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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고르는 법부터 공간 꾸밈까지 홈 갤러리
몇 년 전 ‘거실을 서재로’ 열풍이 분 것처럼 이제는 ‘집을 갤러리로’의 열풍이 시작된 듯하다. 최근 그림으로 인테리어하는 집이 부쩍 늘었다. 벽지나 커튼을 새로 바꾸기보다 그림 한 점 벽에 거는 감각을 높이 산다. 하지만 막상 집 안 분위기도 바꿀 겸 그림 한 점 사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초보를 위한 그림 선택 가이드부터 작품이 있는 공간 인터뷰, 전문가가 조언하는 연출법까지, ‘갤러리 하우스’ 만드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엄마, 그런데 왜 나 혼자 있었어요?” 만 네 살 된 아들에게 외출했을 때는 절대 엄마 손 놓으면 안 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얘기하던 중 아들이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뭐라고?” “나 혼자 서 있었잖아요.”이게 무슨 소릴까? 네가 언제 혼자 있었느냐고 묻자, “깜깜한 밤에, 숲 속에, 눈 오는 날 혼자 서 있었잖아요”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아! 난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아이가 기어다닐 무렵부터 아이 방에 걸어 놓은 사진 작품이 한 점 있는데, 그 사진이 바로 제 또래의 사내아이가 눈 오는 밤 숲 속에서 혼자 서 있는 뒷모습을 담은 것
이다. “아, 그거 너 아니야”라고 간단히 설명하고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들이 눈을 비비면서 난데없이 또 물었다. “엄마, 그럼 그 애는 누구예요?” 아이는 그 작은 사진 작품의 구석구석 세세한 부분까지 아주 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들은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서부터 자기 방에 걸려 있는 그 작품을 본 것이다. 그렇게 자세히 잘 알고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난 그게 참 신기했다. 작은 방 두 개, 마루 하나인 우리 집에서 아이 눈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데, 앞으로는 미술 작품을 사고 걸 때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지금 뉴욕에 살고 있다. 며칠 전 집을 수리하러 온 사람들이 마루에 있는 한 젊은 작가의 조각 작품을 보더니 참 독특하고 마음에 든다며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다. 짧게나마 그 조각품에 대해 설명해주며, 마치 낯선 이들에게 나의 일부를 열어 소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미술 작품은 내 집의 일부일 뿐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일부가 된다. 작품이 집에 걸려 있으면, 그 작품은 나와 눈을 맞추고 얘기를 들어주는 진솔한 친구가 된다.

“내가 그림을 사는 건 책을 사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즐기고, 공부하고 그리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가치 있는 작품을 찾아다니며 건져내는 일은 매우 도전적이면서 유익하다.” 세계적 미술 컬렉터들이 아직 유럽 근대미술 대가들에게 쏠려 있을 때인 20세기 중반, 미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서 미국 현대미술의 대표적 컬렉터가 된 에밀리 트레멘 여사가 한 말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워너 뮌스터버거 Werner Muensterberger는 <컬렉팅, 그 못 말리는 열정 Collecting, An Unruly Passion>이라는 책에서 “열정적으로 모은 미술품은 어른들에게 포근한 담요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그림을 사는 이유를 물어보면, 큰 줄기는 대개 비슷하다.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묶을 수 있는데 첫째 그림이 좋아서, 둘째 분산투자의 방법으로, 셋째 예술 후원자가 된다는 사회적 이유에서.
그림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세 가지가 각기 다른 비율로 적당히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림 잘 산다’고 소문난 사람들을 보면 역시 첫 번째 이유인 ‘그림에 대한 사랑’이 제일 크다. 컬렉션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사실 ‘예산’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돈을 엄청 들였는데도 컬렉션이 별로인 경우도 있고, 비싼 작품 하나 없는데도 아주 인상적인 컬렉션을 만든 사람도 있다. 맨해튼에서 내가 자주 가는 델리(간단하게 아침 식사나 점심 도시락을 파는 곳)의 사장은 패션 디자인 스쿨인 FIT의 한국인 교수 박진배 씨다. 이 가게는 박진배 교수의 센스 덕에 비싼 그림 한 점 없이도 아주 멋진 갤러리가 되었다. 봉제 공장에서 쓰던 커다란 실패 여러 개를 모아 벽에 붙여 아름다운 부조처럼 만들었고, 신문사들이 활자를 넣어두던 목재 보관함을 벽에 나란히 이어 붙여 한옥 문 門의 문살처럼 보이게 했다. 나 역시 학생 때와 회사 초년병 시절에 달력과 포스터를 액자에 바꿔 끼워가며 즐겼다. 여기에서 좀 더 발전하면 1백만 원 이내에서 사진, 판화, 중견 작가의 아주 작은 소품 같은 것을 구입할 수 있다.

굳이 유화가 아니어도 괜찮다. 판화나 수채화에 비해 유화가 투자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은 돈으로 시작할 때는 작품의 재료가 무엇이든간에 투자가치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예산이 어느 정도 있고 투자가치도 배제할 수 없다면 경매사 리스트에 오른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투자 고수들은 외국 작가 또는 외국에서 통용되는 국제적인 한국 작가에게 집중한다!). 단, 단골 갤러리를 두더라도 끊임없이 공부와 리서치를 해서 현대미술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갤러리스트들은 어디까지나 작가를 마케팅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갤러리의 얘기만 믿고 사는 건 곤란하다. 그림에는 좋고 나쁨의 잣대가 없다. 단지 취향의 문제다. 무엇보다 한때 유행한다고 혹해서 무작정 사기보다는 정말 내 감성과 맞는지부터 살펴볼 것. 내 컬렉션의 ‘테마’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구입하는 걸 잊지 말자. ‘테마’가 있으면 좋은 컬렉션이 된다. 예를 들어 그 집에 있는 작품으로 전시를 할 경우 어떤 제목을 붙일 것인지가 떠오른다면 그게 바로 좋은 컬렉션이다.

글쓴이 이규현 씨는 … 그림도 옷이나 가구처럼 ‘쇼핑’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책 <그림 쇼핑 1, 2>의 저자. <조선일보>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를 지내며 각종 전시부터 경매장까지 미술관련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글을 썼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박물관미술학과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했다. 현재 뉴욕에서 프리랜스 아트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포댐 경영대학원에서 미술미디어 경영 전공으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 더 많은 정보는 <행복이 가득한 집> 1월호 88p를 참조하세요.

구성 <행복>주거 문화팀글 이규현<그림쇼핑1,2>저자 담당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