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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깃든 공간] 하나은행 강남 PB센터 예술과 금융, 그 특별한 상관관계
감성과 이성, 붓과 계산기! 예술과 금융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듯 동떨어져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예와 미술이라는 예술 분야와 은밀한 밀월 관계에 빠진 하나은행 강남 PB센터를 찾았다. 문화와 예술이 교감하는 그곳에는 격格과 낙樂이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오픈한 하나은행 강남 PB센터(02-485-1111). 센터 내 원스톱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세무사, 부동산 및 투자 상품 전문가 등 전문 인력들로 구성되었으며,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접목해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얼마 전 문화 예술 교육 컨설팅 그룹인 에이트 인스티튜트의 박혜경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미술 시장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직업군이 바로 ‘뱅커’라는 사실. 미술품이 부자를 겨냥한 VIP 마케팅의 효과적 수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는 답이지만, 단순히 그 때문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반인들 역시 미술, 건축, 음악 등 예술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문화 예술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하나은행이 지난해 12월 22일 문을 연 삼성동 강남 PB센터는 은행이라기보다 감성적인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복합 문화 공간에 가깝다. 금융업계 특유의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프라이빗한 상담 공간외에 공예품과 미술품 등을 상시 전시하는 아트 스페이스가 있고, 각종 교양 강좌는 물론 친목 도모의 장으로 활용하는 소셜 개더링social gathering 공간도 운영한다. 한층 높아진 고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별화한 자산 관리 외에도 감동과 편안함을 줄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했고, 이를 공예와 미술 그리고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완성한 것. 공간 디자인은 최근 전시 기획자로 명성을 높이고 있는 디자이너 김백선 씨가 맡았다.


1 조약돌을 형상화한 컬러 러그와 암체어를 매치했다. 암체어는 설치미술가 홍동희 씨가 디자인한 것. 
2 왼쪽 벽면에 걸린 작품은 김선형 작가의 ‘가든 블루’. 나무 본연의 질감을 살린 칸디하우스의 원목 가구가 잘 어울린다.
3 디자이너 김백선 씨는 사랑방처럼 편안한 공간을 완성하기 위해 전통과 자연에서 모티프를 찾았다. 상담 코너에는 각종 디자인 전문 서적을 배치했다. 
4 연두색으로 포인트를 준 바 라운지는 누구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친목 도모의 장으로 활용한다.

문화와 예술이 교감하는 공간
“해외 은행의 경우 자신들이 지닌 문화 콘텐츠를 경쟁하기 위해 아트 페어에 나가 홍보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만큼 문화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PB 시설은 문화보다는 단순히 공간만 제공한다는 개념이 큽니다. 무엇보다 그 생각의 틀을 깨는 게 중요했어요.”
김백선 씨는 프라이빗한 공간이지만 열린 소통의 개념을 더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전시장과 서가를 계획했다. 우선 공간에 들어서면 한옥의 처마를 모티프로 한 천장과 공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열린 라운지가 눈에 띈다. 시원한 전망을 확보한 열린 라운지 한쪽은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다른 한쪽에는 평상을 활용한 작은 다실을 만들었다. 여기서 고객은 개인적 친목 모임을 한다. 재테크, 건강, 뷰티 세미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연다. 자연히 센터 곳곳에 배치된 국내 장인들의 작품이 거래되기도 한다.

스틸과 한지라는 이질적 소재를 건축 마감재로 활용한 것도 재미 있는 아이디어다. 커튼 대신 백선지(천양제지에서 김백선 씨를 위해 만든 한지 마감재)로 만든 창호를 달고, 천장에는 건축용 컬러 강판 브랜드 럭스틸Luxteel의 스틸 마감재로 처마를 형상화해 역동적 느낌을 더했다. 좀 더 따뜻한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정연택ㆍ이용호ㆍ이경미 작가 등 지금 활동하는 도예가의 작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5, 6 아트 스페이스는 도자를 비롯한 공예품 등을 상시 전시하는 공간으로 각종 교양 강좌가 열린다.


다섯 개의 프라이빗한 상담실 한쪽 책장에는 잡지 대신 건축, 미술, 디자인 등 전문 서적이 구비되어 있다. 가구 역시 ‘짝퉁’이 아닌 디자이너의 작품을 선택 했다. “은행이라고 이른바 ‘돈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이 도자 잔에 차를 마시면 뭐가 좋은지, 이사갈 준비 중이라면 앉아 있는 의자가 궁금할 수도 있고 또 건축 서적을 참고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외양만 치중한다면 그 역시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강남 PB센터의 정원기 센터장은 하나은행 PB의 경쟁력으로 15년간 PB 분야를 선도한 노하우와 전문화한 상품,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탁 서비스 등을 꼽았다. 최근에는 고액 자산가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야를 특화했는데, 그 반응이 뜨겁단다. 사용자들이 찾아와 교감하며 그 공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바란다는 김백선 씨. 궁극적으로 은행은 내일의 꿈을 설계하는곳 아닌가! 문화와 생활 예술을 통해 격格과 낙樂을 경험하며 희망찬 임진년을 꿈꾸시길.

글 이지현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