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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리가드’를 만드는 장 밥티스트의 공방 일기 예술가이기보다는 예술적인 장인이 되고 싶다
투명한 우윳빛이 감도는 클래식 테이블웨어, 식탁 위를 자연스러운 우아함으로 연출해주는 ‘컬렉션 리가드’를 기억할 것이다. 컬렉션 리가드의 공방이 있는 프랑스 시농 현지에서 이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는 장인, 장 밥티스트를 직접 만났다. 창작하는 일이 즐겁기 그지없다는 이 은발의 프랑스 남자는, 낯선 동양인에게 스스럼없이 볼을 내밀며 프랑스식 인사를 건넸다.


프랑스의 유명한 예술가 집안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家의 장 밥티스트는 시농에 자리 잡은 그의 공방에서 예술적인 그릇과 오브제를 창작한다. 그가 입고 있는 재킷은 앤티크 집사 옷으로, 시간의 이야기를 간직한 앤티크는 그가 좋아하고 영감을 얻는 대상이다.

클래식하고 우아하면서도 손맛이 담긴 화이트 컬러의 프랑스 테이블웨어, 한국에서도 이미 그 아름다움과 품격으로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컬렉션 리가드Collection Legards의 공방을 직접 찾았다. 컬렉션 리가드를 창조하는 예술가이자 장인 그리고 오너인 장 밥티스트 아스티에 드 빌라트Jean-Baptiste Astier de Villatte를 만나러 가는 길은 예상만큼 멀었다. 비행기, 택시, 테제베, 기차 등을 끊임없이 갈아타는 가운데 시곗바늘이 한 바퀴하고도 반을 지나갔다. 물리적인 거리는 이렇게도 멀었지만, 시농 역으로 마중 나온 장 밥티스트를 만났을 때 마치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지친 마음이 활짝 펴지면서 반가웠다. 그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가득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먼 길을 돌아 온 낯선 동양의 이방인에게 그는 마치 친구처럼 볼을 마주 대는 프랑스식 인사를 건네며 스스럼없는 환대를 보여주었다. 매서운 유럽의 추위가 제 맛을 보여주는 초겨울 밤, 따뜻한 그의 집으로 안내되었다.

1 컬렉션 리가드의 촛대와 오브제. 순수한 화이트 컬러, 예술적인 형태가 매력적이다.
2, 3 욕실과 침실 풍경. 어느 공간이나 화려한 색감과 예술적인 오브제가 가득 차 있다.

호박마저 예술적인 그의 집
독신인 그의 집에 들어서면 다리가 길고 멋진 세 마리의 개가 기품 있게 뛰어나와 일단 손님을 에워싼다. 그의 집 내부를 본 첫인상은 무척 ‘빼곡하다’는 것. 예술적인 영감을 자극할 법한 흥미로운 오브제가 벽이며, 선반이며, 콘솔 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집이 있는 건물은 2,000㎡ 에 달하는데, 전부가 집인 것은 아니고 컬렉션 리가드의 사무실이자 공방이며 제품 전시장이기도 하다. 건물 전체는 크게 앞쪽에 영국풍으로 꾸며진 정원이 있고, 건물 현관으로 들어가면 왼쪽이 그의 집, 오른쪽에 전시장이 있다. 집과 전시장 뒤쪽으로는 컬렉션 리가드 제품의 생산을 위한 넓은 공방과 사무실이 펼쳐진다. 그러나 하루만 머물러보아도 이런 경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눈치 챈다. 그의 집 안에도 컬렉션 리가드의 제품이 가격표를 매단 채 놓여 있고, 주방은 바로 공방과 연결되어 있으며, 2층의 게스트 하우스는 최근 시작한 패션 디자인을 위한 공간과 바로 통한다. 그만큼 그에게 삶과 일은 밀착되어 있는 셈. “저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일터와 집이 가까우면 장점이 더 많아요. 일은 저에게 마치 놀이처럼 즐거운 작업이에요. 일을 한다기보다는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들고 있다는 기분이 들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놓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만들어서 내가 직접 사용할 수 있어 좋아요.”

각종 식기와 양념이 삼면의 수납장에 가득한 주방에서 영광스럽게도 손님을 위한 만찬을 그가 직접 준비한다. 오븐에 구운 먹음직스러운 양고기와 쌀 요리가 오늘의 저녁 메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직접 요리하는 것은 그의 또 다른 즐거움. 그릇이건 그것에 담기는 음식이건, 손으로 무엇을 창조하는 재능은 한결같다. 본격적인 식사 전 식전주를 마시면서 집을 둘러보았다. 집 안에는 오브제와 그림, 각종 소품이 눈을 돌리는 곳마다 빼곡한데,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수백 점은 되고도 남을 듯. 화가인 그의 아버지의 그림부터 프랑스 앤티크 소품, 부처상 같은 동양적인 오브제는 물론 함께 놓인 호박마저도 예술적인 모양이다. 이 많은 소품들은 스타일 또한 제각각. 자칫 혼란스러울 법도 하건만, 이들은 미묘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매력적인 스펙터클을 연출한다. 이것 역시 예술가의 감각 아닐까.


4, 5 십자가, 호박 등 일상적인 물건도 이 집에서는 영감을 주는 오브제. 독특한 모양의 호박은 테이블웨어 형태에 응용해볼 생각으로 모아놓은 것. 
6 장 밥티스트가 현관에서 애견 ‘아시안’을 쓰다듬고 있다. 강아지 산책은 아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 현관에는 두 개의 나무 테이블 위에 동물 조각을 비롯한 다양한 오브제가 놓여 있는데, 테이블과 말 조각은 그의 작품이다.

그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믹스매치하는 데 흥미가 많고, 주말이면 앤티크 벼룩시장을 즐겨 다닐 정도로 앤티크를 사랑한다. 그가 입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노란 재킷은 앤티크 집사 옷이고, 테이블 위에 놓인 물 주전자는 앤티크 바카라 제품. 앤티크는 화려한 과거의 양식을 담았건,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이건 상관없이 제각각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매력적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곡 ‘밤의 여왕’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풍성한 만찬이 시작되었다. 부드럽게 퍼지는 촛불 아래 컬렉션 리가드의 그릇으로 차린 식탁 앞에 앉으니 어찌 흐뭇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화려한 소프라노 선율의 오페라 곡과 레이스 장식의 낭만적인 그릇이 또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클래식한 화이트 테이블웨어 시리즈는 누가 뭐라 해도 컬렉션 리가드의 대표작. 여기에 담긴 우아한 고전미의 태생이 궁금했다. “저의 감성은 어렸을 때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부모님이 모두 화가로 활동하셨고, 가족이 함께 고성古城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로마에서 주는 미술상을 받아서, 로마의 고성에서 3년간 생활하는 혜택을 얻었죠. 또 어머니가 귀족 집안 출신이어서 상류 사회의 귀족적인 분위기를 많이 보면서 자랐어요. 외조부모님은 귀족은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었죠. 그 결과 이제 다들 부유하지 않지만요. 저는 일을 하는 게 좋아요.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하는 세계인으로 살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거든요.” 그의 우아함은 ‘귀족 같은’ 우아함이 아니라 ‘귀족의’ 우아함이었던 셈. 소탈한 귀족 출신 남자와의 만찬은 프랑스 가정의 식사답게 두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끝났다. 그가 내준 방에 여장을 풀고 와인의 열기에 취해 곧 단잠에 빠져들었다.

1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거실 풍경. 왼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그림은 보자르 미술대학 교수인 그의 아버지 작품.
2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주방에는 손때 묻은 조리기구와 다양한 향료가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3 소녀 그림은 그의 아버지 작품으로 미테랑 대통령이 소장하고 있던 것. 나중에 장 밥티스트가 이를 다시 사들였다.

프랑스의 클래식 스타일 도자기 브랜드, 컬렉션 리가드
컬렉션 리가드는 프랑스 특유의 고풍스러운 세련미가 담겨 있는 도자기 브랜드. 접시, 물주전자, 찻잔 등 다양한 그릇뿐만 아니라 타일, 조명등, 화기, 흉상 같은 예술적인 오브제까지 선보이고 있다. 컬렉션 리가드의 제품은 프랑스 시농 지역에 있는 공방에서 25명의 숙련된 장인들의 손으로 완성하는 것. 그릇과 화기 등은 거의 전부가 화이트 컬러로, 흙의 질감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우윳빛 표면이 멋스럽다. 또한 수작업을 통해 완성한 자연스러운 형태도 컬렉션 리가드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레이스 등을 응용한 아름다운 장식과 섬세한 마무리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화이트 컬러의 그릇이 장식적이면서도 실용성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라면, 자유롭게 색이 사용된 조각과 오브제는 한층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 특히 가슴을 드러낸 여인의 흉상은 연작으로 제작하는 것으로, 컬렉션 리가드의 크리에이터 장 밥티스트의 예술적인 감각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최근 컬렉션 리가드는 가구와 건축, 패션 분야의 디자인을 시도하고, 도자기 외에 종이를 재료로 흉상을 제작하는 등 자유로운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컬렉션 리가드의 제품은 국내에서 무아쏘니에(02-515-9556)와 리차드홈(02-469-5533) 매장을 통해 만날 수 있다. www.collection-regards.com
4 컬렉션 리가드를 대표하는 화이트 테이블웨어.


5 동양적인 조각과 도자기도 많은데 그는 다른 문화를 서로 결합하는 데 관심이 많다.
6 여인상, 흉상 등의 인물상은 그가 예술적인 감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작품들


7, 8 여인상, 흉상 등의 인물상은 그가 예술적인 감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작품들.

과거의 ‘재활용’을 연구하는 일터

장 밥티스트의 아침은 매일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TV 같은 현대 문화는 가려서 받아들이고, 치즈와 야채와 고기로 건강한 식사를 만들어 먹는 등 자연스러운 삶을 따르는 그의 하루는 이처럼 일찍 시작된다. 애견과의 산책과 아침 식사가 끝나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온전히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하나의 그릇이 완성되려면 일주일 정도가 걸려요. 조각이나 흉상은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요. 제가 제일 처음 만든 그릇은 17세기 리젠시Regency 시대의 접시를 모방해 만든 것이었어요. 만들다 보니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형을 하게 되더군요. 장식 대신 실용성을 보완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거죠. 그처럼 과거에 존재하던 양식이지만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것을 저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응용하기를 좋아합니다.” 그의 고전적인 그릇이 뉴욕과 도쿄 같은 첨단 도시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다. 그는 이런 자신의 디자인을 ‘재활용’이라고 설명한다. 로코코 시대의 화려한 레이스 옷을 지금은 더 이상 입지 않지만, 이 레이스를 접시 문양으로 응용하면 새롭게 현대인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때로는 반대로 현대적인 오브제를 고전적인 도자기로 구워내기도 한다. 플라스틱 세숫대야 형상을 본떠 도자기로 구워낸 작품이 대표적. 형태나 모티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그의 작업은 재창조이자 과거와 현대를 소통하게 하는 대화인 셈이다. 그 스스로 눈을 반짝이며 흥에 겨워 실험하는 것이 판매하는 디자인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양적으로 많다고 귀띔한다.

“그릇을 만들면서 이를 사용할 개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요. 그들의 식탁이 행복하고 따뜻했으면 하죠. 요즘의 현대인은 광고 속 이미지처럼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습관처럼 다이어트를 하고 음식을 등한시하는데, 이는 사람의 본성과 멀어지는 것이라고 봐요. 음식 먹는 즐거움을 알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항상 젊고 날씬하고 늘 좋은 냄새만 풍길 수 있겠어요?” 그가 과거의 모티프를 담아 수공으로 완성하는 그릇은 인간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을 웅변하는 그만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요즈음은 컬렉션 리가드의 기존 제품에 두께를 얇게 하고 무게를 가볍게 하는 등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화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요리가 취미이고 스스로의 그릇을 애용하는 그이니만큼 연구 결과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세라믹 작업으로 유명해졌지만 본래 그의 전공은 건축. 많은 곳에서 그렇듯 프랑스에서도 건축가는 예술적·지적인 직업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부모님이 원하셔서 건축가가 되었고 졸업 후 건축사 자격을 얻게 되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지요. 하지만 실무에 임하고 보니 건축가는 저에게 맞지 않았어요. 너무 사업적이었고, 매우 소수의 고객만을 위해 일했고, 그다지 예술적이지 않았죠.” 건축가로 일하는 대신 그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연합 회사를 세우고 도자기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알라르 앤드 빌라트’란 이름으로 시작한 것이 ‘아스티에 드 빌라트’로 바뀌었고, 얼마 후 그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떠나 ‘컬렉션 리가드’를 독자적으로 시작했다.
“1998년 컬렉션 리가드를 시작하기 위한 공방을 찾고 있던 중 시농에서 비어 있던 이곳을 발견했죠. 이 건물은 본래 프리옥스Priox라는 사진가가 자동차 사진을 촬영하던 스튜디오였어요. 공간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마침 시청에서 저를 적극 지원해, 좋은 조건에 이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어요. 그렇게 인연을 맺어 이곳에 컬렉션 리가드의 공방을 꾸몄고, 그로부터 벌써 10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흙반죽의 압형을 뜨는 틀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컬렉션 리가드의 공방. 오른쪽에 있는 여인의 흉상은 그가 요즘 즐겨 작업하는 시리즈로, 각각 단 하나뿐인 작품이다. 압형으로 인체상을 뜬 후에 개별적인 장식을 더해 완성한다.

손맛을 살린 작품, 자연주의적인 삶
컬렉션 리가드의 공방은 시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제품은 파리의 흙으로 만든다. 장 밥티스트가 파리에서 건축 공부를 할 당시 도예가에게 도예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 사용하던 흙이 바로 이 파리의 검은 흙이었던 것. 파리의 검은 흙은 유명한 조각가 장 클로Jan Clos가 쓰는 흙이기도 하고, 일본 사람들이 어렵게 공수해 귀하게 쓰는 재료이기도 하다고. 익숙한 재료이기에 쓰게 된 것이지만 쓰면 쓸수록 장점을 발견한다. 일부에선 ‘숨 쉬는 흙’이라고도 한다는데, 우선 반죽으로 모양을 만든 후 건조시켜도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고, 유약을 발라 구우면 투명한 빛이 감돈다. 완전한 화이트도 아니면서 검은 흙의 빛깔을 슬쩍 내비치는 우윳빛은 다른 도자기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컬렉션 리가드만의 특징적인 빛깔이다.
이는 두 번의 유약 처리 끝에 완성된 색이다. 파리의 검은 흙은 망간 성분이 많아 유약을 발라 구워도 그 색이 잘 흡착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보통 도예 제품이 초벌구이한 ‘비스켓’에 유약을 발라 한 번 더 구워 완성되는 것과 달리 두 번을 더 구워내야 한다고. 이는 그가 오랜 연구와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한 제작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25명의 장인들의 손끝에서 컬렉션 리가드의 그릇이 완성되는데, 찬찬히 눈으로 관찰하고 손으로 다듬으면서 만든 제품은 기계로 찍어낸 것과 달리 투박하지만 매력적인 손맛을 담고 있다. 그릇 밑면에 남아 있는 세 개의 점은 수공으로 유약을 발라 건조시킨 과정의 산물이자 컬렉션 리가드의 상징이다.

그릇, 조각을 비롯한 컬렉션 리가드의 우아하고 예술적인 제품은 프랑스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욱 사랑받는다. 트렌드의 중심인 뉴욕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ABC 카펫&홈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데, 미국을 포함해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스칸디나비아 등 특히 지구 북반구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선진국 중에서도 국민성이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고 과거의 것을 보존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는 나라에서 많이 찾는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테이블웨어가 컬렉션 리가드를 운영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면, 과감하고 독창적인 조각과 흉상은 나를 가장 신나게 하는 예술적인 작업이에요. 가끔 생각해 보면 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만들 뿐인데, 나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시대를 만났으니 말이지요. 저는 온전히 예술만을 고집하지도, 무조건 팔리는 상품만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아요. 이 둘을 잘 조화시켜 균형을 이루는 예술적인 장인이 되고 싶어요.”

1 장 밥티스트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틀리에의 사무 공간. 함께 일하는 가엘 데슈레르는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2 장 밥티스트는 건축을 전공했는데, 컬렉션 리가드의 디자인에도 건축에서 배운 요소들이 많이 활용된다고. 그의 관심사는 요즘 세라믹을 넘어 가구, 인테리어, 패션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3, 4 컬렉션 리가드의 공방에는 25명의 장인들이 일하고 있다. 틀에 흙 반죽을 눌러 모양을 만드는 압형 기법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공장 주조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에는 드문 제작 방식이다.
5 수많은 상상 속 이미지를 그려놓은 그의 스케치 노트.

가족과 함께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촬영과 취재를 위해 그의 집에 머물렀던 이틀 동안 바게트, 감자, 양고기, 닭고기, 콩 요리, 스파게티, 말린 무화과, 요구르트 등 정성 담긴 자연식 식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친절하고 사려 깊은 이 프랑스 예술가에게 크리스마스 식탁을 촬영하고 싶다고 전했더니, 근사한 테이블을 차려주겠다고 약속하며 “아버지가 산타 분장까지 해드릴 거예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모자만 없는 산타’라 할 수 있는 풍성한 수염을 단 그의 아버지가 숱 많은 하얀 눈썹을 들썩여 이에 화답, 한바탕 웃음보가 터진다. 그는 이처럼 가까이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틈만 나면 유쾌한 만찬을 갖는다. 집에서 만든 맛있는 음식에 와인을 곁들여 함께 즐기는 식사는 그야말로 대화가 끊이지 않는 화기애애한 풍경이다. 여전히도 우아함을 간직한 어머니와 하얀 수염이 매력적인 아버지 모두 밝고 생기가 넘치는 성품. 프랑스의 크리스마스는 우리의 명절처럼 의례적으로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라 하는데, 그의 크리스마스 또한 이날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다. 어쩌면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의 ‘평소’가 크리스마스와 다름없는 축복의 날들인 것처럼. 올해는 그와 그의 가족이 등장한 <행복>12월호가 시농에 도착할 테니,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하나 더해질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장 밥티스트!

1 장 밥티스트는 가까이에 살고 있는 부모님과 종종 만찬을 함께 한다. 왼쪽부터 하얀 수염이 매력적인 아버지, 컬렉션 리가드에서 함께 일하는 그레고리, 장 밥티스트, 그리고 귀족 집안 출신으로 아직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그의 어머니.
2 통닭구이를 메인으로 감자와 콩 요리가 곁들여진 크리스마스 만찬.


3 종이 전등갓과 도자기로 만든 몸체가 재미있는 조화를 이룬다. 컬렉션 리가드 제품.
4 거실 한쪽, 아늑한 불빛 아래 그의 애견들이 나른한 단잠을 즐기고 있다.
5 우아하면서도 장식적인 컬렉션 리가드의 그릇은 크리스마스에도 잘 어울린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