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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is power]아이디어와 테크놀러지의 결합 업사이클링 Upcycling
얼마 전 내한한 가구 브랜드 에메코의 CEO는 지금 생산되는 제품 중 단 3%만이 6개월 이상 사용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만큼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요즘,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재고해보아야 할 때다. 일차적 재활용이 진부하다고 느끼는 신진 디자이너와 가구 브랜드의 윤리적 책임, 그 중심에 ‘업사이클링’ 디자인이 있다.

지금 패션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가장 떠오르는 이슈는 업사이클링 upcycling 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재료를 다시 쓰는 리사 이클링 recycling을 넘어 제품을 해체한 후 아이디어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해 이차 적으로 재가공한 결과물을 뜻한다. 현수막으로 레인코트를 만들거나 소파 가죽으로 가방을 제작하는 등 패션과 리빙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업사이클링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몇 년 동안 디자인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환경친화적 에코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폐품이 세상과 어울릴 수 있고, 또 다른 용도로 거듭날 수 있게 해준다. 그 때문에 환경 파괴와 에너지 고갈 문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느끼는 많은 디자이너가 적극적인 대안으로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선택하고 있다.

(왼쪽) 무토 Mutto의 keep table. 나뭇조각을 밴드로 묶은 듯한 상징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착한 디자인을 부탁해
영국의 저널리스트 에밀리 제킨슨 Emily Jenkinson은 ‘업사이클링, 이 친환경 트렌드가 지속될 것인가?’라는 논설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를 소개했다. 그가 인터뷰한 니트 디자이너 라이언 프랭크 Ryan Frank 는 폐기된 것과 천연 소재의 어우러짐을 찾아내고, 이를 디자인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21세기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텍스타일 제품 디자이너 로리 웨츠너 Lori Weitzner는 신문지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벽지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 벽지 이름은 ‘기삿거리 newsworthy’다. 이들은 모두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무척 독창적이 라 말하며 특정 분야를 넘어 디자인의 창조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 때문에 단지 재사용하는 것에 불과한 일차적 재활용 디자인을 진부하다고 느끼는 젊은 디자이너들은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독창적 업사이클링 디자 인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 디자이너로 프랑스의 디자인 그룹 5.5 디자이너 스 5.5 Designers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사물에는 제2의 삶이 있다 고 믿으며 ‘경제적 방법으로 쉽게 수리할 수 있는데 왜 가구를 없애는가?’라는 물음으로 가구 수리점에서 디자인을 시작한다. 그들의 작품은 어딘가 모자라서 더 매력적이다. 지난 2009년 라 코르베유 La Corbeille를 위해 디자인한 다리가 2개인 탁자는 이를 증명하는 작품. 다리 대신 램프나 잡지꽂이 등의 소품을 이용해 균형감을 부여해 디자인과 기능성 두 가지를 만족시켰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 테니스 협회와 롤랑 가로스 Roland Garros를 위해 라켓 줄로 시트를 만든 의자 디자인을 선보였다.

(왼쪽) 5.5 디자이너스가 테니스 라켓 줄을 재활용해 만든 스툴.

디자이너들이 자주 활용하는 소재는 종이, 유리, 나무 등 천연 재료다. 브러더스 드레슬러 Brothers Dressler는 각종 행사에서 수거한 용기와 폐허가 된 공장에서 빈병을 모아 ‘Bottle Lights’라는 이름의 조명등을 선보였다. 우수한 종이 제지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퀴오라 Cuiora는 ‘Paper Cushion’을 선보였다. 비튼 종이를 부드럽게 하는 과정을 거친 후 엮어 만든 것. 이 쿠션은 패브릭보다 더 부드러운 텍스처를 지녔다고 한다. 영국의 피터 메리골드 Peter Marigold는 나무 상자로 만든 모듈 선반 콘셉트의 ‘Split Box’를 선보여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발상의 전환, 일상의 유머를 담은 업사이클링 디자인. 단순한 이탈을 꿈꾸는 신진 디자이너와 현대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듯!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특징은 소재의 원재료가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떠한 과정으로 소비자에게 전해졌는지 시각적 디자인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유리병이나 종이의 재활용에 그치지 않고 제2의 삶을 부여받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을 소개한다.


1,2 피터 메리골드의 스플릿 박스. 불특정한 작은 상자를 각각 연결해 벽에 부착하는 디자인으로, 밀라노의 폴 스미스 매장에 대형으로 디스플레이되었다.


3 브러더스 드레슬러의 조명등. 다른 작품 활동에서 쓰고 남은 나뭇조각으로 이음 고리를 만들고, 낮은 전력을 소비하는 알전구를 사용해 좀 더 은은한 빛을 뿜는 조명을 완성했다.
4 디자인 그룹 지에타 Zieta의 치펜 스틸 Chippen Steel 체어.


5 퀴오라의 페이퍼 쿠션.
6 5.5 디자이너스의 샴페인병을 재활용한 컵.


7 항상 새로운 리사이클링 소재를 찾아 나서는 프랑 스의 건축가 그룹 시그.
8 지난 에서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이 선정한 차세대 디자이너로 지목받은 5.5 디자이너스는 뱅상 바랑제 Vincent Baranger, 장 세바스티앙 블랑 Jean-Sebastien Blanc, 안토니 르보세 Anthony Lebosse, 클레르 르나르 Claire Renard 네 명의 디자이너가 모인 그룹이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해라
파리의 셀렉트 숍 메르시는 재활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변화를 위해 주기적으로 업사이클링 기획 전시를 개최한다. 프랑스의 건축가 그룹 시그 Cigue는 지난가을 나무 상자를 재사용한 식탁을 선보였는데,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 1월에도 같은 전시를 열었다. 의자, 커피 테이블, 탁자 등 끊임없이 새로운 가구를 선보이는 것. 그들은 폐기된 화물 운송용 운반대를 수거해 그 목재로 가구를 만든다.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 방식과 소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프랑스 시골 마을 어딘가에서 발견한 과일 운송용 상자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 상자들은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려지는데,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고 비를 맞고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스스로 아름다운 회색빛을 발해 더욱 매력적이다. 이 나무 상자와 철제 튜브를 이용해 디자인한 9개의 테이블은 전시를 마친 후 모두 팔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연말까지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한 전시 <오래된 선물>전을 개최했다. 디자인메이드에서 개최한 이 전시는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열 렸는데, 철거 현장에 방치된 가구들, 유행을 따라가지 못한 옷가지 들, 바닥재, 문짝 등 버려진 폐품이 멋진 디자인으로 부활해 화제를 모았다. 장응복, 이정섭, 하지훈 씨 등 각계의 디자이너가 총출동해 잉여 재료로 상반된 이미지의 하이엔드 상품을 제작해 선보였다.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진행해 더욱 의미가 컸던 이 전시는 ‘재활용=고물’이라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1 디아만티니&도메니코니의 절연테이프를 활용한 시계.
2 무려 77단계의 공정을 거쳐 80%가량 재활용한 알루미늄 소재와 코카콜라 패트병으로 만든 Ⅲ 네이비 체어 Ⅲ navy chair.



지속 가능한 디자인, 브랜드의 착한 행보
환경 컨설턴트 앵거스 미들 Angus Middle은 “업사이클링은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물건의 일부를 사용해서 재해석한 디자인이며, 새로운 물건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자원을 사용하는 것을 줄이는데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착한 소비에 대한 떳떳한 선택은 식생활을 넘어 의생활, 주생활 전반으로 확대돼 리빙 관련 디자인에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각 브랜드의 노력도 잇따른다. 마지스 Magis는 마르셀 반더스 Marcel Wanders 디자인의 플라스틱 미네랄워터병으로 만든 의자를 선보였다. 웰즈에서 소개하는 브랜드 디아만티니 & 도메니코니 Diamantini & Domeniconi는 절연테이프를 활용한 시 계를 선보이는데 경쾌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가구 브랜드 에메코 Emeco는 4년 동안의 연구 끝에 코카콜라 페트병 재활용에 성공, 지난해 연말 ‘Ⅲ navy chair’를 공식 론칭했다.

에메코사의 CEO 그레그 부치바인더 Gregg Buchbinder 씨는 Ⅲ 네이비 체어를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에서 “오늘날 생산되는 제품 중단 3%만이 6개월 이상 사용되고 있다”는 무척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4년 전쯤 코카콜라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들의 음료수 페트병이 전 세계의 땅에 아무렇게나 묻히거나 티셔츠 또는 다른 물건으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지속력이 없다는 것에 고민하고 있었지요. 에메코에는 국가적인 아이콘 의자가 있고, 그 의자의 생명력이 150년 이상이니, 코카콜라사에서는 단순한 재활용보다 훨 씬 의미 있는 방법이 될 거라 확신했습니다.” 에메코사는 페트병을 재 활용해 만든 의자가 반영구적으로 사용되어 또 다른 쓰레기가 양산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흔쾌히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다. 하지만 개발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페트병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정에 드는 비용이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하는 것 보다 2배, 일반 플라스틱보다 4배 더 들었다. 이 제품은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서 동시에 론칭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3 나니 마르퀴나 Nani Marquina는 폐타이어로 만든 카펫을 선보인다.
4 두오모에서는 12월 네이비 체어 론칭을 기념해 에메코사와 유명 디자이너의 협업 작품을 전시했다.


이처럼 제품 저변에 깔린 친환경적 태도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다 매력적이고 보다 기능적인 디자인을 만드는데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개인을 넘어 우리를 위한, 사회를 위한, 지구를 위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할 때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사이클링 디자인이 일회성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디자이너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독창적이고 쓰임새 있는 디자인을 신중하게 선보여야 하고, 소비자는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을 사용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에메코사 CEO 그레그 부치바인더 씨
재활용 알루미늄 의자, 에토레 소트사스를 감동시키다


네이비 체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에메코사는 1944년에 설립했으며 네이비 체어는 무척 역사적인 의자다. 당시 미국 해군들은 배 안에서 사용할 의 자가 필요했다. 배에 장착해야 하므로 가볍고 흔들림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소금에 부식되지 않고, 항해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자성에도 반응하지 않아야 했다. 연구 끝에 몸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든 의자는 디자인보다는 기능을 위해 태어난 제품이다. 네이비 체어는 80% 이상 재활용한 알루미늄을 사용하며 150년 이상 결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제품이다.
지난 1998년 에메코사를 인수했다고 들었다. 어떤 점에서 인수를 결심하게 되었나? 나는 디자이너인 어머니와 엔지니어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아버지께서 찰스&레이임스 가구 회사의 엔지니어였기에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디자인 가구를 보며 자라서 그런지 디자인과 비즈니스 모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에메코사는 네이비 체어를 만들며 결정적 문제에 봉착한 상태였다. 너무 튼튼하게 제작한 탓에 되레 매출이 줄어 든 것이다.지난 1998년 에메코사를 방문했을 때, 마침 프런트 데스크에서 한 여사원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돈을 보내지 않으면 제품을 팔지 않겠다”라고 으름장을 놓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상대가 바로 아르마니사였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도 클라이언트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그들의 잠재력을 확신하게 되었다.
반영구적 제품이라고 하면, 회사가 판매로 인한 이익을 내기가 어렵지 않은가? 에메코는 근본적으로 반복적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번 구입한 고객이 반복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에메코가 가진 철학과 상반하는 것이다. 새로운 국가, 구매자를 개척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필립 스탁, 에토레 소트사스 등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느 날 필립 스탁을 찾아갔다. 필립 스탁에게 내 소개를 하고 “우리 의자를 당신이 디자인한 파라마운트 호텔에 써주어 너무 고맙다”라고 인사했더니 그가 “어떤 의자요?”라며 되물었다. 그에게 에메코 체어라고 했더니, 항상 에메코 체어를 디자인해보고 싶었다며 관심을 보였다. 필립 스탁과 협업해 만든 ‘허드슨 체어 Hudson Chair’는 굿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그 후 프랭크 O. 게리 Frank O. Gehry,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 에토 레 소트사스 Ettore Sottsass 등과 협업했다. 우리 의자는 줄곧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가 그들의 업적을 에메코 체어처럼 오랜 시간 지속시키고 싶어 했다고 짐작한다.
에토레 소트사스의 마지막 작업을 함께했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영국판 <엘르 데코 Elle Deco>에 소트사스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소트사스의 집을 방문한 에디터가 “이 집에 있는 당신이 디자인한 모든 가구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트사스는 “어떤 것도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렇다면 어떤 의자를 디자인하고 싶은가?”라는 에디터의 질문에 그는 “에메코 체어가 유일하다”고 답했다. 그 후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의자를 만들 당시 그의 나이가 87세였다. 이미 그의 몸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의자를 쌓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구가 늘어나고, 집이 점점 콤팩트해지면서 수납이 가구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편안한 의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당시에는 그가 원하던 라운딩 팔걸이의 구현이 불가능한 때였다. 소트사스에게 걱정 말라고 단언하고, 그때부터 연구에 매진해 부드러운 라운딩 팔걸이의자를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한 의자를 소트사스에게 보여주자 그는 “의자에 휴머니티가 살아 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의자는 마치 누군가를 안아주는 듯한 디자인이다. 90세에 세상을 떠난 소트사스를 기념해 ‘9O 체어 Nine O Chair’라 부른다.


자료 조사 김다해 취재 협조 Duomo&Co.(02-516-3022)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