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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요리 1] 평범해서 고르기 더 깐깐하다, 달걀
하나의 생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완벽한 조건을 갖춘 식품, 바로 달걀이다. 영양 면에서도 ‘완전식품’이라는 수식어가 언제나 따라붙는 달걀은 가격이 저렴하고 맛까지 좋아 여러 가지 요리에 쓰인다. 늘 냉장고 한쪽에 푸짐하게 쌓여 있으며, 일주일에 서너 번은 먹게 된다. 유정란과 무정란의 차이, 사료가 달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보고 내 입맛에 맞는 달걀 고르기.

30개들이 한 판에 5천 원가량이니 개당 2백 원도 안 하는 달걀. 저렴하지만 고맙게도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대표적인 ‘완전식품’이기도 하다. 또 달걀만큼 자주 손이 가는 식재료도 없을 것이다. 프라이, 삶기, 굽기, 찌기, 볶기 등 다양하게 해 먹을 수 있으며 한식, 중식, 일식, 에스닉 푸드, 서양요리, 베이킹 등 달걀이 쓰이지 않는 요리 분야가 없다.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 프라이 하나만 있으면 행복했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에는 대한민국 어느 집 냉장고에나 한가득 달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하나를 먹더라도 좀 더 좋은 것을 고집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9년째 유기농 브랜드 한농마을에 유기 축산물 인증 달걀을 납품해온 윤석오 사장은 ‘해마다 유기 인증마크를 단 제품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사료 값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요. 그래도 양을 줄이더라도 좋은 것을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라고 그는 덧붙였다.

요즘 슈퍼마켓에 가면 달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달걀 브랜드가 많다. 목초란, 인삼란, 해초란, 유정란, 무정란, DHA란 등 종류는 왜 그리 많으며 무항생제 축산물, 유기 축산물 등 인증마크가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달걀을 사야 하는 것일까? 작년 11월호 <행복이 가득한 집> 독자엽서를 통해 달걀을 구입할 때 소비자들의 기준이 무엇인지 대략 읽을 수 있었다. 달걀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달걀을 고를 때의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는데 일주일에 3~4개를 먹는다는 대답이 가장 많아서 달걀 소비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달걀을 구입할 때 28%의 독자들이 사육 환경을, 26.5%가 브랜드를 살핀다는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신선한 달걀이 아닌, 좋은 환경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항생제 등을 먹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이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달걀 표면에 ‘유기 축산란’ ‘무항생제란’ 등이 쓰여진 것은 사육 환경이나 사료가 믿을 만하다는 의미다.

“유기 축산란은 닭에게 먹이는 사료 중 97%가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것만을 쓴다는 말입니다. 산란촉진제나 항생제, 합성착색제 등을 전혀 넣지 않죠. 무항생제란은 사실 품질 인증마크와 같은 의미예요. 요새 품질 인증마크가 점차 무항생제란으로 변환하는 시점이라서 두 가지를 병행해서 쓰고 있습니다.” 풀무원 유기농 로하스 유정란을 담당하는 구민회 부장의 설명이다. “하루 2천5백 개 정도의 달걀이 소비됩니다. 3년 전부터 백화점 위주로 판매하고 있어요. 현재 판매량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예요.” 그는 유기 축산란에 대한 요구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한다. 유정란 카드로 배우는 요리이나 무정란도 사육 환경과 관련 있다. 유정란은 말 그대로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여 생긴 알로 닭이 품으면 부화한다. 암탉과 수탉을 한데 풀어놓고 키우면 자연히 유정란이 생산되는 것. 반면 무정란은 수탉 없이도 생성되는 알이다. 그러나 이 둘은 생명으로 발전할 가능성의 유무 차이지 영양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사육 환경과 브랜드에 이어 가격과 사료를 살핀다는 응답은 각각 16.5%로 동일하게 나왔다. 닭에게 먹이는 사료는 달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요오드란, 비타민강화란, DHA란 등 사료에 영양을 따로 더하여 낳은 특수란을 보자. 이러한 영양 성분이 달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유불급이란 것을 잊지 마시길. 몸이 부실한 사람이 영양제를 듬뿍 먹는다고 하여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닭도 마찬가지다.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고 닭장에만 갇혀 지내며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홍삼이나 게 껍데기, 요오드 등을 먹인다 해서 그 닭이 낳은 달걀이 우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닭 입장에서 보면 영양적으로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삼 함유량이 10%인 사료를 먹인 닭이라고 해서 홍삼 1%를 먹인 닭보다 좋은 달걀을 낳는다는 말이 아니다. 많이 먹이면 오히려 닭의 체내 균형이 망가지고 달걀의 질이 안 좋아질 확률이 높다. 뭐든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으며 보통 사료의 1%에 해당하는 양을 먹이는 것이 적당하다.

자, 이제 정리를 해보자. 달걀을 고를 때는 항생제 여부를 살핀 뒤 신선도를 본다. 신선도는 산란 날짜로 판단하는데 산란일과 포장일은 엄격하게 다르니 주의할 것. 보통 산란일로부터 20일에서 40일까지도 신선하다고 본다. 표면이 거칠거칠한 것이 신선한 달걀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요즘에는 관계없는 말이다. 이미 공장에서 세척을 해서 포장하므로 표면이 모두 매끄럽기 때문. 대신 실금이 있는지 살핀다. 달걀 껍데기에 실금이 있으면 하루 이틀 사이에도 신선도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그 외에 DHA나 비타민 E 등 인체에 필요한 영양이 강화된 달걀을 고른다. 영양적으로는 무정란과 유정란의 차이는 거의 없다. 이제 달걀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 요리하는 일만 남았다. 매일 먹는 달걀찜이나 달걀말이 외에 어떤 음식이 있을까?

나만의 특별한 달걀 요리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지난 11월호 <행복이 가득한 집> 독자들께 집에서 자주 해 먹는 달걀 요리에 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독자엽서를 한 장 한 장 읽으며 간단하지만 입맛 당기는 레시피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정확한 분량이나 재료 없이도 달걀 요리를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간단 비법을 알려드립니다.

폭이 좁은 프라이팬에 달걀을 풀어 반 정도 익으면 채 썬 양파와 피망, 양송이를 넣고 토마토케첩을 뿌립니다. 피자 치즈를 듬뿍 뿌려 뚜껑을 덮어두면 달걀 피자가 완성됩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이순덕 씨
달걀 2개를 잘 풀어서 전분을 조금 섞습니다. 약한 불로 달군 프라이팬에 부어 반숙으로 익힌 다음 깻잎을 깔고 치즈 한 장을 놓습니다. 여기에 볶은 김치를 올려서 돌돌 말면 아이들 하교 후 간식으로 그만입니다. 부산시 남구 대연 3동 변정아 씨
밥에 햄과 피클을 다져 넣고 소금, 참기름, 깨 등을 넣어 주먹밥을 만듭니다. 달걀로 지단을 만들다가 반숙으로 익었을 때 주먹밥을 한 개씩 싸서 먹으면 속이 든든해요. 부산시 남구 감만 2동 반서진 씨
카레 만들 때 우유와 달걀을 넣으면 부드럽고 담백해요. 경남 진해시 장유면 부곡리 김미경 씨
달걀찜 할 때 육수(멸치와 다시마 우린 것)에 새우젓으로 간하여 끓입니다. 육수가 바르르 끓을 때 풀어놓은 달걀을 넣으면 맛있어요.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조미령 씨
달걀노른자에 삶은 밤 으깬 것과 꿀을 넣어 먹습니다.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조영희 씨
부추를 잘게 썰어 소금으로 간하고 올리브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 살짝 볶습니다. 여기에 달걀을 풀어 넣고 볶아 참기름과 통깨를 뿌립니다. 서울시 서대문구 북가좌동 홍길현 씨
뚝배기에 다시마 우린 물과 달걀 푼 물을 넣고 채친 대파, 참깨, 들기름,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바글바글 끓이면 맛있어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중동 박상미 씨
물에 적신 키친타월로 달걀을 싼 뒤 황토 세라믹 냄비에 넣고 물 없이 은근한 불에 찝니다. 맥반석 달걀처럼 속이 황토색인 삶은 달걀이 됩니다. 부산시 남구 우암동 한혜춘 씨
남은 김밥에 달걀물을 듬뿍 묻혀 노릇하게 구우면 고소해요. 여러 가지 버섯을 잘게 썰어 두툼하게 말아 어슷썰기 한 달걀말이도 좋아요. 경남 산청군 신안면 정영남 씨
삶은 고구마를 으깨어 넓게 편 다음 삶은 달걀을 통으로 올려 뭉칩니다. 여기에 튀김가루를 묻혀 튀기면 아이들 영양 간식으로 그만이에요.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박지현 씨
아침 대용으로 달걀 프라이에 생마를 갈아 올리고 나토를 섞어서 먹으면 속이 든든해요.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 황유선 씨
뚝배기에 달걀찜을 할 때 먼저 뚝배기를 달군 다음 참기름을 두르고 달걀물을 풀면 달라붙지 않아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정화영 씨
묵은 김치에 참기름을 넣고 잘 볶은 다음 밥을 넣고 계속 볶아요. 달걀을 반숙 정도로 스크램블해서 스테이크소스를 넣고 밥이랑 함께 비비면 진짜 맛있는 달걀덮밥이 완성돼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최윤민 씨
김치콩나물국을 끓여서 마지막에 달걀 하나를 풀어 넣으면 찌개처럼 약간 되직해집니다. 부산시 진구 부암 1동 박임자 씨
달걀찜 할 때 명란젓을 조금 넣고 물을 좀 넉넉하게 넣어 찜통에 찌듯 익히면 부드럽고 맛있어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이지현 씨
뚝배기에 달걀찜 하기 번거로울 때가 있어요. 이럴 땐 사기그릇에 달걀과 찬물을 넣고 섞어 소금으로 간한 뒤 전자레인지에 4~5분 돌리세요. 간단하게 달걀찜이 만들어져요.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이수연 씨
머핀 팬에 달걀물, 채소와 슬라이스 햄을 잘라 넣고 소금으로 간해 250℃로 예열한 오븐에 20분간 익혀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김세희 씨
달걀 프라이 할 때 실파와 고추, 양파, 깻잎 등을 송송 썰어 올려서 익히면 향긋하고 매콤해요.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황미숙 씨
달걀에 간장과 매실 농축액, 검정 통깨를 잘 섞어서 달걀말이 하면 촉촉하고 부드럽고 비린내가 전혀 없어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진문희 씨
달걀을 잘 풀어 갖은 채소를 잘게 썰어 넣고 소금과 물을 약간 넣어요. 여기에 밥을 넣고 잘 섞어 찜통에 10분 동안 찝니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현미 씨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달걀을 넣고 참기름을 1작은술 정도 뿌린 뒤 냄비에 중탕해서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김은경 씨

1 달걀말이에 우유와 치즈를 넣으면 한결 부드럽고 고소하다.
2 올리브오일에 달걀 프라이를 구워 발사믹 식초를 곁들인다.
3 뚝배기에 달걀을 풀어 물을 붓는다. 소금으로 간하고 낮은 불에 익힌다. 이때 숟가락으로 종종 저어준다.

배고프고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든든한 양식이 되는 달걀처럼 변화무쌍한 식재료가 있을까요? 매일 조리법을 바꾸어 요리해 먹을 수 있어 질리지도 않습니다. 늘 건강한 요리를 만드는 요리 연구가 이양지 씨 역시 달걀 요리 마니아입니다. 찜이나 말이를 해 먹는 것은 물론, 흰자만 부드럽게 볶아 먹을 수도 있고, 달걀 키슈나 오믈렛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뜨거운 쌀국수에 달걀을 풀어 넣으면 그 맛이 그렇게 담백하고 부드러울 수 없습니다. 일본식 달걀덮밥인 오야코돈은 반숙한 달걀이 입 안에서 녹는 듯한 별미입니다. 달걀의 다양한 변신, 한번 시도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오늘 저녁,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달걀이 특별해질 겁니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