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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아이디어] 설렘과 열정을 담은 자연 빛깔 적과 홍
빛깔에는 저마다의 이름이 있습니다. 팬톤사가 선정한 올해의 색 ‘인동덩굴’. 서양에서 이 달콤한 핑크 레드 컬러를 ‘허니서클’이라 부른다면, 우리는 왕 王의 색 ‘대홍 大紅’이라 부릅니다. 얼마 전 <왕의 색, 대홍>으로 식물 염색 전시를 마친 전통 염색가 김정화 씨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60회 이상 게워내고 담그는 작업 끝에 얻은 고귀한 붉은 빛깔에 탄식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붉은색은 결실과 풍요로움, 권위를 상징하지요. 재료가 값비싸고 쉬 만들 수 없기에 예부터 왕의 옷에만 썼습니다. 화학 염료로 대량생산이 가능할 무렵 염색 시장을 뜨겁게 달군 빨간색 내의는 붉은색을 갖지 못한 서민들의 한풀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귀하고 고결한 색으로 여기던 붉은색이 2011년을 상징하는 키 컬러로 떠올랐습니다. 이제 붉은색을 먹고, 바르고, 입고, 나누며 ‘오감’으로 즐길 때입니다.


이것이 ‘대홍’임을 보여주는 명주, 격자무늬를 홀치기염색한 비단 피륙, 개오기법으로 붉게 물들인 10단계 컬러 패치는 모두 전통 염색가 김정화 씨의 작품.

공간을 압도하는 힘, ‘붉은색’ 하나로 충분하다
붉은색은 절정에 이르렀을 때의 색이다. 사과가 먹기 좋게 익었을 때 가장 빨갛고, 꽃이 만개했을 때 더 색이 붉어지는 것처럼 ‘탐스러움’과 ‘유혹’을 상징한다. 예부터 시선을 끄는 효과가 뛰어나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을 때 주로 활용했지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 그런 만큼 과욕을 부리지 말고 포인트로 조금씩 즐기는 것이 방법. 보통 주거 공간에는 현관 입구에 붉은색을 들이면 좋다. 손님을 맞을 때도 적색은 상당히 호감을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콘솔이나 소파 옆 사이드 테이블 등 포인트 가구로 사용해도 좋다.
옛날에는 이불을 지을 때 음양오행에 따라 적과 흑을 매치했는데 비율은 1: 4 정도로 붉은 빛깔은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 활용했다. 지루함을 벗어나 역동적인 느낌을 주고 싶다면 붉은색에 청색을 매치하고 경쾌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다면 흰색, 노란색 등 순색을 더해본다.

지루함을 벗어나 의욕을 불어넣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과감히 마티스의 붉은 방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꾸며도 좋을 듯. 올가을 개관할 예정인 아티스트 신상호 씨의 장흥 뮤지엄 내부 공간은 강렬한 빨간 벽이 인상적이다. 딸 신사랑 씨가 디렉팅한 이 공간은 깊이 있는 레드 컬러를 연출하기 위해 10회 이상 페인트칠을 했다. 전면에 나무 책장을 채워 웅장한 느낌을 더할 예정. 함께 매치한 도자 조각 얼굴 오브제는 신상호 씨의 작품. 1인용 가죽 소파는 르코르뷔지에 디자인으로 카시나에서 판매. 도자 손잡이가 인상적인 와인 잔과 유리잔, 레드 컬러 화기는 생활 도예가 한윤숙 씨 작품, 네온사인이 화려한 거리를 형상화한 페인팅 작품은 모두 부곡도방에 문의. 모던한 블랙 전등갓의 플로어 스탠드는 와츠, 카펫은 한일카페트 제품.


(왼쪽) 레드와 오렌지, 그린, 블루 등 다섯 가지 컬러를 함께 연출할 수 있는 네스트 테이블은 샤를로트 페리앙 디자인으로 카시나에서 판매. 해를 형상화한 조지 넬슨 벽시계는 비트라에서 판매.
미니-우니코 프린팅의 어린이 식기는 마리메코에서 판매. 옐로 컬러 다용도 볼은 이노메싸 제품.
(오른쪽) 마치 퍼즐을 보는 듯 타일에 여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파이어드 페인팅 fired painting은 장꼭두 작품. 파란 접시와 화기는 생활 도예가 한윤숙 씨 작품으로 부곡도방에 문의. 세바스티앙롱이 디자인한 바 스툴은 인엔에서 판매.



한 땀 한 땀 세월이 녹아 있는 붉은빛 ‘대홍’
예부터 우리는 붉은색을 적색 赤色과 홍색 紅色으로 구분했다. 홍색은 맑은 적색, 즉 명도가 높은 적색을 말한다. 이론상으로는 적색과 백색을 합한 색을 뜻하지만, 실제 염색에서는 홍화 개오기법으로 만든 색을 ‘홍색’이라 부른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핑크 컬러 ‘분홍’은 홍화 염색의 단계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색으로, 처음에는 연분홍으로 시작해 40~60회 거듭하면 선홍, 진홍, 대홍이라 불리는 새빨간 홍색이 된다.
그중 가장 맑은 ‘대홍’ 빛깔은 ‘홍 중의 홍’이라 불리며 찬사를 받았다. 붉은색은 황색과 쪽에 비해 염색 재료를 구하기 힘들었고, 최소 40회 이상의 염색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 염색가 김정화 씨는 씨앗을 뿌리면 싹이 나듯 전통 염색 역시 식물을 풀어놓은 염색물에 천을 담그기만 하면 은은한 색이 배어나온다고 말한다. 전혀 해로울 것이 없는 천연 재료라 주방 용기를 염색 용기로 활용해도 좋단다.
단, 꽃을 사용할 때는 만개했을 때를 지나 질 무렵에 하라고 당부한다. 꽃이 우리를 위해 사는 게 아닐진대, 그 삶을 존중하며 양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물과 불, 빛, 시간 또 짓는 이의 정성 어린 마음 씀씀이 등 수많은 변수에 의해 다채로운 감성을 표현하는 우리네 전통 붉은빛. 흰 무명천에 자연 재료로만 염색해 화학 염료처럼 탁하지 않고 맑고 깊은 느낌을 주는 ‘대홍’의 매력에 빠져보자.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것은 여성의 옷 색깔이 아닐까? “장미를 건넨 손엔 향기가 남는다”는 속담처럼 개오기 염색을 하기 위해 열 차례 이상 사용한 무명은 색을 다 빼고도 홍색이 남아 고운 분홍색이 된다. 명주에 홍화 꽃물을 들이기 위해 색을 게워낸 핑크빛 무명천과 면에 쪽, 대황, 양파로 물을 들인 염색 회화 ‘Sees With Eyes Shut 1’은 김정화 씨의 작품.
빨간 리본으로 꽁꽁 묶은 듯한 밴딩 체어 무미 Mummy는 웰즈에서 판매. 핑크와 레드 컬러 쿠션은 키티버니포니, 팬톤에서 선정한 올해의 색 핑크 레드 컬러 숄더백은 멀버리,
레드 시폰 블라우스는 수우 컬렉션, 허리에 밴딩을 장식한 다홍색 원피스는 타임, 허리를 묶는 디자인의 셔츠 원피스는 컬쳐콜, 미니 체인 백은 질 by 질스튜어트 액세서리. 꽃을 담은 가죽 토트백은 구호, 플랫폼 힐은 더슈 제품. 마치 한겨울 눈밭에 핀 백일홍처럼 붉은빛으로 물든 새하얀 공간은 디자이너 김치호의 작업실 치호앤파트너스.



공간에 화사함을 더하는 톤온톤 매치
붉은색이 부담스럽다면 팬톤에서 선정한 올해의 컬러 인동덩굴색에 주목할 것!
‘허니서클’이라고도 부르는 이 달콤한 컬러는 ‘인동덩굴’이라는 이름처럼 길고 혹독한 겨울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새봄, 새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화사하고 로맨틱한 인동덩굴 컬러를 모던한 주거 공간에 들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레이, 브라운 등 채도와 명도가 낮은 톤 다운 컬러를 더하거나 핑크, 오렌지, 레드 컬러를 톤온톤으로 매치해 포인트를 주는 것. 모던한 화이트 공간에 생동감을 더하는 것은 물론 한결 캐주얼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화이트 테이블 아키 플랫 스틸은 체리쉬 제품. 마치 양철을 구긴 듯한 형태의 플랍 Plopp 스툴은 지에타 디자인 제품으로 웰즈에서 판매. 핑크 레드 컬러의 시리즈 7 체어는 아르네 야콥센 디자인으로 인엔에서 판매.
테이블 위에 놓인 버블 캔디 조명등은 김은영 씨 작품. 그레이와 레드 컬러 캔들 홀더는 패브, 화이트 캔들 홀더는 비블랭크에서 판매. 문구 박스와 말 오브제는 북바인더스 제품, 블랙과 핑크 컬러 디저트 볼은 이딸라 제품으로 루밍, 꽃잎 모양 디저트 볼은 알레시 제품으로 더플레이스에서 판매.
티 타월과 컨버스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는 마리메코 제품. 오각형 모양의 테크토닉 티 테이블은 비에쎄에서
판매. 액자는 피숀 제품. 팬톤 핑크 컵은 이노메싸, 핑크 컬러 물조리개는 디자인 파일럿, 블랭킷은 키티버니포니 판매. 핑크 컬러 리미니 암체어는 꼰비비아 제품. 구름 문양 쿠션은 아르마니 까사에서 판매. 장판지에 붉은 컬러를 염색한 조명 갓이 멋스러운 테이블 조명등은 와츠 제품.


(왼쪽) 가구 디자인의 거장 핀 율의 포엣 Poet 소파는 원컬렉션, 오렌지색 암체어와 옐로 컬러 사이드 테이블은 독일 디자인 그룹 자이트라움, 노출된 빨간 전선으로 장식 효과를 더한 테이블 스탠드는 웨이스트버그 제품으로 모두 사피에서 판매.
(오른쪽)  깊은 적색 진사의 모던한 참외 볼은 광주요 제품. 단순화한 문양으로 포인트를 준 과다귀비르 접시와 볼 세트는 에르메스, 사과 오브제는 틸테이블, 테두리에 레드 컬러를 매치한 접시 보레알 FDC는 더플레이스 제품. 붉은색을 입혀 구운 도자 타일은 아티스트 신상호 씨의 작품으로 부곡도방에 문의.



자연에서 온 빛깔, 자연으로 돌아가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만큼 아름다운 색의 조화가 또 있을까? 푸른 초원 속에 핀 빨간 꽃을 보는 것은 그 꽃 한 송이만 따로 놓고 볼 때보다 훨씬 선명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법. 붉은빛은 유난히 과일, 채소, 식물에 많은데 이는 결국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꽃, 나비, 물결 등 자연 패턴을 들인 패브릭 아이템이 눈에 띈다면 이를 활용해 ‘장밋빛’ 침실을 연출해보자. 홀치기염색, 물결 자수, 나비 문양 등 내추럴한 프린트와 강렬한 레드 컬러가 만나 그 자체만으로도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오브제가 된다. 단, 두꺼운 커튼은 no! 공간에 자연 풍경을 ‘자연스럽게’ 들이자.

(왼쪽) 항아리 형태의 핸드 페인팅 전등 오브제는 이탈리아 브랜드 데루타 Deruta 제품으로 그루에서 판매. 장미 향초는 어바웃어에서 판매, 진한 분홍색 쿠션은 엘리티스 제품으로 다브에서 판매. 베개 커버는 바세티 제품으로 우양 알앤비에서 판매. 꽃잎 문양을 프린팅한 화이트 쿠션과 물방울, 나비, 꽃잎 문양 침구는 모두 미소니홈 컬렉션 제품으로 코디센에서 판매.

(오른쪽) 왼쪽부터 방수 코팅 가공한 원단은 다브 제품. 섬세한 격자 자수 문양이 돋보이는 이불 커버는 미소니홈 제품으로 코디센에서 판매. 에스닉한 문양의 실크 이불 커버는 바세티 제품으로 우양 알앤비에서 판매. 체크무늬 면 실크 이불 커버는 하비타트 제품, 빛의 굴절을 형상화한 그래픽 패턴 블랭킷은 엘리티스 제품으로 다브에서 판매. 핑크 컬러와 매치해 생동감을 더해주는 블루 컬러 원단은 로라 애슐리, 은은한 꽃문양이 명화처럼 프린팅된 핑크 이불 커버와 핫 핑크 컬러 블랭킷은 하비타트 제품으로 모두 그루에서 판매.

어시스턴트 김다해 객원 기자 사진 박찬우 스타일링 최지아 어시스턴트 이미정 캘리그래피 강병인

진행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