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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서울리빙디자인페어]2011년을 강타할 다섯 가지 테마 자연에서 얻은 진리로 21세기 첨단 주거를 꿈꾸다
나무 아래 그늘만 있다면 그곳이 지상 낙원이라 꿈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은 어떤가요? 좁은 부지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갖은 재료로 뒤섞인 가구, 필요 이상으로 똑똑한 기기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무 본연의 소재에 집중한 가구, 작지만 효율적인 공간, 버려진 재료를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아이템까지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찾은 다섯 가지 메시지를 전합니다.

트렌드 1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집

2011년 도심으로 회귀를 꿈꾸는 새로운 어번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다. 은퇴 후 대다수 시니어층이 도심으로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싱글족과 2인 가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족한 도심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협소 주택이 늘어났고, 아파트는 가변형 구조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디자이너스 초이스에 소개된 도심형 스튜디오 ‘어번 투머로 Urban Tomorrow’ 는 이 같은 현상의 대안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JAEGER & PARTNER 대표 박홍기 씨가 디자인한 이곳은 6×9m 남짓한 공간에 욕실과 침실, 주방 등을 획기적으로 빌트인 했다. 주거 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가구 브랜드 역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여러 개의 유닛을 조합한 가구,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지닌 트랜스포머 가구가 등장했다. 일룸은 ‘가구 2.0’ 개념을 도입한 모듈화 가구를 제안해 가구의 구성은 물론 소비자가 직접 마감재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조립형 가구를 온라인으로 판매해 온 두닷은 주방에 의자 하나만 추가하면 키친 오피스가 되고, 침실의 서랍장 위에 거울만 놓으면 화장대로 변신하는 등 다기능 가구를 제안했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다시 자연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회귀가 달갑지 않은 도심의 자연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 활용 가능한 공간을 구현하자는 생각. 도심에서 어번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면, 이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가구 두닷. 침대와 서랍장은 밀로스 시리즈이고, TV 장은 엔토 1600AV 장이다.


(왼쪽)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의 작은방 Abitacolo. 알루미늄 파이프를 조립식 구조물로 만들어 놀이, 공부, 수면이 가능하도록 했다. 루밍에서 판매.
(오른쪽) 일룸의 서재 시리즈 젬마. 마감재는 하이글로시, 목재 등 원하는 소재로 선택할 수 있다. 왼쪽 건축가 박홍기 씨가 제안한 콤팩트한 주거 공간의 대안 어번 투머로 토시 유키 키타가 디자인한 야마하 스피커 가 내재되었다.


일룸의 소중희 상무
문명 사학자들의 얘기로는 2011년 현재는 ‘조합의 시대’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플랫폼 안에서 조합하고, 또 하나의 제품을 구현하는 시스템. 일룸 리빙 역시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신혼 때 구입한 로맨틱한 서랍장은 서랍 앞면만 교체해 분위 기를 싹 바꿀 수 있고, 침대의 헤드 보드와 다리만 따로 조합할 수 있지요. 시스템 생활 가구를 고르기 전, 가장 먼저 원하는 색상을 정하세요. 그 다음 집의 크기와 선호도를 생각합니다. 긴 안목으로 가구의 마감재부터 디자인까지 선택해나가면 기능과 취향을 고루 만족시켜줄 가구를 고를 수 있습니다.



트렌드 2
깨어 있는 자연의 소재,
나무에 소망을 담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선 ‘자연이가득한집’이란 주제에 걸맞게 나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비씨우드(캐나다우드그룹 캐다나 주택청 한국대표), 웰즈의 칸디하우스(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미국활엽수수출협회 등에서 선보인 세계 여러 수종의 나무로 만든 가구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물론, 현지 디자이너들이 직접 행사장을 방문해 관람객과 마주했다. 다국적 나무의 출현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수종이 다양해진 것. 가래나무부터 장미목, 느릅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나무가 저마다의 가구로 탄생했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현장에서 만난 목수와 디자이너, 그들이 전하는 생생한 나무 이야기를 들어보자.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가래나무 예단함을 만들었다. 시집가는 새색시의 순수함을 닮은 가래나무. 눈을 평안하게 해주는 빛깔, 따뜻한 나무의 기운에 이끌려 오늘도 나는 나무를 깎는다.”
_가구장이 박홍구

“참나무는 ‘참사람’ ‘참인생’이란 말처럼 가장 나무다운 나무다. 이런 참나무로 테이블 상판을 만들고, 다래나무로 기둥을 세웠다. 옹이는 나무가 살아 있을때 상처가 된 부위인데, 일부러 옹이를 살리려 애쓰기도 한다. 나무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_이정인 목가구

“로즈우드 Rose Wood(장미목)는 생목일 때 장미 향이 깊게 난다. 집 안 가득 은은히 장미 향이 퍼지는 가구라니, 이 얼마나 감미로운가! 못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짜 맞춤으로 만든 식탁은 로즈우드에 생옻칠 작업으로 붉은 기를 더해 만든 것이다.”_이무규

“인도네시아에서 집 기둥이나 마루로 사용하던 부카스 루마 Bucas Rumah에 천연 오일 후가공을 하면 고유의 광택이 살아나고, 이것으로 의자나 테이블을 만든다. 버려진 자원의 재사용은 물론 100년이란 세월까지 담아낸다.” _매 터앤매터 Matter&Matter

“미국산 하드우드 Hardwood(활엽수)는 대개 열매나 과일을 생산하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는 낙엽수다. 평온한 느낌의 단풍나무, 앤티크 스타일의 호두 나무, 아름다운 나뭇결이 돋보이는 참나무 등 목재마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다.”_미국활엽수수출협회

“캐나다엔 침엽수라 불리는 소프트우드가 많다. 소프트우드와 하드우드는 식물학적 분류에 따라 나뉜다. 소나무, 전나무, 적삼목 등의 침엽수는 절단과 가공이 용이해 가구는 물론 구조재로 널리 쓴다.”
_캐나다우드그룹 이종천



1 칸디하우스는 ‘나무를 읽는 손’이라 불리는 장인들이 만들어낸 가구는 한국에서 웰즈를 통해 소개된다.
2 천연 오크 무늬목 소재의 서랍장은 벤텍 퍼니처 제품. 0.5~5mm 두께의 무늬목을 적층해 목형(성형틀)에 넣고 고주파로 접착시키는 기술로 만들어 견고하다.
3 나무의 명쾌한 구조에 반해 건축가에서 목수로 전향한 유도현 씨가 차린 목공소 꼬스뚜. 책장은 북미산 홍송(붉은 소나무), 테이블과 소파는 오크와 월넛 소재로 만들었다.


4 올드 자바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실내 가구 브랜드다. 크기가 조절되는 익스텐션 거실장은 천연 염료를 칠해 깊은 색을 낸다. 야오 YAO에서 판매.
5 가래나무를 깎아내고 있는 가구장이 박홍구 씨. 가래나무로 만든 함, 자작나무 의자와 느룹나무 스툴을 한자리에 내 놓았다. 그는 나무를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구멍 난 나무에서 비움의 철학을 배우는 천생 목수다.


6 30~40년간 트럭의 수화물을 싣는 가이드로 사용한 푸소 Puso와 인도네시아의 배를 재활용한 플로우 Pluau. 버려지는 두 가지 소재를 재결합해 만든 스툴과 테이블 상판은 매터앤매터 제품이다.
7 소나무 고재로 컴퓨터 진열대를 만든 종이와나무.
8 비씨우드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 출신 작가들의 독창적인 가구를 선보였다. 캐나다산 적삼목으로 만든 암체어는 마리오 사블작 Mrio Sabljak, 스툴은 충해를 입은 나무(파인비틀)에 도색 처리한 것으로 저드슨 비몬트 Judson Beaumont가 디자인했다. 왼쪽 갤러리 LVS 크래프트와 함께한 전시에 소개된 이무규 씨의 테이블. 장미목에 옻칠을 해 색이 깊고, 진하게 표현했다. 벽에 걸린 도자 작품은 이은 씨의 ‘‘바다’.


칸디하우스의 디자이너
모토미 가와카미, 기요시 사도가와

훗카이도의 아사히카와에서 1968년 시작된 칸디하우스는 추위를 이겨낸 단단한 나무로 가구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키리きり나무를 좋아하는 데, 일본에서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이 나무를 심어 결혼할 때 서랍장을 만들어주는 전통이 있어요. 벌레를 먹지 않고 방염이 되는 단단한 나무입니다.



1 100여 년 전 자수를 살려 만든 베개, 천연 염색법을 그대로 재현해 수놓은 이불 등 옛날 손맛을 살린 규방 도감의 침구.


트렌드 3 추억으로 이상향을 꿈꾸다, 모던 아날로그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역사는 변하지 않지만 우리가 역사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은 변하게 마련이라고 했다. 시대를 막론하고 화려하던 과거를 꿈꾸고 추억하는 인간의 욕망은 변함이 없다. 2011년 우리가 되돌아가고픈 향수는 어디일까? 지금의 아날로그는 옛것에 대한 신뢰, 잊혀가는 가치의 재인식을 통해 반성의 기회를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선 과거의 영광을 간직하거나 재현한 아이템들을 소개했다.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 씨는 할머니가 쓰던 재봉틀 다리에 애시, 월넛 상판을 올려 테이블을 만들었다. 옛 물건과 현대적 디자인이 만나 새로운 테이블을 창조했고, 이것을 ‘모던 아날로그’ 라 칭했다. 규방도감의 우영미 씨는 100년 전 베개의 자수를 복원해 요즘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메밀 베게를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다다미를 재현한 리디아 홈의 노트북 받침대, 세라믹에 붓 터치로 손맛을 가미한 세라블루의 도자 그릇, 자개를 결합한 가와코리아의 디지털 액자 등 세월을 거슬러 미래를 창조하는 모던 아날로그는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2 절구 모양의 스툴은 덮개를 열면 수납이 가능하고 패브릭 다듬잇돌은 노트북 받침대로 사용하기 좋다. 모두 리디아홈 제품.
3 석고 캐스팅 작업을 하는 도자 디자이너 윤상종 씨의 세라블루의 제품. 붓 터치 같은 섬세한 기법으로 화기와 그릇을 만든다.


4 호두나무 월넛으로 만든 선반은 두드려 멋을 낸 철 라인으로 이음매를 만들었다. 옻칠과 백자 제품.
5 1967~1971년에 생산한 뱅앤올룹슨의 900RG COMPACT. 하이테크적인 뱅앤올룹슨의 현재 모습과 달리 우드 커버에 빈티지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왼쪽 미국활엽수수출협회 전시관에서 부드러우면서 강인한 미국산 하드우드를 사용해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 씨가 모던 아날로그를 이야기한다.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
미국활엽수수출협회와 함께 참여한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자연이가득한집’이란 주제에 걸맞게 나무의 진가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오랜 세월 나무가 지닌 이야기엔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는데, 가구 역시 마찬가지예요. 이야기가 있는 가구에 또 다른 이야기를 사용자가 덧붙일 수 있도록, 돌림노래처럼 이야기가 맴도는 가구를 만들려 합니다. 재봉틀이란 단서가 떠올랐고, 황학동에서 재봉틀 만드는 할머니를 찾아 재봉틀 4개를 구했어요. 벌써 테이블 2개는 팔렸답니다. 아날로그란 마치 수동 전화기 같아요. 다이얼을 돌리면 신호음이 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겠죠. 전화를 받을 때 반가움과 끊을 때 아쉬운 긴 여운까지 닮아 있어요.



트렌드 4 인더스트리얼 소재의 재발견
고무, 철, 플라스틱 등 쉽게 썩지 않는 소재가 자연에 유해한 소재일까? 뻔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YES’라고 답할 것이다. 아크릴 가구 브랜드 와즈위즈 Waazwiz를 처음 접했을 때 혹시라도 아크릴이 녹을까, 인체에 유해하지 않을까 등 촌스러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만연한 유리도 아크릴과 다를바 없는 산업용 소재다. 차가운 유리에 비해 아크릴은 빛을 맑게 투과해 공간이 한결 따뜻해 보이고, 유리보다 쉽게 깨지지 않는다. 와즈위즈 코리아의 박용구 대표는 향후 아크릴과 목재, 아크릴과 스틸, 아크릴과 패브릭 등 아크릴과 다른 소재의 매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현재 어떤 소재든 가구가 될 수 있지만, 최근에 가장 각광받는 재료는 스틸이다.

디자이너 이천식 씨가 선보인 의자는 철이 지닌 탄성을 이용해 긴 철판을 손으로 접어 만들었다. 하나의 패턴에 컬러를 달리한 이 의자는 스틸 소재가 지닌 융통성과 유연성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고무, 스틸, 아크릴 등 다양한 공업용 소재가 생활 소품으로 탈바꿈했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관람한 뒤 처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대답은 ‘NO’가 아닐까. 땅에 묻지 않아도 자원 그대로 순환이 가능한 산업용 소재의 무한 변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1 일본의 아크릴 가구 브랜드 와즈위즈의 글라시엘 Glacial 라인의 1인 암체어. 아크릴 틀에 액체를 부어 소파 형태를 만들고 세밀한 작업은 손으로 직접 깎아낸다.
2 갤러리 진선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윈도우 전을 열어 젊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킨다. 김병진 씨는 자신의 장기인 와이어 디자인의 거대한 꽃 오브제와 가구를 선보였다. 구름에 떠다니는 듯 몽환적인 공간이지만 막상 와이어 의자에 앉으면 편안하다.
3 아크릴로 만든 화기부터 캔들 홀더, 휴지 케이스 등 여러 가지 소품을 선보인 와즈위즈 코리아.


4 버려진 포장용 폐목재로 만든 시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금속공예 디자인학과 테이블웨어 디자인 그룹인 아터스 Art Us 제품이다.
5 플라스틱으로 만든 화이트 조명등은 루밍, 바닥에 놓인 고무 소재의 캔들 홀더와 테이블은 이노메싸 제품이다.


6 핑크색 다용도 케이스는 고무로, 회색 그릇과 냄비 받침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모두 이노메싸에서 판매한다.
7 디자인 그룹 LAD의 박준범 씨가 다지인한 스틸 스툴 세븐. 동그란 스틸 조각을 한 가닥씩 이어 붙이는 용접 작업을 통해 완성한 스툴이다.
8 데돈 Dedon의 아웃도어 가구를 앞세운 키아샤. 데돈의 소파와 매치된 와이어 테이블은 키아샤 제품이다. 날씨 좋을 때 발코니나 마당에 두기 좋은 아이템. 왼쪽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가구 디자이너 이천식 씨 작품. 강한 철을 접어서 융통성 있고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든 의자가 캔틀리버 체어 Cantilever Chair(블루, 레드)이다. 딱딱해 보이지만 앉았을 때 의외로 쿠션감이 좋다. 바닥에 놓인 레드 스틸 조명등은 루밍 제품.


디자인그룹 LAD의 박준범
금속공예를 전공해 철을 만지는 데 익숙해요. 동이나 스틸 등이 딱딱하다고 하지만 열을 가하면 부드럽고, 융통성 있는 소재로 변신한답니다. 단점은 녹이 스는 것인데,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녹슨 모습조차 솔직한 철의 느낌이 에요.
한마디로 철을 표현한다면? 이중성. 연약하지만 강하고, 강하지만 연약한 것이 철의 매력입니다.



트렌드 5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변화의 목소리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관람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질 기회가 많았다. ‘얼마나 자연을 배려했나? 얼마나 자연에 순응했나? 얼마나 의식 있는 소비를 했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해비타트.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구원의 메시지를 남긴 해비타트 부스엔 하루 만에 300장 이상의 파이팅 메시지가 달렸다. 해비타트는 전세계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집 짓기로 봉사하는 비영리 단체다. 공사 현장에서 직접 못 박으며 느끼는 나눔의 뿌듯함은 글로만 표현하기에 부족할 만큼 벅차다.

매해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코리안 터치. 천년전주명품사업단은 ‘짜맞춤’을 올해의 디자인 모티프로 내세웠다(짜맞춤이란 두 부재 이상을 서로 직교하거나 경사지게 짤 때 맞추는 자리나 방식을 말한다). 무형문화재 한지발장 유배근 씨, 소목장 권원덕 씨와 디자이너 진효승, 아트 디렉터 박재우 씨가 협업한 한지발 스탠드 조명등은 고전과 현재가 적절히 배합되어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순수한 우리 흙으로 백자를 만드는 청송 백자는 재료는 물론 백자의 선까지 한국 고유의 방식을 살린다. 전통 공예 장인과 현대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현대인의 식탁에서도 도자의 활용과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천혜의 재료로 만든 무공해 마감재의 등장은 2012년 주거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천연 무기질 소재인 볏짚과 밀짚 그리고 갈대로 만든 화향 보드는 벽에 바르거나, 가구로 만들기도 한다. 한 단계 나아가 인분을 구워 만든 타일에 백자 유약을 발라 구워낸 타일은 대표 업사이클링 아이템이다. 2011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자연이가득한집’은 초 심으로 돌아가 자연에 되돌려주는 삶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무엇보다 2012년을 기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해비타트의 집이 열렸다. 이글루 같은 모습의 해비타트 부스에는 일본 지진 피해자에게 남기는 희망의 메시지 나무가 있다.
2 ‘자연이가득한집’이란 주제에 걸맞게 노란색 집을 지은 청송백자. 서울리빙디자인 페어를 봄빛으로 환하게 밝혔다.

3 천년전주명품사업단의 한지발 스탠드 LED 조명등.
4 인분으로 만든 타일에 백자 유약을 발라 구워낸 타일은 SR신소재그린연구소 제품이다. 왼쪽 천년전 주명품사업단에서 선보인 AV 장과 한지 부채. 프레임은 단단한 흑단으로 짜맞춤을 했고, 옻칠로 색을 냈다. 서랍장은 고재로 만들어 멋스러운 나뭇결이 살아있다.


한국 해비타트 이현진 실장
집을 지어주는 봉사라니 생소하시죠? 해비타트는 기부 형태를 조금 달리해 여러분이 합심해 집을 지어주는 봉사입니다. 학생들은 학교 봉사 활동 페널티를 위해 참여하지만, 주로 가족이나 회사 단체가 많이 참여하지요. 해바타트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작은 정성이 모여 한 가족의 보금자리를 만든다고 생각 하시면 기쁘지 않나요?
글 배효정 기자 사진 이우경,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