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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홈 스테이 by epigram 강진에서 하룻밤
지난가을 끝자락, 여수에서 해남으로 향하는 길에 멀리서 바라본 월출산은 기품 있고 위용 넘치는 산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보름 뒤 바로 그 월출산이 품은 지역, 전라남도 강진의 속살을 만나러 갈 기회가 생겼다. 코오롱 FnC에서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의 로컬 프로젝트 대표 기획인 ‘올모스트홈 스테이’가 강진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넓은 마당에서 바라본 독채 숙소 ‘월출’. 실내 공간이 시원하게 탁 트여 있다. 소파와 실내 평상(차나 와인을 마셔도 좋고, 이부자리를 펴고 잠을 자도 좋은!)이 배치되어 있고 개방감이 좋다.
침대에서 이런 그림을 볼 수 있다니! 숙소에서 문이나 창을 열면 매력이 제각각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청자’ 객실의 창을 통해 ‘다산’ 초가지붕과 돌담이 보인다.
전남 강진군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남도 답사 1번지로 소개할 만큼 로컬 여행의 다양한 매력을 지닌 지역이다. 절경인 월출산 외에도 생태의 보고로 불리는 강진만을 비롯한 빼어난 자연, 다산 정약용이 유배기간 동안 머물며 더욱 발전한 차茶 문화, 천년 고찰과 전라병영성지, 청자와 옹기 등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여행의 8할은 숙소’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에피그램의 로컬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은편. 전북 고창, 경북 청송, 경남 하동에 이은 네 번째 지역 강진을 여행할 강력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건축가 임태희가 내부 설계에 참여한 독채 숙소 ‘다산’의 차실. 앉았을 때 시선을 고려해 창의 위치를 결정했다.
‘다산’ 실내에 배치한 데이베드에 앉으면 앞으로는 소담한 마당이, 뒤로는 그림 같은 풍경이 연결된다.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는 피크닉 테이블과 의자를 대문 옆에 걸어놓았는데, 그 자체로 장식이 된다.
올모스트홈 스테이 by epigram 강진은 다산 정약용이 머물던 사의재 옆 한옥체험관을 리모델링해 좀 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사의재는 1801년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 와서 처음으로 봇짐을 풀고 묵은 곳이다. 저잣거리 주막집(동문매반가)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골방을 거처로 삼고 4년가량 지내며 교육과 학문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바로 이 사의재와 이웃한 올모스트홈 스테이는 총 여섯 개의 객실(독채 네 곳과 독채만큼 큰 객실 두 곳)로 구성했다. 다산, 월출, 청자, 동백, 모란, 마량 등 강진을 상징하는 이름을 붙인 각 객실은 실제 동네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 안에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야트막한 돌담으로 구분하되 몇 발짝만 걸어 나가면 동네 골목이라 금세 로컬의 일상으로 연결된다.


소파 공간과 낮은 벽으로 분리한 실내 평상.
넓지 않아도 꼭 필요한 것만 예쁘게 구성한 독채 숙소 ‘마량’. 반대편에는 차실이 있다.
유일한 초가집인 ‘다산은 고즈넉한 정취가 일품.
기존에 군에서 운영하던 한옥 체험 공간은 에피그램의 감각과 서비스로 새옷을 입었다. 보다 단아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그러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리모델링했다. 집집마다 방향과 크기, 구조가 다른 점을 오히려 차별화해 어느 한 집 부족함 없이 색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객실마다 다른 자연 풍광과 동네 풍경을 담아낸 차경借景을 바탕으로, 몸을 푹 담그고 휴식할 수 있는 욕조, 차분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평상, 동네 풍경을 바라보며 멍 때릴 수 있는 툇마루 같은 요소가 다채롭게 어우러져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나절 동안 숙소만 즐겨도 좋은 분위기다. 모두 에피그램이 2022 봄·여름 컬렉션의 로컬 컬러로 선정한 ‘강진청자비색’을 인테리어 요소(특히 욕실의 타일!)로 활용한 것도 특징이다.


올모스트홈 스테이 by epigram 강진에는 까사미아·코웨이 등의 브랜드와 협업해 내 집 같은 편안함과 편리함을 더했다. 사진은 유리 통창이 있는 객실 ‘모란’의 거실.
맞춤맞는 자리에 낸 창과 문을 통해 제각각 다른 동네 풍경이 펼쳐진다.
더욱 완전한 휴식을 위해 ‘월출’과 ‘다산’, ‘모란’에는 개별 욕실과 욕조를 마련했다. 사진은 ‘월출’의 욕실.
무엇보다 이번 올모스트홈 스테이 by epigram 강진 프로젝트는 여러 협업이 눈에 띈다. 임태희 건축가가 내부 설계에 참여한 ‘다산’은 고즈넉한 정취가 돋보이는 유일한 초가집으로, 이곳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 같은 예감. “초가집이 지닌 유기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내부에서도 연계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압도하는 멋짐이나 너무 많은 소재와 디테일을 활용하기보다는 소소하고 편안한, 어쩌면 낙낙한 잠옷같이 내 몸에 맞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기존 초가집은 좁고 창이 없어 답답한 느낌이었지요. 거실에 창을 내고 시선과 밤낮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는 섬세한 창호를 디자인했습니다. 안방의 막혀 있던 창호는 작은 서재 구실을 하도록 역할을 부여했고요.”

임태희 소장의 말처럼 작은 공간에 놓인 데이베드에 앉으니 아담한 앞마당으로 시선이 가닿는다. 이 밖에도 신세계 까사미아의 소파와 매트리스, 코웨이 정수기 등은 한옥에 보다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러스트레이터 문제이와 협업해 강진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그려 넣은 엽서형 콘텐츠 맵은 ‘강진 산책’의 믿음직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에피그램이 2022 봄·여름 컬렉션 컬러로 선정한 강진청자비색을 욕실 타일 등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올모스트홈 스테이는 에피그램의 감각과 서비스를 통해 새로워진 지역 공간에 머물며 우리 지방 소도시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알아가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했다. 강진군에서 운영하던 한옥체험관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도시 생활자에게 로컬 라이프와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문제이가 작업한 엽서형 강진 콘텐츠 맵. 먹거리와 가볼 곳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음식 추천! 스테이에 바로 붙어 있는 사의재 주막에서 다산정식을 조식으로 맛보시라. 금방 새로 지은 쌀밥에 다산이 좋아했다는 아욱된장국, 주모의 자부심이 담긴 묵은지, 강진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감태무침, 고소한 파전에 남도의 맛깔스러운 반찬이 배 속은 물론 정신까지 포만감으로 채워준다. 또 카페 청의 대추차도 일품이다. 걸쭉한 대추고를 인심 좋게 담아주는데, 요즘 경험하기 힘든 맛이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월출산 아래 자리 잡은 이한 영전통차문화원을 방문해 다산 정약용과 이시헌 선생이 함께 완성한 제다법에 따라 만든 차를 음미해봐도 좋겠다. 컬럼 제목에는 하룻밤이라고 적었지만 강진을 어느 정도 느끼려면 적어도 이틀 밤은 머물기를 권한다. 올모스트홈 스테이 by epigram 강진의 제안을 따른다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평화로운 산책처럼 충만하고 여유로운 여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올모스트홈 스테이 by epigram 강진
주소 전남 강진군 강진읍 사의재길 31-5
예약 에어비앤비 (12월 1일 그랜드 오픈)

글 구선숙 편집장 | 사진 에피그램 제공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