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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맞는 집 하우스 레시피 건축가 오기수 씨의 OH'S PARK ATELIER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사는 노년의 꿈을 조금 미리 이룬 이가 있다. 건축가 오기수 씨가 자신을 위해 설계한 집 ‘OH’S PARK ATELIER’는 도시 생활의 결핍을 채워주고 취미 생활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는 즐거움.


빨간 타일로 포인트를 준 전실 겸 주방. 조명등과 식탁 의자 등은 아웃도어의 느낌이 살아 있는 제품을 골랐다.


건축가로 살아온 지 40여 년. 거품이 잔뜩 낀, 내 몸에 맞지 않은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집의 크기에 대해 한 번쯤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오기수 씨. 그가 아내와의 노후 생활을 위해 설계한 제주 집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럭셔리한 별장과는 개념이 다르다. 이 집의 공간은 꼭 필요한 규모를 가장 적절한 크기로 계획했다. 일반 전원주택처럼 약 160~230㎡(50~60평대)로 만들었다가 쓸모없이 관리하기만 힘든 공간이 되지 않도록 1층과 2층을 합쳐 28평 내외로 계획한 것. 그렇게 완성한 경량 철골 구조의 이층집. 이 공간에는 노부부의 담 백한 일상, 대자연의 경이로움, 옛집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축노트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대지 면적 883㎡(267.1 평)
건축 면적 92.16㎡(28 평)
건축 구조 2층 콘크리트조+철골 구조
외부 마감 지붕과 2층 외벽- 합성 수지 강판, 1층 외벽-유색 플라스터
실내 마감 바닥-원목 마루, 몰딩-원목 난방 형태 기름 보일러
설계 고려 사항 필요에 따라 용도 변경이 가능한 공간 설계
실내 평면 구성 침실 1개, 전실 겸 주방, 화장실 2개, 거실 1개
마당 및 외부 공간 구성 귤밭과 삼나무 방풍림 유지, 2층 테라스 구성.
시공 스페이스오 종합건축사무소
총비용 대지 구입비 3.3㎡에 50만 원, 시공비 3.3㎡당 5백만 원



현지 목수가 제작한 한옥 문창살.

세컨드 하우스, 내 삶의 연장
오기수 씨가 제주에 집을 짓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도시 전체가 뉴타운 개발로 북적일 때 30년 전 내 손으로 지은 집이 재개발로 철거되었어요. 박탈감, 허탈감을 채울 뭔가가 필요했죠. 제주 집의 한옥 문창살은 먼저 살던 집에서 따온 모티프예요.” 북아현동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한 후 심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마련한 집. 2009년 완공한 제주 집은 단순히 쉬러 가는 별장이 아닌, 생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아내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을 갖추고, 주말이면 너른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공간. 설계는 최대한 단순화했다. 1층 현관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주방이 펼쳐지는데, 주방은 경우에 따라 현관이 되기도 한다. 들개문을 올리면 외부가 되고, 문을 닫으면 내부가 되는 한옥의 툇마루 같은 역할을 하는 곳. 주방 왼쪽으로는 좌식 생활을 할 수 있는 방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유화 작업실로 쓰는 아담한 공간이 자리한다.
가구와 세간살이를 간소화한 원룸 형태의 2층 공간은 플렉시블flexible 하우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 우선 침대 맞은편 박스 형태로 움푹 파인 공간은 싱크대를 설치하면 부엌이 된다. 2층 화장실은 바깥쪽으로도 문을 냈는데, 문 아래로 계단을 설치하면 1층과 2층이 분리되어 두세대 거주가 가능하다. 공간을 구분하는 최소한의 벽, 삼각형 모양의 유리 파티션도 재미있다. “집의 다음 사정도 고려해야 해요. 지금은 우리 부부의 집이지만 앞으로 누가 주인이 될지 모르잖아요. 주인이 손님이 되고, 손님이 주인이 되어도 괜찮은 집을 지으려면 우선 ‘내 것’임을 강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 것’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개인의 취향과 욕심이 앞서 결국 보편성을 잃게 마련이니까요.” 오기수 씨는 여름이 오기 전 마당 한쪽에 정자를 지을 예정이다. 방학마다 내려오는 손자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도록 현관 앞 덱도 좀 더 넓힐 계획.

“처음 1년간은 제주의 흙냄새에 적응을 못 했어요. 2년쯤 지나니 서울에 있으면 제주가 그립고 제주에 있으면 서울이 그리워요.” 그와 아내의 이니셜을 딴 OH’S PARK ATELIER는 만날 때 좋고 돌아서면 그리운, 마치 애인 같은 집이다. 작은 것을 쌓아가고 시간을 함께하는 것, 힘 뺀 상태에서 나오는 힘과 아름다움이야말로 보통 사람의 집 짓기를 위해 건축가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항목이 아닐까.


1 2층으로 올라가면 박공지붕의 원룸 공간이 펼쳐진다. 소파도 등받이가 없는 디자인으로 제작해 어디에 두어도 공간에 제약이 없고 앞뒤로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2 귤나무가 자유롭게 배치된 넓은 부지에 사뿐히 앉은 이층집. 여유롭고 생활에 편리하도록 맞춘 도시형 주택이다.


건축가에게 물었다
재료를 서울에서 수급하면 물류비가 상당할 텐데, 물류비를 상쇄시킬 만큼의 이점은 무엇인가?
타지에 집을 지을 때는 무엇보다 공사 기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철골 구조 방식은 조립 후 현지에서 시공하기 쉬운 것이 장점. 제주는 습기와 염분이 많아 마감재로 코팅한 철판을 사용해야 했는데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서울에서 제작해 제주집 골조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외장 마감재는 강판에 합성 필름을 씌운 것. 자칫 집 모양이 지형에서 불쑥 솟은 것처럼 보일 수 있어 흐린 날, 맑은 날 모두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제주 돌에 맞는 색을 주문 제작했다.

건축가 오기수 씨는…
홍익대학교 건축미술과 졸업, 2007년 한국건축가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스페이스 오 종합건축사사무소 의 대표. 주요 작품으로는 청도 농기구박물관, 향린주택, 바탕골예술원이 있다. 


디자인 김홍숙 기자 작품 이미지 제공 민성식

구성과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