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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年大計 전원주택 프로젝트 [전원주택 1] 10년 후, 과연 전원주택 세상일까?
멋쟁이 높은 빌딩 으스대는 것도 한철입니다. 전문가들은 입 모아 10년 후 전원주택 시대의 도래를 예고합니다. 작가 이외수의 말처럼 이제 그만 ‘인간 보관용 콘크리트 캐비닛’을 벗어나, 나무와 물과 바람의 품에서 식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전원살이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까요? 10년 후를 준비하는 아주 요긴한 아이디어와 실용 정보를 소개합니다.

10년 후, 과연 전원주택 세상일까?
송화가루가 날려 하늘이 금빛으로 번쩍이는 그런 집에 살고 싶은가? 고기 굽는 이웃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정원 파티를 꿈꾸는가? 이런 꿈을 이뤄줄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들끓고 있다. 10년 후, 전원주택이 아파트살이의 대안이 될 것인가. 환경계획 전문가와 부동산 투자 전문가가 전원주택 기상도를 예측했다. 건축가는 그 예측을 상상도로 그려냈다.

지구를 살리는 집, 전원주택 2000년 1월 1일 한 방송국의 밀레니엄 특집 프로그램에서 호주의 크리스털 워터스라는 생태공동체 마을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던 나는 6개월 뒤에 그 마을을 직접 찾아갔다. 자연친화적인 농장과 집,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생동물, 물과 에너지를 재생하고 절약하는 기술과 생활습관,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동 식사,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등 직접 경험한 크리스털 워터스는 경이로웠다. 이와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생태친화적인 전원 주거단지가 많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2005년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 이상의 도시민이 은퇴 후에는 전원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 시기도 2010년 이후가 될 것이다. 10년 후 전원주택 시대의 도래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생태건축은 지나치게 건강만을 강조해 특정한 재료(나무, 황토)의 사용만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지속 가능성’까지 살피고 있다. 예를 들어 집을 지을 때 그 동네에서 생산한 재료를 쓰고, 집을 부술 때 그 재료를 두었다가 다시 사용할 수 있거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재료가 더 생태적이라는 것이다. 생태건축에서 재료에 대한 고민은 콘크리트 건축물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생태건축물의 기능에 대해서도 많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열·태양열 난방, 태양광 발전, 빗물의 저장과 재활용, 자연순환형 화장실 같은 것들이 그 예다. 이런 고민은 집을 지탱하는 자원을 집 스스로 만들게 하자는 것, 집을 짓는 행위 자체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게 하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기에, 생태건축의 관심을 집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집과 연결된 마당, 더 나아가 마을이나 지역사회까지 넓히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집 앞에 심은 활엽수는 동네 어귀에 그늘을 만들어주고, 집 앞 텃밭은 썩는 쓰레기의 텃밭이 되어 폐기물을 줄여줄 수 있는 것처럼.

생태건축이 발전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스스로 집을 짓고, 그 집에 살게 된 후에도 계속 집을 보완하는 게 일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의 전원주택은 직접 계획하거나 설계하고 스스로 하나씩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것을 지원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생겨날 게 분명하다. 대도시 주변이 주를 이루던 전원마을 수요는 앞으로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하려는 은퇴자가 늘어나고 계층이 다양해지면 전 농촌지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럴 경우 물과 에너지 공급, 자원 재활용 등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농촌을 위해서도 이런 기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생태건축은 더더욱 부각될 것이다. 특히 생태건축은 개별 주택보다는 집합주택이나 마을 단위로 적용하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에 타운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 것이다. 타운하우스는 기반시설을 공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원생활의 외로움을 나눌 수 있고 취미생활, 문화활동 등을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 자체가 커뮤니티 계획과 맞물리게 될 것이다. 10년 뒤, 우리가 주로 만나게 될 전원주택은 생태건축을 기반으로 해서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지구의 지속성을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까지 안고 가는 그런 집,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산업화·정보화 시대의 소외감을 치유하는 휴머니티가 살아 있는 집이다. 다 지어놓고 가격에 따라 판매하는 시장의 ‘상품’이 아니라 입주자가 스스로 계획하고 하나씩 만들어가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될 것이다.

나 홀로 전원주택 vs. 타운하우스
최근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젊은 층이 친환경적이면서도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나 홀로 전원주택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에 반해 은퇴 시기 전후의 중장년층은 전원주택보다는 관리가 편한 타운하우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퇴직 연령이 52.3세로 당겨졌다. 베이비부머(1954〜1963년생)의 은퇴가 이미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중장년층의 조기 은퇴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신도시 택지지구나 그 주변의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올해 9월부터는 20가구 이상의 모든 공동주택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 그 영향으로 타운하우스가 외국에서처럼 보편적인 주거양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업체들이 고급화·대형화 전략을 취하는 바람에 대부분 분양가가 높아 대중적이지 못했다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은 1990년대에 특히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이때 교외로 나갔던 사람들이 2000년대가 되자 관리 등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도시로 돌아온 전례가 있다. 따라서 전원주택형 타운하우스라면 모를까 나 홀로 전원주택은 인기를 끌기 어려워 보인다.

흔히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 고령자가 늘어나면 번잡한 도시보다는 전원으로 옮기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와 산업구조나 인구구조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자들이 교외의 일반 주택에서 도시의 초고층 맨션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시는 병원이나 상점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건물의 개·보수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집 안만 잘 관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뉴욕, 런던, 도쿄 등 다른 선진 도시들도 도심재개발로 인해 ‘도심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실물 자산의 동조화를 감안할 때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주거 형태의 다양성이나 친환경적인 면에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투자 목적을 염두에 둔다면 전원주택이나 타운하우스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지속적인 수요 기반을 가진 도시의 아파트가 나을 것이다. 살기도 편하고 시세 탄력이나 환금성 측면에서 월등한 아파트를 전원주택이나 타운하우스가 과연 추월할 수 있을까.

입지, 평형, 학군 등에 의해 주상복합 아파트나 아파트가 차별화되었듯이 전원주택이나 타운하우스 역시 차별화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지역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농 목적이라면 모를까 산속의 나 홀로 전원주택은 매우 위험하다. 도시의 인프라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도권의 택지개발지구나 인접 지역에 들어선 것이 좋다. 펜션이나 별장처럼 어쩌다 한 번 찾는 것이 아니므로 거주하는 동안 여러 면에서 편리해야 한다. 그 밖의 지역에선 감가상각으로 인한 건물의 가치 하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를 고려해 지나치게 전원의 풍취만 고집하기보다는, 토지 가격 상승으로 감가상각 부분을 상쇄시키고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다. 3~5년 정도를 내다보고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만 빠르게 매도하기 어렵고 수요층이 한정되어 환금성이 떨어지는 전원주택이나 타운하우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최혜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