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더 알고 싶은 이부자리 이야기] 한실 이불 살 때 궁금한 것 몇 가지

볕 좋은 날 천연 염색을 하고 예부터 염료 식물은 주로 약재에서 얻었다. 홍화, 자초, 황련, 쪽은 약성이 강해 천에 염색을 해서 옷으로 입으면 피부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입는 옷도 천연 염색을 고집했는데, 하물며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자리는 어떠한가? 이불에 많이 사용하는 천연 염색 재료는 황토와 쪽, 홍화. 홍화 염색은 혈액순환에 좋고, 황토 염색은 인체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소를 제거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쪽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면서 청색을 띠는 염색재로 항균, 살충 효과가 있어 진드기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왼쪽) 색동 요와 베개는 전통한복 김영석 제품

함께 모여 손으로 누비고 우리 이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누비는 것이다. 누비는 옷감의 내부와 외부 사이에 솜을 두고 꿰매는 일종의 홈질 바느질법이다. 즉 옷감 사이에 둔 솜이 밀리는 것과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세 올씩 뜨는 방법으로, 옷감의 보온과 보강을 위한 것이지만 장식적인 효과도 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차렵이 불은 봄가을에, 누비이불은 여름에 덮는 이불의 종류. 보통 누비를 할 때는 품앗이처럼 서너 명의 동네 아낙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바느질을 했다. 옷감의 표면에 홈질을 이용해 물결치는 것처럼 늘여놓은 것 같은 누비실의 연결은 바늘땀이 길고 영원하므로 장수를 상징하고,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것으로 밭이랑을 나타내는 누비골은 빗줄기에 비유해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또한 누비실이 길게 뻗어나간 직선은 성공의 의미를, 그물 모양인 사선 누비는 악귀가 그물에 걸려 방 안으로 못 들어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다 수는 단순히 장식 효과를 넘어 그 문양에 담긴 의미가 더 크다. 흔히 보는 십장생 무늬 이불은 열 가지의 길한 것을 수놓은 것으로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그것이다. 활짝 핀 모란꽃을 그린 문양은 부귀에 대한 소망의 표현이며, 석류나 포도는 그 씨앗처럼 많은 아들을 얻고자 하는 주술적 심리가 깔려 있다. 새들이 춘흥에 겨워 쌍쌍이 나는 모습을 그린 화조 문양 역시 원앙처럼 영원한 부부애의 염원에서 나온 것. 또 만 卍자나 희 喜자 같은 추상적 문양은 단순한 장식 효과를 넘어 즐거움과 행복에 대한 기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는 수만큼 의미가 큰 것이 바로 색상이라고 말한다. 신부의 이불은 초록 깃에 홍색 판을 대고 색동으로 용의 뒤판을 사용하는데 좋은 기운을 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전통 이불은 음양오행의 균형을 맞춰 흑과 적을 함께 쓰고, 황과 청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장식과 색상 배합 역시 조화와 균형을 중시했던 한실 침구. 단순히 장식 효과를 넘어 온 우주의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한실 이불 고를 때는? 한실 이불은 솜을 넣고 홑청을 씌우는 것이다. 홑청은 요나 이불 따위의 겉에 씌우는 홑겹으로 된 껍데기를 말하는데 단추나 지퍼 등으로 분리되는 것이라야 세탁하기 간편하다. 이불의 소재는 양단, 공단, 본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솜은 목화솜, 양모솜, 화학솜 등이 있다.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겉감 안감의 재질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이불, 어떻게 세탁하나? 고급스러운 양단 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 한두 번은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물세탁을 할 때는 뒤집어서 지퍼를 채우고 찬물에 손세탁을 하거나 세탁기의 울 코스로 빤다. 요즘은 좀 더 저렴한 인견 소재도 많이 사용하는데, 세탁 시 원단이 줄어드는 것을 주의한다. 반드시 찬물에 세탁하며 자연 건조시킨다. 또한 한실 이불은 뜨거운 물로 세탁할 경우 변형되거나 변색되기 쉬우니 반드시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로 빠는 것이 좋다. 드럼 세탁기의 건조 코스는 금물. 모시는 비누로 손세탁할 것.

보관 전 건조가 필수 이불을 보관할 때는 습기를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일광 소독하기 가장 적절한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너무 이른 아침에는 공기 중에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자칫 눅눅해질 수 있다. 면과 모시 소재는 햇볕에 안팎으로 2~3시간 정도, 명주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앞ㆍ뒷면을 모두 말린다. 특히 삼베와 모시는 풀을 먹이지 않은 상태에서 보관해야 곰팡이나 해충의 피해가 없다. 세탁 후에는 그늘에 말리고, 건조한 후에는 풀을 먹이지 않고 다림질을 해두면 보풀이 생기지 않는다. 장시간 보관할 때는 꼭 풀기를 제거하고 한지나 신문지처럼 수분을 흡수하는 소재를 넣어 보관한다.

솜 관리도 필수 한실 이불의 솜으로 인기 있는 것은 명주솜. 부드럽고 가벼우며, 화학솜과 달리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솜이 가라앉으면 틀어서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용적이지만, 고급 소재라 가격이 만만치 않아 100% 명주솜이 들어간 이불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명주솜은 이불과 마찬가지로 믿을 만한 한복집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명주솜은 물빨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평소 관리를 잘해야 한다. 햇살 좋은 날 일광 소독을 하고 보관할 때 면으로 싸서 이불장 맨 위에 놓아 솜이 눌리지 않게 한다.

한실 이불 어디서 사나? 전통한복 김영석(02-2234-0513), 담연(02-546-6464) 등 한복 연구가의 이불은 고가지만 좋은 실크 소재를 사용해 믿을 만하다. 전통 한실 이불이 부담스러울 때는 광목이나 인견 등 실용적인 소재를 고른다. 관리하기 손쉽고, 부담 없이 사용하는 여름 소재로는 면 아사, 무명 등 면 소재가 적당하다. 규방도감(02-732-6609)과 효재(02-720-5393)에서는 천연 염색한 무명 이불을 선보이고, 소유(02-542-8431)나 은채(031-701-7586)에서는 면 아사나 지지미를 활용해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불을 선보인다.

자녀에게 한실 이불을 선물하세요 요즘 정성껏 지은 한실 이불은 아이를 위한 선물 아이템으로도 인기다. 아기 베개와 신생아를 위한 싸개도 많이 찾는 아이템. 신생아 때는 싸개로 사용하고 좀 더 자라면 이불로, 또 어른의 무릎 덮개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의 성낙윤 대표는 아이 이불을 지을 때는 자연 섬유로 피부에 자극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잦은 세탁에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무명이나 면 아사 소재가 실용적. 아이 이불은 소유(02-542-8431), 규방도감(02-732-6609), 빈콜렉션(02-735-5760)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오른쪽) 아사로 만든 아기 싸개는 소유 제품

제품 협조 구호ㆍ복(02-540-4723), 규방도감(02-732-6609), 규중칠우(02-544-8853), 그루(070-7569-8334), 꼬세르(02-737-6586), 다브(02-512-8590), 담연(02-546-6464), 더 플레이스(02-512-4393), 도데카(02-3445-0388), 마리메코(02-515-4757), 소유(02-542-8431), 에이치픽스(www.hpix.co.kr), 와츠(02-517-3082), 웰즈(02-511-7911), 은채(031-701-7586), 이노메싸(031-756-7752), 인엔(02-3446-5102), 전통한복 김영석(02-2234-0513), 카시나 by 밀라노 디자인 빌리지(02-516-1743), 피숀(02-310-1490), 프랑프랑(02-365-2070),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02-398-7900)

이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