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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레스토랑] 골목길에서 즐기는 미식
길 위에서 맛집을 알아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시대다. 정겨운 계동길 갤러리 카페와 한적한 선정능길 이탤리언 밥집, 이달에 꼭 가볼 만한 레스토랑 두 곳을 소개한다.


1 바닥이 온돌인 공간 내부.
2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인 먹물 반죽에 튀겨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생모차렐라 치즈는 1만 5천 5백 원.

한적한 선정능길의 이탤리언 밥집 모로 moro
‘모로 moro’는 외식업계에 다이닝 문화의 개념이 희미하던 10년 전부터 장충동 ‘그안’ 레스토랑을 꾸려오던 김인수 셰프가 오너 셰프로 첫선을 보이는 레스토랑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어깨의 힘을 빼고 이탈리아 가정 요리를 하는 밥집이다. 모로는 뭔가 그럴듯한 외국어 같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셰프의 유머가 담긴 이름이다. 이름을 짓고 나니 라틴어로 ‘황무지’라는 뜻이어서, ‘황무지를 개척한다’는 멋진 이유도 덧붙일 수 있었다고. 정확하게는 트라토리아 trattoria로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이곳은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이탤리언 식당이요,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싸구려 음식점을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 음식은 셰프의 손맛이 느껴지는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는데, 간단하지도 않을뿐더러 싸구려 음식은커녕 식재료부터 남다르다.
모로가 파인 다이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라면도 같이 팔 정도로 식재료도 분위기도 자유분방하다는 것. 편안한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모로의 공간 또한 허영의 컬렉션은 지양하고 비움과 채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별히 신경 쓴 것은 바닥인데 온돌로 마감해 레스토랑 전체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사람과 공간에 격식은 있되 격이 없고, 선정능의 숲을 마주하고 한적한 선정능길에 위치해 서울 도심에서 신선 노릇하기에 이만 한 곳이 없다. 무엇보다 비 오는 날 밤에 찾으면 그 운치가 남다르다니 꼭 들러 셰프의 특선 라면도 맛보시길.
문의 02-556-6997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15-17

(왼쪽) 매일 아침 새벽 시장을 찾는다는 김인수 셰프.


1 화랑을 떠올리게 하는 깔끔한 사계 내부.
2 살짝 구운 생연어 샐러드 덮밥은 1만 원.

계동길의 보고, 먹고, 마시는 갤러리 카페 사계 四季
계동길은 향수를 자극한다. 1970~1980년대 소박함을 그대로 간직한 토박이 가게들이 길 옆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깨운다. 살가운 사람 냄새가 가득해 북촌 주민들이 가장 아끼는 길이기도 한데, 이 길의 매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바로 예술가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작품을 함께 즐길 만한 공간이 부족했는데, 때마침 등장한 곳이 바로 ‘사계 四季’다. 부제인 ‘보고, 먹고, 마시는 갤러리 카페’에는 이곳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페 오브제로서의 작품이 아닌, 카페와 작품 모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내부는 일체의 장식 없이 하얀 벽에 작품만 걸어두었다.
긴장한 채 작품을 눈여겨보지 않아도 어쩐지 미술관에 온 듯한 곳. 음식을 즐기면서 자연스레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오히려 편안해 오래 머물며 수다를 떨어도 부담이 없다. 바로 사계가 지닌 ‘머무르게 하는’ 힘이다. 음식도 엄마가 차려낸 듯 푸짐하고, 단일 메뉴와 정식 메뉴 외에 와인과 사케는 물론 우리 전통주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 저녁 시간에 가볍게 술 한잔 나누기 좋은 곳. 특히 문경에서 직접 공수해온 동동주와 막걸리 맛이 일품이다. 낮 시간에 계동길에 갔다가 밤에 사계에 들러도 좋고, 저녁 시간에 사계에 들러 술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계동길을 고즈넉하게 산책해도 좋겠다.
문의 02-743-6171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 79-6

(왼쪽) 인사동의 화랑 사계를 운영하던 정연우 씨.

진행 이영진 사진 김용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