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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아파트 개조기 색과 선으로 반전 효과를 준 집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어수선하다는 편견은 버리자.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조금 더 집중한다면 아이가 함께 사는 집도 얼마든지 모던하고 세련되게 변모할 수 있다.

음악을 전공한 아내의 우아한 취향이 스며든 공간. 갤러리처럼 백색의 미니멀한 거실에 네이비색으로 마감한 전실이 반전 효과를 준다. 바닥은 1200mm 길이의 타일을 사용해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인다.

아치 형태 문으로 정중한 분위기를 연출한 다이닝룸은 더멘션에서 구입한 놀 테이블과 칼 한센앤선의 CH88 체어로 꾸몄다. 클래식한 요소를 더하는 대리석 테이블로 공간을 변주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인테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지난 얘기다. 부모의 취향과 아이의 생활을 함께 존중하는, 가족의 삶에 맞춘 집도 분명 존재한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부부는 7년째 살던 집을 레노베이션하기로 결심했다. 아파트 1층이라 다소 어둡고, 층고가 낮아 답답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집에 머무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공간을 해석하는 어나더디스튜디오 정세영 대표에게 디자인과 시공을 맡겼다. 집의 가장 큰 목적은 밝게, 또 넓게 시야를 트여주는 것. 정세영 대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층고를 올려 둥근 돔 형태로 설계하고, 전체적으로 화이트로 마감해 시원한 공간감을 더했다. 네 종류의 간접등을 설치해 눈이 부시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만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세심한 디테일이다.

이렇게 클라이언트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정세영 대표는 가족이 집에서 보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취향의 부부와 초등학생 자녀 모두가 머물고 싶은 집을 만들고 싶었던 것. 우선 컬렉터 부부의 작품이 돋보이도록 거실은 최대한 덜어내 깨끗한 갤러리처럼 조성했다. 벽에 걸린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처럼 담백하고 비어 있는 여백 공간. 부부가 예술에 대한 안목과 취향을 쌓아가는 것은 물론, 아이들도 작품 사이를 거닐며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천장과 벽이 이루는 직선과 곡선, 공간과 작품이 이루는 색의 조화가 아름답다. 색과 선의 다층적 레이어로 공간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카펫으로 마감한 복도와 방. 전실 전체를 네이비색으로 통일하고, 벽에 거울을 설치해 공간감을 더욱 확장했다.

TV장 양옆으로 마련한 책장은 책을 좋아하는 첫째 아이를 위한 것. 아이가 방에만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실에 나오도록 고안한 방법이다.

최승윤 작가의 추상화와 깊은 네이비색 포인트가 시선의 연결감을 더해주는 침실.

소파와 의자, 작품, 조명 등 각 요소가 모두 오브제처럼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한데 어우러진다. 아이들이 걸터앉아 책을 읽거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낮은 수납장을 설치해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색과 선의 부드러운 에너지
고요한 공간의 반전은 전실에서 일어난다. 정세영 대표는 자칫 공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색과 선 두 가지를 사용했다. “아이들은 하얗고 미니멀한 공간에만 있으면 경직될 수 있어요. 과감한 색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중요했지요.” 거실에서 전실로 넘어가는 길은 비록 한 발짝 거리지만, 완전히 다른 장면의 전환을 이룬다. 아이 방과 침실이 있는 전실을 바닥부터 벽, 방문, 천장까지 모두 네이비 컬러로 힘을 준 것이다. 취미룸의 바닥은 녹색 카펫으로, 둘째 아이 방은 주황색 카펫으로 공간에 산뜻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한편 이 집이 일반 갤러리와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은 바로 곡선 때문이다. 천장의 완만한 곡선과 주방 입구의 경쾌한 아치는 우아하면서도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수납이었다. 신발장을 확장해 현관의 수납력을 높이고, 거실의 TV장과 책장을 마치 가벽처럼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제작 가구를 설치했다. 이때 모든 수납장의 손잡이는 두 가지 높이로 만들었는데, 아이와 어른의 손 높이가 다르기 때문. “어린 자녀와 어른이 함께 사는 집은 그만큼 각 구성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요.” 가족 저마다를 보살펴주는 공간, 그래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공간. 이것이 가족의 삶을 비춰주는 정직한 집이다.


공간 디렉터 정세영 대표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쌓은 뒤, 2007년 독립해 김경민 대표와 어나더디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또 다른 꿈 (another Dream)’을 의미하는 스튜디오 이름처럼 ‘아름답고 기능적이며 정도 있는 디자인’을 건축 철학으로 파라다이스 호텔 라운지, 이노메싸 쇼룸 등 다수의 상업 공간과 전시 공간 주거 공간을 만들었다.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 및 시공 어나더디스튜디오(02-546-4225, anotherd.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