 이때 다시마와 양파, 대파 뿌리, 통마늘도 함께 넣어 끓입니다. 체에 한 번 밭친 다음에 떡을 넣고 끓이면 됩니다.” 고명으로는 느타리를 곱게 찢어 참기름과 소금을 넣어 볶고, 목이버섯,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등도 같은 식으로 볶아서 올린다고. 색깔을 더하고 싶을 때는 채 썬 당근을 볶아 올리면 좀 더 알록달록하다.
산적을 올린 양지머리 떡국
재료 가래떡 600g, 우둔살 100g, 실파 5대, 식용유 약간 육수 양지머리 300g, 대파 뿌리 1대 분량, 통마늘 10g, 통후추 약간 국간장·소금·후춧가루 약간씩 고기 양념 다진 파·참기름 2작은술씩, 간장·다진 마늘·깨소금 1작은술씩, 소금 1/2작은술, 설탕 1/3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찬물에 양지머리를 담가 핏물을 뺀 다음 양지머리에 다시 찬물을 부어 끓인다. 이때 중간에 생기는 거품은 걷어낸다.
2 대파 뿌리와 통마늘, 통후추를 넣어 끓인다. 국간장과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다.
3 어슷하게 썬 가래떡은 찬물에 씻어 건진다.
4 가래떡을 육수에 넣어 한소끔 끓인다.
5 우둔살은 여러 군데 잘게 칼집을 넣어 길이 5cm, 폭 6cm로 자른 다음 고기 양념 재료에 무친다.
6 실파는 4cm 길이로 자른다.
7 꼬치에 우둔살과 실파를 번갈아 끼워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지진다.
8 떡국에 ⑦의 산적을 올린다.
입맛 돋우는 고명
음식에 장식을 더하는 고명은 식욕을 돋우는 것은 물론, 음식을 한결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한다. 떡국도 마찬가지. 고명은 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파와 고기를 꼬치에 꿴 산적이나 섭산적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올리면 안주인의 정성이 느껴진다. 육수에 썼던 고기를 가늘게 찢어 국간장과 마늘, 참기름 등에 조물조물 무쳐 올리면 국간장의 향긋함이 떡국 맛을 돋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달걀이다.
노른자와 흰자로 나누어 얇게 지단을 부쳐 길이를 맞추어 채 썰거나 마름모로 자르면 된다. 이때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뒤 불을 아주 약하게 하여 익히도록 한다. 달걀을 잘 풀어 이를 끓는 육수에 부어 줄알을 치기도 하지만 채 썬 지단이 한결 깔끔해 보인다. 김가루나 실고추, 다진 대파 등을 올리기도 한다.
4 “산삼 뿌리와 후춧가루가 포인트” 요리 연구가 노영희 씨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 연구가인 노영희 씨는 치마양지 우린 물을 육수로 쓴다. 이때 대파 잎과 양파, 통마늘, 통후추, 수삼 한두 뿌리를 넣고 끓인다. 국물에 수삼 뿌리를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크다.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국물에 은은한 향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육수를 만드는 중간에 찬물을 한 번 부으면 고기에서 맛 성분이 빠져나와요. 다 끓여서 체에 밭친 뒤에는 국물에 설탕을 조금 넣으면 육수에 남아 있던 씁쓰름한 맛이 없어집니다.” 고명으로는 산적을 앙증맞은 크기로 만들어 올리거나 잘게 찢은 고기를 국간장과 참기름에 무쳐 올린다. 국간장은 떡국에 발효 음식 특유의 숙성된 향을 입힌다. 마지막으로 꼭 넣는 것이 후춧가루다. 고기에서 나온 기름기와 떡에서 나온 전분 때문에 자칫 느끼한 맛이 날 수 있는데, 후춧가루가 맛을 한결 개운하게 해준다. 떡국을 끓이는 도중에 뿌리면 지저분해질 수 있으니 고명에 뿌린다.
5 “바다 향기 진한 굴떡국” 요리 연구가 김영빈 씨
김영빈 씨는 조랭이떡국을 좋아한다. 납작한 떡국보다 씹는 맛이 더 쫄깃쫄깃하고 잘 퍼지지 않는 데다 그릇에 담았을 때 정갈해 보이기 때문이다. “바다 향이 나면서도 감칠맛이 있어요. 조개나 홍합으로 육수를 내면 살짝 쌉싸름한 맛이 나는데 굴은 단맛이 더 강하지요.” 굴떡국의 기본 육수는 다시마가 들어가지만 한결 진한 맛을 낼 때는 멸치도 쓴다. 굴은 너무 오래 끓이면 퍼지기 때문에 떡이 다 익을 즈음에 넣어 우르르 잠깐 동안 끓인다. 굴의 육질을 살리려면 다시마 육수를 끓일 때 굴을 넣고 표면이 탱글탱글해지면 건진다.
6 “닭 농축 육수를 이용해 국물 맛이 깊은 떡국” 궁중음식연구원 박준희 씨
궁중음식연구원에서 한국 음식을 가르치는 연구원 박준희 씨의 고향은 전라남도 해남이다. 해남에서는 주로 닭으로 육수를 낸다고. “일반적으로 닭 육수라 하면 닭 삶은 물을 말하지만, 저희 할머니나 어머니, 저는 다른 방법을 씁니다. 토막 낸 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푹 끓이세요. 수분이 거의 날아가고 젤라틴이 생겨서 엉길 정도가 되면 불을 끕니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만 따로 냄비에 덜어내어 거기에 물을 붓고 떡국을 끓이면 됩니다. 닭 농축 육수를 쓰면 맛이 한결 깊고 깔끔해요.” 이어서 그는 ‘닭 농축 육수는 200ml 우유팩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해동해 사용하면 편하다’고 덧붙였다.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떡국떡
1 가래떡 냉동 상태에서 곧바로 끓는 물에 넣으면 가장자리가 갈라질 수 있으니 30분 정도 물에 불려 넣는다. 요즘에는 쑥, 단호박, 검정쌀 등을 이용한 컬러 가래떡도 시중에 나와 있다. ‘행복이 가득한 홈쇼핑’(본지 282쪽)에서 구입할 수 있다.
2 조랭이떡 누에고치 모양의 이 떡은 떡 반죽을 젓가락 등으로 잘게 잘라 가운데를 눌러 아령 모양으로 만든다.
3 생반죽떡 가래떡이 없을 때 즉석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떡으로 충청도 지방의 겨울철 별미다.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동량으로 익반죽한 뒤 동글게 빚어 납작하게 만든다. 생반죽떡은 가루가 고와서 오랫동안 반죽을 치대야 잘 풀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