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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따끈한 별미, 동지 팥죽
태양이 하늘을 지배하는 낮은 양의 기운으로 충만한 시간이고, 밤은 음의 기운으로 가득 차 있는 때다. 일 년 중 낮이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는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날이다(올해 동지는 12월 22일). 동지를 기준으로 낮 시간이 길어지는, 그러니까 양의 기운이 서서히 늘어나게 되는 것. 어쩌면 다음 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은 1월 1일 설날보다 동지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기나긴 동짓날 저녁, 그릇에 넉넉하게 담은 팥죽 한 그릇이면 긴 밤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는 것도 붉은색을 싫어하는 귀신을 쫓아냄으로써 만물이 소생하는 신성한 날임을 기리기 위함이다. 뜨끈뜨끈하게 쑨 팥죽 한 그릇은 귀신을 쫓아내는 벽사의 의미보다 더 큰 낭만과 즐거움을 전한다. “어릴 때 한겨울이면 할머니가 팥죽을 한가득 끓여서 항아리에 넣어두셨어요. 옥수수를 보관하는 골방에 두면 팥죽에 살얼음이 살짝 끼지요. 살얼음 낀 팥죽을 동치미와 함께 먹으면 어찌나 맛있던지….” 요리 연구가 김영빈 씨가 떠올리는 팥죽에 대한 추억이다.

팥은 딱딱하기가 차돌 같아서 물에 백날 담가두어봤자 소용없다. 아예 처음부터 물에 넣고 끓이는 편이 낫다. 팥의 3~4배에 해당하는 물을 부어 팔팔 끓이다가 불을 끄고 10분 정도 후에 물을 버리는데 이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할수록 팥의 쓴맛이 사라진다. 3~5회 정도 반복한 후 물을 조금 부어 팥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중간 불에서 삶으면 된다. 팥 알갱이는 믹서에 갈지 말고 고운체에 내리는 것이 좋다. 믹서에 갈면 껍데기까지 갈려서 입에 넣었을 때 거친 질감이 느껴진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5층에 있는 ‘밀탑’(02-547-6800)에서는 체에 내려 만든 팥죽에 인절미 두 덩이를 넣어주는데 곳곳에서 단팥죽을 맛있게 드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볼 수 있다. 삼청동에 있는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02-734-5302)도 입자가 고운 팥죽으로 유명하다. 사실 팥만 먹으면 자칫 신물이 올라올 수 있는데 이때 곁들여 먹는 동치미가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한다. 또 팥죽에 넣을 새알심을 만들 때 생강즙을 조금 넣으면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단팥죽
재료 붉은팥 3컵, 껍질 벗긴 밤 10톨, 물 적당량, 설탕·소금 약간씩

새알심 찹쌀가루 2컵, 따뜻한 물 6~8큰술, 생강즙 1큰술, 소금 1/2작은 술

만들기
1
팥을 깨끗이 씻는다. 냄비에 팥과 팥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우르르 끓인 후 물을 버린다.
2 냄비에 ①의 팥, 물 10컵을 넣고 팥알이 무르도록 푹 끓인다(사진 1). 체에 밭쳐 물을 버리고 팥알을 체에 으깨어 거른다(사진 2). 이때 물 10컵을 나누어 부어가며 체에 내린다.
3 팥 껍질은 버리고 내린 팥과 물은 가만히 두어 앙금을 가라앉힌다.
4 따뜻한 물에 생강즙과 소금을 넣어 고루 섞고 찹쌀가루를 넣어(사진 3) 익반죽한 뒤 지름 1cm 크기로 둥글게 빚는다.
5 팥 앙금이 분리되면 윗물만 따라 냄비에 끓인다. 적당히 썬 밤과 새알심을 넣고 끓인다.
6 새알심이 위로 떠오르면 남은 팥 앙금을 넣고 되직하게 끓인다. 설탕과 소금을 넣는다.

박은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