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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라이프]이혜정 씨의 레노베이션 스토리 개조만으로 두 평 넓어진 25평 아파트
‘지피지기 백전불태’,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옛말은 인테리어에서도 통한다. 먼저 자신의 취향을 알고 내 집을 맡길 전문가를 찾으면 인테리어 레노베이션의 성공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자투리 공간까지 알뜰하게 활용해 널찍한 다이닝룸이 펼쳐진 이혜정 씨의 집이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한다.

가구가 많지 않은 대신 거실 바닥을 헤링본 패턴으로 마감해 공간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공간 활용을 위해 소파 대신 선택한 2인용 벤치는 aA디자인퍼니처에서 맞춤 제작. 1인용 가죽 암체어 ‘버터플라이’는 노르딕디자인 by 이노메싸 제품.
얼마 전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살고 있는 집을 야심 차게 레노베이션하는데 가구는 어디서 사면 좋겠냐는 질문이었다. 대략 인테리어 스타일을 알아야 집 안에 어떤 가구가 어울릴지 가늠할 수 있기에 나는 그에게 집을 어떤 스타일로 고치느냐고 물었다. 그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가 뭘 알아야지. 업체한테 알아서 잘해달라고 했어.” 며칠이 지난 후 결국 우려한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집이 고쳐지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했고, 지금까지도 업체와의 갈등으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단다.

매달 잡지를 비롯한 언론에는 레노베이션으로 ‘환골탈태’한 멋진 집들이 소개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곳도 숱하게 많은 게 현실이다. 문제는 ‘알아서’ 해달라고 주문하는 집주인과 주문대로 정말 ‘알아서’ 집을 싹 고쳐 놓는 업체, 양쪽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나무, 돌 등 차분한 느낌의 집에 컬러풀한 오브제로 활력을 더했다. 도자 오브제는 세컨드호텔 제품.

다이닝룸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빅 테이블은 어라운드 테이블에서 구입. 벽걸이 조명등은 세르주 무이의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으로 aA디자인뮤지엄에서 구입.

침실 베란다를 확장해 풍부한 채광이 들어오게 한 후, 한쪽에 계단형 화단을 만들어 작은 화분을 두었다. 
주말 학습으로 키워나간 인테리어 안목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이길연 실장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게 디자인이 나온 집이 있다기에 그곳을 찾았다. 올해 2월에 입주한 집주인 이혜정 씨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5차 래미안 82.5㎡(25평) 아파트. 거기서 집주인, 이길연 실장과 함께 ‘집을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맡겼을 때 쌍방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주제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길연 실장은 “사실 클라이언트의 대부분은 제게 알아서 잘해달라고 말해요.

이혜정 씨 역시 3년 전부터 길연 홈페이지를 눈여겨보면서 대대적으로 레노베이션을 준비한 사람인데도, 처음 만날 때 제게 주문한 것도 바로 그 말이었어요. 본인은 인테리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알아서 예쁘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집주인의 머릿속에 막연하게 자리한 이상향의 집을 현실화하도록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이죠.”

금융권에서 일하는 30대 싱글인 집주인 이혜정 씨는 이곳에 생애 첫 번째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내 몸에 꼭 맞는 집을 꾸며보자는 생각으로 인테리어 전문가를 샅샅이 조사했고, 6개월이나 되는 시간에 걸쳐 마침내 이길연 실장을 최종 낙찰했다. 그는 디자이너와 함께 시장 조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가구점, 인테리어 자재 전문점은 물론 주말에는 요즘 뜨는 ‘핫’한 카페도 함께 찾아다녔다. 3~4개월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혜정 씨는 자신도 잘 모르던 취향을 알게 되었고, 어떤 스타일의 집을원하는지 감을 잡았다.

“잡지나 인터넷 검색을 하며 보던 다양한 자재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인테리어 공부를 제대로 했어요. 이런 과정 없이 디자이너가 알아서 뚝딱 인테리어를 완성했다면 지금만큼 집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았을 거예요. 나중에 들은 말인데, 디자이너에게 가장 까다롭고 가장 어려운 주문이 알아서 잘해달라는 거더라고요(웃음).”

다 마신 와인병을 바구니에 무심하게 쌓아놓았더니 그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다이닝 룸 맞은편에는 키 큰 수납장을 짜 넣어 소형 주방 가전을 깔끔하게 보관하도록 했다. 수납장 문에 흑경을 붙여 은은하면서도 한결 주방이 넓어 보인다.
작은 아파트, 널찍한 다이닝룸을 갖춘 사연
이혜정 씨는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낱낱이 공개했다. 싱글이어서 가끔은 혼자 밥 먹을때 외롭고, 살림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카페같이 넓고 아늑한 주방은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공간인 것 같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래서 주방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방의 벽을 허물고 서재를 겸한 널찍한 다이닝룸을 만드는 대대적인 구조 변경 작업이 이뤄졌다. 생각해보니 굳이 방이 세 개나 있을 필요가 없고, 집에서 자주 밥을 해 먹지 않기 때문에 조리대 등 부엌 시설을 주방 중심에 배치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게스트하우스나 레지던스처럼 조리 시설을 감추고 싶었다.

디자이너는 다용도실을 확장해 자투리 공간을 확보하고 싱크대, 조리대, 냉장고 등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각종 주방 제품과 세탁기를 모두 다용도실로 배치했다. 대신 주방에는 주연 역할을 하는 큼지막한 8인용 테이블을 가져다놓았고, 맞은편 벽에는 작은 텔레비전을 달았다. 66~99㎡(20평대) 집의 가장 큰 단점이 주방이 협소하다는 것인데, 방 하나를 포기하니 132~164㎡(40평대)에서나 볼 수 있는 널찍한 다이닝룸이 완성된 것.

조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혼자 사는 집인 만큼 안락함이 집 안 곳곳에 필요해 인테리어에 마술사와도 같은 조명등의 역할이 중요했다. 거실 한쪽 1인용 버터플라이 암체어 옆에는 플로어 스탠드로 안락한 공간을 연출했고, 거실 천장에는 총 여섯 개의 조명등을 달아 빛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혼자 있을 때에는 은은하게 한두 개만 켜고, 손님이 오면 모두 켜 공간을 밝게 연출한다.

침실에는 과감히 메인 조명등을 생략, 기존 드레스룸을 없애고 침실 옆에 작은 파우더룸을 만들었다.

다용도실을 개조한 주방은 넓지 않은 공간인 만큼 문을 닫았을 때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빗살 접이문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빛이 새어나오도록 했다.
이 집은 나무, 돌 등의 자연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고재古材는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작은 집에는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목을 얇게 켜 모서리를 둥글게 마감하는 등 디테일에 신경 썼다. 또 침실은 밝은 마감재를 사용해 넓어 보이게 했다. 바닥재는 화이트 하이글로시 타일을 시공했고, 벽면은 부분적으로 핑크색 페인트칠을 해 리넨 레이스 침구와 함께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 때문에 집 안에 있는 시간이 적은 사람일수록 집을 잘 꾸며놓아야 할 것 같아요. 밖에서 에너지를 다 쏟고 집에 돌아왔는데 공간이 휑하면 허탈함이 더하겠죠. 저 역시 레노베이션 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좀 더 밀도 있어졌다고 할까요? 집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온전한 휴식을 취할 때 방전된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드레스룸 특유의 답답함을 없애기 위해 밝은 연보라 컬러의 페인팅으로 마감하고, 시스템 행어 대신 앵글 수납장을 맞춤 제작했다.

화장실에 티크 소재로 만든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문 바깥쪽 면에는 거울을 달아 외출 직전 편리하게 전신을 비춰볼 수 있게 했다.


이 집에서 눈여겨볼 디자인 포인트

걸레받이가 없다
천장 몰딩, 바닥 걸레받이가 없는 것이 이 집의 특징. 집이 한결 넓고 간결해 보인다. 걸레받이는 벽지 마감 시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페인트 마감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방마다 바닥재가 다르다
거실은 헤링본 패턴, 침실은 대리석 복합 타일, 드레스룸은 기존에 깔려 있는 합판 마루에 화이트 컬러의 페인트칠을 덧입혔다. 방마다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져 오히려 색다른 멋이 있다. 다만, 바닥재를 모두 달리할 때는 침실 바닥이 화이트 컬러라면, 거실 바닥은 헤링본 마감이어도 벽면을 같은 화이트 컬러로 칠하는 등 어느 한 부분에서 통일감을 주는 것이 좋다.

디자이너의 조언
소형 아파트를 레노베이션할 때는

1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형하라
개수대・조리대 등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것은 주방 뒤쪽에 배치한 후 중문을 달아 평소 사용하지 않을 때는 감쪽같이 감출 수 있게 한다. 다용도실과 베란다 등을 적극 활용해 획기적으로 구조를 변형하면 20평대 집에서 2평 정도 늘려 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2 가구 배치의 고정관념을 깨라
작은 공간일수록 더욱 치밀한 공간 배치가 필요하다. 거실 양쪽 벽면을 한쪽은 소파 또 맞은편은 텔레비전을 두는 자리로 한정 짓지 말 것. 거실에 텔레비전을 두지 않는다면 소파도 불필요하다. 1인용 혹은 2인용 의자면 충분하다.

3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가구를 선택하라
한정된 공간일수록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파악해 기능적인 가구를 선택해야 한다. 큰 소파 대신 1인용 디자인 체어를 두세 개 정도 놓아 기분에 따라 옮겨 다니며 앉을 수 있도록 한다. 반면 식탁은 널찍한 것을 고르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4 조명등은 소형 아파트의 분위기 메이커다
스위치 라인을 많이 잡아서 기분에 따라 밝기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조명등을 다양하게 만들어라. 거실 천장 양쪽으로 설치하면 손님을 초대했을 때, 혼자 책을 볼 때, 일을 할 때 등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소형 평수의 집은 메인 조명 없이 간접조명만 설치해도 괜찮다.

 

디자인 및 시공 Design Partner 길-연(www.kilyeon.com)

글 황여정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