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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아이디어]손끝에서 피어난 일상 예술 수공예품
공예는 인간의 손으로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도구이자 창의적 예술이며 쓸모를 전제로 하는 생활 미학의 실천이다. 또 시대를 담는 거울이자 자화상이기도 하다. 풍요로운 시대에는 화려한 색채와 문양이 시선을 사로잡는 탐미적인 공예가 발달했고, 암울한 시대에는 장식보다는 기능적 면을 살린 공예가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조명한 수공예품의 가치.

수공예 오래 간직하고픈 가치
바야흐로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 하나하나 손수 빚어내는 것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대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거부하고 좀 더 특별한 것을 찾는 이들에게 핸드크래프트는 개성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인 것. 재미있는 것은 기계화에 길들여진 산업 디자이너 역시 제품에 남과 다른 가치를 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핸드크래프트에 주목한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마르셀 반데르스는 네덜란드의 도자 회사 플레에서 백색 도자기를 굽고 그 위에 직접 채색하거나 장식해 완성하는 델프트 블루 시리즈를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니팅 기법으로 가구를 만드는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 첨단 소재에 퀼팅을 접목해 테크놀로지 크래프트 시대를 연 디자이너 잉가 상페 등 여류 디자이너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제조업에 예술적 기교와 수제 작업을 덧입히는 그들의 방식은 대량생산 제품마저 고유하고 독창적인 것으로 재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왼쪽) 본전시 <오늘을 걷는 공예>관 지니언 섹션에 설치한 도예가 이인진 씨의 작품 ‘형태 쌓기’. 장작 가마 속에서 불에 그을린 자국을 그대로 살린 항아리를 쌓아 연출했다. 함께 매치한 작품은 스웨덴의 디자인 그룹 프런트와의 프로젝트로 유명한 ‘이야기 꽃병’이다. 남아프리카 시골에 사는 다섯 명의 흑인 여성이 꽃병에다 자신들의 삶을 기록.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텍스트로 만들고 철사 줄에 유리 구슬을 일일이 꿰 이 텍스트들의 글자를 형상화했다. 화이트 화기는 모오이 제품으로 웰즈에서 판매.
(오른쪽) 정사각 나무 오브제는 큐빅미터 제품, 베 짤 때 쓰는 솔은 대부앤틱 판매, 원형 나무 오브제는 창고앤틱 판매, 블루 볼은 에르메스의 블루 다이여.



수공예 공간에 체온을 더하는 방법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생활 도구와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 꾸준히 사용해온 도자. 인간 삶과 가장 가까운 예술품이 어디 도자뿐이던가. 한 코 한 코 연결해 편물을 완성하고, 자르고 바느질하고 염색하고 이어 붙이는 등 홈 패브릭의 반복적인 작업 역시 아트워크로 인정받을 만큼 고매한 노력의 산물이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가공한 오가닉 면을 패치워크한 블랭킷, 수천 번 바늘을 움직여 테두리에 태슬 장식을 더한 쿠션, 섬세한 손길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프린팅을 선보이는 장인의 텍스타일까지…. 달 항아리를 정성껏 빚어내듯 씨실과 날실을 엮어 한 땀 한 땀 정성을 더한 핸드메이드 패브릭으로 공간의 온도를 높여보자.

모헤어로 만든 쿠션과 평판 날염 기법으로 제작한 오렌지색 쿠션& 벨벳 블랭킷은 에르메스, 진한 그레이 컬러 캐시미어 담요는 다브 제품. 빗살 무늬 블랭킷은 노르딕 디자인 by 이노메싸 판매, 패치워크 기법으로 제작한 무릎 담요는 A.P.C 제품. 골드 태슬 쿠션은 유앤어스, 하얀 볼과 강아지가 프린팅된 쿠션은 피숀, 헤링본 원단을 사용한 빅 쿠션은 다브 제품, 달항아리는 바다디자인아뜰리에 판매.



(왼쪽) 수공예 클래식의 계보록
시대가 지나도 변치 않는 클래식 디자인의 요건은 무엇일까? 우선 현재까지 그 원형을 보존할 만큼 튼튼하고 지금 사용해도 기능적으로 전혀 불편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도구인 동시에 공예품으로서 가치를 지녀야 하는 의자. 보통 하나의 완제품을 내놓을 때까지 반년 이상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수천 번 앉아보고 불편한 부분을 보완한다고 하니 ‘재료와 기술을 다스려 사용자를 최대한 배려한다’는 수공예의 기본 모토에 잘 부합하는 아이템이다. 그래서인지 의자는 다른 가구에 비해 수십 년 전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움과 쓸모를 동시에 충족했기 때문일 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면서 자신들의 모습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현대적 쓰임새에 맞춰 기능이나 소재 등으로 변화를 주는 ‘뉴 클래식’ 아이콘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특별전 <의자, 걷다> 전시에 선보인 조숙진 작가의 ‘의자들’. 나무로 정교하게 장식한 의자 등받이와 그와 꼭 맞게 제작한 좌석 부분은 수공 제작의 기품을 충분히 보여준다. 클래식한 토넷 체어의 원형을 그대로 디자인에 반영한 모오이의 익스텐션 체어는 의자 등받이에 행어를 탈착하는 방식으로 현대적 쓰임새를 더한 제품이다. 투박한 나무 스툴을 형상화한 노만 코펜하겐의 로 스툴은 노르딕 디자인 by 이노메싸 판매. 마치 통나무를 깎은 것 같은 나무 질감은 ‘페이크’다.

(오른쪽) 수공예 손맛을 사유하다
공예의 발단은 쓰임에서 비롯되었으나 공예적이라는 표현은 그 태도에 있다. 손맛을 느낄 수 있으며 손으로 사유하고 손으로 형상을 만들어내는 오묘한 정서적 태도를 보고 ‘공예적’이라는 말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코 한 코 연결하여 완성하는 뜨개질 편물은 수공예의 대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재료, 머티리얼material이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거듭날수록 마음은 더욱더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 다양한 직물을 엮는 손뜨개 방식과 손끝으로 느껴지는 천연 질감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핀란드 공예와 디자인>전에서 선보인 마리 에팔라의 ‘밍Ming’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화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화병은 물건을 저장하고 옮기고 숨기는 데 완벽한 형태를 갖추어 고대 시대부터 사용한 일상생활에 가장 요긴한 도구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물을 길어 올리거나 하는 쓰임은 필요하지 않으니 이 직물 화병은 공예품으로서 장식품에 가깝다. 함께 매치한 다용도 함은 팀블룸 판매.



(왼쪽) 수공예 자연과 하나되다
산업 발달은 도구적 다양성과 편리를 제공했지만 전통 공예에 대한 인식 부족, 환경 문제 등 다른 상황을 야기한다. 그래서 최근 산업재의 해악에 대한 반성과 대안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공예’의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소모만이 반복되는 소비 시대에서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담은 품격 있는 상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 종이, 식물, 나무 껍질 등 천연 소재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1차적인 방법과 업사이클링이라는 2차적 방법이 공존한다.

본 전시 <오늘을 걷는 공예> 중 타피오 안틸라와 메리타 소이니의 ‘팔리카’ 의자는 나무 조각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아이템. 섬유 벨트를 고정 장치로 활용해 손쉽게 스툴 겸 사이드 테이블을 제작했다. 버려진 재료를 사용했고 제조 과정에 어떤 에너지도 소비하지 않은 진정한 친환경 아이템. 이것이야말로 수공예, 손으로 하는 일의 특장점일 터. 게다가 사후 처리까지 깔끔하다. 더 이상 의자가 필요 없을 때는? 벽난로에 넣어 연료로 사용하면 된다고. 함께 매치한 파란색 수직 카펫은 파펠리나 제품으로 로쇼룸 판매, 색상과 디자인 모두 맞춤 제작이 가능한 수제 카펫 조각 샘플은 모두 유앤어스 판매, 울 소재 페르시안 카펫은 이란에서 수공예로 제작된 제품으로 르소메 판매.

(오른쪽) 수공예 간결한 디테일의 미학
공예를 흔히 ‘도구 이상의 도구’, 기능적 예술이라 표현한다. 때론 가장 기능적인 디자인이 공예적으로도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다. 물컵을 예로 들면, 장식적인 면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용량과 그립감, 용도에 따른 그 원형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창조적인 것은 오히려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연필, 숟가락, 물컵, 병따개 등 멋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기능을 위해 디자인한 ‘디자인의 원형’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제품 중 어느 하나 두드러지지 않는 무인양품, 비알레티의 모카 포트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는 것이 그 예다.

<핀란드 공예와 디자인>전에서 선보인 헬리 발라야의 작품 ‘수카Suka’는 커피 밀크를 담는 단지와 작은 크기, 중간 크기의 설탕 그릇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밀크 포트와 슈거 포트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했으며 주물 틀에서 다양한 층의 색을 표현했다. 색상은 흰색, 진회색, 연회색, 갈색 등과 같은 자연에 가까운 색을 사용했다. ‘은’을 통해 다른 재료에서는 볼 수 없는 실용성과 가치를 동시에 담은 주전자는 박주형 작가의 작품으로 날렵한 곡선미와 섬세한 마감이 돋보인다. 메이플 시럽은 딘앤델루카 판매.

사진 김성수 스타일링 강정선 어시스턴트 박현미 취재 협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043-277-2501, www.okcj.org)

진행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