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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예술을 넘나드는 오브제 도자 예찬
한국 도자 공예가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도자재단이 지난 7개월간 다양한 도예 기획전을 열어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고 각종 페어에서도 도자가 가구로, 오브제로, 조명으로 변신해 화재를 모았지요. 현대 도예가들은 '건축 도자'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건축,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도자를 활용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활 도예 작품부터 건축 도자까지, 이제 도예와 일상은 하나입니다.

도자, 사색의 오브제

(왼쪽) 볼 ‘여름’은 도예가 임미강 씨 작품, 사각 호리병은 이창화 씨 작품, 날렵한 형태가 돋보이는 티포트 ‘톤가리 Tongari’는 가토 쓰부사 씨 작품으로 모두 이도에서 판매. 앤티크 반닫이는 반다지 고가구에서 판매.

(오른쪽) 액자처럼 연출한 월 오브제는 신동원 작가의 ‘물병’(water jars, 2010)으로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 문의. 오리지널 빈티지 싱어 재봉틀 다리에 패치워크 선반을 올려 디자인한 책상은 한정현 작가의 작품으로 체어스 온더 힐에서 판매.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과 받침은 모두 이도에서 판매. 필통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품으로 팀블룸에서 판매.

도자 예술은 공예 도자, 즉 수공예적이면서 창의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겸비한 공방 도예와 생활 도예 등 실용 도예가 한 부분을 차지하며, 다른 한 가지로 우리의 옛것을 재현하며 우리 전통을 계승하는 전통 도예가 맥을 잇고 있다. 도자 예술의 유익함은 기능할 때와 공간 속에 놓일 때 나타난다. 흔히 후자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지만 도자의 쓰임새를 단순히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역사 속에서도 도자기는 밥상머리뿐만 아니라 문갑 위에 초연하게 놓여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생활 공간 속 어디엔가 놓여 우리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것. 소반 위에 놓인 호리병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현한 신동원 작가의 작품처럼 전통과 현대, 생활과 예술을 넘나드는 도자 오브제 . 이제 도자 예술과 일상은 하나이다.


도자, 無의 미학

원목 사이드 테이블과 파라디스 침대, 블랭킷은 모두 디 옴니에서 판매. 러그는 한일카페트 제품. 달항아리는 도예가 이은범 씨의 작품으로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런던 대영박물관, 쾰른 동양학박물관 등 해외 유수의 박물관에는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한국 전시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의 절반 이상은 도자기. 도자기는 처음에는 형태에 먼저 끌리지만, 그 속에 담긴 시대의 삶과 정서를 이해하면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중 한국적 미의 결정체로 불리는 ‘백자 달항아리’는 조선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정갈한 감각이 가장 잘 투영된 오브제다. 도도하게 흐르는 단순미와 고요함에 대한 갈망으로 공간에 하나만 두어도 강한 임팩트를 주는 백자. 꽃 한 송이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달항아리는 자연 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아이템이다.

멋스러운 그릇장에 다양한 화기와 머그를 모아둔다거나 선반 위에 접시를 세우는 등 도자기를 이용한 실내 장식법은 의외로 다양하다. 가구가 발달한 유럽에서 화려한 문양의 찻잔과 티 포트 등 도자 브랜드가 함께 발달한 것도 이 때문. 서양의 것과는 달리 우리 도자는 밥그릇, 국그릇, 접시, 술잔, 찻사발, 저장 용기 등 생활의 필요에 의해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꾸밈없고 단순하며 지나치게 크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형태의 우리 도자는 함께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똑같은 제품을 여러 개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데커레이션 효과가 배가된다.

(위부터) 백자 다면 볼은 도예가 한정용 씨, 원형 화기는 이인화 씨 작품으로 LVS 크래프트에서 판매. 유약을 얇게 처리한 국그릇과 호리병, 찻잔은 고희숙 씨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뚜껑이 있는 백자 공기는 송민호 씨 작품으로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티 포트와 컵 세트, 머그는 고희숙 씨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도자 냄비는 MJ Art Ceramics 제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반찬 접시와 그릇 세트는 고희숙 씨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장소는 와인 박스를 서가로 활용하는 규방 공예 숍 라온 규방.


불보다 뜨겁고 흙보다 부드러운

1, 9, 10, 19, 21 무유 다기와 사각 합, 항아리는 모두 도예가 이인진 씨의 작품으로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2 볼 형태의 오브제는 원경환 씨의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에서 판매.
3 단면이 돋보이는 백자 오브제는 황갑순 씨의 ‘그릇’(vessel, 2010) 시리즈로 LVS 크래프트에서 판매.
4, 6, 8 신진 도예가 이가진 씨의 ‘물방울’(a water drop, 2010) 시리즈는 LVS 크래프트에서 판매.
5 뉴트럴 컬러의 볼과 커피잔은 손진실 씨의 작품으로 이도에서 판매.
7 그레이 톤온톤 필통은 황갑순 씨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소장.
11, 14 사과 오브제는 이도에서 판매.
12 먹감나무로 만든 김동원 씨의 나무 볼은 LVS 크래프트 소장.
13 나뭇잎 모티프의 접시와 흑빛 접시는 모두 컬렉션 리가드 제품으로 무아쏘니에에서 판매.
15 사슴뿔 오브제는 선혁구디 제품.
16 유약을 얇게 바른 볼은 도예가 우치다 고이치 작품으로 마이 페이버릿에서 판매.
17 원목 볼, 더덕을 올린 원목 플레이트는 큐빅미터에서 판매.
18, 20 타오르는 불 자국이 표현된 테라코타 오브제는 구자현 씨, 머그는 이인진씨 작품으로 모두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소장.


전통 도자가 현대인의 심금을 울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연에서 온 재료 ‘흙’ 때문이다. 우리는 도자기를 형태로 인식하지만 사실 도자를 볼 때 그 원재료인 ‘흙’과 ‘불’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또한 중요한 포인트다. 그중 유약을 바르지 않은 질박한 무유 자기는 맛으로 표현하자면 마치 뚝배기에 끓여낸 곰삭은 된장찌개와 같다. 유약을 바르지 않고 장작 가마 안에서 13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낸 무유 자기는 재가 직접 내려앉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따라 다른 질감이 연출된다. 못생겼지만 정감 가는 항아리부터 내추럴한 뉴트럴 컬러의 현대 자기까지. 무심한 마음으로 빚어내는 그릇에 담긴 순박한 도예가의 마음이 심미안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왼쪽) 유럽은 벽면뿐 아니라 천장이나 기둥에도 도자를 두고 감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식 외의 기능적인 쓰임새는 찾기 힘들다. 액자 형태의 사각 접시는 테이블 위에 올릴 때는 가운데에 과일과 채소를 담아 센터피스로 연출할 수 있고, 벽에 걸면 촛대를 올려 장식할 수 있는 오브제. 한쪽에 구멍을 뚫어 세로로 붙이면 대나무나 매화 등 계절에 자라는 갖가지 식물을 꽂을 수 있는 작품이다. 도자 오브제는 이정미 씨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문의. 빈티지 암체어와 플로어 스탠드는 모벨랩에서 판매. 컵을 올려놓은 세라믹 사이드 테이블은 도예가 곽토영 씨 작품으로 갤러리 반디트라소 문의.


다양한 장르와 만난 생활 예술

1 도예가 이수종 씨의 로봇 오브제와 로봇 스케치는 마이 페이버릿에서 판매.
2 백겸중 작가의 작품 ‘The Bowls’와 도예가 곽토영 씨의 분청 다완은 갤러리 반디크라소 문의.
3 장필규 작가의 작품 ‘사과도둑’과 곽토영 씨의 사과 오브제는 모두 갤러리 반디크라소 문의.


현대 도예가의 실용 도자를 선보이는 이도 갤러리에는 사진작가 구본창 씨의 달항아리 사진 작품, 설치 미술가 황란 씨의 자개로 만든 달항아리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도자기는 그 자체로 생활 예술이면서 다양한 예술 장르의 소재가 된다. 또한 도자는 단단한 재질과 쉽게 그 형태가 변하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다양한
소품으로 제작할 수 있다. 자연 오브제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사과 오브제와 그래픽적인 사과 회화 작품, 달항아리와 몽환적으로 담아낸 달항아리 사진, 막사발과 그릇을 소담하게 표현한 정물화 등 도자 오브제와 닮은꼴의 작품을 매치하는 것도 재밌는 아이디어. 실제 오브제를 사진으로 담아 프린팅해 함께 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자, 디자인 체어보다 감각적이다
플라스틱, 금속에 이어 도자기가 가구 디자인의 블루칩이 된 지 오래다. 세라믹 가구를 개척한 도예가 이헌정 씨는 지난 2010년 분청으로 구워낸 다양한 아웃도어 스툴과 조명 기구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분청자기의 질감에 다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색감으로 더욱 친근한 느낌을 주는 세라믹 스툴과 조명등은 특히 유럽 컬렉터에게 인기. 프랑스의 한 컬렉터는 “어떠한 디자인 체어보다 현대적이다”라고 평했다. 이처럼 도자 스툴은 형태와 컬러는 단순하고 소박하되 첨단의 하이글로시 가구보다 매끄러운 질감으로 한국적이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을 전하는 오브제다.

도예가 이헌정 씨의 White Hill Mustard Stool, Brown Effect Black Stool은 갤러리 서미, 티 테이블은 카펠리니 Cappellini 제품, 소파, 플로어 스탠드, 사이드보드는 모데르니카 Modernica 제품으로 모두 디옴니에서 판매. 도자 볼을 접목한 와인글라스는 큐빅미터 제품.


멋과 실용을 담은 그릇
식탁 위에 놓인 정갈한 도자 그릇이 가정의 문화를 대변한다면, 그 도자 그릇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자 매트’는 안주인의 세심한 감각을 보여주는 일등 공신이다. 도예가 이정미 씨는 오브제 역시 실용적인 쓰임새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가다. 플레이트 시리즈는 테이블 매트이자 접시로, 기품 있는 다이닝 룸을 완성해주는 효과적인 아이템이다.
그는 도자에는 화려한 색감의 꽃보다 채소 같은 자연 색감의 센터피스를 더하는 것이 훨씬 감각적이라고 조언한다.

플레이트 시리즈와 사과 볼 시리즈는 모두 도예가 이정미 씨 작품으로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문의. 새 오브제는 우일요에서 판매.






건축, 도자 ‘옷’을 입다

(왼쪽) 도예가 이재준과 건축가 장순각 씨의 협업으로 완성된 명동 하나은행의 세라믹 파사드.
(오른쪽) 밀알 아트 센터에 전시된 건축도자 ‘천국의 책’과 오브제 ‘천사의 합창’.


조선시대에 꽃담과 전돌 등의 바닥 타일, 기와가 있었다면 현대에는 도자 벽화, 바닥 타일, 도자 기둥 등을 제작하는 건축 도자와 환경 도예가 자리한다. 최근 들어 현대 건축 도예의 발전이 눈에 띈다. 도예가, 건축가, 조형 예술가 등이 협업해 활발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 얼마 전 오픈한 명동 하나은행은 건축가 장순각 씨와 도예가 이재준 씨가 협업해 백자로 파사드를 완성했다. 백자 부조 타일에 붓 터치를 가미한 유닛 5천 장에 LED 타일 7백여 장으로 완성한 프로젝트로, 아날로그와 하이테크, 전통과 현대라는 패러다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준다.
‘세라믹 아트 하우스’로 불리는 밀알 아트 센터는 중국 도예가 주락경이 1300℃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테라코타를 외벽에 붙여 화제를 모았다. 음악 홀 내부 마감재로 도자를 사용해 진공 상태의 울림 효과를 극대화한 것도 특징이다. 도예가 이헌정 씨의 도자 작품은 논현동 대림 배스에 벽면 아트 월로 시공되기도 했다.
이처럼 도자는 예술 작품인 동시에 기능성 마감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 건축물에 도자 예술을 적용해 미감을 높인 작품들은 여타의 건축물과는 달리 건축물의 기능과 미감을 동시에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스타일링 이승희, 이소영(스타일링하다) 캘리그래피 강병인 어시스턴트 김다해 촬영 협조 갤러리 반디트라소(02-734-2312), 갤러리 서미(02-511-7305),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02-720-5789), 디 옴니(02-3442-4672), 마이 페이버릿(02-544-9319), 모벨랩 (02-3676-1000), 무아쏘니에(02-515-9556), 반다지 고가구(www.bandaji.com), 선혁구디 (02-3443-3784), 이도(02-722-0756), LVS 크래프트(02-3443-7475), 정소영의 식기장 (02-541-6480), 조은숙 아트 앤 라이프스타일(02-541-8484), 체어스 온더 힐(02-747-7854), 큐빅미터(02-545-7776), 팀블룸(02-518-8269), 한일카페트(1566-5900)

진행 이지현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