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리빙 디자인] 리프로덕트 디자인을 이해하는 7가지 키워드
명품의 반열에 오른 디자인 아이템의 공통점은? 끊이지 않는 진위 논란이다. 진품이냐 모조품이냐는 기본, 같은 족보를 지녔음에도 오리지널과 리프로덕션의 가치 유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할지니.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리프로덕션의 명확한 뜻일 터. 리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예전의 명성을 오늘까지 유지하는 대표 아이콘 속에서 그 참의미를 찾아봤다.

리프로덕션, 진품인가 가짜인가?
‘리프로덕션’은 ‘다시’ 라는 뜻의 접두사 ‘re’가 붙은 것으로, 단어 그대로 표현하자면 다시 만든 제품, 즉 원조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만든 것이 가짜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디자인사에서 의미 있는 디자인의 대부분은 일종의 ‘저작권’을 통해 현재에 되살려 상품화하고 있다. 결국 진짜냐 가짜냐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처음 생산한 오리지널 아이템이 빈티지로서 현재 제품, 즉 리프로덕션과 공존하기 때문이다.

카이저 이델 램프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델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합성, 램프 이름을 ‘카이저 이델Kaiser ldell’이라 지었다. 카이저 이델 조명 기구는 1940년대 독일 바우하우스 시기에 제작한 것으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과 성능으로 오늘날 조명등의 전형이 되었다. 특히 크리스티안 델은 쇠를 사용해 제품을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해 조명을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1960년대까지 생산된 카이저 이델 램프는 현재 오리지널 빈티지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가구 디자인 회사 프리츠 한센을 통해 리프로덕션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펜던트, 플로어 램프, 데스크 램프 등 다양한 버전으로 구성한 카이저 이델 시리즈는 에이후스(02-3785-0860) 판매.



보편타당한 가치로 장수를 누리다.
시간이 지나도 현재까지 변함없는, 현재에도 유효한 디자인. 리프로덕션의 미덕은 과거에 탄생했지만 지금도 통용된다는 것이다. 즉 쓰임새나 의미가 제작 당시나 지금도 똑같은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 그리고 이런 제품은 한결같이 단순 명료한 외형과 쓰임새를 유지하면서 그보다 더 편리한 제품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조 당시보다 월등히 뛰어난 재료와 공법을 통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면 오리지널 못지않은 장수를 누릴 수 있는 게 바로 리프로덕션의 묘미다.

스트링 선반
건축가 겸 상품 디자이너인 스웨덴의 니세 스트리닝Nisse Strinning이 만든 ‘스트링String’ 선반은1949년에 탄생했다. 그리고 보다 단순하고 콤팩트한 사이즈의 ‘스트링 플렉스String Plex’라는 자매 디자인을 발표한 것이 1953년, 그 역사가 무려 60년 이상이다. 그래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새로운 컬러와 사이즈, 옵션을 갖춰 생산하는 이유는 지금도 원형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디자인이 없기 때문이다. 가볍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단순한 형태지만 클래식한 멋이 있다는 점, 모듈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원하는 형태로 구성해 쓸 수 있는 융통성은 수납 가구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뤘다는 뜻이다.

수납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스트링 선반은 책상 서재 시스템까지 겸비하는 다목적 가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노메싸(02-3463-7752) 판매.



전설의 가구, 브랜드로 부활하다.
원형을 가능한 한 똑같이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 리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생산 회사가 없어지면서 전설처럼 존재하는 가구를 재현하는 것 또한 리프로덕션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벌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오리지널 제품과 연관된 제조 기술을 지닌 브랜드에서는 해당 아이템의 판권을 확보하고 가능한 한 원형 그대로의 매력을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콩포르타블 암체어&소파
오늘날 미니멀 소파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바로 장식 미술가 장-미셸 프랑크(1895~1941)가 만든 ‘콩포르타블Confortable’ 시리즈. 큐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미학’을 추구한 프랑크의 디자인 철학은 소파 제작 당시 1920년대 ‘청빈한 럭셔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순수함과 단순함에 큰 비중을 둔 그는 엄격한 비례미와 형태를 중시하고, 이를 고급 소재(나뭇결을 강조한 참나무, 가죽, 양피지, 상어 가죽 등)와 내추럴 컬러(화이트, 베이지, 브라운)를 통해 한층 격조 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 그리고 이는 80년이 지난 지금, 에르메스를 통해 부활했다. 에르메스의 가죽 장인들은 핸드백을 만들 때처럼 섬세함을 기울이고, 튼튼한 시트와 유연한 등받이를 통해 오리지널 프랑크 컬렉션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장-미셸 프랑크 리에디션은 에르메스(02-3015-3211)에서 독점 출시하며, 모든 제품에 고유의 에디션 번호가 붙는다. 그리고 각각의 제품에는 제품 보증서와 함께 ‘J. M. Frank par Herme′s’라는 사인이 들어간다.


디자인의 전형, 표준을 제시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이 세대를 거쳐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탄생 당시 정확한 설계, 양산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설계도가 정확하게 남아 있다는 뜻으로, 이러한 제품 대부분은 건축가에 의해 탄생했다는 사실. 건축가의 디자인 아이템은 지금도 원형 그대로 생산해 다른 아이템에 응용할 정도. 다만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소재를 업그레이드하고 컬러 사양을 늘렸다는 것일 뿐, 오리지널 그대로 제작하고 있다.

스탠더드 체어 누구나 한 번쯤 사용했을 법한 의자, 바로 프랑스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장 프루베 Jean Prouve의 ‘스탠더드 체어Standard chair’다. 이름 자체도 ‘표준’이거니와 실제 ‘학교 의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전 세계 의자의 기준이 되어버린 스탠더드 체어는 “만들어낼 수 없는 디자인은 생각지도 말라”고 한 디자이너의 실용적인 철학을 집약한 것. 스탠더드 의자는 철로 만든 뒷다리 부분이 옆으로 퍼진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의자가 무게를 강하게 지탱하고 오래도록 튼튼하게 쓸 수 있도록 해준다. 1930년대 탄생한 스탠더드 체어는 공공 기관에서 널리 사용했고, 아프리카의 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는데, 지금 그 의자들이 빈티지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될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원형 그대로 리프로덕션으로 생산하는 장 프루베의 스탠더드 체어는 비트라 제작, 판매. 간결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테이블과 모던한 조명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포탕스’스탠드 조명등은 모두 장 프루베 디자인 리프로덕션으로 비트라(02-511-3437) 판매.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수공예
리프로덕션의 범주는 생각보다 넓다. 근대 디자이너의 족보 있는 아이템은 당연지사, 원조는 알 수 없지만 역사와 문화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오는 민속품까지 현재에 되살리는 작업이기 때문. 이런 의미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미 존재해오던’ 세계 각지의 전통문화 제품이 리프로덕션의 범주로 들어오면서 상품 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안목 있는 디자이너가 선택, 개발하기도 하고 문화 보존의 일환으로 장인과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 이런 의미에서 일찍이 일본의 전통 한지 조명등은 이사무 노구치라는 걸출한 디자이너의 심미안에 의해 발탁된 후조명의 한 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아카리 조명등 일본계 미국인으로 건축가 겸 조각가,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친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 그가 현대 건축과 디자인사에 남긴 수많은 명작 중 단연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일본 한지 등을 모티프로 한 ‘아카리Akari’ 조명 시리즈다. 일본과 미국에서 경험한 동서양의 정서가 공존하는 아카리 조명등은 그가 1951년 일본 기후 지방을 여행하면서 강가의 고깃배에서 사용하는 전통 한지 등을 보고 지금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일본어로 조명의 빛을 의미하는 동시에 가벼움, 무중력 상태를 뜻하는 아카리는 그 뜻 그대로 하늘에 휘영청 뜬 달처럼 밝고 은은하며 부유하는 생명체 같다.

조각가이자 건축가로서 뛰어난 구조적 해석을 통해 전통 아이템을 실용적 디자인으로 탄생시킨 이사무 노구치는 아카리 조명등에 사용하는 종이 또한 잘 찢어지지 않고 빛에 색이 바래지 않는 뽕나무 껍질 종이를 채택해리프로덕션의 가치를 높였다. 아카리 조명등은 모두 비트라(02-511-3437) 제작, 판매.



전통을 재해석하는 가치 있는 디자인
전통 가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오리지널 앤티크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이를 복각한
리프로덕션 가구를 활발히 제작,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을 재해석하는 리프로덕션은 가치 있는 디자인이라는 사실. 디자이너의 존재가 명확하진 않지만, 한 시대를 풍미하며 당시를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앤티크는 그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리프로덕션을 통해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전통 고가구는 리프로덕션으로 제작해야 할 대상. 다만 인간문화재가 전통 기법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좋지만, 보다 현대 생활과 미적인 기준을 가미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전통 가구로 거듭나야 대중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법. 이에 전통 가구의 리프로덕션 브랜드화는 좋은 대안이 된다.

화안가구의 사랑방 가구 컬렉션 현재 우리 생활 공간에 존재하는 전통 가구는 대부분 조선시대 사랑방 가구로, 그 제작자는 조선시대 선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님을 맞이하고, 개인의 취향을 뽐내는 전시 공간이기도 한 사랑방에 자신들의 심오한 미적 취향과 학문의 깊이를 반영한 가구를 놓기 위해 선비들은 직접 목수를 섭외해 ‘디자이너’로서 진두지휘를 한 것. 뛰어난 안목을 지닌 선비가 목수를 옆에 둔 채 자신의 미적인 취향을 설명하고 가구를 그려주면, 목수가 이를 실물로 만드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론과 실제를 동시에 반영한 사랑방 가구는 완벽한 비례미, 간결한 실용성을 통해 조선 목가구만의 개성이 살아났다. 이렇듯 단순미가 돋보이는 전통 가구의 매력을 오늘에 맞게 되살리는 리프로덕션 공방이 있으니 바로 화안가구다. 전통 가구지만 모던해 보이기 때문에 전통을 모티프로 한 가구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지만, 화안가구의 리프로덕션 가구는 조선시대 사랑방 가구의 재료와 형태미, 제작 기법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느 공간에든 반드시 자리하고 있는 머릿장은 세간살이를 깔끔하게 수납하고, 비밀 서랍이 숨어 있어 개인 물품을 보관하기 좋다. 선비들이 책을 보관하던 3층 책장은 장식을 배제한 담담한 디자인과 비례미가 돋보인다. 현대 공간에서도 수납 기능이 충실한 실용 가구로 활용 가치가 높다. 3층 책장 위에 놓인 것은 나주소반으로 실용적이라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전통 가구다. 현대 가구에서도 이처럼 아름답고 완벽한 비례미를 구사하지 못한다고 칭송받는 사방탁자는 그 자체로 기품이 느껴지는 디자인. 네모반듯한 아파트 실내에 놓으면 세련된 감각은 물론 부드러운 전통미가 동시에 발산된다. 백동 장식 머릿장은 조선시대 머릿장의 전형을 따라 만들었다. 백동 장식이 은은한 화려함을 선사하는 머릿장과 사랑방 가구는 모두 화안가구(02-735-2588) 제작, 판매.



리프로덕션의 변화와 진화는 무죄
리프로덕션의 미덕이라 하면 지난 시대 존재하던 오리지널 디자인을 현재에 되살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프로덕션이 언제까지나 과거를 반복 재생산하는 데 만족할 수는 없는 법. 이른바 시대의 취향과 성향을 무시하고 존재하기에는 무리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오리지널의 원형 그 자체는 존중하되 컬러와 패턴, 소재 등에 변화를 주는 ‘페이스 리프팅’ 효과는 자칫 지루하고 고루할 수 있는 리프로덕션 디자인에 새로운 돌파구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미리 알아둬야 할 것 하나, 이는 그야말로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볼 만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디자인에서나 유효하다는 점이다.

로얄 코펜하겐 블루 플루티드 시리즈 1775년 율리아나 마리아 왕비의 후원으로 창립한 로얄 코펜하겐. 이제 도자기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영상은 블루 패턴으로 장식한 로얄 코펜하겐의 ‘블루 플루티드Blue Fluted’ 라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블루 플루티드 문양은 빈티지부터 현재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현되며 그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섬세한 플라워 패턴으로 장식한 블루 플루티드는 2000년,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 카렌 카앨가르-라르슨Karen Kjældgård-Larsen이 드라마틱하게 재해석했다. ‘블루 플루티드 메가Blue Fluted Mega’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디자인은 고전적 블루 플루티드 문양의 일부를 확대하면서 과감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제안했다.

(왼쪽부터) 오리지널 블루 플루티드 시리즈, 섬세한 음각 장식을 가미한 블루 플루티트 풀 레이스, 수묵화를 보는 듯한 블루 플라워 시리즈, 모던하게 재해석한 블루 플루티드 메가 시리즈, 별자리 석고상은 모두 로얄 코펜하겐(02-543-2343) 제품.


스타일링 김승희 어시스턴트 조보람

진행 이정민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