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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서울 워커힐 총주방장 키아란 하키 씨 행복한 집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난다
광장동에 있는 W 서울 워커힐은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호텔로 손꼽힌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 ‘키친’에서는 이름이 풍기는 정겨운 뉘앙스처럼 다양한 나라의 홈 스타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데 얼마 전부터 ‘키친’의 음식이 눈에 띄게 맛있어지고 푸짐해졌다는 소문이다. 그 기분 좋은 변화의 시작에는 “행복한 집의 부엌에서는 언제나 맛있는 냄새가 풍겨 나온다”고 말하는 총주방장 키아란 하키 씨가 있었다.
at the hotel 아일랜드 출신인 키아란 하키 셰프의 서울살이는 3개월 전 시작되었다. 극동 지역의 생활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석 달 정도면 호텔에서의 워밍업은 충분히 마친 셈. 이제 2008년부터는 그의 풍부한 기량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기 위해 주방과 사무실 곳곳을 오가며 바쁘게 일하고 있다. 특급 호텔의 총주방장이 바뀌는 건 함선의 선장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호텔 내에도 작은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 호텔이라는 곳이 워낙 큰 조직이 다 보니 두드러져 보일 정도의 엄청난 ‘변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레스토랑을 비롯한 호텔 곳곳의 형식과 내용의 변화는 결국 호텔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모르긴 해도 호텔의 총주방장을 새로 영입하는 것은 평생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이 듬직한 키아란 하키 씨는 세계 각지 특급 호텔에서 러브콜을 받는 스타 셰프다. 다음에 소개하는 그의 프로필이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준다.

20여 년간 호텔 식음료계에서만 일해온 정통 호텔리어로, 대부분의 주요 경력을 런던, 뉴욕, 이스탄불, 바하마 등 세계 각국의 포시즌스Four Seasons 호텔(호텔리어 사이에 ‘포시즌스 출신은 면접도 안 하고 스카우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에서 쌓았다. 특히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총주방장으로 일했던 이스탄불 포시즌스의 레스토랑은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 가이드북인 <자갓Zagat 가이드> 2001년 판에 이스탄불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ler> <타임아웃 매거진Time Out Magazine> 같은 유명 여행 잡지에서도 그가 이끈 호텔 레스토랑을 앞 다투어 소개했다. 이렇게 인기 높은 셰프가 W 서울 워커힐을 선택했고, 이곳의 캐주얼 웨스턴 퀴진 레스토랑 ‘키친’과 컨템퍼러리 재퍼니즈 레스토랑 ‘나무Namu’, 웰빙 스파 레스토랑 ‘토닉Tonic’ 그리고 호텔에서 개최되는 모든 연회 행사는 그의 지휘 아래 돌아간다.

(위쪽) 레스토랑 ‘키친’의 오픈 키친에서는 W 서울 워커힐의 모든 음식을 책임지는 수장, 키아란 셰프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왼쪽) 스타 셰프인 알프레도 포테일의 요리 책. 뉴욕에서 일할 때 그의 레스토랑에 자주 찾아가 사인받은 책으로 가장 아끼는 것이라고.
(오른쪽) 키아란 씨 가족은 레스토랑 ‘키친’ 마니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들러서 도란도란 식사를 즐긴다.

키아란 씨가 서울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경쟁자들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신라, 하얏트, 인터컨티넨탈 등 유명 특급 호텔의 레스토랑을 암행하는 일이었다. “제가 가본 서울의 특급 호텔 레스토랑은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신라호텔이 인상적이었어요. W 호텔에도 재능 있는 요리사들이 많아서 무척 놀랐습니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이 행운이지요. 다른 호텔에서 쌓은 제 경험을 W 호텔에서 풀어놓을 수 있어서 좋고, 저는 재능 있는 한국 요리사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한국 전통 음식점도 많이 다닐 계획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손님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높은 모자 쓰고 위엄 있게 일하는 사람이 총주방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어딘지 좀 다르다. “키아란 셰프는 손님들 앞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손님과 얘기 나누는 것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 손님들 앞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도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낯선 나라 호텔에 부임할 때는 그 나라의 성향을 빨리 배우고 익히는 게 우선인데, 키아란 셰프는 한국에 대한 적응력도 매우 빨라요. 게다가 저와는 그동안 호텔리어로 일했던 지역이 비슷해서인지 커뮤니케이션도 무척 수월하지요.” W 서울 워커힐의 식음료 부분을 담당하는 F&B 디렉터 상테 안 씨의 이야기다. 이 커플은 올 한 해 동안 기존의 호텔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것들을 흥미 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며 찰떡궁합을 자랑할 예정이다.

(왼쪽) 여섯 살배기 아들 조슈아와 함께하는 행복한 쿠킹 타임 ‘팬케이크 만들기’.뭐든지 직접 해보고 싶어하는 아들 앞에서는 총주방장의 카리스마도 거품처럼 사그라진다.
(오른쪽) 일반인은 쉽게 볼 수 없는 총주방장의 사무실. 자신이 주관했던 만찬의 메뉴판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았다.

1982년 열여섯 살 여름방학 때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자신에게 잘 맞는 것 같아 호텔에 남기로 결정, 열일곱 살 때부터 요리사 인생을 시작했다는 키아란 씨. 그동안 요리 잡지와 책, 신문 등에서 스크랩한 레시피와 다양한 호텔에서 일하면서 모은 레시피·요리 사진만 해도 몇 박스 분량. 때로는 일반 여성지에서 좋은 요리를 배우거나 영감을 얻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의 요리 책이 너무 낡았다고 말하지만 아주 오래된 옛날 요리 책 안에는 멋진 요리들이 많아서 그는 자신의 메뉴에 그 오래된 요리들을 적용시키기도 한다. 뉴욕에서 일할 때는 자신이 너무 좋아했던 셰프 알프레도 포테일Alfredo Portale의 레스토랑 ‘고섬 바&그릴Gotham Bar&Grill’을 매일같이 드나들면서 만남과 대화를 시도한 결과 그의 주방에 들어가보는 데 성공했고, 알프레도의 사인을 받은 요리 책은 그가 가장 아끼는 책이다.

(왼쪽) 집에서 늘 사용하는 팬 세트. 미국 브랜드 올 클래드All Clad 제품. 
(오른쪽) 추억을 기록한 라벨과 그동안 모은 코르크 마개.

서울살이가 세 달 된 외국인 셰프의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백화점 지하의 식품 매장을 구경하는 것이다. 몇 바퀴씩 돌면서 한국의 많은 식재료들을 익히고(채소며 생선이며 한 번도 못 봤던 것들이 많다!), 즐비한 시식 코너를 기웃거리다 보면 너무 재미나서 두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다. 가끔 새벽에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요즘 어떤 재료가 나오는지 파악하고 시장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키아란 씨의 요리는 좋은 재료와 음식의 질에 집중하는 홈 스타일인데, 이는 그동안 W 서울 워커힐의 ‘키친’이 추구해온 것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키친’은 또 그의 가족이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여기서 식사를 하는데, 아내는 ‘청경채와 캐슈너트, 생강 향의 호박을 곁들인 연어구이’를, 다섯 살 난 아들 조슈아는 ‘시럽을 곁들인 와플’을 가장 좋아한다. 조슈아가 처음 ‘키친’에서 와플을 주문했을 때의 일이다. 총주방장의 아이가 왔으니 주방에서 얼마나 신경 써서 멋지게 차려주었겠는가. 한데 조슈아는 “크림 빼고, 민트 빼고, 베리 빼고 시럽만 뿌려주세요”라고 똑부러지게 취향대로 재주문을 했단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조슈아는 맛을 정확하게 이해한다. 셰프 아버지는 아들의 이런 ‘굿 테이스티’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새우만두
이스탄불 포시즌스 호텔에서 근무할 때 일본인 셰프에게 동양 음식을 많이 배웠는데, 그때 맛봤던 음식들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동양적인 그릇, 젓가락, 도구들도 내겐 너무 매력적이다. 특히 대나무 찜기에 마늘 대를 깔고 쪄낸 이 만두는 새우살이 탱탱하게 씹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재료(20개) 생새우 500g, 다진 골파 1큰술, 다진 고수·다진 생강 1/2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소금·간장
작은술씩, 달걀 1개, 만두피 20장

만들기
1
생새우의 껍질을 벗겨 곱게 다지고 생강, 마늘, 골파, 고수를 넣은 뒤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여기에 간장과 달걀을 넣고 고루 섞는다.
2 만두피에 ①을 한 숟가락씩 떠 넣고 피의 안쪽에 달걀물을 묻혀 주름을 잡아 오므린다.
3 김이 오른 대나무 찜기에 ②를 놓고 4분 동안 익혀 간장과 함께 낸다.

로스트 치킨
아내가 “내가 당신 저녁 만들어줄게”라고 말하면 그건 바로 로스트 치킨 만든다는 얘기다. 서울에 와서도 오븐을 구입한 뒤 제일 처음 만들었던 요리. 가슴살이 도톰한 닭으로 만들어야 맛있는데 아쉬운 건 서울의 대형 마트에서 파는 닭은 너무 작다는 거다. 치킨을 로스트하면 등뼈 양쪽 날개 바로 밑에서 ‘오이스터(굴)’라고 부르는 두 조각의 동그란 부위가 나온다. 셰프들이 닭에서 가장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부위. 로스트 치킨은 구운 채소와 매시드 포테이토와 함께 먹는다.

재료 닭 1마리(2kg), 다진 허브(바질, 파슬리, 마조람 등) 3줌, 올리브오일 1/4컵, 레몬 1개(반으로 자른 것), 월계수 잎 4장, 로즈메리 1줄기,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오븐과 로스팅 트레이를 200℃로 예열한다. 닭을 안쪽까지 깨끗이 씻은 뒤 종이타월로 가볍게 두드려 물기를 닦아내고, 소금으로 닭 안쪽을 문지른다.
2 한 손으로 닭 가슴 끝부분의 껍질을 잡고 천천히 잡아당긴다. 다른 한 손으로 가슴살에서 껍질을 천천히 떼어낸 뒤 그 틈새에 소금을 약간 뿌리고 허브를 최대한 많이 집어넣은 다음 올리브오일을 약간 뿌린다.
3 레몬, 월계수 잎, 로즈메리, 남은 허브를 닭 속에 모두 채운다. 닭 가슴의 껍질을 앞으로 잡아당겨서 살이 노출되지 않게 한 뒤 두 다리를 모아 조리용 실로 단단하게 묶는다.
4 닭 표면에 올리브오일을 약간 뿌려 문지르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5 오븐 트레이에 올리브오일을 바르고 닭 가슴이 아래로 향하게 얹은 뒤 오븐에서 5분간 굽는다. 다시 등쪽을 아래로 향하게 뒤집은 뒤 1시간 동안 굽는다. 칼끝으로 닭 가슴살과 넓적다리를 찔러 육즙이 핑크가 아닌 맑은 색이 나면 완성.

구운 채소
재료
고구마·당근·호박·셀러리 뿌리 1개씩, 마늘 10톨, 골파 2줄기, 말린 세이지 1큰술, 올리브오일 6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고구마와 당근은 굵직하고 길게 썰고, 당근은 웨지 형태로 굵게 자른다. 셀러리 뿌리는 껍질을 벗겨 고구마와 같은 크기로 자르고, 골파는 2.5cm 길이로 썬다.
2 오븐을 190℃로 예열한다.
3 큰 볼에 고구마, 당근, 호박, 셀러리 뿌리, 마늘, 세이지를 섞고 올리브오일을 뿌려 고루 버무린 뒤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4 베이킹 시트 위에 ③을 펴놓은 뒤 거의 익을 때까지 50분 정도 굽는다.
5 골파를 넣어 섞은 뒤 15분간 더 굽는다.

페타 치즈와 올리브를 넣은 따뜻한 양고기 샐러드
어느 날 아내가 배가 고프다면서 “요리 하나만 해줄래요?” 했다. 냉장고를 열어봤더니 양고기 한 조각이 들어 있었다. 양고기를 굽고 고트 치즈와 올리브를 넣어서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맛이 아주 잘 어우러졌다. 일했던 모든 호텔에서 메뉴로 채택했는데, 어디서나 성공했다. 한국인들은 양고기 냄새에 민감하다는 얘기를 들어 W 호텔에서는 아직 선보이지 못했다.

재료
(2인분) 뼈를 발라낸 양고기 허릿살 1대, 말린 허브 믹스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마늘 3통, 중간 크기 토마토 2개, 블랙 올리브 8개, 페타 치즈 150g, 크레송 1팩, 드레싱 올리브오일 1컵, 레드 와인 식초 1/2컵, 디종 머스터드·말린 로즈메리 1큰술씩

만들기
1
오븐을 200℃로 예열한다.
2 양고기에 올리브오일을 약간 뿌려 문지르고 말린 허브,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다. 아주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양고기를 넣고 3분 동안 구워 겉면에 색깔을 낸다. 마늘도 같은 뜨거운 팬에서 3분간 굽는다.
3 오븐 트레이에 ②를 넣고 8분가량(고기 내부에 핑크색이 도는 정도) 혹은 원하는 정도가 될 때까지 익힌다. 4 ③을 꺼내 5분 정도 두고, 잘 구워진 마늘은 식지 않게 둔다.
5 분량의 드레싱 재료를 섞어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6 토마토를 얇게 슬라이스해 접시 가운데 담고, 크레송은 드레싱 2큰술을 넣고 버무린다.
7 구운 양고기를 슬라이스해 토마토 위에 담고 크레송을 얹는다. 샐러드 주위로 페타 치즈를 뿌리고, 올리브와 구운 마늘을 담은 뒤 드레싱을 좀 더 뿌려 낸다. 양고기가 따뜻할 때 낸다.

at home
키아란 셰프는 다른 요리사들과 달리 집에서도 요리하는 걸 즐긴다. 특히 날카로운 미각의 소유자 조슈아는 최근에 요리에 관심이 특히 많아져서 요리하는 아빠 옆에 와서 뭐든지 자기가 해보겠다며 의자를 끌고 온다. 키아란 씨는 다른 부모에게도, 아이와의 친밀감을 높이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요리하라고 조언한다. 아이를 가스레인지로부터 멀리 있게 한다든지, 싱크대에 냄비나 팬을 올려놓을 때는 손잡이 부분을 안쪽으로 돌려 아이가 잡아당기지 못하게 하는 등 안전에 유의하면서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은 웬만하면 살짝 도와주면서 직접 해보게 한다. 조슈아는 이제 샌드위치나 마카로니&치즈 같은 간단한 음식을 직접 만들 수 있을 정도. 특급 호텔 총주방장인 아빠는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어 요리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총주방장 남편을 둔 엄마의 의견은 극히 달라서 의사나 건축가가 되길 원한다고). 조슈아가 팬케이크 만드는 걸 좋아해서, 미국의 유명 브랜드 팬케이크 가루 ‘앤트 제미마Aunt Jemima’를 늘 6~7박스씩 구비해둔다. 여기에 우유와 계란을 넣어 반죽한 뒤 바나나를 넣고 구우면 캐리비언 스타일의 팬케이크가 아주 쉽게 완성된다. 요즘은 조슈아가 와플에 ‘필’이 꽂혀 있어 좋은 와플 만드는 도구를 찾고 있는 중이다.

키아란 셰프의 부인인 쇼나는 카리브해 제도에 있는 아름다운 섬나라 세인트키츠네비스Saint Kitts and Nevis 출신이다. 1994년 키아란 셰프가 네비스 포시즌스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쇼나는 같은 호텔의 컨시어지로 근무하며 만나서 2001년 결혼에 골인했다. 이스탄불에서 낳은 아들 조슈아가 다섯 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낳은 딸 클로에가 8개월. 이렇게 단란한 가정의 가장인 키아란 씨는 이국 생활과 육아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아빠가 최고의 요리사’라고 말해주는 아들을 위해 집에서도 요리를 즐긴다.
“아내도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만 아이들 키우느라 힘들기 때문에 제가 식사 준비를 도와줄 때가 많습니다. 집에서는 여유 있고 천천히, 스트레스 받지 않고 요리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호텔에서는 잦은 회의나 업무 때문에 새로운 요리를 테스트하고 연습할 시간이 없습니다. 눈치 볼 사람도 없고, 전화하는 사람도 없는 집에서 요리 아이디어를 짜내고 연습하는 거지요. 20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서 요리를 해보기도 하고요. 제가 초콜릿을 너무 좋아해서 초콜릿 레시피를 개발하거나 연습을 많이 합니다. 집에서 가족에게 만들어주었던 음식이나 연습 삼아 만들어봤던 음식 중에서 맛있었던 것은 호텔에서 제 메뉴로 다시 태어나지요.”(키아란)

1 뉴욕, 런던, 오사카 등에서 사 모은 아시아 그릇.
2 성탄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럼주에 과일을 절이는 중.
3 행복한 네 식구. 아내 쇼나와 아들 조슈아, 딸 클로에.

“남편은 제가 두 시간 걸려야 할 것을 20분이면 끝내버리죠. 저는 아이들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물론 총주방장인 남편이 해주는 음식은 뭐든 너무 맛있어서 행복해요.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계속 늘어나는 게 걱정이지만요. 저는 캐리비언 스타일의 음식을 주로 하는 편이에요.”(쇼나)
매년 크리스마스에 쇼나 씨는 캐리비언 스타일의 케이크를 굽는데, 이때는 럼주에 말린 과일을 넣고 2주 정도 충분히 불린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생강, 계피, 너트메그 등의 향신료를 더해 케이크를 많이 만들어서 두 달 동안 두고두고 먹는 것이다. 부드럽지만 묵직한 느낌을 가족 모두가 좋아한다.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것은 집 문을 나서지 않고도 여행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서인도 제도, 이스탄불, 아일랜드, 런던 등의 음식을 준비하고 맛봄으로써 세계 곳곳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요. 제게 ‘요리’라는 재능이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호텔에 온 손님들에게 맛있고 좋은 음식을 대접함으로써 다양한 경험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호텔은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며 변화를 추구하는 곳이다. 호텔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항상 놀라게 만들어야 하고 감동을 선사해야 하니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매번 같은 것을 내놓을 수는 없다. 키아란 씨는 앞으로 ‘W 서울 워커힐은 갈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는 느낌을 전할 계획이다. 그의 낡고 오래된 요리 책이 제안하는 것처럼 20년 전의 메뉴를 다시 시도하는 것도 새로움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한국 땅에서 난 제철 재료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죽기 전에 먹어야 할 101가지 음식’ 프로모션, 사계절에 맞춘 디저트 프로모션, ‘쿠킹 with 키아란(총주방장)&매너 with 상테(식음료 디렉터)’ 등 그동안 호텔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W 서울 워커힐을 널리 알리는 게 그의 꿈이자 미션이다. 총주방장 키아란 하키 씨가 이끌어가는 W 서울 워커힐의 신선하고 기분 좋은 변신이 2008년 새해에 기다리고 있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