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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가구 편집매장 큐레이터 최다솜 날 닮은 가구, 날 닮은 집
같은 가구여도 어떤 공간에 어떻게 놓이는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최다솜 씨의 가구도 언젠가 본 적 있는 유명한 것이지만, 그의 복층 집에 놓인 모습은 또 색달랐다. 벽 모서리에 사선으로 둔 TV,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거실 중앙에 비스듬히 놓은 1인용 화이트 바실리 체어. 일반적이지 않지만 나름의 균형을 이루고 있어 재미있는 집은 수줍은 미소 뒤로 엉뚱한 모습이 슬쩍슬쩍 비치는 최다솜씨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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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상판의 아르텍 테이블은 크기가 커서 소품을 쌓아둘 수 있고, 고양이 화장실을 가리기도 유용하다. 뒤편 플로 조명은 이케아 제품. 이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비코 마지스트레티의 버섯 모양 조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붙박이장과 사이즈를 맞춘 듯 딱 떨어지는 빨간색 상판의 아르텍 테이블. 왼쪽의 의자가 최다솜 씨의 첫 번째 빈티지 가구 소장품인 아르텍 알토 체어 65.
최다솜 씨는 빈티지 가구 편집매장 ‘원오디너리맨션’에서 가구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하는 일을 한다. 고로 최다솜 씨 집의 빈티지 가구들은 자체 큐레이션 및 컨설팅, 설득 과정을 통해 모인 것. 자신을 고객으로 맞이하며 취향을 살피고, 삶의 형태에 적합한 것으로 하나씩 모아 집을 꾸몄다.

“저는 목공예를 전공했어요. 나무 소재가 익숙하고 또 잘 이해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가구에 끌리더라고요. 처음으로 수집한 빈티지 가구는 지금 기자님이 앉아있는 아르텍Artek사의 알토Alto 체어 65예요. 그 당시는 빈티지 가구에 대해 잘 모를 때였는데, 이 밝은색의 나무 소재가 마음에 들었어요. 아르텍 가구의 주재료인 자작나무의 특성이죠. 그 후로 원오디너리맨션에서 일하며, 저희 집 공간과 가지고 있는 가구에 어울리는 것을 발견하면 하나씩 구매했어요.”


가구들이 옹기종기 놓여 있지만, 각자 스타일이 잘 어울리고 나름의 질서가 있어 안정감을 준다. 이 집은 TV를 벽면에 붙이고 그 맞은편에 소파를 두는 일반 배치에서 벗어난 색다른 구도로 SNS상에서도 인기가 많다.
복층 침실 공간에 둔 네덜란드 디자이너 케이스 브라크만의 나이트 캐비닛. 갈퀴 모양의 발이 특징이고, 밝은 자작나무의 색감은 공간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최다솜 씨는 평소 원오디너리맨션의 고객에게 빈티지 가구를 추천할 때 가구와 사람의 이미지 합을 눈여겨보는데, 하얀 가죽 바실리 체어 또한 그렇게 이 집으로 왔다. “바실리 체어 하면 많은 사람이 한 남성이 검은색 바실리 체어에 앉아 있는 옛날 사진을 먼저 떠올릴 거예요. 그래서 보통 바실리 체어는 남성적이고 시크한 분위기로 기억하죠. 그런데 4년 전쯤, 원오디너리맨션 앞으로 도착한 컨테이너 속에서 이 하얀 가죽의 화사한 바실리 체어가 나타난 거예요. 금액대가 꽤 높은 제품이었지만, 이 의자에 앉은 제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서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웃음) 빈티지 가구에 관심이 있다면 꼭 직접 경험해보길 바라요.”


화이트 바실리 체어는 최다솜 씨가 가장 아끼는 가구 중 하나. 밥 먹고 작업할 때를 제외하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스폿이기도 하다.
어느 디자이너의 작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각도와 높이 조절이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고, 독특한 형태가 매력적이어서 들이게 된 초록색 조명.
최다솜 씨는 약속이 없는 주말에는 집에서 실시간으로 한강 모습을 보여주는 유튜브의 ‘한강 라이브’ 영상을 보며 고요하게 보내는 편이다. 하지만 ‘집 밖은 위험해’를 신조로 삼을 것 같은 그에게 반전 취미가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캠핑을 가려고 해요. 캠핑을 가면 나만의 공간을 또 하나 가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텐트는 집이고, 그곳에서 사용하는 캠핑용 의자나 테이블은 가구인 셈이죠. 한동안 실제 집과는 또 다른 느낌의 가구와 소품을 찾아 보고, 캠핑 공간을 연출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어요. 캠핑용품 브랜드 중에는 폴러스터프와 헬리녹스를 특히 좋아해요. 그리고 바이크 동호회도 이끌고 있어요.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죠.” 서로 다른 환경을 살아오며 유일무이한 생김새를 지니게 된 빈티지 가구처럼, 우리 역시 몇 가지 키워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면모를 지니고 있다. 최다솜 씨에게 집은 자기다워지는 공간이면서, 자신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힘을 채우는 공간이다.


빈티지 가구와 잘 어울리는 소품
최다솜 씨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가구를 고른 것에 이어, 소장한 빈티지 가구와 잘 어울리는 소품을 하나둘 찾았다. 이 집에는 모든 것이 균형과 조화 속에서 한데 모였다.



‘비피 도쿄’의 인센스 홀더
수작업으로 생활 전반의 제품을 만드는 블루 프린트 도쿄(BP tokyo)의 인센스 홀더. 스틸 소재의 원통형 제품은 심플하지만 공간에 포인트를 더해준다. 구멍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명상하는 용도로도 좋다.



‘그레이트마이너’의 문진
모래와 돌, 그리고 반짝이는 가루가 들어 있어서 언젠가 여행한 영롱한 바다 모습을 연상케 하는 문진. ‘무거운 거울’이라는 이름처럼 밑면에는 거울이 있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인포멀웨어’의 사진 액자
인포멀웨어의 홍성찬 대표가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개인 주택 중 하나인 프랑스 메종 루이 카레Masion Louis Carre를 방문했을 때 촬영한 부엌 모습. 내추럴 컬러의 원목 액자가 다른 빈티지 가구와도 잘 어울린다.

글 박근영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