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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라이프]맘스 오피스 스토리 집, 여자의 취미와 열정을 담다
나 자신만을 위한 공간 하나쯤 집에 두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아내, 엄마로서가 아닌 여자로 살고 싶은 것이 어디 욕심인가요? 그건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입니다. 요즘은 맘스 오피스 mom’s office나 맘 존 mom zone을 콘셉트로 한 ‘엄마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행복>에서는 집 안에 여자를 위한 공간을 꾸민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찬찬히 둘러보니 오롯이 여자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더군요. 가족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는 진짜 ‘여자’다운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1 판교 운중동 김순영 씨의 카페처럼 꾸민 여자의 서재

김순영 씨의 서재. 그레이와 블랙의 어두운 컬러를 사용한 공간에 레드 컬러의 빅 테이블을 배치해 포인트를 주고, 바닥 타일을 사선 방향으로 깔아 리듬감을 살렸다.
남자의 공간으로 불리는 서재도 여자를 만나면 달라진다. 김순영 씨는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기는 서재 공간을 위해 통창이 달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안방을 양보했다. “카페 분위기를 원했기 때문에 벽을 벽돌로 마감했어요. 골조만 지은 상태로 분양받은 집이라 벽돌을 쌓기 수월했죠. 삼면 모두 벽돌로 마감하면 자칫 분위기가 무거울 수 있어 나머지 한 면은 시멘트 벽에 라이트 블루 컬러의 페인트를 칠했어요.” 인테리어를 맡은 한성아이디의 디자이너 이정민 씨의 설명이다. 또 한쪽 벽에 책장을 짜 넣었는데 일부러 책장 뒤판을 대지 않아 벽돌이 살짝살짝 보이도록 연출했다. 저렴한 PB 소재로 제작한 책장은 하단에만 그레이 컬러의 서랍장을 달았다. 또한 포인트로 블랙 펜던트 등을 달고, 천장에 매입 등을 2개 더 설치해 밝기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카페처럼 꾸민 여자의 서재, 김순영 씨는 이곳에서 매일 자신을 위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여자의 취미를 위한 작은 갤러리
집 안에 들어서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그릇 진열장과 테이블에 놓인 도자기, 염료, 팔레트, 붓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짐작한 대로 안주인의 취미는 ‘그릇 페인팅’. 취미 삼아 시작했지만 한때 숍을 운영했을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동안 모은 그릇이 꽤 되더라고요. 찬장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주방에 진열장을 만들어 그릇을 전시했어요.”

(왼쪽) 기존의 창문 위에 산뜻한 그린 컬러의 나무 창문을 하나 더 달았다. 이국적인 분위기도 나고, 단열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 (오른쪽) 서재 한 쪽은 피아노 연주 공간으로 꾸몄다. 감각적인 선반이 인상적이다.
사실 처음에는 가족 공간으로 진열장 자리에 빔을 설치하거나 벽걸이 TV를 걸 계획이었다. 하지만 평소 그릇을 전시할 만한 공간을 꾸미고 싶어 한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남편이 그릇 진열장을 제안했고, 식사 공간을 갤러리처럼 꾸몄다. “다양한 컬러의 그릇이 돋보이도록 진열장은 벽체와 동일한 아이보리 톤으로 맞췄어요. 또 그릇으로만 가득 차면 자칫 답답한 공간이 될 수 있어 2개의 진열장 사이에 갤러리 월을 만들었지요.” 이국적 분위기를 원한 김순영 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 갤러리 월 하단에는 페치카 모양을 넣었다. 진열장 앞에 놓인 큰 테이블은 식탁 겸 작업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다. 그릇 페인팅에 대한 열정으로 꾸민 그녀의 취미 공간 덕분에 집이 한층 아름다워졌다고. 요즘은 아이들까지 합세해 그녀의 작업 공간에서 그릇 페인팅을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촬영 협조 한성아이디(www.hansungid.com)


2 압구정동 김선형 씨의 소박한 일터

싱크대로 만든 책상은 수납공간이 넉넉한 것이 가장 큰 장점. 싱크대에 와인 냉장고를 빌트인으로 설비해 더욱 깔끔하다. 가벼운 아크릴 의자를 이쪽저쪽 옮겨가며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번역가 김선형 씨는 부엌 안에 작은 작업 공간을 꾸몄다. 1.5평의 주방과 창고처럼 쓰던 3평 남짓한 작은 방을 합쳐 부엌과 작업실 두 가지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알토란 같은 공간이 탄생했다. “부엌과 빈방 사이의 벽을 털어내고, 부엌 안쪽의 다용도실까지 확장해 공간을 최대한 넓혔어요. 벽이 있던 자리에 싱크대를 설치해 부엌과 작업실로 공간을 나누고, 싱크대 옆에 가벽을 세워 부엌과 거실 사이에도 경계를 두었죠.” 벽 대신 싱크대로 공간을 분리해 양쪽 공간이 모두 넓어 보이고, 싱크대가 바 bar 역할을 해 부엌 조명 등 하나만 켜면 제법 바 분위기가 난다.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화이트를 주조색으로 하고, 바닥은 거실과 같은 원목 마루를 깔았다. 가스레인지 벽 쪽은 메탈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하고, 후드 겸용 조명등을 달아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수납이다. 그래서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장고를 빌트인으로 설비하고, 싱크대 양면에 모두 수납장을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작업 공간에 작은 싱크대를 하나 더 놓고 그 위에 나무로 상판을 대 책상 대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싱크대 옆에 세운 가벽에 책장을 짜 넣은 아이디어는 김선형 씨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이다. 책장에는 그녀가 번역한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두고 작업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낮 시간에는 조용히 작업실에 앉아 번역에 몰두해요.” 책장, 커피 머신, 나무 가구, 오디오까지 그녀의 감성과 취향이 그대로 묻어나는 소박한 공간에서 그녀는 취미 생활과 일 그리고 가족을 위한 집안일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 촬영 협조 미누디자인(www.minudesign.co.kr)


3 암사동 양진영 씨의 열정이 가득한 디자인

책장 하나와 이동식 책상이 전부인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작업실.
작업실 아동복 디자이너 양진영 씨는 4년 전,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그녀만의 작업실을 만들었다.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인파 트 너 길연의 이길연 실장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5평 공간을 디자인했다. “창의적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인 만큼 영감을 줄 수 있는 멋스러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동시에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실용적인 장치도 필요했죠.”

(왼쪽) 단을 한 단 높여 만든 테라스는 화분 키우는 걸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을 담은 특별한 공간. 파티션 타입의 접이식 문을 달고, 바닥에는 청소와 관리하기 쉬운 에폭시를 깔았다. 계단으로 깐 벽돌이 공간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 (오른쪽) 그녀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재봉틀과 작업대. 합판으로 짠 작업대는 작업에 필요한 도구나 필요할 때마다 책을 꺼내 보기 편하도록 오픈한 서랍장을 짜 넣었다. 바퀴가 달려 있어서 이동하기도 자유롭다. 길게 늘어뜨린 블랙 펜던트 조명등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길연 실장은 고민 끝에 당시 일반 가정집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던 에폭시를 바닥에 시공해 실용적이고 멋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 천장에는 스프링으로 연결한 전구를 달고, 가스 배관을 그대로 노출해 공간에 재미를 더했다. 또 각종 패션 부자재와 재봉에 필요한 도구를 깔끔하게 정리할 수납장이 필요했다. 저렴하지만 강도가 높아 쉽게 휘지 않는 합판으로 책장을 짜 넣고 책장 하단은 서랍장으로 만들었다. 실용적인 수납을 위해 책장 옆에 벽돌을 쌓아 공간을 분리한 후 기다란 선반도 달았다. 책장 한 칸 한 칸에서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감각적인 작업실, 이곳이 진짜 여자 공간이다. 촬영 협조 디자인파트너 길연(www.cyworld.com/kilyeon76)


진행 기원재 기자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