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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집을 말하다] 사진 작가 안성진 천장 높은 메자닌 로프트
이제는 ‘국민 주택’의 표준이 되어버린 아파트.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는 아파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모두가 이곳에 살고, 또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다양한 공간에서 개성 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도 하늘 위에, 땅 아래에. 과감히 이곳을 보금자리로 택한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났다. 하루 종일 햇빛이 넘쳐 흘러 집안에서 선글라스를 쓴다 해도, 낮인지 밤인지 도무지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 해도 이처럼 좋은 집이 없다는 그들에게서 하늘 아래, 땅 아래, 그 특별한 공간에 사는 묘미를 들어보았다. 참, 그런데 여기서 재미 있는 사실 하나. 꼭대기와 지하에 사는 사람은 우연의 일치지만 모두 싱글 남자라 점. 지하가 좋을까, 하늘과 맞닿은 곳이 좋을까. 살아보지 않아 궁금하고, 살고 싶다면 더 더욱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 그것도 천상과 지하에서 ‘유아독존唯我獨尊’하는 여섯 남자의 방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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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콰이어>, <바자>, <보그> 등의 패션 잡지에서부터 국내 유수의 캐주얼 의상 브랜드 및 휴대폰 광고 그리고 유명 가수들의 앨범 촬영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진작가 안성진 씨. 그는 무려 천장 높이가 4m50cm에 달하는, 5층 건물의 제일꼭대기 층에 살고 있다. 지붕 격인 비스듬한 천창과 높은 천장 덕에 마련한 메자닌(미니 2층) 침실, 그리고 모던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매했다는 복고풍 버튼다운 가죽 소파와 투박한 지멘스 냉장고가 어우러진 그의 공간은 외국의 로프트 뺨치게 멋지다.
 
photo01 “사진가라면 누구나 지하 스튜디오 생활에 대한 반대 급부로 꼭대기 층을 꿈꾸곤 합니다. 저 또한 10여 년 이상 지하에서 생활했고, 또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만큼 집은 햇살 가득한 고층이었으면 했죠. 마음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작년 가을에 운 좋게 지금의 공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무릇 기회란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법. 늘 마음속에 천장 높은 로프트를 품고 있던 그는 각종 해외 인테리어 잡지를 꾸준히 구독했을 뿐 아니라 ‘로프트loft’란 글씨가 새겨진 무크지란 무크지는 모두 섭렵, 이를 거실 한 편에 그득 쌓아놓았을 정도. 해외 출장을 갈 때면 바쁜 일정을 쪼개어 인테리어 숍에 들러 대형 펜던트 조명과 얼룩말 러그, 레트로 스타일의 주방 용품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주부’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안성진 씨의 내공은 결국 보통 사람들 눈에 그저 꼭대기 층 천장 높은 원룸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곳을 영화 속‘뉴욕의 로프트’처럼 가뿐히 변신시킬 수 있었던 것.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전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요. 그러나 이곳에 살면서 얻은 큰 즐거움이라면 옆집, 윗집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볼륨 높여 음악을 듣고 입체 음향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파트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할 높이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음악을 공기처럼 만끽할 수 있게 된 그. 완벽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면서 안성진 씨의 휴일은 색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영화를 보러 극장 갈 일 없고, 종일 햇빛이 드니 답답해서 외출할 일 없고…. 온전히 집안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다만 아쉬운 점 하나, 아무리 늦잠을 자고 싶어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햇빛 때문에 아침 기상 시간은 늘 해 뜨는 시간이라고.

1 비스듬한 천창이 마치 뾰족한 박공 지붕 아래 로프트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안성진 씨의 보금자리. 천창에는 빛을 부드럽게 투과시키는 블라인드를 설치해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천장이 높고 햇빛이 충분한 만큼 키큰 식물과 화초 그리고 육중한 레트로풍의 빈티지 가죽 소파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2 원룸형이었던 공간에 메자닌을 만들어 침실을 마련했다. 하루종일 꼼짝 않고 있어도 산책 나온 기분이다
 
 
이정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