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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소반 김화중 대표 가장 따뜻한 색은 흙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도자 브랜드의 저력과 잠재력을 보여준 화소반은 음식을 담기에 좋은 곱고 단아한 그릇으로 팬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김화중 대표는 화소반 간판을 처음 달던 그때처럼 고객에게 진심을 다하고 품격 있는 여유의 순간을 대접하고자 한다.

성남시 분당구 석운동에 자리한 화소반의 새 본사. 그릇을 포개 쌓아 올린 모양의 화소반 로고와 간판이 하늘과 닿아 있다. 화소반 그릇과 가장 잘 어울리는 회색 톤과 박공지붕의 단정한 외관이 돋보이는 건물은 바오디자인 이영라 대표가 설계를 맡았다.
그릇은 음식이 담겨야 비로소 제 노릇을 한다. 밥그릇은 말 그대로 밥을 담고, 반찬 그릇은 반찬을 담는 용기이듯이. 화소반은 무엇보다 음식을 담는다는 그릇의 기본 쓰임새를 가장 먼저 생각한 그릇 가게다. “‘무엇을 담느냐’에서 ‘어디에 담느냐’로 사람들의 관심사가 옮겨가면서, 음식이 담긴 그릇, 그리고 그릇이 놓인 테이블과 공간까지 모두 고려한 그릇을 만들고 싶었어요.”

김화중 대표가 2010년 분당 서현동에 처음 매장을 열고 경기도 광주·판교를 거쳐 서판교 석운동으로 둥지를 옮기는 동안 화소반은 입소문을 타고 고공 성장했다. 배우 이영애, 황신혜, 류승룡 등 스타가 가장 사랑하는 그릇으로 주목받기도 했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사용한 식기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현재 목동, 부산, 청라, 아산, 순천 지역의 대리점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본점과 판교점·대구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미국 LA 지점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화소반 그릇을 접할 수 있는데(게다가 인터넷 쇼핑몰로도!), 김화중 대표는 지난 11월 석운동 작업실에서 도보 2분 거리에 또 다른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꼭 10년 만의 일이다. “오픈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사업자등록증을 다시 보게되었는데, 2010년 11월 16일에 사업자 등록을 했더라고요. 사실 11월에 오픈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딱 10년째 되는 날에 맞춰 문을 열고 싶었어요.” 깊은 빛을 띠는 그의 그릇처럼 한층 무르익은 내공이 담겼을 화소반의 새로운 쇼룸이 궁금해졌다.

나무 소재의 천장과 무려 7.2m 길이의 통원목 테이블, 콘크리트 마감의 벽과 바닥, 아일랜드가 어우러져 내추럴한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연출하는 내부.

싱그러운 식물 소재와 만난 화소반의 화기. 김화중 대표는 화소반의 색을 담은 화병도 출시할 예정이다.

나무 도마와 검은색 그릇에 솔잎을 깔고 귤과 홍시를 소담하게 올려놓은 감각이 돋보인다.

화소반을 좋아하세요?
서울 강남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분당 석운동.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화소반에 다다를수록 먼 교외로 떠나온 듯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한적한 시골의 여유로운 느낌이 좋아 3년 전 이곳 석운동에 작업실 터를 잡았지만, 어딘가 모를 갈증이 느껴졌다. “물론 이전에도 그릇을 볼 수 있는 숍이 있었지만, 온종일 백화점이나 대리점에 보낼 제품을 포장해야 하고 워낙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손님들이 편하게 살펴볼 수 없었어요. 오롯이 화소반 그릇을 보러 온 손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지요.” 김화중 대표가 화소반의 ‘고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긴 인연을 이어온 바오디자인 이영라 대표가 이번에도 설계와 인테리어를 맡았다. “화소반 그릇은 한식·양식·일식 등 어떤 음식을 담아도 어울리잖아요. 소박한 밥상의 품위를 높여주는 화소반의 이미지에 걸맞게 건물의 전면은 낮고 단아하게 설계했습니다. 내부에 들어오면 천고가 높은, 자연광이 가득 비추는 개방감 있는 공간이 나오죠. 1층은 쇼룸, 2층은 카페로 꾸며 화소반의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과연 그의 말처럼 단층처럼 보이는 낮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반전처럼 넓고 높은 쾌적한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쇼룸 중앙에는 길이 7.2m, 무게 1.5톤에 달하는 거대한 통원목 테이블이 자리한다. 다양한 수종의 우드슬랩을 제작하는 ‘쇳덩이의 나무이야기’ 곽덕환 이사가 협찬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수입한 클라로월넛인데, 컨테이너에 실리지 않아 엔진 톱으로 잘라 어렵게 가져왔지요. ‘나무목’ 안영기 대표님이 이 테이블을 손수 마감해 완성해주셨고요.”

김화중 대표의 개인 작업실. 고객이 물레 작업을 하는 그의 손을 찍어 선물한 사진 액자를 벽면 한쪽에 걸어두었다.

형태를 잡은 그릇을 유약에 담그는 모습.

아침부터 가마의 후끈한 열이 실내 공기를 덥히는 화소반의 작업실. 판 작업, 물레 작업, 가마 작업 등 공정별로 나누어 작업한다.
테이블 뒤로 설치한 긴 아일랜드와 벽 선반장은 김화중 대표가 이영라 대표에게 꼭 공간에 반영해주기를 바란 부분이다. 이곳에서 앞으로 요리, 플라워, 사진 클래스 등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기 때문. 큰 시멘트 매스로 만든 아일랜드와 콘크리트 회벽, 빈티지 철제 선반장과 어우러진 화소반 그릇은 단연 돋보인다. “화소반 그릇은 깨끗한 백자가 아니라 질감도 느껴지고 손맛이 전해지는 그릇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빛바랜 빈티지와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시간의 흔적이 남은 철제, 나무 소재나 빈티지에 끌리는가 봐요.”

쇼룸은 온전히 그릇만 볼 수 있도록 조성하고, 2층에는 커피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전국 각지에 매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화소반 본사까지 찾아오는 손님에게 몸과 마음의 여유를 선물하고 싶은 김화중 대표의 마음에서다. “단 한 시간만이라도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제 소원일 만큼 책을 좋아하거든요. 정작 저는 책을 읽을 시간이 거의 없지만, 손님들이라도 자신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그 기쁨을 느끼셨으면 해요.”

화소반 그릇에 두부조림, 멸치꽈리고추볶음, 샐러드 등 음식을 담은 모습. 소박하지만 정갈하고 멋스러운 상차림을 할 수 있다.
좋은 흙을 찾아서
김화중 대표가 존경하는 스승 이재황 도예가의 철화분청사기, 도예가 이인진 교수의 그릇을 포개놓은 형상의 조형작품 등으로 세심하게 꾸민 공간은 분명 새것임에도 오래 자리를 지켜온 듯 자연스럽고 안온한 온기가 전해진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화소반 그릇이 지닌 힘 때문이리라. 그가 처음 화소반 그릇을 디자인하고 만들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음식을 담았을 때 음식이 돋보이는가’였다. 음식이 최대한 맛깔스럽게 보이는 색을 연구했고, 그것을 토대로 검은색·회색·진회색·와인색·아이보리색 다섯 가지 색상의 유약을 사용한다. 그릇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장식을 하지도 않았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그릇을 만들고 싶었기때문이다. 화소반 그릇은 자세히 보면 바닥 면에 일정한 두께의 흙 판이 있다. 흙 자체의 은은한 색감과 손에 닿는 자연스러운 감촉을 전해주는데,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완성하기에 획일적으로 제작하는 그릇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차이는 매일 써봐야 안다.

“그릇의 주재료인 흙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요. 유연하면서도 견고하고, 구웠을 때 단단하고, 유약의 색이 잘 드러나고, 촉감이 좋은 흙을 꾸준히 찾아왔어요.” 1년 동안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하는 두 가지 흙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흙이 화소반 그릇에 가장 잘 맞았다. 가격이 일반 점토보다 5~6배, 많게는 10배가 비싸지만 따뜻한 색감과 고급스러운 질감 등 디테일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선택했다. 2021년 4월에는 또 다른 질감과 색감의 흙으로 빚고 검은색 유약을 사용한 홈 카페 블랙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분이 잔에 관심을 더 가지세요. 커피 잔, 찻잔 위주로 구성한 홈 카페 라인으로 더욱 풍요로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흙의 질감과 도자기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좋아 도예를 전공한 김화중 대표는 매일같이 흙과 그릇을 만지고 돌본다.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철제 책장. 평소 김화중 대표가 즐겨 보거나 소장하고 싶던 예술·디자인 서적을 올려두었다. 이 책들은 전시용이 아니다. 화소반을 찾은 손님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그릇으로 어울림을 맺다
매일 아침 9시, 김화중 대표는 쇼룸으로 출근하자마자 음악을 튼다. 가져온 싱그러운 식물을 화병에 이리저리 꽂아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쇼룸 옆에 개인 작업실도 조그맣게 마련했다. “화소반에서는 생활 식기를 선보이고, 저는 작품 쪽으로 개인 작업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도예를 전공한 그는 그릇에서 다시 조형 작업으로 돌아가 울퉁불퉁한 흙덩이에 몰두하고자 한다. 이재황 도예가의 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품위 있는 항아리와 조형 작업을 준비해서 5년 뒤에는 개인전도 열고 싶다고. “이제 저는 화소반 그릇을 디자인하고, 제작은 저희 화소반 식구들이 해요. 처음엔 저 혼자 시작했지만, 어느새 둘이 되고, 그 둘이 넷이 되더니 지금은 스무 명 정도가 되었지요.” 그가 직원을 끼니를 같이 하는 ‘식구食口’라고 부르듯이, 매주 화요일 점심이면 직접 밥을 짓고 찌개를 얼근하게 끓여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만둣국, 코다리찜 등 화려하지 않지만 배 속까지 뜨끈해지는 푸근한 밥상을 뚝딱 차려낸다.

‘화소반’의 ‘화’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지만, 그릇을 완성하는 불 화火, 아름다운 꽃 화花, 그리고 사람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화할 화和의 의미를 담아 지은 것처럼 그는 사람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는 기쁨을 최고로 친다.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Pascal Quignard는 “물고기들은 고체 상태의 물이다. 새들은 고체 상태의 바람이다. 책들은 고체 상태의 침묵이다”는 문장을 남겼다. 그의 말에 빗댄다면 화소반의 그릇은 고체 상태의 어울림, 그리고 나눔이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석운로 16 | 문의 031-712-0679


오픈 하우스& 플라워 클래스
화소반의 새 공간에서 블뤼테와 플라워 클래스를 엽니다. 유칼립투스, 설유화, 헬레보루스 등 겨울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식물을 화소반 화기에 꽂아봅니다. 화소반 김화중 대표가 공간을 소개하고, 블뤼테 송진화 대표가 수업을 진행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지 40쪽을 참고하세요.

일시 2021년 1월 27일(수) 오전 10시 30분~정오
장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화소반
참가비 20만 원(재료비 포함)
인원 8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클래스’ 코너 또는 전화(02-2262-7222)로 신청하세요.

글 이승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