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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의 스마트 홈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집
환경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 정책을 펼치는 호주에서 한 시범주택이 에너지 스타 10성급을 인증받으며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건축물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가운데 이번 프로젝트는 당장 실천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현실성 있는 건축 대안으로 인정받는다.

건축가 클레어 커즌과 더 소셔블 위버가 케이프 패터슨에 공동으로 지은 집은 에너지 스타 10성급을 획득하며 미래의 지속 가능한 건축물로 인정받았다. 단열성과 기밀성을 높인 패시브 디자인에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액티브한 설계를 가미한 점이 특징이다.
초대형 태풍과 전례 없는 무더위, 게릴라성 폭우 등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이상기후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일각에서는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마지막 시기마저 놓쳐버렸다는 비관적 의견을 내놓는 가운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로 떠올랐다. 자동차와 건축물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건축가들은 산업폐기물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서 화석연료의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 친화적 환경 정책을 펼치는 호주에서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다수 발표했는데, 그중 빅토리아주 해안가에 지은 에너지 스타 10성급 주택은 기능 면에서 완벽할 뿐 아니라 기능적 주택은 외관이 아름답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서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로망을 키워주기에 충분하다.


집에 담긴 놀라운 자정 능력
멜버른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남짓 이동하면 웅장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케이프 패터슨 지역이 나온다. 이곳에 여성 건축가 클레어 커즌Clare Cousins과 친환경 디자인&건축을 지향하는 더 소셔블 위버The Sociable Weaver가 협력해 주택을 지었다. 이 집은 에너지 스타Energy Star(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전자 제품의 고효율성을 인증하는 프로그램으로, 1992년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도입)에서 최고 등급인 10성급을 획득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집은 단열성과 기밀성을 높여 최소한의 에너지로 생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른바 패시브passive 하우스인 셈이다. 게다가 지붕에는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집에서는 냉난방을 하기 위해 별도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태양광 전지판으로 생산한 에너지양이 더욱 많기 때문에 탄소 양성자(carbon positive) 주택에 해당한다. 이에 관해 더 소셔블 위버의 공동 설립자인 데이브 마틴Dave Martin 에게 자세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생활하면서 관측해보니 이 주택은 탄소 발자국 (carbon footprint: 사람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 소비하는 전 과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 총량)을 남기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이죠. 호주는 여전히 화력발전소에 의존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적게 쓸수록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집은 에너지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높은데, 수치로 환산해보니 1인당 연간 203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 효과가 있더군요.” 이는 9천5백53그루의 나무를 심거나 혹은 대기 중 4천8 백만 개의 이산화탄소 풍선을 없애는 것과 같은 효과다.

부실을 구성하는 내벽은 친환경 합판으로 마감했으며, 매트리스부터 침구까지 모두 오가닉 제품만 배치해 지속 가능한 삶을 습관화하도록 했다.

꼭 필요한 요소만 간결하게 배치한 욕실에서 클레어 커즌의 장점인 공간 활용력을 엿볼 수 있다.

측면에서 바라본 주방 풍경. 조리대와 싱크대를 11자형으로 나란히 배치해 동선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아일랜드 위 조명등은 효율성이 높은 LED 전구를 사용했다.

바닥은 산업용 콘크리트를 시공하고, 벽과 천장은 석고판 위에 바이오 생변환 물질로 마감해 실내 온도에 따라 스스로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이는 단열성과 기밀성을 높이는 패시브 디자인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 철학으로 지은 집
집 안 곳곳에는 최첨단 공법의 흔적이 역력하다. 벽과 천장에는 바이오 생변환 물질(bio-phase change material)로 절연 처리를 했으며, 바닥에는 슬래브 아래 절연체를 넣고 열 질량을 개선하는 산업용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단열 성능이 뛰어난 이중 유리창, 5kW급 태양광 전지판, 고효율성 LED 조명등까지 엄선한 자재를 사용했지만 결코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잘 팔리는 집을 설계하고 싶지 않았어요. 꼭 필요한 자재 외에는 지나치게 비싼 자재를 쓰지도 않았고요. 누구나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지을 수 있는 주택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시스템적 부분에 집중했다면, 클레어 커즌은 공간을 아름답게 디자인해주었지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식 전통 목조 주택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적 있는 클레어 커즌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솜씨를 발휘했다. 주택 외부에는 FSC 인증(국제산림관리협의회에서 구축한 산림 경영 인증 시스템)을 받은 하드우드를 세로로 나란히 붙여 정갈하게 마감했으며, 내부에는 합판을 이용해 벽과 가구를 디자인했다. 한편 클레어 커즌은 단열재로 사용하고 남은 석고판 조각을 모두 정원 바닥에 매립했다. 그렇게 하면 토양에 자연스럽게 미네랄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이 집이 가치를 인정받은 두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로 웨이스 트zero waste 철학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시공 과 정에서 폐기물을 일절 배출하지 않기 위해 모든 마감재는 공급업체에서 직접 현장으로 운반했으며, 가능한 한 모든 포장재는 재활용했다. 결과적으로 공사 기간 동안 매립지로 보낸 폐기물 봉투는 단 세 개에 불과했다. 놀라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실내의 벽과 바닥, 천장에는 천연 마감재와 페인트를 사용했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까지 모두 천연 소재를 고집한 것이다. 천연 소재로 만든 매트리스, 유기농 면직물 소재의 침구, 대나무 칫솔까지 생활용품 하나도 무독성 소재만 사용해 그야말로 안팎으로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단순히 주택뿐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실제 생활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분별한 소비, 의식 없는 행위가 만연한 가운데 이처럼 일상의 소소한 부분이지만 한 번 더 환경을 배려한다면 자연은 우리에게 그 이상을 되돌려줄 것이다. 집은 더 소셔블 위버에 의뢰하면 실제로 설계와 시공이 가능하며, 해안가에 지은 이 집은 다른 건축가와 집을 짓고 싶어 하는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도록 영구히 개방해 운영할 예정이다.

Info.
주택 규모 160㎡ 
지붕 폴리카보네이트 지붕 위에 5kW급 태양광 전지판 설치 
바닥 슬래브 아래 절연체를 넣고, 열 질량을 개선하는 산업용 콘크리트로 마감 
벽과 천장 석고판 위에 바이오 생변환 물질(주변 온도가 상승하면 열을 흡수하고, 주변 온도가 낮아지면 결정화되어 열을 방출함)로 마감 
침실 내벽 두께 25mm의 합판 사용 
외벽 및 창호 FSC 인증을 받은 목재와 이중 유리창 
환기 가열 및 냉각을 위한 교차 흐름 환기장치 사용 
음영 고효율성 LED 조명등 


더 소셔블 위버의 데이브 마틴 대표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고 사람과 환경을 위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건축가 클레어 커즌은 호주 건축가협회장으로서 미래의 대안 주택을 찾기 위한 나이팅게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글 이새미 | 사진 댄 호킹Dan Hocking | 취재 협조 클레어 커즌 아키텍츠 Clare Cousins Architects(www.clarecousins.com.au), 더 소셔블 위버The Sociable Weaver(www.thesociableweaver.com.au)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