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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관한 모든 영감 마이 알레
지금 당장 한 평의 정원도 없다고 해서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 라이프스타일 팜을 추구하는 우경미&우현미 디자이너의 마이 알레가 언제나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 아침과 다른 저녁 풍경으로 자연의 유희를 펼쳐 보이는 정원이 우리를 초대한다.

사계절의 정원을 누릴 수 있도록 고안한 온실. 겨울이면 식물이 가득한 신비로운 실내 정원이 된다.

한마음 한뜻으로 정원을 가꾼 마이 알레 패밀리와 마스코트 호두, 마루가 한자리에 모였다.
뾰족한 연필향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토끼 오브제를 만나고, 참나무 숲으로 내려가면 비밀스러운 유리온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곳은 디자인 알레의 우경미 디렉터와 우현미 소장이 정원을 가꾸고, 즐기는 법을 나누는 라이프스타일 팜 ‘마이 알레My Alle´e’다. 오늘은 누구보다도 정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이 알레의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를 위한 정원
과천 마이 알레가 문을 연 지는 3년쯤 되었지만, 정원은 디자인 알레를 시작한 1999년부터 존재했다. B2B로 공간 디자인과 조경 비즈니스를 하면서 다양한 수종을 실험하기 위한 작업실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연필향나무와 그라스, 멀꿀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진 지금의 정원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정원을 디자인했지만, 정작 클라이언트는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잘 모르는 듯했어요. 사람들이 정원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 보여주고 싶어서 마이 알레를 열었지요. 지인이 말하길 마이 알레가 이탈리아어로 ‘돼지’라네요. 저희는 좁은 골목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알레’로 사용했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랑스러운 이름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이곳을 자신의 알레, 자신의 정원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누리길 바랍니다.”

우경미 디렉터는 대지의 경사면을 활용하고, 60년도 더 된 참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층층이 정원을 꾸몄다. 밭 두 줄과 덩어리 정원, 커다란 화기를 이용한 컨테이너 가든까지. 자연은 최대한 그대로 두고,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다 보니 처음 문을 열었을 때보다 사계절을 수차례 보낸 지금의 정원이 훨씬 아름답다. 우현미 소장은 올림픽대로의 가로수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랜드스케이프에서 영감을 얻은 뒤 그의 방식대로 정원을 가꿔나갔다. 가드닝이라 하기에는 본인은 한 일이 없다며 웃음을 짓는다. “마이 알레의 정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언젠가 조뱅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감탄한 적이 있는데, 그다음 해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른 꽃이 정원을 덮어버렸어요. 지금은 엉겅퀴가 퍼져 있는데 그 모습이 나쁘지않아요. 똑같이 심고 보살펴줘도 유독 잘 살아남는 식물이 있으니 날마다 정원을 관찰하는 묘미가 있지요.” 매일 햇빛이 다르고, 식물 상태가 다르니 단 하루도 똑같은 정원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아침마다 마이 알레에 출근하는 발걸음이 경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후 5시, 곳곳에 설치한 야외의 조명등이 하나둘 켜지자 가족들도 정원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정원에 아늑하게 꾸민 야외 카페. 노란 팁톤 의자를 포인트 가구로 활용했다.

컨트리 스타일로 꾸민 3층 라운지. 소파와 빈 백 체어, 데이베드를 놓아 편안한 공간으로 꾸몄다.
<설국열차>를 모티프로 한 온실
모처럼 우경미 디렉터와 우현미 소장, 우영미 패션 디자이너와 남동생 우중구씨까지 우씨 남매와 우경미 디렉터의 남편이자 든든한 지원군인 김철주 교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파티가 시작되자 각자 일사분란하게 음식을 옮기고 테이블을 꾸몄으며, 누군가는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들이야말로 지금의 마이 알레를 있게 한 주역. 우영미 디자이너는 한발 앞서 트렌드를 전해주고, 조선공학과 출신인 우중구 씨는 소재와 기계적 부분을 해결해줬으며, 김철주 교수는 이들 중에서 정원에 관한 책을 가장 많이 읽어 낙엽만 봐도 나무 수종을 알아맞힐 만큼 식물에 해박하다. 파티 테이블 너머로 새로 지은 온실에도 불이 켜졌다. 사계절 정원이자 식물의 월동을 돕는 윈터 가든으로, 겨울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식물이 온실 안으로 들어온다. 우현미 소장은 영화 <설국열차>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이곳을 설계했다고.


2층 라이프스타일 매장에서 화기와 식물 등 다채로운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보태니컬 인테리어를 꾸미기에 유용한 아트워크들.

미니 온실은 때때로 전시 공간으로 변모, 특별한 영감을 준다.

정원에서 키운 채소를 곁들인 오징어먹물 파에야.

마이 알레 클래스에서는 손쉽게 정원을 가꾸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정원 일에 필요한 갖가지 도구를 정갈하게 정돈해두었더니 목가적 분위기가 풍긴다.

자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온실 카페의 테라스.
“영화를 보면 열차 앞쪽에 평화로운 온실 정원이 등장해요. 꼬리 칸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죠. 싱그러운 꽃나무가 가득하고,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데 창밖의 만년설과 오버랩되면서 신비로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의 말처럼 온실에서는 화사한 봄의 정원뿐 아니라 사계절의 정원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자매가 가장 좋아하는 시기는 2월로, 눈 속에 꽃눈이 움트고 있을 때다. 곧 봄이 온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우경미 디렉터는 정원을 꾸미는 일은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고, 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기대감이라 말한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도 나와 온종일 정원을 보살피는 일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침대 머리맡에 늘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있어요. 그가 정원을 돌보면서 겪는 소박한 이야기이죠. 그가 인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원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또 내일의 정원이 기대되곤 합니다.” 일상도 풍요롭길 바라는 마이 알레에서는 가을, 겨울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카페와 레스토랑, 편집매장은 벌써 가을 인테리어를 마쳤고, 헤이 마켓은 11월 25일과 26일에 마이 알레 프렌즈가 합세해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열릴 예정. 겨울의 마이 알레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주소 경기도 과천시 삼부골3로 17 문의 02-3445-2867

글 이새미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