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가장 이탈리아다운 가구가 탄생하기까지 가구 브랜드 '에드라'의 20년 역사
이탈리아 가구 ‘에드라Edra’가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지난 10월 1일 에드라 공장과 새로운 쇼룸에서 행사가 열렸다. 넓은 연못과 창이 있는 그곳에 에드라의 가구들이 전시되었다.


(위) 페리그나노에 있는 에드라의 새로운 쇼룸.


(왼쪽) 프란체스코 빈파레의 플랩 소파.
(오른쪽) 카림 라시드의 블로브젝트.


원색적인 색감, 유머러스하고 장식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이탈리아 디자인. 대체적으로 ‘기능적·합리적·논리적·상업적’이란 수식어보다는 ‘장인에 의한, 장식적·예술적·파격적인’이란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것이 이탈리아의 디자인이다. 달리 보면, 뭐든 즐기려 하고 느긋하며 자유로운 이탈리아 사람들의 기질이 빚어낸 ‘만만디 디자인’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이런 모든 특성을 가진 브랜드가 ‘에드라’다. 세계 방방곡곡의 디자이너들이 창조한 디자인을 ‘이탈리아화化’하여 가구로 완성하고 다시 전 세계로 내놓는 회사다. 에드라의 2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린 페리그나노는 피사와 이웃한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로 유명 가구 회사들의 공장과 창고가 모여 있다. 이곳에 에드라의 공장과 새로운 쇼룸이 넓게 펼쳐져 있다.

스무 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오픈한 쇼룸에는 화이트, 블랙, 블루, 레드 등의 컬러를 테마로 신제품과 대표 작품들이 전시되었고, 전시장 옆 컨퍼런스 룸에서는 에드라의 CEO 발레리오 마체이Valerio Mazzei의 인사를 시작으로, 2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책 <트루 스토리 위드 에드라True Stories with Edra 1987-2007>와 특별 브로슈어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뒤이어 에드라의 아트 디렉터 마시모 모로치Massimo Morozzi는 에드라와 함께하고 있는 20여 명의 디자이너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에드라를 통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장한 페르난도&움베르토 캄파나Fernando & Humberto Campana 형제와 마시모 모로치가 함께 앉아 에드라와 그들의 인연, 대표 작품 몇 개의 디자인·생산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 있었다.


1 캄파나 형제의 파벨라 의자.
2 베르멜하 의자 제작 과정.
3 설치 작품 같은 캄파나 형제의 라운지 소파.
4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플랩 소파.


전시장에는 대중적이기보단 예술적인 에드라의 가구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그중 최고는 9천만 원짜리 ‘플랩Flap’ 소파. 기존 플랩 소파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패브릭을 씌운 한정판이다. 전시장 안쪽에는 꽃을 모티프로 한 ‘로즈’ 체어와 같이 아담하고 포토제닉한 가구들도 놓여 있었다. 거기에 빛과 그림자를 곁들여 드라마틱하게 연출해놓았다. 에드라는 극적인 연출로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와 같은 세계적인 페어에서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가구 하나만 있어도 평범한 공간이 갤러리처럼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에드라의 제품들은 포인트 가구로 활용하기 좋다.

무미건조했던 공기를 환기시키기에 좋은 감각적이고 편안한 오브제인 것이다. 마시모 모로치는 “항상 젊고 신선한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것이 나의 주 임무지요. 나는 아직도 캄파나 형제가 보내 온 라운지 소파 ‘히스토리 오브 네이처’의 스케치를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 독특했어요. 그들의 의미심장한 언어를 이탈리아어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라며 캄파나 형제의 남다른 감각을 이야기한다. 캄파나 형제는 마시모 모로치가 발굴하고 키워낸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그들이 시장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때 모로치는 어떤 책에 소개된 그들의 의자를 보고 전화를 걸어 함께 생산해볼 것을 제안했다. “놀랍기도 했지만 우리가 얼마나 비과학적으로 이 의자를 만들었는가를 알고 있을지 걱정이었죠. 그래서 500m짜리 로프를 손으로 일일이 엮어 만드는 과정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와 스케치, 사진 몇 장을 챙겨 보냈어요. 이듬해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 소개된 그 의자 ‘베르멜하Vermelha’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어요”라며 캄파나 형제는 당시 상황을 묘사한다. 이후로 캄파나 형제는 에드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디자이너 등용문과 같은 역할을 해온 에드라는 하나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단 디자이너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들의 색으로 채워나갈 수 있게 ‘정체성’이란 자리를 비워둔다고 했다. 그 자리는 온전히 디자이너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한마디에 앞으로 펼쳐질 20년이 궁금해졌다. 안타깝게도 캄파나 형제는 2008년, 약속한 계약 기간 10년이 만료되어 에드라를 떠나게 된다고 한다. 그 자리를 어떤 새로운 디자이너가 대신해줄 것인지. 앞으로 20년은 어쩌면 그 디자이너의 역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르난도&움베르토 캄파나 형제는 누구인가?
브라질 태생의 형제 디자이너. 형 움베르토(1953년생, 사진 오른쪽)와 동생 페르난도(1961년생)는 둘의 이름을 합친 이름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에드라와도 함께 작업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 성장하고, 그들이 세계적 명성을 얻기까지 많은 공헌을 했다. 동생이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졸업하던 1983년, 법학을 전공했으나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형은 동생과 함께 본격적으로 디자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상파울루의 차고를 개조해 스튜디오를 만들고 재활용 소재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50개의 의자: 디자인과 소재의 혁신>이란 책에 밧줄과 선박용 끈으로 만든 ‘베르멜하’ 의자가 소개되면서 에드라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세계적인 전시회를 위주로 활동한다. 얼마 전에는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엄의 가든에서 특별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지금은 쿠퍼 휴잇 뮤지엄을 위한 전시 작품을 계획 중이라고. 이렇듯 캄파나 형제의 디자인은 실용적인 가구라기보다는 실험성이 돋보이는 가구로 아트 퍼니처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들은 재활용 소재를 찾고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 버려진 것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