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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출렁이는 디자인 물결 2021 부산디자인위크
지난 6월 부산의 첫 번째 디자인 관련 페스티벌이 열렸다. 디자인하우스와 KNN, 부산디자인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부산디자인위크’. 디자인 브랜드와 공예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브랜드가 선보이는 여러 기획전과 행사를 진행해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최근 디자인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지속 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1만여 명이 제1회 부산디자인위크를 방문했다. 이제껏 열린 적 없는 디자인 전시에 부산 시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부산에 다채로운 디자인 콘텐츠와 제품을 선보이며, 도시산업에 건강한 활기를 불어넣을 부산디자인위크의 역할이 기대된다.

MBC와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효성그룹이 후원한 <안녕! 바다씨!>. 서영희 아트 디렉터의 총괄 아래 작가 아홉 명이 패션 아이템을 업사이클링했다.

코에 빨대가 끼어 괴로워하는 거북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제작한 박연신 작가의 ‘바다거북이의 눈물’. 사진 MBC제공

아이들이 모델로 참여한 화보. 티 없이 맑은 웃음이 어른에게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MBC제공

한국과 일본의 우유 팩으로 만든 밀키 프로젝트의 동전 지갑.

트레드앤그루브는 서울 성수동과 부산 사상구 등 지역사회와 연계해 폐타이어를 수급해 신발을 만든다.
디자인으로 만드는 지속 가능한 세상
전시장 한복판에 바닷속 세상이 펼쳐졌다. 층고 높은 천장에 거대한 물고기를 중심으로, 보기만 해도 시원한 하얗고 푸른 옷들이 헤엄치듯 매달려 있다. <안녕! 바다씨!(hello! mr. SEA!)>는 MBC와 환경재단이 공동 주최한 기획 전시. 서영희 아트 디렉터의 총괄 아래 자수 작가 아홉 명이 헌 옷, 가방, 신발 등 패션 아이템을 업사이클링한 작품을 선보였다. 또 어린이 열 명이 동해로 떠나 대형 물고기 오브제를 완성하는 과정 등을 담은 영상 화보도 함께 제작했다. 이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2021 노 모어 플라스틱’ 행사의 특별전으로 먼저 선보였고, 그 취지에 공감한 효성그룹의 도움을 받아 전시를 통째로 부산으로 옮겨왔다. 덕분에 부산디자인위크를 찾은 관객에게도 패션 산업의 환경오염 문제를 일깨우고, 바다와 바다 생물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작품의 청량한 빛깔이 부산과 아주 잘 어울려 전시장에 톡톡 튀는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이 외에도 부산디자인위크는 자체 부스에서 커피 마대, 리사이클 폴리 원단 등으로 제작한 새활용 한복을 선보였다. 또 우유 팩을 재활용해 일상용품을 만드는 밀키 프로젝트, 수명이 다한 폐타이어로 세상에 하나뿐인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 외 20여 곳의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함께하며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과 방향을 제시했다.


박경현 작가와 취 프로젝트가 함께 만든 SUBI 마미체 커피 필터. ⓒCHI PROJECT.

목욕탕 콘셉트로 온천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온천장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취 프로젝트의 제품들.

대통전수방 부스는 로컬 셀러의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어 연일 인기를 끌었다.

송월타월이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게 제작한 수건 제품.
로컬의 깊고도 진한 힘
<행복> 6월호를 통해 소개한 부산 ‘삼진식품’의 비영리재단, 삼진이음을 다시 만났다. 삼진이음은 노포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대통전수방 프로젝트를 꾸려 부산 로컬 브랜드를 돕는다. 이번 부산디자인위크에서는 대통전수방의 지난 5년간의 사업별 결과를 공유하며, 사람들에게 프로젝트의 의미를 다시 한번 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부산에서 탄생한 72년 전통의 송월타월과 부산 기반은 아니지만 지역의 장인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하는 취 프로젝트 등 대통전수방에 속한 브랜드의 제품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현재 부산에는 삼진이음의 대통전수방 외에도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동래온천장 도시재생, 북구구포이음 등 여러 프로젝트가 부산디자인위크 전시에 참여해 자신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를 공유했다. 부산에서 움트는 로컬의 힘을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기생충>의 박 사장네 집에 있던 로우 테이블과 미니멀한 디자인의 의자. 박종선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박종선.

청년 핸드메이커 양성 사업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산 청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손재주를 보였던 2021 핸드메이커 부스.
영화와 디자인의 도시, 부산
부산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키워드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영화’다. 1996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매년 열려 가을마다 수많은 영화인의 발걸음이 부산으로 향한다. 이번 부산디자인위크에서는 국내 대표 영화에 등장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새롭게 구현한 영화 속 디자인 부스를 통해 ‘영화의 도시’ 부산의 역할을 공고히 했다. 특히 영화 <기생충>에 참여한 박종선 디자이너의 다양한 가구 작품을 전시해 많은 관람객의 흥미를 끌었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쓰임새를 중요시하며, 간결한 장식과 실용적 디자인이 특징인 가구를 선보인다. 영화 속에 묵묵히 자리하던 박종선 디자이너의 테이블과 의자 등을 감상하니, 영화 속 장면들이 새롭게 떠오른다. 오브제 디자인이 공간의 디테일과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한편 부산디자인진흥원은 지역의 우수한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부산국제디자인어워드를 진행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돕는 청년 핸드메이커 양성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2021 핸드메이커 부스를 마련했다.

글 박근영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