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디자인은 가벼운 바람이 아니다. 그들만의 전통과 가치가 언제나 기본 바탕이기 때문. 프랑스를 대표 하는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프랑스 고전 디자인을 20세기의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감각적인 가구를 만든다. 그가 선택한 것은 현대의 발명품, 폴리카보네이트. 어떤 디자인보다도 젊고 발랄할 뿐 아니라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여기 ‘2011년의 얼굴’로 선정된 세 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이들은 프랑스의 디자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현재 프랑스 디자인을 정의하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왼쪽) 메종&오브제는 매해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 한창이다. 엘리펀트 우드 체어 Elephant Wood Chair도 이번 페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자연과 공생하는 디자인
어떤 분야에서건 가장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 ‘지속 가능성’이 프랑스 건축에도 예외 없이 첫 번째 화두이다. 프랑스 친환경 건축의 개척자이자 스스로 ‘현재와 미래의 심장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에두아르 프랑수아 Edouard Francois. 몽펠리에 Montpellier의 ‘성장하는 건물(L’Immeuble Qui Pousse)’은 건축의 지속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작업이다. 나무의 생장을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계속해서 자라나, 수천 개의 가지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 설계된 그의 건축물은 하나의 거대한 친환경 오브제에 가깝다. 2004년 프랑스 파리에 설계한 플라워 타워가 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 그는 건축의 외벽과 수십여 개의 화분을 백색과 회색의 콘크리트로 작업해 마치 대나무만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설계했다. 그 결과 플라워 타워는 건물의 이름처럼 거대한 식물 오브제처럼 보인다. 최근 그가 파리에 설계한 집합 주거 단지 에덴 바이오는 1백여 채의 집 창가마다 화분을 두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건축물에 적용한 것. 페인트칠이라는 인위적인 작업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완성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식물이 어엿한 건축의 한 부분으로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
1 마이애미의 학카산 차이니스 레스토랑. 질&부아시에의 뉴 프렌치 시크를 느낄 수 있다.
2 로낭&에르완 부흘렉 형제가 디자인한 비트라의 슬로 Slow 체어.
3 신진 디자이너의 가구로 채워진 부스. 기능성을 등외시한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4 브린디 BRINDI가 디자인한 벌보 BULBO 화분. 재활용 PVC를 소재로 사용했다.
5 장 보지오 Jean Boggio가 디자인한 레인보우 캐비닛.‘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6 에두아르 프랑수아의 플라워 타워. 독특한 외관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 상징적인 건축물은 공동주택이라는 주거의 기능 또한 간과하지 않았다. 이 건물이 설계되었을 때 영국 일간지 <가디언 The Guardian>은 ‘프랑스에서 가장 살기 좋은 건물이다’라고 평했을 정도. 과거, 시대를 앞서가는 건축가로 칭송받은 르 코르뷔지에 Le Corbusier의 공동주택 유니테 다비타시옹 Unite d’Habitation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 설계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면, 에두아르 프랑수아의 건축은 ‘자연과의 또 다른 공생’을 제시해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다.
7 웃음을 유발하는 디자인이란 이런 제품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지. 이름도 재밌는‘깔때기 친구들’이다!
8 1958년에 처음 만들어진 의자. 쌓기 쉽고 이동이 편리한 이 의자는 새로운 감각으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자연 재료의 사용은 가구 및 인테리어 소품 전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에두아르 프랑수아가 건축에 사용한 대나무를 ‘지속 가능한 식물의 여왕’이라 칭하며 가지각색의 제품으로 선보였다. ‘쟈뎅 도랑주 jardin d’oranges’ 테이블웨어 컬렉션, 에콰도르의 디자이너가 만든 콜레시옹 Coleccion사의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라 타블르 La Table’ 전에서는 프랑스 음식 문화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만든 100% 친환경 소재의 테이블웨어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린 컬러를 주조색으로 사용한 이 테이블웨어는 건강과 자연을 중요시하는 프랑인의 가치관을 담았다고. ‘그린 애티튜드’ 전시의 오가닉 화장품, 콩기름을 사용한 양초처럼 자연을 배려한 생활 제품도 눈에 띄었다.
뉴 프렌치 시크의 등장
건축 분야에서 친환경에 대한 시의적인 부분을 다루었다면,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는 ‘시크함’으로 대변되어 온 프랑스 이미지의 쇄신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올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패트릭 질&도로테 부아시에 Patrick Gilles & Doroth e Boissier가 ‘뉴 프렌치 시크’의 대표 주자이기 때문. 도도하고 세련돼 보이는,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지던 프랑스 디자인은 그들의 감각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풍요로워졌다. 그들이 떠오르는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된 배경은 이렇다.
프랑스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리아그레 Christian Liaigre의 사무실에서 8년을 일한 패트릭 질은 그에게서 고전적 프렌치 시크의 감성을 전수받는다. 한편, 도로테 부아시에는 필립 스탁의 사무실에서 9년을 함께 일하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치 만점의 디자인을 흡수한다. 이후 2006년 스튜디오를 함께 연 두 사람은 한 사람이 감성적 스토리를 풀어내면, 다른 한 사람이 그 이야기를 공간에 그려나가는 식으로 공간을 ‘데커레이션’한다. 과거의 프랑스 디자인을 존중하면서 거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것. 이보다 더 완벽한 파트너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들의 디자인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마이애미에 있는 차이니스 레스토랑 학카산 Hakkasan이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크리스티앙 리아그레와 함께 작업한 뉴욕의 레스토랑 부다칸 Buddakan(부다칸은 영화 <섹스&더 시티>의 주인공 빅과 캐리의 웨딩 리허설 디너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콘셉트가 ‘뉴욕 속의 베르사유 궁전’이었다면, 그곳의 연장선상에 있는 학카산은 중국 황실의 이미지를 푸른빛의 프렌치 시크와 결합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곳이다. 파티션으로 사용한 창살은 가장 동양적인 디자인중의 하나이지만, 이곳은 창살조차도 무척 시크하다. 최근 작품 아트큐리얼 옥션 하우스 Artcurial Action House에 위치한 미니 팔레 Mini Palais 레스토랑 디자인에서는 그들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발견 할 수 있다.
1 테이블웨어 중에서도 알레시의 디자인은 단연 돋보였다.
2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옷걸이.
3 장 필립 누엘이 선보인 또 다른 뉴 프렌치 시크는 센 댕테리외르 전시관 입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매달려 있는 가구는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표현한 것.
4, 5 해진 청바지를 패치워크해서 만든 의자, 재활용한 천을 사용한 스툴 등 R3i Lab 전시관의 리사이클링 디자인.
6 ‘왼쪽 오른쪽’이라는 이름의 재미난 책꽂이.
식물을 사용해 장식한 벽면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공간에서만 뉴 프렌치 시크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찌니는 ‘Made in France’라는 타이틀의 테이블웨어를 선보였다. 필립니그로 Philippe Nigro, 노멀 스튜디오 Normal Studio 등을 포함한 30명의 프랑스 디자이너를 초대해 그들의 컬렉션을 새롭게 디자인한것. 16세기 디자인에 5명의 신진 디자이너가 참여해 현대적 느낌을 불어넣은 ‘콜렉션 도퇴르 collection d’auteurs’에서도 뉴 프렌치 시크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조명을 벨벳 소재와 함께 사용해 안락함과 시크함을 조화롭게 매치한 카사리 Casali도 눈에 띄었다.
프랑스의 젊은 피, 기능성을 논하다
매해 메종&오브제는 프랑스의 젊은 디자이너 발굴에 열심이다. 그렇게 수혈한 ‘젊은 피’가 산업 디자인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 특히 에르완 Erwan과 로낭 부흘렉 Ronan Bouroullec 형제는 젊은 디자이너 리스트의 맨 첫줄에 이름을 올린다. 이미 현대 디자인사에서 한 획을 긋고 있을 정 도. 다가올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의식해서인지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한 가구 숍에도 소개된 바 있는 퀼트 소파와 함께 비트라의 베지탈 체어, 알레시와 협업한 오배일 테이블웨어등 총 15가지의 기능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작품을 전시했다. 여느 전시 부스와는 달리 급격하게 경사진 전시대는 그들이 ‘관람’이라는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 나은 것을 디자인 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상’이라고 생각한다는 이 ‘어메이징한’ 형제는 플로팅 하우스, 베를린의 도스 팔리로스 Dos Palillos 레스토랑처럼 부분적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이제 머지않아 건축에서도 그들만의 ‘낭만적 기능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왼쪽) 고전과 현대 디자인 간의 조화가 유독 눈에 많이 띄었던 7관 센 뎅테리외르.
랑스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올해로 73세의 호호 백발 할아버지다. 하지만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그는 지금의 젊어진 샤넬을 이끄는 수장이다. 그가 샤넬의 고전을 알기에 브랜드가 발전적으로 진보할 수 있었던 것. 프랑스의 산업 디자인도 마찬가지이다. 바로크 디자인과 같은 고전 양식부터 친환경적, 기능적인 디자인에 더욱 강렬해진 뉴 프렌치 시크까지 겸비했으니, 올가을 또 한 번 큰 폭죽을 터트릴 메종&오브제가 또다시 기대되는 이유다.
*디자이너가 주목한 부스는 여기!
‘히든 카본’ 부스가 김주연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두 학교, 스위스의 로잔 예술 디자인 대학과 파리의 앙시-레자틀리에 Ensci-Les Ateliers 가 함께 참여한 전시. 대부분의 하이엔드 스포츠 용품에 사용하고 있는 탄소섬유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게 되면서, 그것의 장점에 대해 잊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이 고마운 재료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으로 디자인했다.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테이블, 1500도의 열에도 견딜 수 있는 조명, 놀라울 정도로 좋은 소리 전달력을 가진 무선 앰프 등 총 7가지 제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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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메종&오브제 국내 사무국(02-522-6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