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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매장과 갤러리 사이 에이치픽스 한남
편집매장이 진화했다. 한 발 앞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국내외 리빙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통에서 경험과 감상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국내 1세대 편집매장 에이치픽스가 그 선두에 있다.

한남동 도로를 향해 난 창 앞에 마련한 넓은 전시 공간. 리뉴얼을 통해 달라진 창가의 그래픽은 실험적 공간으로서 에이치픽스 한남이 드러나도록 디자인했다.

현대적 프렌치 감성의 가구를 제작하는 무스타슈와 스위스 디자인 스튜디오 빅게임이 협업한 ‘볼드’ 시리즈.

세상은 조금 변했다. 우리는 굳이 편집매장을 유랑하지 않아도, 언제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청사진을 모바일과 웹콘텐츠로 만날 수 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났고, 손가락만 움직여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당연히 이를 활용하는 사람도 늘었다. 고객이 공간을 찾게 하기 위해선, 차별화가 필요하다. 1세대 편집매장 에이치픽스는 12년간 국내 리빙 산업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디자인을 계승하는 독일 브랜드 텍타Tecta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고,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가구를 만드는 덴마크 브랜드 에이피터슨A.petersen, 감각적 덴마크 브랜드 씨로C/Ro도 에이치픽스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에이치픽스의 경우엔 세상의 변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담은 공간으로 응답했다. 2개 층 1백60 평 규모에 디자인, 아트, 크래프트 세 가지 키워드로 꾸며 갤러리에 온 듯한 경험을 이끌어내는 ‘에이치픽스 도산’, 이달 리뉴얼한 ‘에이치픽스 한남’을 차례로 문을 열었다.

목재 가구를 큐레이션한 공간으로 플리즈 웨이트 투 비 시트Please wait to be seat의 체어와 테이블을 전시했다.

디자이너 듀오 이경규, 홍재진의 ‘블랭크 윈드Blank Wind’ 시리즈.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의 디자인을 계승해 모빌을 만드는 미국 브랜드 에코Ekko의 ‘오리지널 데스크톱Original Desktop’.
갤러리에 온 듯 감상하는 편집매장
이번에 리뉴얼한 에이치픽스 한남은 이들의 성장 거점이다. 7년간 지켜온 이 자리는 한강진역 근방의 밝고 캐주얼한 무드가 그대로 느껴지는 대로변 건물 2층. 폭이 좁고 긴 형태의 165㎡(약 50평) 규모의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거리를 향해 난 큰 창으로 햇살이 부서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 곁에는 콘크리트와 레진을 결합해 만든 전시 공간이 있다. 이곳에는 위트 넘치는 디자인의 체코 브랜드 퀴부스Qubus, 안정적 형태감에 집중한 이누리 작가의 화병 등이 놓여 있다. “한남동이라는 장소가 주는 에너지와 분위기를 반영하고 싶었어요. 밝고 캐주얼한 콘셉트는 유지하되 다소 투박하던 요소들을 최대한 깨끗하게 정리했죠. 공간 자체에 힘을 주기보다 어떻게 하면 놓이는 제품이 돋보일지 고민했어요.” 에이치픽스 박인혜 대표의 말이다. 천장의 구조물과 불필요한 창, 색채가 강한 창문 프레임, 카운터의 위치 등 숍을 운영하며 느낀 불편한 요소를 고르게 정리해 마치 갤러리 같은 무드를 자아낸다. “빛이 들지않는 뒤쪽 공간은 단조로운 화이트 월 대신 다다미 소재로 마감해 따스한 무드를 만들었고, 유리섬유로 제작한 쇼케이스와 한지로 만든 집기를 배치해 제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지요.”

다다미 소재로 마감한 공간에는 간결한 형태의 가구를 배치해 정갈함을 더했다.

미국 텍사스를 거점으로 독창적 디자인의 러그를 만드는 브랜드 롤로이Loloi.

에이치픽스 박인혜 대표.

큐레이션 명장의 실험 공간
에이치픽스의 중심에 박인혜 대표가 있다. 그는 디자인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모마 스토어Moma Store, 현대카드 프리비아 등 상업 공간을 론칭한 경험을 바탕으로 숍 운영을 시작했고, 자신의 영어 이름인 헬레나Helena가 선택한 아이템이라는 뜻의 ‘H.pix’로 이름을 붙였다. 그는 에이치픽스의 남다른 큐레이션이 ‘디자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말한다. “디자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할 수 있고, 디자이너의 철학과 스토리를 지닌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동시대의 역량 있는 디자이너를 알리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판로를 여는 것 또한 주요한 과제이지요.” 배경지가 될 공간을 깨끗하게 고른 에이치픽스 한남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아방가르드한 디자인부터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업까지 다양한 큐레이션을 선보이며 ‘실험’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프랑스 브랜드 무스타슈Moustache. 두 개의 원통형 금속을 부드럽게 구부려 형태를 만든 뒤, 패브릭으로 겉을 감싼 볼드Bold 체어로 유명하다. 박인혜 대표가 추천하는 무스타슈의 컬렉션은 거울 ‘조디악Zodiac’이다. “독특한 형태를 지닌 벽 거울로, 시선을 사로잡는 흡입력 있는 디자인이 돋보이지요? 기능적이고, 아름답고, 오래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만의 독특한 사조가 있어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에이치픽스는 올해 안으로 그들의 큐레이션 원칙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려 한창 준비 중이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헤릿 릿벨트Gerrit Rietveld, 마르틴 피서르Martin Visser의 오리지널 디자인 컬렉션을 생산하는 네덜란드 브랜드 스펙트럼Spectrum이 바로 그 주인공. 이렇듯 에이치픽스 한남은 앞으로도 매달 색다른 기획전과 다양한 팝업 스토어를 열어 변화를 모색하는 공간이자, 한남동을 찾는다면 꼭 한번 들러야 할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으로 자리를 굳혀 나갈 예정이다.


Shop Card
인테리어 & VMD 에이치픽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로 255-1
영업 시간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일요일 휴무)
문의 070-4656-0175


#오늘의숍 #디자인스팟
‘디자인 스팟’은 <행복이 가득한 집> <디자인> <럭셔리> <스타일 H> 등 디자인하우스 에디터들이 선별한,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상업 공간입니다. 카페와 레스토랑, 플래그십 스토어, 편집매장 등을 매월 각 매체의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오는 12월 9~13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숍과 매장을 발표하고, 그곳의 오너·디자이너와 함께 흥미진진한 토크도 진행합니다. 디자인 스팟에 대한 다양한 정보는 공식 인스타그램(@designspot.dh)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박민정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